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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 문화적 삶이란...?

  • 등록일
    2009/09/17 10:16
  • 수정일
    2009/09/17 10:16

어제 종효형과 수다를 떨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그냥 사는 이야기를 했는데도

몇가지 마음에 남았다.

음...잘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고민하게 되었다는 것...?

 

농담처럼 공부잘해서 편안 직장에서 돈이라도 벌걸..?..?...뭐 이런 농담을 섞어가면서...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더랬다.

 

종효형이 한때 민노총에서 일할때부터

나랑 서로 이야기한 것 중에서 가장 마음아팠던 것이

노동자들에게는 문화(?)라는 것이 없다는 것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돈을 버는 행위외에는 삶에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는 것

이로인해 진보적 노동자들이라고 하는 조직화된 노동자들마저 삶의 문제로 바라보면

별반 긍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이야기가 나온 것은 나의 밤에 다니는 직장 이야기를 하면서 였다.

 

내가 다니는 밤 직장은 사회적 기업이다.

하는 일은 주로 음식물쓰레기 수거하여 자원화 시설에 운반하는 것으로

나는 그 중에서 일반 수거원으로 일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주로 저녁 8시까지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면 대략 새벽 4-5시 정도에 끝난다.

회사의 조직형태나 운영하는 측면은 사회적 기업으로 일반 개인기업과는 상당히 다르다.

경영상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공개되어 있고 일하는 현장에서 논의를 통하여

결정하는 구조인데...뭐 그렇다 하더라도 하는 일이 워낙 고정적이라서
별다르게 어떤 것들을 조정할 만한 것은 없는 편이기는 하다....ㅎㅎ

 

종효형과 이야기한 것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에 관하여서인데

우리는 일년내내 밤에 일하고 낮에 쉬다보니

직원들의 생활들이 종효형 표현대로 하면 "돈버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못하는 삶"의 형식이다.

이는 처음부터 나도 알고 있었고 지금도 참 아쉽다고 느끼는 부분인데...음....ㅎㅎ

 

생각해보면

우리 직원들은 아침에 퇴근하면서 우리 직원들끼리 술한잔하고

집에가서 내둥 자다가 다시 저녁이면 출근한다.

딱히 낮에 할일들이 없고 또 낮에 돌아다니면 너무 피곤해서인지 다들 그야말로

회사 이외의 개인적 관계들을 맺고 사회인으로 살아가는데 어려움들이 있다.

심지어 황금같은 쉬는 날에도 우리 직원들끼리 모여서 놀려고 하는 경향들이 강하다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문제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영화나 기타 문화적 활동들을 하는 직원들은 거의없고

그저 낮에도 혼자 할 수 있는 "낚시"가 직원들 사이에 대 유행이기는 하다....ㅎㅎ

 

몇년전 종효형이 민노총에서 일할때

내가 일하던 단체에서 파업하는 사업장에 야외 영화제(?)...여튼 영화상영을 하러

지원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농담처럼 한 이야기가

"우리는 파업이라도 해야 영화라도 한편 본다..?..."는 이야기들

"우리는 파업이라도 해야 맘 편히 동지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무엇인가 함께 할 만한 일들

사람처럼 어울려 사는 것을 해볼 수 있다...?..."

 

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그 회사도 노동자들이 3교대를 하던 곳인데 역시 마찬가지로 밤근무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끼리 아침에 술한잔 하는 정도의 삶들..?...뭐 그랬다는 거고

그로인해서 노동조합들이 겪는 경제적 이익(?) 이외에 딱히 진보적 활동들을 꿈꾸거나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들을 재구성하는 차원으로 노동운동들이 발전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종효형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다니는 곳이 딱 그런 실정인 것이다.

 

회사에 이익금이 남으면 상여금 형태로 조금 더 나누어 가지려는 결정들은 쉽게하는데

그 잉여금을 조금씩 줄여서라도 즉, 서로 개인적 이익들이 적어지더라도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자는 이야기에는 선뜻 결정하지 못하거나

아니 그런 결정들을 해본 적이 사실상 없는 것 같기도 하다는 건데

종효형 말대로

이대로 살다가는 10년은 일찍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뭐 여튼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노동자로 살아가든 아니면 일반적인 시민으로 살아가든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들에 대한 풍부한 재구성은

어떤 식으로 가능한 것일까 ?

 

내가 살아가는 삶에서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풍부화된 삶들을 구성하고 소통하고 함께 이루어 나갈 수 있을까 ?

 

갑자기 종효형과 이야기 한후에

조금은 더 내 삶에 대해서 진지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결국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 어떤식으로

풍부한 활력들로 채워나갈 것인가가 문제일 터인데

결론은 내가 구성하는 관계들을 보다 풍성히 하는 것이 해법이겠지...?

 

(최근 직장에서 조금 다른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하긴 한다.

우선 막내에게는 은근슬쩍 공부를 해보는 것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더랬다.

막내도 내심 요즘 사는 것이 딱히 재미가 없다고 신세한탄(?)을 하던터라

나름 생각이 깊어지는 듯 하다. 언뜻언뜻 한문공부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흘리는 것으로 보아서

음...나름 이제곧 공부를 시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ㅎㅎ

 

몇몇 형들은 농사일에 나름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 터라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텃밭정도를 가꾸는 일을 추진하는 거야

어렵지 않은데 이것을 적절하게 뒷받침하는 것을

회사차원에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를 도형이형과 한창 진행중이다.

뭐 곧 겨울이 될터라서 시작은 아마도 내년 봄에나 가시화하겠지만....ㅎㅎ

 

어제 종효형과 이야기를 하면서 뭔가 반성...??...뭐 그랬다.

어쩌면 나나 도형이형이 너무 쉽게 삶들을 단정짓는 것은 아닌지 하는....ㅎㅎ

 

아 !!

사는게 왜이리 복잡한지....ㅎㅎ

돈벌기가 쉽지 않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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