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도단언니에게



어떤 사람을 알고 있다.
반짝거리는 사람을 알고 있다.
선하나 그리면서 세상을 그리고,
둥근 원으로 세상은 살만하다고 말없이 말한다.
짧은 말한마디로 수많은 근심걱정을 날려보내주고,
괜찮다고 어깨 툭툭 건드려주는 바람같은 사람.

그사람은 내가 지치거나 작은 것에 비틀거리면
그게 아니라고 너가 중심이라고, 가치는 틀리지 않았다고
조용히 말한다.
긍정하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
만나게 되어서 관계를 가지게 되어서 행복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바다를 좋아한다.
그만큼 조용한 강물도 좋아한다.
그사람은 맑게, 흐르지 않는 듯 흘러가는 강이다.
나는 내일 또 강물 근처 어드메에서 훌쩍거릴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사람은 또 물결같이 잔잔하게 깨달음을 주리라.
어디로 갈지 모르는 이 길을 함께, 외롭지 않게 걸어가고 싶다.

도단언니의 생일을 맞아...나 허선희가 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꽃다지 에피소드 4. 분위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49 프로젝트 '외톨이'




<외톨이>


=작사 김뱅오

=작곡 김뱅오, 손호준


난 외톨이 많은 시간을

눈을 감고 지내왔는걸

숱한 노래들 달콤한 사랑을

귀를 막고 살아왔는걸


난 외톨이 나도 언젠가

너의 곁으로 다가갔지만

다가갈수록 괴로워하며

멀어졌지 난 눈을 감았지


너에게로 가는 길을 나는 몰라

눈을 감고 서 있을 뿐

세상 사는 지혜가 너무 복잡해

귀를 막고 돌아설 뿐


우---우---우---우---


외톨이 난 외톨이 난 외톨이

 

-----------------------

밴드 바람 앨범에 담겨있지만..난 개인적으로 449프로젝트 버젼을 좋아한다..시라의 해금소리도 좋고..

근데..들으면서..생각해보면..공연장에서 나도 같이 즐거워하면서 박수치면서..병오형한테..'넌 외톨이!!'라고 외친 꼴이군..흐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지금도 제대로 말 못하지? 진보 3부작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진보 3부작을 인터넷으로 열심히 봤다.
분노하지 않는 내가 이상할 정도였다. 그만큼 언론에서 그리는 그림이라는 것에 대한 뼈에 사무친 배신감과 그에 따른 포기이겠지.
민주노동당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나는 그저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노동운동의 동영상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은 마음에 참고 봤다.
86년 구로동맹파업 이제 2006년이면 20년을 맞이한다. 관련 다큐도 준비중인 것 같던데..

내가 그자리에 없었던 시기에 대해서는 역사로 인식하고 여러 평가를 본다고 할 지라도, 내가 있었던 시기에 대해서 빼먹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닌 것에 좀 생각이 많다.
(그러니 80년대부터 달려온 선배들로서는 그 엄청난 시기에 있었던 엄청난 조직들과 사건들이 거의 생략된 그 영상물이 얼마나 기가 찼겠나.)
90년대 중반, 그러니까 민주노동당이 실체를 제대로 드러내기 전의 당운동에는 진정추가 다가 아니었다. 내 기억속에서는..또는 많은 사람들의 기억속에서는..기록된 문서속에서도..
민정연..민중정치연합은 그래도 지부가 지역마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고, 작지 않은 세력이었던 것으로 안다. 진정추와 민정연의 통합과정은 지난했고, 많은 사람들이 패배감을 가졌던 것도 어렴풋이..10년 가까이 된 일이니까..

내가 민정연을 기억하는 것은 그때 대학선배가 지부장이었고 제주도 출신 털보아저씨가 같이 상근하고 있었고 꽤나 들락날락한 덕분이다.
(졸업하면 당연히 노동운동, 정치운동에 몸을 던질 것이라 생각했었던 대학생활이었으니까..)
두분을 통해서 울산화학공단의 노동자들을 만났고, 경주지역의 택시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몇몇 동기들과 경제학과 철학에 관한 외부학습을 민정연에서 받았다. 조그만 사무실에 석유난로를 피워놓고 놀다가 학습하고, 지역의 노동자 아저씨들과 소주잔을 부딪치며 나누던 얘기들이 어렴풋하다. 그때 꼬맹이어서 동지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고..그 나이 많은 아저씨들한테 그럴 수도 없었다. 흐흐..결국 대학선배에게는 형, 지역의 노동자들이나 털보아저씨한테는 결국 아저씨로...호칭정리를 했다. (그때 들어버린 습관인지 모르겠는데..지금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가끔 나이 많은 노동자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아저씨라고 불렀다.)
말이 별로 없던 털보아저씨가 90년대 말 중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건너건너 들었고, 푸른색 작업복을 두툼하게 걸치고 웃던 수염이 텁수룩한 그얼굴을 기억하며 괜스리 울적해했다. 지금도 그 아저씨 얼굴이 이렇게 선명한데...

