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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산행

한심한 스머프...님의 [호황이었던 그 산행..] 에 관련된 글. 

- 후기 쓰려고 트랙백 걸어놓고, 조금 쓰다가 어영부영 시간이 가벼렸다. 다녀온 시간이 너무 멀다. 그래도 써야겠지~ -

 


* 숙소에서 내려다본 풍경



1.

두번의 오프 참가.

하지만 산행은 처음이다.

낯을 가리는 소심함 때문에 쭈뼛대고 있을 때, 예의 뻐꾸기님이 몇 번에 걸쳐 함께할 것을 권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곡을 찔렸다. 소심한 사람들의 한 특징이듯 나도 누가 여러 번 권하면 웬만하면 따르는 성격이니 말이다.


1차 집결지는 청량리역이다.

저녁 8시 40분에 모이기로 했다.

조금 일찍 나와 여유 있게 시장도 보고, 청량리역에서 미리 기다리자고 마음먹었는데, 5시가 넘어서면서 업무와 전화가 밀린다.


가까스로 정리하고 보니 시간이 없다.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일을 하면서 밥을 먹은 게 그나마 다행이다. 빠르게 정리하고 시장으로 나섰다. 스머프가 김을 사오라고 했는데, 시장 안으로 들어갈 시간이 없다. 거리 노점에서 야채들을 사고, 노조에 두고온 칫솔 대신 1,000원 하우스에 칫솔 한통(1,000원)을 사 뛰다시피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8시 35분. 당연히 모두 와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도 없다.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떤 미소년(?)이 핸드폰을 귀에 대고 두리번거린다. 일행이 아닐까? 나중에 모여서 보니 블로거 진철이다.


하나 둘씩 모이고, 전화를 하고, 표를 더 사고, 담배를 피고 하는 동안 마지막 일행인 뻐꾸기와 알엠, 하은이 한별이가 왔다.


산오리, 스머프, 행인, leeus, 현근, 야옹이, 진철, 저음(전김), 알엠, 뻐꾸기 그리고 나. 이렇게 블로거 11명, 그리고 하은이 한별이 모두 13명이다.



2.

배낭메고, 기차타고 ... 산오리 말대로 오랜만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전학 와, 고 2때까지 집에 가려면 늘 이용하던 청량리역, 중앙선 열차다.

그 중앙선 열차를 참 오랜만에 탔다.


쉼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 웃음. 들뜬 분위기로 블로거들은 수학여행 떠나는 중학생 같다.

1시간이 어떻게 간 줄 모르게 순식간에 도착한 용문역. 우리 숙소인 파라다이스 콘도를 어떻게 가는 줄 아는 이 없다. 역앞 관광지도를 보고 이웃이 고향이라 이곳에 연고권(?)을 주장하는 행인은 약 2Km로 걸어서 30분 걸릴 것 같다고 한다.


용문은 면 소재지이지만 무궁화열차가 설 정도로 제법 큰 듯한데, 역 앞에 택시 한대 없다. 가게에서 알려주는 대로 조금 걸어 나오니 택시 정류장이 있다. 우리가 도착할 때 택시가 승객을 태운 채 빠져나간다. 예감이 좋지 않다. 정류장을 지키는 아저씨는 금방 올 거라고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걸어가는 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난 바로 옆 파출소로 가 길을 물었다. 경찰 하는 말이 겨우 5분 거리란다. 걷자. 일행이 모두 걷기 시작하는데, 행인 하는 말 ‘경찰차로 5분 아닐까요?’ 행인의 말에 우리는 웃었지만 짧은 시내구간을 벗어나자마자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최초로 나타난 입간판에는 ‘파라다이스 콘도 -> 1Km’라고 씌여 있었으니 말이다.



3.

그래도 걷기를 참 잘했다. 불빛이 적은 시골길은 위험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늘 가득한 별들을 구경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더욱이 무주 같은 깊은 산 속에나 남아 있을 줄 알았던 반딧불도 보았다. 처음엔 한 마리가 있어 신기해 모두 모여서 보았는데, 지나다보니 논둑 위로, 도랑 위로 몇 마리씩 날라 다닌다. 음~. 얼마만이지?


드디어 파라다이스 콘도다. 꽤 낡았다. 엘리베이터도 삐걱댄다. 방안에는 먼저 와 있는 바퀴벌레 한 마리가 우리가 도착했는데도 피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사람을 보지 못해서 겁을 잃었나?


그래도 좋다.

짐을 푸니 먹거리가 잔뜩이다. 난 싸온 브로컬리를 잘라 데쳐놓고, 행인이 상추를 씻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나도 한 바구니를 담아 옆호실로 갔다. 아니, 저음님이 벌써 와서 방울토마토를 씻고 있다.

 

이렇듯 자발적으로 씻고, 다듬고, 굽고 하는 사이 자연스럽게 밥상, 아니 술상이 차려졌다. 말들은 섞이고, 합치면서 끝이 없었고, 시간이 깊어가자 하나 둘 슬며시 자리를 뜨고 새벽 4시경에는 행인과 스머프, 나 이렇게 3명만 남았다.(난 사실 소심한 성격에 어느 방에서 자야 할지 모르겠던 것도 최후까지 생존한 중요한 이유다.)

 

 

4.

새벽 5시가 넘어 최종 자리 정리. 행인은 일정을 이유로 기차를 타러 역으로 향했다.

 

이하 다른 블로거들이 쓴 내용과 일치. 하지만 다음날 오후 일정이 있는 난, 늦은 산행에 동참할 수 없었다. 아쉽고 미안했다.

 

밤을 새다시피 이어진 대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밤새 토론하고, 논쟁하던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뭐랄까. 불로거들의 모임은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뭔가가 있는 것 같다. 어쩜 멸종 위기에 몰린 반딧불이 멀리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동료를 만난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 숙소인 파라다이스 콘도 : 사진으로는 제법 번듯하다.

 

<> 용문역 풀랫폼 : 사진에는 잘 나타나 있지 않지만, 블럭 사이로 플이 많이 나 있다. 특히 멀수록. 쓸쓸하다. 어릴적 어느날 갑자기 반질반질하던 시골 초등학교 운동장에 귀퉁이부터 풀이 나기 시작했던 기억이 겹쳐진다.

 

<> 돌아오는 열차 차창으로 비친 양수리 샛강.

 

<> 능내역 부근. 옛날 이곳에서 배도 타고... 온갖 추억이 많은 곳...

 


 <> 댐 근처에서 본 팔당호수. 팔당에서 양평까지 길은 언제 보아도 참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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