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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풀이 눕다.......[김수영 시선]을 읽고

  • 등록일
    2005/03/07 16:34
  • 수정일
    2005/03/07 16:34

 

간만에

정말 간만에

거의 잊고 지내다가 간만에

김수영 시집을 샀다.

 

원래는 다른 책들을 구경갔다가

거의 충동적인 구매욕이 들어서

집에 분명 김수영 시집이 한 권 있는데도

참을 수가 없어서 샀다.

 

역시 좋았다.

눈물나게 좋았다.....큭큭

 

 

   그 방을 생각하며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그 방의 벽에는 싸우라 싸우라 싸우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어둠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모든 노래를 그 방에 함께 남기고 왔을 게다

그렇듯 이제 나의 가슴은 이유없이 메말랐다

그 방의 벽은 나의 가슴이고 나의 사지일까

일하라 일하라 일하라는 말이

헛소리처럼 아직도 나의 가슴을 울리고 있지만

나는 그 노래도 그전의 노래도 함께 다 잊어버리고 말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

나는 인제 녹슨 펜과 뼈와 광기 ------

실망의 가벼움을 재산으로 삼을 줄 안다

이 가벼움 혹시나 역사일지도 모르는

이 가벼움을 나는 나의 재산으로 삼았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아 ! 넘 좋지 않나 ?

마치 나의 이야기인것처럼

시는 그렇게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 같다.

시가 사람을 바꾼다면 아마도 이성이 아니라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성일 것이다.

아니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심성이 아닐까 .......^^;;

 

김수영을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교때이다.

뭐 처음 읽은 것은 중학교 3학년때

도서부장 하면서

도서관의 책이란 책은 다 읽기 시작했을땐데

그때는 뭔 소린지 몰라도 그냥 아 ! 좋군...뭐 이따위 생각으로 읽었었는데

 

고등학교시절

한창 까뮈를 읽고 있을때 시 한편이 아 ! 난 어떻게 살고 있는 것인가 하는

막막한 느낌을 주었을때 그 이후로 시집을 사서 읽고 읽고 또 읽고 ...........

그렇게하면서 좋아졌다.

 

그때 시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다.

한없이 소심하고 한없이 쪼잔하기만 했던

그 쪼잔함에 그 소심함에 기가죽어 자취방에 틀어박혀 지낼때

아 ! 뭔가 울컥하는 것이 느껴진 시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王宮 대신에 王宮의 음탕 대신에
五十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越南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二十원을 받으러 세번씩 네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情緖로
가로놓여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 포로수용소의 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있다 絶頂 위에는 서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二十원 때문에 十원 때문에 一원 때문에우습지 않느냐 一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1965. 11. 4>

 

항상 자신의 조그마한 이익에 분노하면서

항상 중요한 일들에 비껴서서 묻어 가기만 하는 삶

두렵기도 하고 뭔가 용기도 안난다는 이유로

괜히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화내고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면서 가는

어쩌면 내가 증오해 마지않는 자본주의의 전형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눈이 마음이 시큰하지 않는가 ?

 

그때 그렇게 결심했던 것 같다.

용기있게 살자고

조금만

단지 한 발자국 정도 라도

남의 아품에, 시대의 아품에,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앞서지는 못하더라도 단지 한 발자국이라도 용기있게 다가가는 삶을 살자고........

 

지금 생각하고 반성하고...골똘이 골똘이 챙겨보아도

과연 이 나이되도록

그렇게 살아 오기는 했는지....한숨만 나온다.

 

               절 망

 

 風景이 風景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곰팡이 곰팡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여름이 여름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速度가 速度를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拙劣과 수치가 그들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
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1965. 8. 28>

 

솔직히 요즘 그동안 해오던 시민사회단체일들을 정리하고

하루벌어 하루먹는

돈벌어야 사는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은

왠지 스스로 의기소침하고 누구말대로

너 ! 절망했냐 ? 라는 식의 말을 듣는 지금

어쩌면 나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나 그동안 해왔던 활동들에 대한 정리들 없이

너무나 성급히

너무나 생각없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회

우리가 꿈꾸던 사회

자본과 재벌과 모든 독점과 차별을 철폐하는

진정한 자유와 인간다움과 연대와 활력이 있는 사회

그런 사회에 대한 꿈과 필요성...살고싶은 욕구가 줄어들기는 커녕

한국사회에서 나날이 이런 사회로의 발전가능성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극단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나란 인간은 어떻게 살고 어떻게 싸워야 할까 ?

