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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합2> 다이빙을 하다

시나이산 투어를 다녀 온 후 일행들이 같은 숙소에 묵고 있는 한국인 강사에게 다이빙을 신청한다. 초보자들이 신청하는 다이빙 코스는 일반적으로 4일짜리 오픈워터 코스와 2일짜리 어드밴스 코스 두 가지이다. 오픈워터 코스만 수료할 경우는 18m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어드밴스 코스까지 수료하면 30m까지 잠수가 가능한데 오픈워터 코스만 신청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두 코스를 한꺼번에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일행들은 이미 다합에 오기 전부터 다이빙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이제 돌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빨리 다이빙 코스를 마치고 이집트를 돌아본 후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원래 이 친구들과 다이빙을 같이 하려고 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음 기회로 미룬다. 나야 어차피 있는 건 시간밖에 없다. 이 친구들의 코스가 끝나기까지 일주일간을 기다렸다 다이빙을 시작한다. 다행히 남자 친구 두 명이 새로 신청을 해 강사, 조교, 수강생 셋, 모두 다섯 명이 다이빙을 시작한다.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나 겁 무지 많다. 게다가 수영이라곤 여행 오기 전에 두 달 동안 실내수영장 다닌 게 전부다. 그럼에도 내가 다이빙을 배우기로 한 건 뭐 주요 다이빙 포인트마다 뛰어 들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한 짓은 결코 아니다. 그저 앞으로 살면서 해변 갈 일은 많을 텐데 물에서도 겁 좀 안내고 재미있게 놀아보고 싶다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그 소박한 꿈도 이 코스를 마쳐야 이루어질 터 어찌어찌 한다고는 해놓고 시작 전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첫날은 이론 교육과 필기시험이니 물에 안 들어가도 되는 상황이라 그럭저럭 하루가 지나간다. 둘째 날부터는 장비를 착용하고 물에 들어가게 되는데 당연하게도 다이빙을 하는 게 아니라 물 속에서 각종 스킬을 배우는 게 하루 일과다. 일단 물밑으로 내려가 바닥에 앉아서 호흡기 뺐다 다시 끼기, 마스크 물빼기, BCD-부력조절기구인데 구명조끼처럼 생겼다- 입었다 벗기 뭐 이런 걸 돌아가면서 해보는 건데 스킬은 둘째 치고 바닥에 앉아 있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그놈의 짠물은 호흡기 뺐다 끼면 입속으로 들어오지, 마스크 물빼기 하면 눈으로 들어오지 아주 죽을 맛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양호한 수준이다. BCD 벗었다 입기에서는 거의 패닉 상태가 된다. BCD벗었다 입기는 물속에서 한 번, 수면에서 한 번, 모두 두 번을 하는데 물속에서 어찌어찌 하고 나서 이제 오늘 수업은 다 끝났겠거니 하고 올라와 보니 마지막으로 수면에서 다시 한 번 한단다. 어째 수면이 물속보다 더 무섭다. 그도 그럴 것이 일단 발이 안 닿는 곳에서 구명조끼 벗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어찌 그런 생각이 안 들겠냐 말이다.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벗는 것까진 했는데 다시 입기는커녕 강사를 붙잡고 정신없이 비명을 질러댔으니 지금 생각해도 그런 망신이 없다^^. 결국 발 닿는 곳까지 끌려 나와서야 정신이 살짝 되돌아오는 게 느껴진다. 내가 어쩌자고 다이빙 수업은 신청을 했더란 말이냐.., 후회가 몰려온다. 사실 맘 같아선 코스비고 뭐고 다 물어주고서라도 그만두고 싶은 생각뿐이다. 하지만 지금 그만두면 내 평생 다시는 물에는 안 들어갈 것 같으니 그만두기도 쉽지 않고 내일이 오는 게 두렵기만 하다.

 

물속에서 후프 통과하는 것도 수업 과정의 하나다

 

다이빙 끝나고 나올 때가 제일 좋다, 왼쪽이 조교 안드리아스.


