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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깨굴을 만나고...

우리나라에서 2번 째로 큰 섬.

섬 속에 시()가 있는 2번 째 섬.

한국전쟁 때는 그 유명한 포로수용소가 있었고,

거대한 조선소가 들어서 87년 대투쟁의 한 장을 장식했던 곳.

겨울이 유난히 따뜻하고, 해안선이 예쁘다는 섬.

그래서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거제

난생 처음 그곳에 다녀왔다.

 

깨굴과 짱구

 

지역 민주노동당의 후배이기도 하고,

또 술친구이기도 한 깨굴이, 엄마가 아파 오래도록 내려가 있었는데

마침 부산 교육출장 잡혀서 중간에 짬을 내 거제도에 다녀왔다.

 

부산에서 거제도는 여객선으로 불과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산-거제(옥포)를 오고가는 여객선 페레스트로이카호

 

밤 늦게까지 차수를 바꿔가며 술을 마셨다.

덕분에 늦잠에 늦은 아침을 먹었다.

배시간까지 시간이 별로 없다.

 

깨굴 엄마가 추천하는 곳으로 가다가 그냥 가까운 바닷가 언덕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러 쥬스를 마시기로 했다.

옥포 시내에서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인데, 그리고 멀리 조선소가 보이는데도 절벽으로 이어진 바다는 너무나 예쁘다.

큰 길에서 갈라지는 2차선 작은 길은 열대 상록수림이 좌우로 우거져있고,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와 어울려 내륙 출신인 내게는 매우 이국적으로 보였다.

시간이 있다면 거제섬을 한 바퀴 돌고 싶다는 욕망이 마구 생겼다.

 

레스토랑에서 내려다본 거제해변

 

깨굴은 곧 프랑스로 떠난다.

공부를 더 하겠다고 유학을 간다.

34살의 나이. 4살 짜리 아이. 남편.

우리 사회에서 쉽지 않은 조건이고, 선택이다.

내가 가라마라할 처지도 못되지만, 난 그가 프랑스로 간다는 데 박수를 보낸다.

삶에서 도전한다는 것은, 어려운 여건을 무릅쓰고 목표를 세우고 추진한다는 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박수를 보낼 일이다.

 

뽀뽀하는 깨굴과 짱구/ 깨굴이 프랑스로 떠나면 두 사람은 오래도록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그가 프랑스로 떠나기로 결심한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부디 큰 성과가 있길 아울러 기대해본다.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과 곤충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일까?

글쎄...

마치 '있음'과 '없음'이 무엇인지 묻는 것처럼

한없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가슴 아린 무엇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고,

아이들이 뛰어 놀고,

화단에는 누군가가 예쁘게 가꾼 한해살이 풀꽃들이 가득하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사람은 가고

인적이 끊기고

퇴락한 꽃밭은 곧바로 풀섶에 덮히고...

 

초가집이 있고, 마당이 있고, 화단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시골 풍경을 시간의 흐름대로 짤막짤막하게 잘라

플래시로 연결하였다고 상상해보자.

풀꽃으로 가득한 화단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아린 무엇이라는 게 설명 없이 바로 느낌으로 올 것이다.

사람들의 만남도 마치 그런 것 같다.

여러해살이 나무꽃이 아닌 한해살이 풀꽃 같은 것...

 

레스토랑 테라스/ 나무로 된 마루와 울타리로 만들어져 있다. 예쁘다. 예쁜 이곳도 사람 손이 닿지 않으면 곧바로 자연 속으로 묻히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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