 

          아 ....그림자가 없다

 

우리들의 敵은 늠름하지 않다
우리들의 敵은 카크 다글라스나 리챠드 위드마크 모양으로 사나웁지도 않다
그들은 조금도 사나운 惡漢이 아니다
그들은 善良하기까지도 하다
그들은 民主主義者를 假裝하고
자기들이 良民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選良이라고도 하고
자기들이 會社員이라고도 하고
電車를 타고 自動車를 타고
料理집엘 들어가고
술을 마시고 雜談하고
同精하고 眞摯한 얼굴을 하고
바쁘다고 서두르면서 일도 하고
原稿도 쓰고 치부도 하고
시골에도 있고 海邊가에도 있고
서울에도 있고 散步도 하고
映畵館에도 가고
愛嬌도 있다
그들은 말하자면 우리들의 곁에 있다

우리들의 戰線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들의 싸움을 이다지도 어려운 것으로 만든다
우리들의 戰線은 당게르크도 놀만디도 延禧高地도 아니다
우리들의 戰線은 地圖冊 속에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집안 안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職場인 경우도 있고
우리들의 洞里인 경우도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의 모습은 焦土作戰이나
[건 힐의 昊齒모양으로 활발하지도 않고 보기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언제나 싸우고 있다
아침에도 낮에도 밤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거리를 걸을 때도 歡談을 할 때도
장사를 할 때도 土木工事를 할 때도
여행을 할 때도 울 때도 웃을 때도
풋나물을 먹을 때도
市場에 가서 비린 생선냄새를 맡을 때도
배가 부를 때도 목이 마를 때도
戀愛를 할 때도 졸음이 올 때도 꿈속에서도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또 깨어나서도 .....
授業을 할 때도 退勤時에도
싸일렌소리에 時計를 맞출 때도 구두를 닦을 때도 ...
우리들의 싸움은 쉬지 않는다

우리들의 싸움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있다
民主主義의 싸움이니까 싸우는 방법도 民主主義式으로 싸워야 한다
하늘에 그림자가 없듯이 民主主義의 싸움에도 그림자가 없다
하…… 그림자가 없다

하…… 그렇다……
하…… 그렇다……
아암 그렇구 말구…… 그렇지 그래 ……
응응…… 응 …… 뭐?
아 그래 …… 그래 그래.

<1960. 4. 3>

 

그럴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이 이젠 도입이 아니라 삶이 되어버린 한국에서

어딘들

내 가정 나의 인간관계속에서든

신자유주의적인 냄새가 나지 않는 곳이 있으랴

어디든 그런 버려야 할 것들이 넘쳐나지 않는 곳이 있으랴.................

 

적은 언제나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동지라고 생각했던

민주노동당 혹은 민주노총 혹은 시민사회단체에도

결국은 우리의 신자유주의자인 적들이 있을 것이다.

그냥 시집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내 자신의 한심함과 내 자신의 소심함을 보며......................

 

오늘도 술한잔을 할 것 같다.

그래도 김수영 시를 읽었는데

이런 날 맘편이 술한잔 안하면 넘 슬프지 않겠나........!!

죽어서

너무나 갑작스럽게 죽어서

더욱더 시인이 되어버린 김수영의 마지막 시란다.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968. 5. 29>

 

술먹고

그냥 누워서 자야 겠다.....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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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을 보다....[한국유학사상사]를 읽고

  • 등록일
    2005/03/06 06:29
  • 수정일
    2005/03/06 06:29

 

한때

심심할때마다

이 책 저 책 마구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남이 뭐라든

맑스도 읽고 푸코도 읽고 데리다, 네그리, 그람시....

퇴계, 율곡, 남명, 기대승도 읽고.......

추리소설, 무협지, 만화도 읽고.......

토지, 태백산맥, 아리랑, 임꺽정, 장길산도 읽고...... 

 

이렇게 읽고도

뭐하나 아는 것 없어

묵묵히 술만 마실때도 있었다.

 

뭐 그렇다고 지금 많이 아는 것도 아니지만

어느 순간

이런식의 책읽기에 질려갈 때쯤

손에 잡힌 것이 이 책이었다.

