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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4월 4일

우리의 남도여행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전날 과도한 음주가무 덕분에 아침 해가 한참 떠오른 뒤에야 일어났습니다.

 

미루님은 주변 산책을 가시고, 저는 아침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숙소 주인장은 태양열 조리기로 아침밤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부탁에 약한 나는 그대로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조리기가 하나 뿐이라는 것이지요~

 

결국 아침은 점심을 겸한 아점이 되었습니다.

 

몽롱한 봄날씨처럼 우리들 발걸음도 느긋했습니다.

일단 방향은 선운사로 잡았습니다.

선운사는 동백꽃 자생지 중 최북단입니다.

선운사 동백꽃을 봐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선운사 일주문/ 선운사가 있는 산 이름이 '도솔산'이네요~

 

 

선운사에는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더디 온 봄날씨 때문에 목련조차 피어나지 않았는데도 봄맞이를 온 사람들이 넘쳐났습니다.

 

일주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울창한 삼나무숲이 있습니다.

이 안에는 부도밭이 있고요.

그 부도밭 중에는 추사가 글씨를 쓴 백파선사비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에 들어가보니 옛 비석은 어디로 가고, 새 비석을 해 세웠습니다.

혹시 도난을 당할까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아쉬웠습니다.

 

선운사에서

 

 선운사의 수선화

 

 

선운사 경내에도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선운사에서 만세루라는 건물을 참 좋아합니다.

멀리서 보면 참 우람한 건물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이런 나무로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구부러지고, 심지어 이어붙인 나무들을 기둥과 서까래며 들보로 사용했습니다.

절을 지을 때 남은 자투리 나무로 지은 것이지요.

만세루는 곧은 것이든, 구부러진 것이든, 긴 것이든, 짧은 것이든 모두 제몫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건물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운사에 갔을 땐 만세루는 가림막을 쳐놓고 온통 수리중이었습니다.

한 가운데 있는 만세루가 공사중이니 경내가 참 어수선했습니다.

 

500년이 되었다는 선운사 동백숲

 

 

선운사에 왔으니 동백숲을 제대로 느껴야지요~

선운사 법당 뒤쪽으로도 숲이 좋지만, 그곳은 멀리서밖에 볼 수 없습니다.

동백숲을 보기 진짜 좋은 곳은 따로 있지요.

제가 그리로 일행을 안내했습니다.

 

선운사 옆 동백숲길

 

 

선운사를 나와서 상류쪽으로 조금 가다가 담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이 그곳입니다.

이길 끝에는 옛날 김성수의 별장이 있습니다.

절 경내와 산책로에 바글거리는 인파는 희한하게 이곳을 완전히 외면합니다.

그러니 500년 된 동백숲을 오로지 이곳을 찾은 이들이 독차지 할 수 있지요~ 

 

이곳 동백나무는 오래되어 나무가 죽으면 주변에서 돋아난 새순이 또 자라고 해서 작은 원을 그리며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동백꽃이 작아보이나요? 나무가 큰 거랍니다. 남해안처럼 빽빽한 꽃송이는 볼 수 없지만, 이곳 나름대로 멋이 있습니다.

 

이녀비는 동백꽃 그늘 아래서 쉬고 있습니다.

 

미루님과 채송화님은 떨어진 꽃을 주워들고 즐거워합니다.

 

 

동백꽃은 꽃잎이 지지 않고 꽃송이 채로 떨어지죠.

요절한 천재나 가인(佳人)을 연상시키기도 해 시인묵객들이 소재로 많이 쓰기도 하지요.

 

또 하나.

봄날 동백숲은 언제나 새소리로 가득합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 모습을 보기 힘들지만 목청이 좋은 동박새들 모여들어 지저기기 때문입니다.

 

김성수 별장 빈 터

 

 

이 길의 끝에는 김성수의 별장이 있었습니다.

아담하지만 꽃담을 두르고, 유약을 바른 기와를 얹은 고급스런 별장이었지요.

몇년 전 화재로 안채는 소실되었지만, 빈 터만 보아도 그들의 영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답니다.

 

행랑채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채송화님 

 

담배 한모금을 맛있게 피우는 뛰심

 

모여 앉아 담소하는 일행들

 

굴뚝 1

 

굴뚝 2

 

숲속에 홀로 자리잡은 김성수 별장.

어찌 되었건 잠시라도 우리만의 공간이 되었기에 우리는 맘껏 이 공간을 향유하기로 했습니다.

따뜻한 봄햇볕도 쪼이고, 사색에 잠겨보기도 하고...

센스 있는 이녀비님이 캔맥주를 몇 개 사왔으니 나눠먹기도 하고...

담소도 나누고...

 

별장을 나서서

 

 

제법 오랫동안 김성수별장에 머믄 우리들은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선운사 앞 계곡은 냇물도 참 좋습니다.

 

선운사 앞 냇물

 

냇물옆 숲길의 단풍나무들이 예쁜 별모양 새잎을 틔우고 있습니다.

 

개울 옆 맥문동 사이로 피어 있는 현호색

 

 

우리는 냇물을 따라 느린 거름으로 산책을 했습니다.

단풍나무들은 별모양 새잎을 틔우고 있었고, 수플 밑으로는 옅은 하늘빛의 현호색이 가득 피어나 있었습니다.

내 사진 기술로는 제대로 표현도 못하겠지만, 마침 카드메모리가 꽉 찼습니다.

 

우리는 냇물을 막아놓은 커다란 보에서 물수제비도 뜨고, 차밭 사이길을 걸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나니 허기가 지네요.

우리는 선운사 입구 모퉁이에 있는 풍천가든이라는 풍천장어집에 갔습니다.

식당 앞에 변강쇠의 상과 민망한 조각들이 있지만, 시원시원한 주인 아주머니의 서비스가 일품입니다.

물론 맛도 좋구요.

주인 아주머니는 저희에게 1만원짜리 복분자주를 서비스로 주시기도 했습니다~~

 

풍천장어도 먹었으니 이제 서해 낙조를 보고 집으로 가야죠~~

 

서해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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