이런 기억이 80년대부터 지금까지도 얼마나 숱하게 노동자들과 지역의 활동가들 사이에 이어져 왔는지를..말할 수 있는 방송이 있을까? 왜 그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왔을까? 반드시 힘있는 조직으로 성장하지 않아도, 혹은 세월이 흘러 그것이 실패한 운동이라고 말하더라도, 그들(혹은 우리)이 관계를 맺으면서 가져갔던 삶의 희망, 패배속에서 한편 패배하지 않는 그 마음의 귀퉁이를 도대체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있나?
그것을 제도권 방송에서 말할 수 있을까? 그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흡족할 만큼..동의할 만큼..아니..이해라도 하면 참말로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지..아마..민주노동당이 정권을 잡아도 불가능할 것 같다는 것이지..흐흐..승리의 관점에서 정리하지 않을까..
뒤안길로 사라진 털보아저씨 같은 사람은 그 관점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껄..아마도..그렇겠지..
기록된 역사란 생각해보면 대단한 것이지만, 참 헛헛한 구석도 많다.
그래도 달리는 기차에는 중립이 없고, 사람들은 레일사이에 구석구석 놓여있는 돌맹이처럼 이름없이 소리없이 또 살아가겠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비가 많이도 온다. 오늘밤 털보아저씨를 생각하며 유일하게 집에 있는 술인 김빠진 소주한잔 마셔야겠다.

(2005.5.17)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꽃다지 에피소드3. 명절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449 프로젝트 &quot;슬픈 이야기&quot;

4월 5일 노래마라톤 앵콜곡 "슬픈 이야기"


너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
그렇다고 그렇다고
나도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지
아니라고 아니라고


너는 화를 내며 이야기를 하지
그렇다고 그렇다고
나도 돌아서며 이야기를 하지
아니라고 아니라고


---> 가사가...가슴을 뚫고 간다...이것이 과연 연인의 이별이냐 아니면 소통부재의 세상이냐..상관없다..

그냥...슬프다...

(해금을 연주하는 실실이의 노래에 박수...)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베스트 드라이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허난설헌, 이 애로틱한 시들을

허난설헌의 시 두수..한자는 찾기가 귀찮아서..여성한학자들이 잘 번역한 것을 옮긴다..희연의 강력한 요청을 받아들이며..
난 이 두개의 시를 읽으며..캬..소리가 절로 나왔다..16세기에 이런 감각이...
혀균이 그의 누나인 난설헌의 시를 묶어 시집을 만들고 그게 중국에 알려져 인기를 끌자..조선의 내노라하는 유학자들은 일제히 그녀를 음탕한 여자로 비난하거나, 허균이 누이의 시를 대필했다는 등 음해했다 한다..여하튼...재주가 많은 그들이 만난 시대는 너무 불우했다..
오래전 이땅에 살았던 그녀들에게 무한한 애정을 보내며~~

[연밥 따는 노래]
맑고 넓은 가을 호수 벽옥 같은 물
연 꽃 깊은 곳에 목란 배 매어놓고
임 만나자 물 건너 연밥 던지다
멀리 남에게 들켜 반나절 부끄러웠네

[그네 노래]
그네뛰기 마치곤 수놓은 신 고쳐 신었죠
내려와선 말도 못하고 층계에 서 있었어요
매미 날개 같은 적삼 땀이 촉촉이 배어
떨어진 비녀 주워달라 말하는 것도 잊었죠

 


크...매미 날개 같은 적삼 땀이 촉촉이 배어...
떨어진 비녀 주워달란 말하는 것도 잊었다라...
그림이다..그림....요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파니핑크,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파니 핑크 Keiner liebt mich<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1994) - 독일. 도리스 되리 감독.