그래 일단 오픈워터만 하자. 그만두고 싶은 맘을 간신히 달래며 사흘째 다이빙을 시작한다. 이런 상황은 셋째날도 별로 달라지지 않아 죽지 못해 간신히 물에 들어갔다 나오니 이번엔 장비 다 벗어놓고 스노클과 오리발만 끼고 바다 수영을 해야 한단다. 바다에 떠 있는 두 부표 사이-한 오십 미터쯤 된다-를 두 번 왕복해야 한다니 눈앞이 깜깜해지긴 하지만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하고 뛰어들긴 했는데... 막상 해보니 이것도 죽을 맛이다, 둥둥 떠서 가는 것까지는 하겠는데 스노클에 물이 들어 올까봐 고개를 들지를 못하니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옆에서 다른 친구들이 방향을 잡아줘서 간신히 끝까지 간다. 또 다른 문제는 도무지 쉴 수가 없다는 건데 바닥에 발이 닿질 않으니 그냥 서 있기는 그냥 무섭고 부표를 잡고 버둥거려도 힘만 드니 그냥 쉬지 않고 왔다 갔다는 게 더 낫지 싶다. 결국 어찌어찌 목표량을 채우고 나와선 완전히 뻗어버린다. 


넷째날엔 본격적인 다이빙이 시작되는데 스킬 배울 때보다 조금씩 재미있어지긴 하지만 이것 역시 만만치 않다. 일단 다이빙을 하려면 물밑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예전엔 물에 빠지기만 다 가라앉을 줄 알았더니 것도 아니다. 막상 가라앉으려니 별 짓을 다해야 한다. 그럼 가라앉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냐 그도 당연 아니다. 막상 다이빙을 시작하면 적당한 부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거 잘못하면 바닥을 박박 기거나 갑자기 물 위로 떠오르는 수가 생긴다. 한번은 공기를 빼야 하는 시점에서 버튼을 잘못 눌러 공기를 넣어버렸더니 느닷없이 몸이 하늘로 솟구치는 느낌이 든다. 정신을 차려보니 혼자 수면 위에 둥둥 떠 있는 게 아닌가.. 해변까지 가자니 너무 멀고 혼자 내려가자니 밑에 아무도 없을 것 같고 아,, 어찌하나 하고 있는데 저쪽에 사람 하나가 보인다. 스노클링하는 사람인가 싶은데 그 와중에도 다이빙복 입고 물위에 떠 있는 게 쪽팔린 생각이 들어 괜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이하고 인사를 건네 본다. 근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헉 자세히 보니 우리 조교다. 결국 조교에게 끌려 다시 물밑으로 내려간다.

지금 다이빙 중

다이빙 동기들, 나(지진아), 체육부장, 반장


결국 안한다, 안한다 하면서도 어드밴스 코스까지 마치고 그도 모자라 먼저 다이빙을 한 친구들과 펀 다이빙까지 다녀오고서야 다이빙은 끝이 난다. 죽을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하고 나니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물이 무섭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물에서 첨벙거릴 수는 있을 것 같다. 다이빙을 또 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이빙을 끝내고 바로 떠난다던 일행들은 결국 이집트 여행은 포기하고 다합에서 세월을 보내다 아웃하는 날을 이삼일 남겨두고 카이로로 떠난다. 그 친구들과 같이 체육 부장과 반장도 함께 떠난다. 같이 갈까 하다가 그냥 다합에 눌러 앉는다. 이집트 다음에는 어디를 가든 비행기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연말 연초에는 항공권 가격도 오른다니 지금 카이로로 가는 건 아무래도 좀 이른 것 같다. 그냥 다합에서 한동안 머물다 12월 중순 경에나 움직일 생각이다. 일행들이 한꺼번에 떠나고 나니 다합이 텅 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홍해 바다 속1

 

(내가 찍은 건 아니지만) 홍해 바다 속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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