그땐 이것보다도 약간 두깨가 앒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증보판이라 좀 더 내용이 채워진 것 같다.

 

윤사순 교수가 쓴 [한국유학사상론].........!!

 

실제로

우리가 주리론이니 주기론이니 심성론이니

뭐 이런 것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하지도 못할뿐만 아니라

한창 영어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던 시기에

뒤늦게 한자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이해하기 힘든 이런 책을 붙들고

며칠을 끙끙 앓다보면

잡생각 사라지게 하고 잠 많이 자게 만들어 주는데는 딱이다....헤헤헤

 

뭐 읽다보면

무슨 수가 생긴다고

며칠동안 읽고 또 읽다보니

그럭저럭

뭔 말인지는 아는 정도가 되었고

그런 초보적인 지식으로 그 후에

여러 지역의 한옥이니 문화재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많은 도움도 되었던 것 같다.

그러기를 몇년...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순전히 심심해서

책장에 꽂혀 있은지 몇년되는 책을 끄집어 내어

술먹은 정신에 쳐다보고 있자니

술기운인듯 예전보다는 읽는 것이 한결 편해지고

읽는 속도도 그럭 저럭 소설책 읽는 정도는 되는 듯하니

그 사이 나도 모르게 옛 것에 대한 이해가

제법 도통한 듯하여 히죽거리며 웃었다.

 

뭐 !! 어떠랴

지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가 아는 만큼의 이해정도에서

나 정도면 도통했다 말한들.....남이 알리도 없고 말이다.

 

솔직히

여전히 한문에는 잼병인 수준이고

현실에 대한 이해도 그냥 그런 정도인데

이렇게 제법 알아듣고 이해하는 정도가 나아진 것은

아마도 역사, 혹은 세상에 대해서 바라보는 몇가지 원칙들이

바뀌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에게 맑스가 준 절대적인 영향때문인지

혹은 내 주변의 친한 사람들이 워낙 강성(?)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몇 년째 특별한 변화등을 겪지 못해 답답한 상황들에

억눌려서 그런지

역사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뀐 것같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떨치려했던

어떤 조건이나 과정에 대한 집착과 법칙화 혹은 결정론적 시각을

최근들어 거의 하지 않게 된 탓이 많은 듯 하다는 것이다.

 

지금 읽고 있는 한나 아렌트라는 사람이 이야기한 것중에

역사를 역사적 사실들의 재발견으로 보지 않고

역사적 사건의 발생과 진행 과정 즉 역사법칙에 의한 과정으로만 인식하다보니

전반적으로 현실에서 괴리된

그야말로 역사적 법칙과 과정을 위한 역사만이 남은 것

이런 결정론적 시각이 확대되어 폭력과 전체주의와 같은 극한의 상황이 나타난 다는 지적.

이런 무정치적 상황의 연속이 현대사회라는 것......!!

 

뭐 솔직히 전적으로 한나 아렌트에게 동의하진 않지만

이런 사실에 대한 접근 시각과 방식은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가 있었다.

다만 적절히 표현하지 못했을 뿐.........!

 

노동자들의 책무니

원시공산제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까지를

그리고 다양한 반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들속에서

최근 나 스스로도

그런 결정적인 어떤 조건과 과정의 국면, 책무등

이런 것들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된 고민들의 정리가 없어서

어떤 식으로의 결정을 유보한 채 이런 저런 고민들많이 진행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하튼

이런 생각에서 읽게된 한국유학사상론이라는 책은

오랫만에 다시 만난 잼나는 친구였다.

 

그덕에 연달아서 몇 권의 책을 더 읽었다.

 

조광조와 사도세자와 영정조 시대 사상들, 율곡학파 등......!!

 

아 무엇 보다도 격몽요결을 다시 읽은 것은 진짜로 행복했는데....?

헤헤헤

 

다음에 시간되면 이런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들을 적어볼 생각이다....아 ! 물론 기대하진 마시길.....!!

 

강건하시길....다들.......밖이 좀 추워졌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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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변했을까 - 손곡(蓀谷) 이달 [李達] 시집을 읽고

  • 등록일
    2005/03/06 05:56
  • 수정일
    2005/03/06 05:56

손곡(蓀谷) 이달 [李達] 시집을 샀다.

그리고 읽었다.

좋았다.

 

아니......?.....실은 좀 어려웠지만 좋았다.

