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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지부선거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고발한다. (중앙위원회 참가기를 대신하여)

1.
일단 경기도지부장 선거부터 얘기하자.
투표율이 50% 넘었다.
자의에 의해 투표한 당원이 몇%냐는 중요하지 않는 듯하다.
어찌됐던 당원들은 투표를 했다. 그리고 50%를 넘겼다.
나는 이 의미를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사적 견해이지만...

그렇다고 신임 지도부에 축하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당의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도지부 선거는 말많은 간척사업과 흡사하다.
서산 간척지를 막을 때 바다를 그대로 두면,
육지로 만드는 것 보다 생산성이 5배라는 보고가 생각난다.
그만큼은 아니라도 간척사업이 손해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여럿이 나누는 이익을 누군가 독점할 수 있고,
결국 이익의 합은 줄어들어도, 독점을 할 수 있는 자는
그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번 도지부 선거는 정말 간척사업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선거가 끝났으니 말이지 나는 이번 경기도지부 선거에 매우 실망했다.
사실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선거를 이렇게 치뤘다면,
그 지도부는, 선관위는 아마 제대로 행세하지 못했을 거다.

당은, 매우 의식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에서부터
괜히 좋아서 또는 기존 정치권이 싫어서 돈 월 1만원이라도 보태겠다는 사람까지
그 편차가 다양하다.

민주주의는 '다름'이 기탄 없이 표출되는 것이고,
'다름'이 하나로 되고, 또 다른 '다름'으로 변화 발전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논쟁들이 때로는 격렬해지기도 하고,
시끄러워지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끄러운 것을 죄악시한다.
이제 민주노동당에다 막 둥지를 튼 새내기 당원들이
그렇게 시끄러운 것에 익숙하지 않고,
기존 보수정당처럼 마치 정쟁을 하는 것으로 비쳐질까 두렵고...

사실은 이 사회 평균 이하의 논쟁수준과
온갖 흑색선전, 중상모략과 심지어 욕설까지 막무가내로 나서는데,
아무리 정당해도 진흙탕 싸움의 모습이 되고,
이런 모습을 새내기 당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논의와 논쟁이 사라진 자리에는
편가름만이 남고,
침묵만이 남는다.

2.
이번 경기도지부 지도부 선거는
사실 이렇게까지 파행으로 올 필요가 없었던 거였다.
입후보를 팩스로 접수하였고,
입후보 서류를 보내는 과정에서 제대로 되지 않아서
마감 시간이 넘어 송신이 되었더라도,
그 과정은 접수를 받는 측에서도 알았다면, 당연히 접수를 받아줘야 하는 게 맞는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늘 얘기하듯이 사람 중심으로 사고한다면,
당연히 사람이 기계(팩스)를 넘어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기계적 결함과 이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부분은 묻어둔 채
시간이 초과한 것만을 따진다는 건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나는 혁신선본 사람이 아니다.
지금도 그들과 함께 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양측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나는 일단 혁신선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혁신선본에서는 중앙위 자료를 통해
법률 자문을 내놓았고, 자문은 선관위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나와있다.
물론 법률이 다는 아니다.
그리고 혁신선본에서도 법률로 해결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3.
이제 나는
이번 경기도지도부선거를 파행으로 이끈
이른바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이중성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파행으로 이끌면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을 마치 죄가 되는 양 매도하고
논리적인 비판에 대하여도
말도 안 되는 글들로 온갖 악다구니를 해대면서
읽는 것만으로 짜증스럽고 혐오스럽게 하여
게시판이라는 최소한의 광장마저 폐쇄하려 하였다.

하루에도 3-4차례, 어떤 날은 5번까지
문자에 전화에 투표를 독려했던 그들이
중앙위원회에 보인 모습은 어떠했는가.

철저히 반민주적, 이중적 태도로 일관하지 않았는가.

이번 중앙위원회에는 총 20개 안건이 상정되었다.
(아래 정경화 부위원장이 정리해서 올린 대로)
그 중 경기도지부 선거 처리의 건은 16번 째였다.

1개 안건 처리에 1시간씩만 잡아도
15시간 후, 즉 새벽 5시 이후에나 논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투표종료가 오후 6시에 종료되므로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에 비추어
회순확정에서 많은 중앙위원들이 2번 안건으로 토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때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이 들고일어났다.
안건을 삭제해달라는 것이 그 요지다.
신용욱 경기도지부선관위원장이 나와 장황하게 설명하다 제지를 받았고,
의사진행발언을 얻은 어떤 여성 중앙위원도 마찬가지로 장황하게
안건을 없애야 할 것임을 장황하게 주장하다,
제지를 받고도 계속 주장하였다.

