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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집

산오리님의 [이준 집구경..][이준 집 근처 구경..]에 관련된 글.

“주인장의 환대도, 주변의 풍경도, 사람들도, 나들이도, 심지어 정취암까지 산책길에 불시에 덮친 소나기도 다 너무나 좋았던” 여행길이었다.


물론 미안함은 생략이다. 그럴만한 일들이 있었지만, 미안함을 내 개인 블로그에 표한다는 게 오히려 주인장에게 더 미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 때문이다.





 

<> 이준 선배의 "봄이 오는 집" 전경/ 카메라 뱃더리가 간당거려 거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경남 산청 둔철마을에 이준 선배랑 이정민씨랑 아들 용수가 사는 집이다. 그들은 집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봄이 오는...”

이름만큼이나 사는 사람이 너무나 멋있어 어쩌면 이 세상이 아닌 것 같기도 한 집이다.

 


 

 

 

<> 집 앞 풍경들

 

둔철마을은 대안학교로 유명한 간디학교가 있는 마을이기도 하고,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 학부모 몇 명이 생태마을을 조성한 곳이기도 하다. 생태마을이란 사람이 자연에게 삶을 의지하면서도 최대한 그 흔적(피해)을 남기지 않는 마을이라고 한다. 그만큼 집짓기, 그리고 사람살기에 여려 배려가 묻어있는 마을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배설물이라든지, 생활하수와 같은 자연에 해가 되는 것들이 이 집을 벗어나기 전에 자연의 힘을 빌려 정화되고, 천연 거름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 집 옆에 있는 생태연못/ 생활하수가 냇물과 섞이고 정화되도록 설계되어있다. 도롱뇽이 살고 있는 걸로 봐서 이곳도 제법 깨끗한 것 같다.

 

전부터 주인장의 초대가 있었고, 나 또한 가보기로 하였지만 약속은 번번이 빗나가기만 했다. 주인장이 거듭 권하고 산오리가 지역위원회에 공개적으로 함께 가자는 글을 띄었지만 이번에도 가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노조사무실 이사가 있었고, 지역의 정경화 부위원장, 안광인 조직위원장과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주일 내내 출장이다 뭐다 하여 밖으로 돌았기에 아내한테 제일 미안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 콩밭, 아니 잔디밭 매는 저 처자는 누구?

 

선약을 한 정경화 부위원장이 함께 갈 것을 권하고 하여 아내에게 ‘내 다녀올 것’을 상의하니 흔쾌히 ‘그러셔’라고 답했다. 난 더 묻지도 않았고, 아이한테 함께 갈 것을 권하다 아이가 싫다고 하는 말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나섰다. 길을 나서는 게 미안하여 다시 한번 갈지 말지를 묻는다면 나 스스로가 포기할 것 같아서였다.


토요일 오후 5시가 넘어 출발하여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이나 되었다. 산 속으로 한 없이 들어가는 둔철마을은 쉼 없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 사이로 빽빽한 별들이 비치곤 했다. 심지어 은하수까지 보였다.


전날 먼저 와있는 산오리 일행들은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술에 취해 있었다. 술을 피하는 산오리는 예의 노래를 청하는 취객에게 시달리다 노래부르다를 반복하다 우리를 술취한 일행에게 인계하고 사라지고, 나도 많이 마시기 싫어 넓은 집 구석구석을 배회하다, 정경화 부위원장의 SOS 호출에 “목숨을 내놓고 마셔보아라!”에 동참하였다.

 


 

 

<> 고기 굽는 주인장과 산오리/ 산오리의 솜씨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황토방에서 자서인가, 전날 마신 술에 비해 일찍, 그것도 멀쩡하게 깨었다. 전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고 하는데, 일요일은 구름은 많으나 비는 내리지 않았다. 잔디밭의 풀을 뽑고, 물고기를 잡는다고 냇가에 나가고 하다 점심으로 바비큐를 해먹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둔철고원 끝자락에 있는 “정취암”까지 산책을 갔다. 주인장 내외와 산오리, 정경화 그리고 나 이렇게 말이다.

둔철고원은 해발고도 약 500m에 형성된 분지이다. 이곳은 해발고도랄 것도 없는 경호강 바로 옆 삐죽이 솟아 있는 산지에 있는 분지이므로 설마 이렇게 높은 곳에 이렇게 넓은 분지가 있을까 싶은, 경이로운 환경이다. 정취암 가는 길은 고원 평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거의 평지에 가깝다.


이곳은 자연습지가 있고, 희귀 동식물이 있어 자본가들이 골프장으로 만들려는 것을 진주 등 지역 주민들이 막았고, 이제는 생태공원으로 거듭 날 것이라고 한다. 난 생태공원이고 뭐고, 비포장 길을 그대로 냅두고, 정리 안 된 논밭을 그대로 냅두고, 숲과 물과 들을 그대로 냅뒀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넓게 파헤쳐지는 도로공사에 대비하여 그대로 뒀으면 하는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내 뜻대로 될 수는 없겠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내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상실감이야 어디 가랴.



<> 정취암 산신당 앞 돌담과 소나무


<> 은은히 소리내던 풍경이 카메라 후레쉬에 모습을 드러내고...

 

<> 둔철고원 반대편에서 정취암 오르는 길

 



<> 정취암 연못의 개구리와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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