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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활동'과 사회적 책임

제목은 거창하다만, 별 이야기는 아니다. ㅡ.ㅡ

 

#1.

전문가라는 것이,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경험이 출중하여 혜안과 통찰력을 가진 자 쯤으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 @@ 위원회에서 자살문제 관련 전문가 좌담회를 한다고 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S 샘이 추천하신게다. 내가 해당 분야 전문가인지 잘 모르겠으나, 일단 대한민국 '평균'씨보다는 해당 분야 고민을 좀더 했을 것이 분명하니, 사회적 책임이라는 미명 하에 첨에는 그러겠노라 했지만, 막상 구체적인 토론 내용을 살펴보니 내 전공이 아니여.. ㅡ.ㅡ

까칠해보이기는 하겠지만, 못하겠다고 연락을 했다.

 

근데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조금 고민이 필요했다. 전문 분야를 어디까지로 정의할 것인가.....

사실, 준비해서 발표한다면 못할 것도 없고, 또 다른 많은 좌담회에서 보았듯 주최측에서 요구한 주제와 관계없이(ㅋㅋ) 그냥 자기가 원래 하고 싶었던 이야기 하는 것이 이 바닥에선 아주 해괴한 일도 아니기 때문....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사례가  '전문성'에 관한 고민의 산물이라면, 오늘 경험한 또다른 사례는 '활동'과 결부된 것이다. 

 

#2.

오늘은 지인의 소개로 한 대학의 (아마도 진보적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계실 것으로 짐작되는) 교수가 전화를 하셨더랬다.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서울의 한 지자체장이 자살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데, 전문가들이 모여서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좋은 뜻으로 하는 일인데,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겠다만,  최근 한 지자체 연구용역에 참여하면서 넌덜머리가 난 상태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나 개인이 활동하는 것과 내가 소속을 가진 조직적 활동 사이의 간극이 가급적 좁았으면 하는 것이 바램이다. 그래서, 연구소나 당과 결부된 활동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설명 드렸더니 좀 의아해하신다.

해당 지자체장은 민주당 소속이며 아주 괜찮은 사람이고, 또 본인은 진보신당 아무개의 후원회장을 맡은 적도 있으시단다. 설명을 듣고 나니 나로서는 더욱 미스테리...   @_@  어쨌든 내가 친분도 없는 분의 친분있는 정치인을 돕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그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고립된 개인으로서 권력의 상층부에 의견을 줌으로써 변화를 도모하는 방식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것같지는 않다. 

이런 사소한 것을 두고, 대중으로부터 선출되지도 않고, 또 책임도 지지 않는 전문가들의 과도한 의사결정 개입행위로 과대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또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운동의 지향을 갖는 시민으로서 어떤 활동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원칙을 세워둘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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