일요일 낮..연거푸 두번을 봤다..만약 DVD 플레이어를 가지게 된다면 제일 먼저..파니핑크 타이틀을 구입할 것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어쩌면..5~6년 동안 내가 꼽는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다.

독일의 여성감독이 만든 29에서 30으로 넘어가는 스스로를 사랑하기조차 힘들어 하는 한 노처녀의 얘기이다. 한국 나이로는 내나이쯤 되겠지..

2003년 여성영화제에서 도리스 되리 감독의 누드게임(맞나 이런 제목)을 보면서 너무 즐거웠는데..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온지 10년이 넘은 영화이니 다들 한번씩은 보셨겠지?)


혼자 사는 여자의 얘기..사랑을 찾는 여자의 얘기는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게 독일이어서, 유럽이어서가 아니라..혼자 사는 여자의 얘기는 어디나 비슷하다는 얘기이다..
여자, 정혜에게서 나는 그것을 원했다..외부로부터의 상처에 의해서 이도저도 못하는 것이 아니라...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긍정으로부터 그 답을 찾아가는 것..
남성의 도움으로 인해 웃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웃을 수 있는 그런 것..
나를 툭툭 건드리며 슬프게 하던 일상, 찌뿌리게 하던 일상, 혹은 무관심하던 일상이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자신을 긍정했을 때..비로소 사랑하고 사랑받을 대상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죽음에 대한 유혹은 저멀리 자취를 감춘다.

볼때마다..나를 감동하게 하는 이영화...언제까지 약발이 사라지지 않을까...


맨처음 울듯말듯한 얼굴로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나를 사랑하는 일은 나도 힘들어요" 자기 소개하는 파니핑크....

거꾸로 매달린 남자...

알마니양복과 금뎅이를 가지고 외계로 가버린 오르페오..

런닝에 크게 새겨진 23..크크크....

오르페오가 파니핑크를 위해 생일파티를 해주는 장면..

에디뜨 삐아프의 노래.Non je ne regrette rien..

친구...

이웃과의 소통..

새로운 만남...

덜자란 남자아이인 관리인의 차위로 떨어지는 파니 핑크의 관..


--->오르페오의 깜짝 파티..파니의 마음에 완전 감정이입 된 나는 눈물 줄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빛나는 미소를 가진 친구여

나도 결론부터 말하면..그대가 참 좋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길밖으로 나가야 하는
초조하고 불안한 그 시기에 만난 그대.
어떤 편견에도 굴하지 않는 왕성한 호기심과 호기로움.
그대의 그런 모습이 참으로 당당해서 마음이 갔다네.
세월이 흐르고, 몇굽이를 또 돌아서 우리는 차츰 나이를 먹어가고,
나이듦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바라봐주는 그대.
그대의 호기로움은 늘 한결 같고, 부단히 움직이는 그대,
그나이에 갖추는 편견을 쌓아가지 않고 더욱더
밖으로, 밖으로 몸을 내밀고,
안으로, 안으로 내면을 만들어 가고 있는 그대,
그대 있어서 위안을 얻는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나라고 불안하지 않을까, 나라고 세상의 편견에 자유로울까.
가족, 결혼, 돈, 명예 이런 개념들이 가끔은 나를 쥐흔들어놓고,
태풍이 논바닥을 긁어가듯 마음을 할퀴고 가기도 하고,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때, 나역시 대단치 않구나
우울함에 빠져들때...
그대 따라주는 술한잔과 수많은 얘기들 속에
내가 보잘 것 없는 인간은 아니구나 어깨에 기운이 생긴다는 것을
그대는 아시는지.

그대 바라보는 아름다움이 내안에서 공명할 때..
내가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그대가 온전히 이해할 때..
아..이런 짜릿함!! 카타르시스!!

우리가 오십을 살지, 육십을 살지, 아니면 내일 당장 눈을 감을지,
알 수 없지만..
벗이여..나는 그대와 함께
나이듦과 세계와 그대와 나에 대해, 숨어있는 작지만 큰 진실을,
또 그 아름다움과 슬픔을 오래오래 함께 나누고 싶다네.

나는 그대를 진짜 좋아한다네..그대 아름다운 모습을..

<비오는 날..한껏 맞으면서 뛰어들어간 그대의 집에서 글을 본날 밤, 답신을 보내오. 혹 그것이 나에게 보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내가 그글의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