김해경 대표의 사회가 서툴러서 제지하는 것이 늦어지자
중앙위원 한 동지가 당 회의규정을 설명했다.
의사진행발언(동의)은 '질의종결' '토론종결' '안건종료'를 요청하는 것만 가능하다.
동부연합의 주장은 의사진행발언이 아니다.
대표는 이 점을 유의해 사회를 봐달라 고 요청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 수원장안의 안동섭 위원장 등장.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한 그는
경기도지부 선거 처리의 건이 다뤄지면 안 된다는 점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중앙위원들이 중지요청을 하였고,
대표는 발언을 중지시켰다.
안동섭 위원장은 대표의 중지명령도 어긴 채 계속 발언하였다.
주변에서 고함을 쳐도 끄떡없었다.
중앙위원들이 마이크를 꺼 줄 것을 요구했고,
대표의 거듭된 경고에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
원칙은 그렇게 깨지고 있었다.

회의규정대로라면
발의된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삭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회순확정 논의 종결을 요구할 수는 있어도,
회순확정 과정에서 의사진행발언 해 안건을 없앨 수는 없는 것임에도
회의규정을 들이대도, 대표가 거듭 제지해도
그들은 그렇게 그들만의 원칙(?)을 관철시키고 있었다.

결국 2번 째 안건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는
불과 8명 과반 미달로 부결되었다.
경기도지부 선거 처리 건은 누가 봐도 시간이 많이 소모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멀리 지방에서 올라온 동지들에게는 앞선 차례에서 다뤄지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거의 과반의 중앙위원들이 찬성한 점은 놀라운 것이었고,
당 발전을 위해 기꺼이 토론하겠다는 중앙위원, 특히 지방 중앙위원들을 보면서
당은 아직도 건강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결국 경기도지부 선거 문제는 19번 째 안건으로 밀렸다.
18번째 안건이 처리할 때까지 참석인원 212명,
과반 201명을 겨우 11명 넘겼다.
드디어 19번 째, 경기도지부 선거 처리의 건, 시간은 새벽 2시 45분
갑자기 옆에 있던 동부연합 중앙위원들이 일어선다.
12명 중 9명이 자리를 떴다.
또 한 명이 뒤늦게 가방을 가지러 왔다.
뒤에 있던 동지 왈,
'여기 사람들 다 갔어요?'
'몰라요.'
'가는 거예요?'
대꾸없이 사람들의 집중된 시선을 뒤로한 채 그 동지는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그들만의 원칙(?)은 그렇게 또 관철되고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주장해왔던대로라면, 성원을 무산시키기보단
일단 참여하여 반대표 던지면 될 터인데...

성원이 어려울 것 같다.
옆에 있던 10명이 한꺼번에 빠졌으니...
더욱이 우리는 앞부분에 있어 뒤에서 빠져나간 중앙위원에 대해 알 수도 없으니...
어찌됐든 느낌은 성원이 어려울 것 같다.

논의는 길어졌다.
결국 이덕우 신임 선관위원장의 탁월한 문제해결안 제시와
안건 발의자들의 안건 철회로 논의는 끝났다.
안건은 철회하되, 중앙선관위에 제소하고, 선관위에서는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으로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20번 째 안건처리는 성원미달로 다음 중앙위원회로 안건이 넘어갔다.
이때까지 남아 있던 중앙위원은 174명!
시간은 3시 59분!
이 시간까지 그래도 많은 중앙위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직도 민주노동당은 희망이 있다.

회의가 끝나고 내려오니
앞서 자리를 뜬 경기동부연합 중앙위원들이 밑에 있었다.
결국 집으로 가지도 않을 거면서
성원 미달을 위해 일찍 자리를 뜬 셈이다.
그들의 원칙이 무언지, 그들의 이중성이 어떤지를
이보다 잘 설명할 수 있으랴.

우리 '일산파(?)'는 자리가 없어 이근원 실장을 남겨둔 채
정경화 부위원장 차를 타고 돌아왔다.
차안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피곤한 속에서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했다.
비상식적으로,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른바 경기동부연합이 문제가 아니라
이를 넘어서 당원들에게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 문제라는 점에 공감하면서...
<200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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