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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비문서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그안의 유물들은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백수로 두달여를 보내면서 하루종일 샅샅이 훓어봤고, 이후에도 종종 봤던 것들이라 새로울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 전시를 어떻게 배치하고 설명을 얼마나 자세하고 친절히 해놓는가에 따라 틀려진다.

예전 경복궁에 있을 때보다 훨씬 하나하나에 눈길이 가고 설명도 쉬워서 관람자들에게 친절한 박물관이 되긴 하겠다 싶어 별 느낌없이, 잘해놓았군...별 생각없이 둘러보다가

난 이 노비문서에서 넋을 놓고 말았다.

 

제목 '자신과 아내를 노비로 파는 문서'

17세기 말에 경제적으로 너무 궁해져서 견디다 못한 한 백성이 자신과 아내를 노비로 판다는 문서이다. 증거로 아내의 손을 선명하게 그려넣어 증명했다.

저 선명한 손의 주인인 아낙은 자신의 손을 그려넣으며 어떤 맘이었을까.

끔찍하다....

생활관 보고 건너가면 왕실의 생활을 도록으로 자세히 설명해 놓은 왕실관이 나오는데 아이러니 그자체..

 

가끔 박물관에 가면 교과서에서 배웠거나 혹은 흘러간 역사 속의 물건들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 지금 우리에게 과거의 것들이 유리관 속에서 생활을 증명하며 뭔가를 전하지만 그것들과 나 사이에는 두툼한 유리가 가로막고 있다.

박제된다는 것! 무서운 일이다. 돌아서면 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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