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보네거트, 버거

의외로 구립도서관에 괜찮은 책들이 많이 있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것만 빼면 참 좋은 곳이다. ㅡ.ㅡ

그나마 책단비 서비스마저 없었으면, 마음보다 몸을 수양한뻔했다....

 

#. 커트 보네거트 지음, 김헌영 옮김  [나라없는 사람]  문학동네 2007

 

 

In These Times 라는 신문에 연재되었던 에세이 등을 모은 책..

내가 꿈꾸는 정체성, '나라 없는 사람'.....

짧은 산문들 속에 기록해둘만한 매혹적인(?) 문장들이 그득그득하다....

김영하나 진중권의 찌르기 내공은 이 할배에 비하면 아직 태부족이로세!!!

 

몇 가지만 남겨둔다.

 

화석연료 중독에 대해 비판하며 쓴다

"이와 같은 종말은 대체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어떤 사람들은 아담과 이브가 함정수사에 걸려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프로메테우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하늘과 땅의 아들인 티탄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갖다 주었다. 노한 신들은 그를 발가벗긴채 바위에 묶고 등을 드러내 독수리들로 하여금 간을 쪼아먹게 했다. 자식을 곱게 키우면 사고를 치는 법이다."

 

"휴머니스트란 무엇인가? ...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사후에 받을 어떤 보상이나 처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최대한 점잖고 공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자 노력한다.... 우리 휴머니스트들은 우리가 현실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추상성에 최선을 다해 봉사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사회다.... 말이 난 김에 고백하자면 나는 미국 휴머니즘 협회 명예회장인데, 지금은 고인이 된 위대한 SF 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로부터 완전히 이름뿐인 그 직위를 물려받았다. 몇 년 전 아이작은 위한 추도식에서 나는 청중을 향해 '아이작은 지금 천국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휴머니스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우스운 말이었다. 사람들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었다.."

 

"언젠가 나는 정말로 무서운 리얼리티 프로를 만들어볼 생각이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모든 사람이 머리가 쭈뼛 설 만큼 무시무시한 프로를 구상하고 있다. 제목은 '예일대 C 학점'이다.

조지 W. 부시는 주변에 C 학점 상류계급 학생들을 끌어모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1) 역사와 지리를 전혀 모르고, (2) 백인 우월주의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3) 이른 바 기독교도이며, (4) 정말 놀랍게도 정신병자, 즉 영리하고 번듯하게 생겼지만 양심은 전혀 없는 자들이다."

 

독자가 보내온 편지도 실려있다.

"... 어떤 남자가 운동화를 이용해 비행기를 폭파하려했다는 이유로 내 신발을 벗겨 엑스레이 기계로 촬영을 하다니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이런 세계는 커트 보네거트도 상상하지못했을 거라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당신은 그런 세계를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까? (누군가 폭발하는 바지를 발명한다면 정말 큰일 아닙니까)?"

 

 

 

#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갈라파고스]  아이필드 2003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3kg짜리 두뇌란 치명적인 결함이 아니었을까?"

 

이 한마디로 모든 내용이 정리되는 정말 기발한 소설....

아놔... 터무니없지만 그렇다고 부정해버리기만도 어려운 앞으로 백만년 후 인류의 진화경로를 어찌한단말인가...... 이 망할 놈의 뇌, 뇌, 뇌..... ㅋㅋ

 

#. 존 버거, 장 모르 지음, 이희재 옮김. [말하기의 다른 방법] 눈빛 2004

 

 

사진이란 무엇인가?

 

"모든 바라봄 속에는 의미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다. 이 기대는 설명하려는 욕망과 구별되어야 한다. 바라보는 사람은 '나중에' 설명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습 그 자체가 드러낼지도 모르는 내용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어떤 설명보다도 앞서 존재한다."

 

"인용의 길이는 노출시간과는 관계가 없다......인용의 길이는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해 두자. 늘어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의미다."

 

사진이 또다른 방식의 '말하기'라는, 일견 당연한 이야기를 촬영의 대상, 찍는 자, 감상하는 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의 합이지만 한편으로 또다른 주체이기도 한 사진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Ways of seeing"보다는 훨씬 따뜻(?)하고, 또 후반부는 어렵기도 했다.

특히 글이 없이 사진만으로 말하고 있는 중간의 수십페이지는 '글자'와 '해설'에 익숙한 나에게 너무 어려웠더랬다....  ㅡ.ㅡ  이제 설명이 없으면,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연상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으로 퇴화했나봐.... ㅜ.ㅜ

장 모르와 존 버거가 함께 쓴 책이 몇 편 더 있다. 읽어봐야겠다!!!

 

# 김두식,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 홍성사 2010

 

 

한국의 괴이한 기독교 문화의 정체를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고 빌렸는데, 나같은 휴머니스트 말고 '진정한'  기독교인을 위한 일종의 내부 문건(?)이로세... 교회를 어떻게 교회답게, 신자를 어떻게 신자답게...

 

도대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종교를 믿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구먼....ㅡ.ㅡ

사람이 이웃과 함께 선하게 살아가는데 굳이 종교가 필요한건가?

하느님(하나님?)의 목소리를 들었다니, 이건 뭐 환청 (hallucination)?

 

하긴 믿음에 설명이 뭐가 필요하다냐...

인간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존재라는 나만의 '믿음'이나 지켜갈 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