 

한시를 읽는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은 한두번이 아니다.

워낙 한자에 강점이 없는 사람이다 보니

누군가의 번역본으로 그 시인의 정취를 느껴야만 하고

특히 손곡(蓀谷) 이달 [李達]처럼 슬프고 감성적인 애달픈 시들을 주로 쓴 사람의 시는

한자를 보고 나 스스로  번역해 읽지 않는 한은

전적으로 번역한 사람의 감흥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아 ! 물론 영시나 뭐 이런 것들도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 영어로 된 시의 번역본에 비해

한시의 번역본이 그 시적 감흥에서 훨씬 그 격이 떨어지는 듯 하다.

아마도 한학자들의 시적 감흥이 여전히

시인으로서의 감흥보다는 학자로서의 감흥이 강해서가 아닐런지......!!

 

뭐 여하튼

그런 저런 사정들을 감안하고 나서도 이 시집은 좋았다.

 

 습수요 []

 

田間拾穗村童語(전간습수촌동어)

盡日東西不滿筐(진일동서불만광)

今歲刈禾人亦巧(금세예화인역교)

盡收遺穗上官倉(진수유수상관창)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의 말이

하루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올해에는 벼 베는 사람들도 교묘해져서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좋지 않나 ?....헤헤헤

 

실은 이 시를 읽으면서 거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쩌면 이리 적절한지........!!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지면

어쩌면 사람의 인정 또한 줄어 들듯이

그나마 추수가 끝난 논에서

이삭주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세상이 힘들어지면 그 논의 일꾼들은 더더욱 깨끗이 추수하여

이삭한톨 남기지 않는 다는 것....

그 남김없는 이삭 한 톨은 가난한 사람의 수중에서 빼앗아

가진 사람들 혹은 그런 권력들에게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어차피 그런 일들은 누구보다도 사정을 잘아는 일꾼들에 자행된다는 것.

 

..................!!........

 

최근 비정규직일들

그리고 민주노총 일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정규직 중심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그 수없이 외쳐대는 민주노조, 노동해방...뭐 이런 구호들이

과연 그들 실제의 삶속에서 얼마나 구현될까 하는 생각들.........

 

최근들어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오히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적어도 이삭 한톨 흘려주는 사람의 인정마저 없어진

그야말로 황폐해진 세상을 볼수가 있다.

 

뭐 나도 이달처럼 시대에 화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삶들을 살고 있지만 말이다.

 

다만 이달은

이런 세상을 떠돌며 시를 썼지만

난 이런 세상 신나게 욕이나 하면 술을 마신다는 것

 

아마도 이달에 비하여 한참이나 격이 떨어지는

그야말로

세상의 부유물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손곡 이달만큼의 시나 시대적 아품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이런 것들에 대한

초월적 감성들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세상에 빌어먹고

세상에 널린 술을 좋아해

술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것은  닮아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헤헤헤

 

혼자 술이라도 한잔 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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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해 떠들기...릴케시선

  • 등록일
    2005/02/12 00:44
  • 수정일
    2005/02/12 00:44

17대 총선이 끝나고 쓴 글입니다.

민노당이 좋은 결과를 얻었음에도

저에게는 한정없이 힘들었던것 같은 선거였습니다.

 

그때 선거나 민노당이나 기타 다른 일들을 정리하고 다른 일들을 생각하면서

알딸딸한 상태에서 적은 글입니다.

 

아 ! 물론 네이버 블러그에다가......헤헤

 

그땐 이런 저런 일들로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고

이것저것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로 외로웠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읽어보니

조금은 우끼네여......헤헤

 

그래도 뭐 여하튼 썼던 글이니 옮겨 놓았습니다.

 

--------------------------------------------------------------------------

좀더 나의 길을 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 하던 일을 정리하고 뭔가 새로운 일들을 찾고 있으면서

농담반 진담반 4월 15일만 지나면 백수에여...라고 떠들고 다녔더니

여기저기서 걱정반 기대반(?헤헤헤) 이런 저린 일들이 제안들어 오네여....^^;;

 

우선 하던 일들을 많이 정리하고 있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아서....

아님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아서.....

뭐 이런 저런 이유로 좀 혼란 스러워하고 있는데.....

 

뭐 지금 내가 그렇다는 것이지여....헤헤헤

 

오늘 우연히 릴케를 봤습니다.

