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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4
    <다마스커스> 라마단이 끝나다(4)
    제이리
  2. 2006/12/01
    <팔미라> 가짜 학생증을 만들다(9)
    제이리
  3. 2006/12/01
    <하마> 잠시 쉬었다 가다(2)
    제이리
  4. 2006/12/01
    <라타키아> 더 우울하다(5)
    제이리
  5. 2006/12/01
    <알레포> 우울하다(2)
    제이리

<다마스커스> 라마단이 끝나다

다시 시리아도 들어왔다. 그래도 시리아는 한 이주쯤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다마스커스는 처음 오는 도시인데도 그리 낯선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리아의 수도인 이 도시는 다른 도시들보다는 제법 번화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구시가지 성벽 안에 있는 4대 이슬람 사원의 하나라는 우마이야드대사원-나마지 세 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 그리고 이스라엘의 바위돔이라고 한다-과 그 주변에 있는 수크-시장-를 돌아보면 오랜 세월 동안 아랍 교역의 중심 도시였다는 다마스커스의 오랜 전통이 한눈에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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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 신시가지

다마스커스 구시가지 골목길

 

며칠을 그저 다마스커스 구시가지를 어슬렁거리며 보낸다. 수크를 돌아보다 지치면 우마이야드 대사원에 들어가 기도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뭐 그 사람들은 우리를 구경한다^^- 아니면 구시가지 찻집에서 수다나 떨면서 시간을 보낸다. 어차피 돌아볼 곳이 많은 곳은 아니다. 저녁 무렵 다시 들러 본 사원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낮시간에는 사원의 마당을 개방하지 않아서 저녁에 다시 들러본 길이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로 얼떨떨해 진다. 사원 마당에 들어서니 안내하는 사람들이 빽빽이 모인 사람들 틈에 자리를 마련해 준다. 게다가 먹을 것과 음료수까지 챙겨다 준다. 어리둥절해 있으려니 누군가 설명을 해준다. 라마단 기간에는 이렇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풍습이란다.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공짜 음식을 얻어먹어 보기는 처음이다.

 

음식은 양고기 볶음밥과 빵 그리고 쥬스, 생수 그리고 요구르트까지 제법 푸짐하다. 사원 바닥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한다. 군데군데 외국인들도 더러 보이지만 대부분은 보통 사람들로 가족 단위로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가 끝날 무렵이 되자 몇몇 사람들은 남은 음식들을 거두어 비닐봉지에 담는다. 옷차림으로 봐선 끼니 잇기도 쉽지 않은 사람들 듯한데 이렇게 챙긴 먹거리는 이들의 며칠 양식거리가 되는 것 같다. 원래 라마단의 목적이 금욕과 절제 뿐 아니라 먹을 것을 이웃과 나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이런 행사야 말로 라마단의 의미를 살리는 일일텐데 별 도움되는 일도 안한 주제에 밥만 얻어먹으려니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짜밥 이후에 뭔가 의식이 더 있을까 했으나 그걸로 그만이다.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미련없이 돌아가고 저녁마다 여기와서 공짜밥이나 먹을까 농담을 하면서 우리도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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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원에 모인 사람들

공짜로 먹은 양고기 볶음밥

 

이제 슬슬 라마단도 끝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숙소 스텝에게 라마단이 언제 끝나느냐고 물어보나 이삼일 안에 끝이 난다고 한다, 정확한 날짜를 물어보니 달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는거라 지금은 정확하게는 모른단다. 말은 그렇게 하는데 지가 정확히 모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쬐금 든다. 라마단이 끝나면 바이람이라는 축제기간이 시작된다는데 이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차표 구하기도 쉽지 않다고 하니 바이람이 끝나고 시리아를 떠야 하나 그전에 떠야하나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말이 사흘 축제지 거의 일주일이나 계속된다는 바이람 축제에 걸리기 전에 요르단으로 넘어가자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라마단 시작했던 날을 기억해내서 라마단 끝날이라고 짐작되는 날 요르단으로 가는 표를 예매해둔다. 좀 아쉽지만 바이람은 요르단에서 보기로 한다.

