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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한 북한산 산행

1.

오랜만이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 게...

물론 이래저래 따로 만난 친구들은 있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한결같이 만나왔던 친구들을 함께 만난 건 진짜 오랜만이다.

 

연말, 그 흔한 망년회 자리도 못 만들었던 우리는

신년 산행이나 하자고 하였고, 드디어 어제(1월 14일) 북한산 산행을 했다.

 

오전 9시에 불광역에서 모여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가다 왼쪽 산동네로 올라갔다.

지금은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지만 '장산곶 매'라는 등산패와 산행을 할 때 자주 올랐던 코스이다.

 

비봉/ 응달에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있다.



2.

옛날을 생각하면서 올라가는데, 등산객이 하나도 없다.

조금 오르니, 산으로 이어지는 달동네는 사라지고 아파트 공사장이 가로막고 있다.

이런! 어디로 오른담...

 

겨우 산쪽으로 비비고 올라가니 온통 새로 만든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자연보호 차원에서 등산로를 폐쇄한 것이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왔다. 우리는 그냥 철조망을 넘기로 했다. 마침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만들어 놨음직한 사다리가 있다.

 

철조망을 넘으니 곧바로 커다란 암벽이 가로막는다. 처음부터 힘겹고 위험하게 올라 이 길은 안내한 난 미안함 마음이 가시지 않는데, 친구들은 너무나 좋다고 감탄을 한다. 다행이다.

 

본격적인 등산로에 접어들자 일요일이라 역시 사람이 많다.

쪽두리봉은 북한산의 손꼽는 난코스 중의 하나이다. 일단 정상에 올라보니 봉우리를 넘어가는 이가 없다. 겁많은 난 우회하기로 했다. 사실 이곳은 우회등산로도 상당히 험하다.

 

3.

처음 3시간만 산행을 하자는 내 제안에 '뭔 소리냐. 백운대까지 가야한다.'고 우기던 친구가 이제는 땀을 뻘뻘흘리며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비봉까지 가는 길은 북한산 정상까지 가는 길로 치면 초입이지만, 그래도 제법 등산하는 맛이 난다. 오르고 내리는 길이 변화무쌍하고, 암벽과 흙길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져간 김밥을 가볍게 먹고 하산하기로 했다. 나의 지론인 '비겁한 산행'에 친구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고등학교 친구들/ 이 둘이 이번 산행을 같이 한 친구들이다.(2005년에 찍은 사진)

 

4.

우리는 이북 5도청이 있는 구기터널 쪽으로 내려왔다. 이곳으로 내려온 가장 큰 이유는 손두부에 막걸리를 먹기 위해서이다.

 

큰길가에 있는 '할머니집'은 우리가 일찍 내려와서인지 사람이 사람이 없다. 두부김치에 담근 막걸리를 한 주전자 시키니 친구들이 너무 맛있어한다. 하긴 내가 먹어봐도 손두부나 막걸리 모두 일품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얘기가 끝없이 이어졌다. 이러저러한 서로 사는 얘기로 시작하여,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나아갔다.

 

전에는 서로 사는 방법도 다르고, 서로에 대하여 존중하였기 때문에 우리들은 사실 세상 일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스럽게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세상이 어렵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융통성도 늘고, 좀 더 둥그러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야기기 길어지니 생두부를 하나 더 시키고, 황태찜을 더 시키고, 막걸리를 한통 더 시켰다. 그러는 동안에 할머니집 넓은 객실이 꽉 찼고, 자리가 없어 들어온 손님들이 다시 나가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모두가 만족이다. 좋다. 좋은 김에 매월 한번씩 산행을 하자고 약속을 했다. 약속 지켜질 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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