여전히 잘 지내고 있더군여....^^

 

고등학교 다니면서

키에르 케고르랑............릴케랑.............카프카랑...............

뭐 이런 애들이랑 많이 놀았었어여....^^

 

처음엔

샤르트르랑 까뮈랑 뭐 이런 애들이랑 놀았는데

넘 남사스러워서

다른 애들을 찾다가 이 애들이랑 놀았지여......헤헤헤

 

키에르 케고르는..... 음.....자취방에서 몰래 담배피우는 재미로 읽고

카프카는 야자 끝나고 친구들 자취방에 데리구 와서 독한 소주 먹으며 떠들고

...............

릴케여 ?

뭐랄까....릴케는 여하튼 복잡한 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여전히 .......^^

 

삶의 모순, 삶의 부조리, 그러면서도어쩔 수 없이 낭만이라는 이유로 찬란한 인생을

찬란한 사랑을 이야기하고...실은 그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슬픔과 죽음을 느끼고....

 

죽을때 마저

자신이 찬미하던 아름다운 장미의 가시에 찔려

가장 부조리하게 죽은 친구잖아여.......

 

그러니 얼마나 ....그렇겠어여......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나 할까........^^

 

사랑에 빠질 수록 혼자가 되라

                                             -----릴케

사랑이 다른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이 커지기 시작하면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송두리째 던져 주고 싶은 충동.....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데 익숙해야 한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 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고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공간과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두사람이 겪으려 하지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어때여 ?...이 친구 기분을 알 것 같지 않아여...?....^^

사랑속에서 고독해하고

사랑속에서 슬퍼했던 이 친구를 위해

오늘 나 혼자서래도

이 친구랑 술한잔 해야겠네여...^^

 

실은 고등학교 내내 그랬었어여.....^^

딱히 하고 픈 일도 없고...되고픈 일도 없고....

재미삼아(아니 실제로는 심각했는데...^^;) 선생님께

커서 어부가 되겠다고 했다가 무쟈게 얻어막고

뭐 이런 개같은 학교가 있나 싶어서 주구장창 술먹고

다음날 속 쓰려 얼굴 찡그리고 학교 갔다가

뒤에서 한 어깨하시는 분들에게 째려 봤다고 화장실에서 몇 대 더 맞고

그게 억울해 또 자취방에서 독한 소주 먹고....^^....다음날 지각해서 또 맞고...뭐 그랬죠...헤헤헤

 

그때

멍하니 창문 밖을 쳐다보다가

생각했죠......이 세상이 실은 내것이 아니라

어쩌면 다른 놈들 건데 내가 대신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뭐 이딴 바보같은 생각하다가 읽기 시작한 게 릴케였었어여.......^^

저한테 딱이었어여.....뭐 대중속에 고독이라고나 할가...뭐 그런 기분.....헤헤헤

한참을 그렇게 헤매다가

친구 한 놈이 성적떨어졌다고 집에서 혼나고 도망쳐와서

우리집에서 술한잔 하고 있는데

이 노무시키가 갑자기 가출하자 그래서...헤헤헤

밤에 조치원가서 기차타고 부산에 갔죠.....!!

가는 밤 내내 기차에서 릴케를 읽었어여....야 !. 나도 장미가시에 찔려 확 죽어버릴까 ?

뭐 이딴 생각도 해보고...헤헤헤

 

그래서 부산역에 내리자 마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자살한다는 태종대로 가서

해가 뜰때가지 멍하니 절벽위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바다가 내맘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어여...그래서....릴케에게 얘기했죠...^^

야 조금만 더 살아봐야 겠다...어쩜...내가 하고픈 일이 생길지도 모르잖아....^^

헤헤헤

그랬다는 거죠...뭐

 

(참고로 그때 올라오는 차비가 없어서 부산역 파출소 순경에게 돈을 꾸었어여...

근데 조치원 역에 와보니 친구 놈 아버지가 와 계시지 않겠어여...

그래서 착한 아들 꼬셔서 도망갔다고 덩달아 저만 또 뺨을 맞았죠....헤헤

뭐 억울하기 보단 잼났었어여.....그 놈 요즘 여자중학교에서 윤리 선생한다는데...헤헤헤)

 

와우....오랫만에 릴케 이야기 했다가 말만 늘어졌네여......

