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너머

새벽 3시에 귀가..

간만의 늦은 귀가가 좀 낯설기는 하지만 나름 흐뭇한 상태..

 

정문 진격투쟁으로 철문을 우굴쭈굴 찢어놓고 진행된 기륭전자 앞의 문화제..

한바탕 거한 싸움으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을 지나 진행되었다.

일터의 20주년 기념작 코믹노동뮤지컬 '팔칠전'은 재미있었다..

음향이 상당히 안습이어서 대사와 노래가 잘 전달되지 않은 게 너무 안타까웠다..

정문 투쟁의 여파로 음향 리허설을 거의 못하고 올라갔는데 끝날 때까지

먹먹하고 울리는.. 발란스 맞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었다..

음향이 양호했다면 감동 몇 배였을텐데..;;

워낙 오랜동안 호흡을 맞추며 한우물을 파온 사람들인지라

배우간의 호흡과 대사처리 노래.. 극의 판타지한 전개?!  등은 신선했다..

7월에 인천에서 공연한다던데 한 차례 더 봐야할듯하다..

 

일터와 꽃다지의 인연이야 두 단체가 만들어질 때부터이니 거이 20여년..

이 사람들 참 이상한 자들이다..

내가 일터랑 처음 만났던 건 97년이었다..

그 해 9월에 동아대 석당홀에서 2일간의 콘서트가 있었는데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콘서트였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여긴 부산인데예.. 나는 누구누구고.. 꽃다지 콘서트 뒷풀이랑 숙소를 우리가 준비할낍니더"

글로는 참 상냥한데 부산 말투가 어찌나 억세던지 나한테 마구 화풀이하는 느낌이었고

내용이 대략난감이었다..

공연기획사가 책임져야할 부분을 왜 이 자들이 없는 돈 써가며 한다고 하는걸까?

거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정중히 그렇게 민폐를 끼칠 수 없다는 내용으로 거절했는데

막무가내다.. 결국 몇 번 통화한 끝에.. 2차 뒷풀이를 사무실에서 조촐히 하자고 했다..

 

 공연 일주일전에 사전점검 차 내렸갔는데 이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여러군데의 노조를

엉겹결에 방문하고 티켓판매를 했다..

더욱 이상한 사람들일세..

 

뒷풀이..

헉 더더욱 이상한 사람들이다..

연습실에 단원들이 손수 준비한 음식들도 어안이 벙벙했지만

부산의 문화하는 사람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거의 다 모인 자리..

 

그게 나와 일터의 첫 인연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대판 싸우는 말투이고

여전히 미안할 정도의 마음씨이고

노동문화에 대한 열정 또한 여전하다..

 

올해가 20년이 되는 해

그들의 팜플렛이 가슴 저미게 한다..

후원회원 2000명을 조직하여 최저생계비라도 가져가면서 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

마흔살 전후의 결코 젊지 않은 그들..

당당히 손내미는 그들이 결코 구질구질해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작품을 직접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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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13 03:56 2007/06/13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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