 

하지만 라마단은 우리의 예상보다 하루 일찍 끝이 난다. 떠나기 하루 전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장을 돌아다녀 보니 여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다. 이상하다 했더니 오늘 저녁부터 라마단이 끝난다는 것이다. 라마단 기간 동안 낮시간의 시장은 문을 닫은 가게도 많고 늘 활기가 없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모습이긴 하다. 조금 일찍 저녁을 먹으러 찾아간 식당에서도 오늘은 여섯시 이후에 와야 하지만 내일부터는 아침부터 문을 연다고 아무 때나 오라고 한다. 결국 그날 저녁 폭죽터지는 소리-소리만 그랬을 뿐 실제 폭죽이 터지지는 않았다-와 함께 한달 간의 라마단 기간이 끝이 난다. 그날 저녁 활기찬 저녁거리를 기대했던 우리는-뭐 사실 라마단 기간에도 저녁엔 엄청 활기차긴 했다만- 조금 의아해진다. 뭐 다른 날과 별다를 바가 없는 분위기인 것이다. 바이람이 원래 이런건지 누구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으니 그냥 숙소로 돌아온다. 내일부터 재미있어 지려나 생각해 봐도 별로 그럴 것 같지도 않다.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 사람들1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 사람들2

 

이 예감은 다음날에도 계속된다. 오늘부터 바이람 시작이니 표도 없을거야.. 예약하길 잘했지.. 뿌듯해하며 도착한 터미널은 사람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 심지어 버스에는 빈자리까지 드문드문 있다. 현지인들이 버스에서 음식물을 먹는 걸로 봐서 라마단이 끝난 건 확실한데 아무래도 축제분위기는 아니다. 뭐 이건 국제버스라서 그럴꺼야 아무리 바이람이라도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많겠어 하고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싶다.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바이람이란 축제에 대한 기대가 과했던 건지 아님 내가 축제 현장만 피해다닌 건지 말이다. 여튼 이런 썰렁한 분위기는 암만까지 쭈욱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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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가짜 학생증을 만들다

버스는 황량한 사막을 달리더니 팔미라가 가까워진 어느 길가에서 갑자기 멈춰 선다. 그러더니 반대편 호텔에서 남자 하나가 달려오더니 무조건 웰컴이란다. 이건 또 뭔가 했더니 막무가내로 내리란다. 우린 선호텔에 갈거라고 해도 일단 방부터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가 선호텔에 데려다 주겠다는데 안 봐도 뻔한 수작이다. 아마 이곳은 타운과는 좀 떨어진 곳일거고 주인과 기사는 이미 모종의 약속이 되어 있을 게 분명하다. 결국 유리가 내리지 않고 버티자 버스는 타운 근처에 우리를 내려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이번에는 택시기사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분명히 호텔 이름까지 대고 탔는데도 멀지 않은 거리를 가는 내내 다른 호텔을 소개해 주겠다고 하더니 그 말이 먹혀들지 않자 내려서는 미리 약속한 택시비보다 돈을 더 내놓으라며 시비다. 좀 싸게 왔다 싶은 생각도 있고 숙소 주인도 조금 더 주라고 하니 많지 않은 돈을 더 주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유적지 하나 파먹고 사는 마을에 온 것 같아 영 찜찜하다.

 

숙소의 도미토리가 4인실뿐이라 여자친구 넷이 한 방에 묵고 나는 그냥 싱글룸에 묵는다. 도미도리와 싱글룸의 가격 차이도 그리 크지 않다. 손님에 따라 방값이며 식사값이 달라진다거나, 주인이 장삿속이라거나 하는 여러 소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굳이 이 호텔에 온 이유는 단 하나, 이 호텔에서 가짜 학생증을 만들어 준다는 정보 때문이다. 여자친구 네 명도 학생은 아닌지라 당연히 학생증 없이 왔다는데 너무 차이가 심한 입장료 가격에 놀라 학생증을 만들 생각을 하고 왔다고 한다. 어떻게 말을 꺼내나 고민도 무색하게 방을 잡자마자 학생이냐며 학생증은 있냐고 물어온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일인당 15불이란다. 한국에서 진짜를 발급받는데도 그만큼의 돈은 드니 할말은 없지만 어차피 가짠데 너무 부른다 싶다. 다섯명이 다 만들거라니까 가격이 12, 10, 8불까지 내려간다. 누구는 5불에도 만들었다지만 이정도면 됐다 싶어 그냥 8불에 만들기로 합의를 본다. 호텔 주인은 아무한테도 말하지 신신당부다. 하긴 유적지가 코앞이니 신경이 쓰일 만도 하다. 다음날 받아든 학생증은 좀 조악하기는해도 그럭저럭 쓸만하다.


