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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하루

1.

5월 31일.

투표를 마치고 나는 성북동으로 향했다.

간송미술관 특별대전을 이 때가 아니면 갈 시간이 없다. 그래서 마음 먹고 길을 나섰다.

 

2.

내 집이 있는 고양시 원당에서 성북동까지는 제법 긴 여행이다. 그래도 간송 선생이 평생 모은 문화재 중 국보급의 뛰어난 것들을 전시한다는데 그 정도 수고 쯤이야.

 

일정은 1시 최순우 옛집 -> 1시 30분 간송미술관 이렇게 잡았다.

최순우 옛집은 1시에 해설사가 나와 자세한 설명을 한단다. 옛집에 도착하니 12시 45분 쯤. 120평이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좁아보이는 집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이제 나갈까 하는 시점에 해설사가 나와 해설을 시작했다. 굉장히 간결하고, 소박한 소개가 취향에 맞았다.

 

3.

1시 30분 쯤 간송미술관에 갔다. 들머리부터 불안하다. 사람들이 바글댄다. 아니나다를까 간송미술관 입구 언덕길에 줄이 길다랐다. 가까이 가니 입구 옆에 있는 학교 안으로 운동장 반바퀴 정도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한낯의 햋볕은 여름 그대로인데 대단들 하군!

 

줄을 설 정도의 문화 애호가가 못 되는 난 일단 후퇴. 이웃에 있는 길상사로 향했다.

길상사는 군사정권 시절 권세가들과 돈 많은 재벌 및 그 떨거지들이 밀실 야합의 장소로 주로 이용되던 고급 요정 '대원각'이 있던 자리이다. 어느날 대원각 여주인이 법정스님의 설법을 듣고 감동하여 당시 1000억원대 재산가치가 있는 이곳을 송광사에 기증하여 만들어진 절이라고 한다.

 

난 재벌들이 몰려 사는 성북동에 위치한 옛 고급요정은 어떠했을까 하는 호기심과 간송미술관에 늘어선 줄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 반반으로 이곳을 찾았다.

 

들머리부터 공사가 한창이라 '뭐 볼 거 있겠어' 하는 선입견이 맞구나 싶었지만 공사장이 있는 일주문을 지나자 제법 넓은 마당과 당당한 건물과 울창한 숲이 행복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길상사는 호젓한 산사의 맛을 느끼려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절 경내는 제법 넓은 것 같은데, 대부분 스님들의 수행터로 쓰여 금지구역이기 때문이다.

 

4.

내려와 점심을 먹고 이제는 줄이 줄어들었겠지 하고 간송미술관을 다시 찾으니, 왠걸 줄이 더 길어졌네!

 

난 패배를 인정하고 고양시로 향했다. 먼저 선거사무실로 돌아오니 15명 가까이 되는 당원들이 몰려있다. 다들 선거 결과가 궁금해서이겠지. 저녁에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개표방송을 보기로 했다. 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 피곤하기도 해 자리를 깔고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5.

내가 지역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저녁 8시 쯤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30명 쯤 되는 당원들이 모여 있었다. 중앙방송은 개표 현황을 내보내는데, 정작 우리가 궁금해하는 지역의 시의원 선거방송을 하는 케이블 방송은 예고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방송을 내보낼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찌됐던 출구조사 결과는 민주노동당의 참패다. 더 당혹해하는 당도 있겠지만 거기에 신경을 쓸 여유는 없다.

 

패배를 예고한 방송이 온 도시를 덮었는데도 당원들은 끊임없이 모여든다. 많을 땐 50명 정도, 왔다가 빠져나가고 또 오고... 빠져 나간 이들은 지역위원회 사무실 근처에서 술을 마시고...

 

6.

졌다. 당연히 얻을 줄 알았던 비례대표 시의원도 1% 차이로 얻지 못했다. 우리 원당지역 시의원은 9.7% 득표로 0.3%가 모자라 선거비용을 돌려받을 수 없다. 제길! 최악이다. 당연히 당선과 비용보존이 될 줄 알고 빌려 쓴 선거자금도 있는데...

 

사무실 옆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다 그래도 당원들 챙기겠다고 사무실로 향하는 이홍우 위원장의 뒷모습은 마치 모아논 재산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실직한 50대 가장의 뒷모습처럼 휘청이는 듯 하다. 슬프다.

 

여전히 꿋꿋한(?) 당원들을 뒤로 하고 난 집으로 왔다.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는 '난 1시간밖에 못 잤어.' 한다. 아내는 분회장이고, 우리 지역 시의원 선대본부장이다. 시 비례대표 후보로 일찌감치 거론되었던 적도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컸나보다. 안쓰럽다.

 

7.

패배의 원인은 많을 것이다.

겸허하게 짚어보고 싶다. 그리고 여러 동지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

물론 나름대로의 판단은 있다. 그렇지만 모든 걸 유보하고 싶다. 며칠 아무 생각없이 지나다가 멍함도 아품도 제대로 가늠이 될 때 그때 듣고, 판단하고 싶다.

 

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고생하는 것 같다.

참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노력하는 것 같다.

결과와 관계 없이 말이다.

 

고맙다. 그리고 아무런 말 없이 위로해주고 싶다.



1. 최순우 옛집

 

최순우는 국립박물관장을 했던 분이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란 멋진 제목의 책을 낸 분이다. 물론 사후이지만 말이다. 이분의 옛집을 우리 문화.자연 유산을 지키는 단체인 '내셔널트러스트'에서 매입해 관리하고 있다.

 

 

> 옛집 입구

 

> 안채

 

> 선생이 거쳐하던 오수당(午睡堂) '문을 닫으니 이 곳이 깊은 산 속이구나'라는 뜻은 현판.

 

> 오수당 방 안

 

> 뒤 뜰에서 본 오수당 현판

 

> 매심사(梅心舍) 현판

 

> 앞마당의 매화



> 앞마당의 수련



> 앞마당의 향나무

 

> 앞마당에서 본 집 뒤 풍경

 

> 앞마당 소나무

 

> 뒷마당 소품/ 옛 무덤의 향로대로 보이는데, 상당히 품격있어 보이는 게 귀족의 무덤에 있던 것 같다. 박물관장의 엤집에 이런 소품이 있으니 오히려 느낌이 껄끄러워진다.

 

> 뒷뜰의 정원/ 예쁘다.


2. 간송미술관

 

> 사람들이 늘어선 간송미술관

 

 

3.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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