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여름휴가 1탄..종묘에 가다..

  • 등록일
    2009/08/21 15:46
  • 수정일
    2009/08/21 15:46

아침에 일끝나고 눈이 벌게가지고 버스를 탔다.

아 !! 잠시 버스에서 눈을 붙이긴 했는데 여전이 눈이 뻑뻑하다...^^;;

뭐...그래도 어쨋든 신나는 휴가 첫날이라서

나름 흥분도 조금하고 혼자서 히히덕 거리며 지하철을 탔다.

 

원래는 안국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생각없이 종로에서 내려 버림...^^;;

그려러니 하자 싶어서 뭐할까 생각하다가

옛날부터 미루어 놓았던 종묘구경을 가기로 했다.

 

실은 서울에선

운현궁만 보았었다.

아마 운현궁은 세네번 본듯하다.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왠지 조선궁궐답사는 나중에

진짜로 나중에 마음 단단이 먹고 하자라는 이상한 결심을 하고나서는

그 이후로 근처에 와도 애써 외면한지도 모르겠다.

 

몇년전 한옥답사에 미쳐서 왠만한 한옥들은 죄다 보러다닐때도 일부로

서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왠지...나중에

나중에 보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강해서....ㅎㅎ

근데 오늘은 걍 함보자 싶어서 선뜻 종묘에 들어갔다.

 

종묘를 처음 본 느낌은

왠지 사람사는 공간이 아닌것처럼 느껴졌다.

왠지 너무 정형화되고 직선처럼 사람을 주눅들게 만들달까 ?

 

우선 초입에 있는 향대청을 보았다.

 

향대청은 일종의 부속건물로 종묘를 돌보는 일종의 관리사무소 역할을 했던 곳인듯 한데

지금은 자료실겸 전시공간으로 사용된다.

 

뭐 아주 정형적인 한옥건물이긴한데 조금은 기형적으로 보일 정도로

길게 늘어져 있다.

지나치게 들어올린 처마곡선이 조금 부담스럽다고 느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영상물을 감상하라는 곳...?....ㅎㅎ

뭐 딱히 내가 종묘제례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도 없고 해서 그냥 사진만 찍고 나왔다....ㅎㅎ

그런데 사진을 찍다보니 왜 자꾸 건물이 길어보이는 것 같았는지를 알겠다 싶다.

 

우선 내부의 천장에서 서까래를 보니 한쪽으로 치우쳐져 내부공간을 확장해 놓았다.

나머지 절반은 밖의 툇마루 부분으로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서 전체적으로 건물이 좌우대칭으로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약간은 길어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가 보다.

그런 생각으로 보다보니 내부 공간또한 일부로 현재의 용도에 맞추어 손을 본 것인가 ? 싶다.

왠지 칸구분이 낯설어 보이는 것으로 보면 말이다.

 

여튼 궁시렁대며 한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정전쪽으로 갔다.

 

정전의 주 출입구이다.

물론 당연하게 외삼문이다.

음...심호흡하고 사람의 문을 통해서 들어가 보았다....ㅎㅎ

 

 

음...한마디로 압도적이다.

최대한 뒤쪽에서 찍었는데도 한 프레임안에 들어오질 않는다...ㅎㅎ

가히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의 파노라마랄까 ?

숨이 턱턱 막히는게 뜨거운 날씨 탓인지

아니면 정전이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웃긴건 사람들이 전부다 저 윗 공간으로 다가가질 않는다는 거다.

다들 크기 혹은 규모가 주는 압박감을 느끼는 것일까 ?
 

그렇게 한참을 정전에  머물면서 문득 권력의 의지라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정전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저런 건물이 아니라 권력이 부여하는 일종의 신의 영역이랄까 ?

권력의 신격화를 위해 동원된 건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몸이 스스로 반응한다는 것을 느낀다.

 

 

신의 길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대지위에 떡하니 신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았다.

당시의 최대 권력자인 임금도 범접하지 못하는 저 신의 길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권력이 가지는 가장 큰 욕망이 결국 현실에서의 신격화가 아닐까 싶다.

 

권력을 쥔 자들이 가지는 그 신격화의 욕망은

어쩌면 대구에서 한바탕 웃게 만든 노태우 생가만큼이나 생뚱맞기는 해도

이렇게 그 권력을 가지고 공간적으로 구축해 놓은 실체로 다가오면

사실 무서울 만큼의 영향력을 사람들에게 주는 모양이다.

 

 

이 공간에 건축적으로 동원된 스케일과

그 스케일을 가능하게 한 당시의 목수들은 이 지독하게 오만한 열주들을 보면서

스스로 권력을 신격화 시키는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혹시 괴롭지는 않았을까 ?
 

한옥이 가지는 사람의 삶으로서의 건축이

이렇게 사람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권력의 신격화에 동원되어진 순간

한옥은 이미 그 가치를 잃어버린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까 ?

그런 생ㄱ가을 하면서도 이런 건축을 완성해 간 당시의 건축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

 

내가 배웠고

나중에 내손으로 짓고 싶었던

사람의 삶이 반영된 건축이란 것은

나의 어떤 욕망들을 반영하게 될까 ?

나 스스로 그런 신격화의 욕망

공간의 지배감을 성취하려는 것은 아닐까 ?

 

나는 ?

난 ?

건축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

 

내가 내내 한옥답사에서 궁궐을 빼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이런 상념에서 우러나온 자기 보호본능이었을까 ?
나라면 이런 기념비적 건축을 어떤 방식으로 소화하고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

 

이런 저런 상념에 한낮의 햇살이 더 뜨거워져 버렸다.

 

 

사람의 길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의지를 관철시키냐가 문제일뿐

어쩌면 우리는 이 잘 닦인 과거의 길에서 처럼

우리들의 욕망과 편리에 길들여저서

그저 지배하고 돋보이려는 행동들로 점철된 것은 아닌지

신의 길 앞에서 인간의 길을 생각해 보았다....^^;;

 

답은 ..?

없다.

다만 내 삶의 길이

기억되는 것이 아닌 기념되는 것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몸이 스스로 거부하는 압도적 무게감을 가지지 않도록 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게 들었다는 정도....ㅎㅎ

 

종묘는 그렇게 서 있다

스스로의 무게를 버티기위해 지나치게 꼿꼿하게 서있다.

그렇게 불편하게 서 있는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