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강화도

1.

케메라 케이블을 여러 날 잃어버렸다 찾았다. 케이블이 없으니 자연히 사진을 찍지 않게 되었는데, 그것도 제법 편했다. 사실 기록할 만한 일들은 많았지만 마음으로 기쁜 일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케이블을 찾아 사진들을 컴퓨터로 옮기니 지난 12월 24일 강화도에 다녀온 사진들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다녀온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구나...

 


보문사가 있는 정족산성 동문

 

2.

지난 12월 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 하였다. 운수산별노조 및 통합연맹을 앞두고 휴일이고 뭐고 없는 기간이었지만, 속상하는 일도 많고, 굳이 내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어서 아내가 가자는 대로 강화도에 향했다.


강화도는 내게 참으로 추억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80년대 혼자 바람 쐬러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며 왔던 적이 여러 차례이고, 그 후에도 수시로 왔었다. 기쁜 일도 있었고, 아린 아픔도 있었고...

 


본문사가 있는 정족산성 안은 나무들이 잘 가꿔져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80년대 강화도는 참으로 예뻤다.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 옆으로는 아카시아나 참나무들이 가로수마냥 빽빽했고, 개발이 안 된 자연스런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었다. 바다가 있고, 들이 있고, 산이 있고...


지금도 강화도는 다른 곳보단 예쁘지만, 이곳도 막개발의 흔적을 가리고 볼 풍경이란 넓은 갯벌밖에 없을 정도라 눈이 거슬리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보문사의 정문 역할을 하는 정족산성 남문/ 성벽은 전쟁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임에도 소박하고, 아름답다.

 

3. 

지금 강화도 가는 길은 굉장히 여러 갈래이다. 강화도로 건너가는 다리는 2개이지만 그 다리까지 다다르는 길도, 그리고 그 다리에서 이어지는 길도 거미줄처럼 여러 갈래이다.


우리는 느지막하게 길을 나서 초지대교를 건너는 길을 택했다. 동행한 사람들은 나, 아내, 성연, 이웃의 경희, 그 아들 상유 이렇게 다섯이다. 딱히 어디를 가야겠다는 목적지가 없는 탓에 난 전등사로 사람들을 안내했다.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의 일정은 물에 빠진 게으른 소처럼 굼뜰 수밖에 없다. 전등사를 행선지로 먼저 고른 건 산책길이 좋기도 하거니와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

전등사는 정족산성 안에 있는 절로, 역사가 긴 만큼 전설도 많다. 특히 이 절 대웅전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나부상(裸婦像)은 전설의 백미이기도 하다.

 


대웅전 지붕을 받치고 있는 나부상/ 지붕 네 귀퉁이에 하나씩 있다.

 

전등사가 처음 세워진 것은 서기 381년이라고 한다. 고구려에 불교가 전파된 이후 햇수로 10년 만에 세워진 절이니, 한반도에 현존하는 절 중에 가장 오래된 절이라고 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화재가 있어 예전 건물들은 모두 불탔고, 지금의 대웅전 또한 광해군 시절에 불에 타 다시 세운 것이라고 한다.


나부상에 대한 전설은 이때 생긴 것이다. 전설에 의하면 당시 절을 짓던 도편수(건설총책임목수)가 절 밑 마을의 주모와 정분이 났다고 한다. 서로 장래를 약속한 사이로 발전하여 도편수는 주모를 믿고 그동안 받은 임금을 모두 주모에게 맡겼다고 한다. 그런데, 대웅전이 거의 다 지어질 무렵 주모는 도편수를 배신하고, 모아 놓은 재산을 모두 가지고 도망갔다고 한다. 이에 배신감을 느낀 도편수는 도망간 주모의 벌거벗은 상을 만들어 지붕을 짊어지는 저주를 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전설은 기존 전설에 더하여, 도망간 주모가 벌을 받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법당의 설법을 들으며 죄를 뉘우치고 극락왕생하라는 기원도 함께 한다는...

 


죽은 사람을 관장하는 명부전(冥府殿)의 지옥의 심판관 시왕(十王)

 

4.

전등사 들머리부터 아이들은 바다가 안 보인다고 불만이었다. 아이들의 불만은 집요한 것이어서 우리는 서둘러 동막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동막해수욕장은 겨울에도 사람들이 많아 한가롭게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갯벌 중 이곳이 가장 크다는 곳이기에 애착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관광지의 값만 비싸고 내용은 부실한 해물칼국수를 먹으면서도 난 불만을 토로하기보단 이곳 특산인 인삼막걸리를 한 병 시켰다. 뭐니 해도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원하게 트인 창문이 맘에 들어서였다.

 


동막해수욕장에서 본 갯벌과 일몰

 

동막해수욕장은 말이 해수욕장이지 갯벌 끝에 모래밭이 조금 붙어 있는, 해수욕장으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다만 갯벌이 좋아 우리는 밥을 먹고 곧바로 갯벌로 나갔다.


바다나 갯벌이나 다 좋아하는 성연이는 눈밭에 뛰노는 강아지처럼 좋아 어쩔 줄 모른다. 그것만으로 좋지 뭐...

 


갯벌에서 조개와 게를 찾는 아내와 아이들

 

5.

강화도가 더 망가지기 전에 계획을 잡고 한번 찬찬히 돌아보고 싶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꿈꾸지 않는 건 현실이 되지 않는다.’는 선현들의 말씀대로 꿈이라도 멋지게 꿔봐야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