 

뭐 다들 잘지내시죠...?

 

우리 모두 릴케에게 이야기해줘요.

좀더 살아보면

어쩜 니가 하고 픈 일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사랑 말고 다른 것이............

사랑이 삶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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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도록 서글픈 매창 ...{매창시집}

  • 등록일
    2005/02/12 00:30
  • 수정일
    2005/02/12 00:30

전에 잠깐 썼던 네이버 블러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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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 시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부안입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들를때마다

남모르는 감회가 있다고나 할까 ?....^^

마을 마을 마다

그리고 그 곳 언저리마다

새록새록 정감들을 만들어 주는 그런 곳이거든여.....^^

 

그런 부안에 가면

동네 곳곳에

매창이라는 시짓는 기생에 대한 전설이 있습니다.

황진이와 쌍벽을 이루는 기생시인이면서

기생담지않게 개인 시집을 가지고 있는

어찌보면 살아생전엔 황진이 보다 불우했을지 몰라도

사후엔 그 애끓는 마음이 길이길이 보전된 그런 여자입니다.

 

평생 떠돌며 밥 얻어먹는 법이라곤 배우지 못하고

오직 매화나무 창가에 비치는 달빛이나 사랑했어라.

세상 사람들 내 고요하고 한가로운 뜻 알지 못하고

제멋대로 헛된 꿈이라 하며 손가락질만 하는구나.

        -「기첩(妓妾)」

 

기생이라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술자리에서의 노리개로 여겨지던 때에

자신의 출신때문에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속박때문에

손가락질 당하는 삶을 살았지만

언제나 시를 읊는 마음으로 그런 삶을 인내하고

자신만의 사랑과 삶을 살아간 멋진 여자입니다.

 

 아직도 차가운 봄날 엷은 옷을 기우는데

따사로운 햇살 한 점 사창을 비추는구나

머리 수그리며 손 가는 곳 바라보노니

구슬같은 눈물 떨어져 실 바늘 적시는구나

         -「自恨」

 

그런 매창에게는 두 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영원한 매창의 그리운 임이었던 유희경과 매창의 진정한 친구였던 허균.  

 

매창은 한창 젊은 나이인 열여덟살에 당시 평민출신으로 대시인으로 불리웠던 유희경을 만나

그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되고 또 유희경을 지아비로 섬기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유희경이 평민 신분이라서

세상의 어수선함에 휩쓸려(임진왜란 등) 헤어지게 되고

이어 교산 허균을 만나 정신적인 친구로 지내며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술 취한 손님 명주저고리 옷소매 붙잡으니

거친 손길에 옷자락 소리내며 찢어졌어라

명주저고리 하나쯤이야 아까울 게 없으나

님 주신 정 찢겨졌을까 그것이 두려웁구나

            -「贈醉客」

 

평생토록 천대받는 신분으로 님을 사랑한 슬픈 마음을 가지고 살았던 매창

시대의 변화를 신분상승의 기회로 삼아 각고의 노력으로 꿈을 이룬 유희경,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며 자유분방한 자세로 좌충우돌하다가 끝내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허균

 

이 세사람이

어쩌면

부안의 그 애끓는 정속에서 만나고 헤어지고

서로의 죽음에 슬퍼하는 그런 느낌이

시 읽는 내내 참 아렸습니다.

 

에휴.......^^

 

허균이 능지처참으로 처절하게 생을 마감하기 일년 전에

매창이 죽음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번이나 대성통곡을 하고 적은 시랍니다.

양반 신분으로 기생이 죽은 것을 이처럼 통곡할 수 있었던 대단한 사람인 허균과

그런 사람에게 이처럼 정신적인 사랑을 받았던 매창....둘을 보면 참 아리지 않나여 ?.....^^  

 

한번 감상해 보시지여.......^^

 

오묘한 글귀는 비단폭을 펼친 듯 아름답고

청아한 노래는 갈 길 멈춘 구름도 풀어헤치네

천도복숭아 훔쳐 인간세계로 내려오더니

끝내는 불사약 훔쳐 모두를 남기고 떠났네

부용꽃 수놓인 창가엔 등불조차 희미하고

비취빛 치마에선 아직도 향내 일고있는데

내년 어여쁜 복사꽃 필 때쯤에는

그 누가 다시 설도의 무덤 찾아 울으리

    -「哀梅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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