팔미라 유적1


팔미라 유적2

 

학생증도 받아 들었으니 일단 유적지를 향해 간다. 팔미라 유적지는 입구의 박물관을 시작으로 벨신전과 원형극장 등이 거의 걸어서 볼 수 있는 거리에 밀집되어 있다. 삼형제의 무덤이라나 하는 일군의 무덤군들은 유적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입구에서 박물관을 한바퀴 돌고 벨신전을 향해 걸어간다. 벨신전은 남아있는 팔미라의 유적지 중 가장 거대한 신전인데 2000여년 전 동서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의 거점도시였던 이곳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장대하다. 벨신전 앞쪽에는 길게 뻗어 있는 회랑을 따라 원형극장과 아고라, 신전 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여는 유적지와는 달리 황량한 사막 가운데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 주변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원형극장까지 둘러보고 나니 오전이 조금 지나 있다.

 

팔미라, 벨신전


팔미라, 원형극장

 

점심을 먹고 나서 숙소에서 조금 쉬다가 아랍성에 가려고 길을 나선다. 팔미라 유적 한 켠에 있는 작은 언덕 위에 아랍성이 있는데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장관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전에 맑았던 날씨는 간곳없고 어느새 길에는 돌풍이 불고 잇고 이 사막에 비라도 내리려는지 마른번개가 우르릉거린다. 설마 비야 오겠어.. 하면서 아랍성까지 올라간다. 라마단 기간이라 성문은 이미 닫힌 지 오래고 바람은 점점 심해진다. 어차피 굶 때문에 일몰은 볼 수도 없는 형편이라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온다. 일몰이고 일출이고 간에 최근에는 도무지 제대로 된 걸 볼 수가 없으니 마가 꼈냐 싶은 생각이 든다. 붉은 사막 위로 떨어지는 해를 보고 싶었는데 시와 사막에서는 볼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아랍성


아랍성에서 본 팔미라

 

저녁을 먹고 나서 다마스커스로 간다는 일행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차피 레바논은 하마국경이나 다마스커스 국경 어느 쪽으로 넘던 48시간은 프리 비자다. 단 한달 프리 비자는 하마국경에서만 나온다는 건데 이 친구들은 어차피 48시간안에 돌아올 생각이라 다마스커스를 돌아본 뒤 레바논으로 떠날 생각이라고 한다. 그냥 하마에서 가는 게 어떠냐고 의사를 타진해본다. 어차피 48시간 비자보다야 한달 비자가 맘 편하고 좋은 거 아니냐 그리고 다마스커스는 어차피 오는 길에 들를 수 있다고 설득을 해 본다. 이 경우 문제가 되는 건 시리아 재입국비자인데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다시 오려면 정식 비자나 통과 비자 둘 중 하나를 받아야 한다. 통과비자는 역시 48시간 안에 시리아를 떠나야 하는데 다마스커스를 미리 봐두면 시리아에서 요르단으로 통과만 하면 되니 통과 비자만 받아도 된다는 것이다. -통과 비자는 정시비자보다 8불 가량 저렴하다- 뭐 그렇다면 할 수 없지.. 하마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상당히 고역이라는 말에 일행이 있으면 택시로 넘어볼까 싶어 말을 꺼냈던 건데 한 번 생각해보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결국 하마 국경을 같이 넘기로 한다. 여자 친구 중 하나는 다마스커스를 보고 다시 터키로 돌아가는 일정이라 아침 일찍 다마스커스로 떠나고 나머지 세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하마로 돌아온다. 하마에서 하루를 머물고 아침 일찍 택시를 수소문해본다.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까지 500시리안 파운드 정도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행이 넷이라 그런지 400시리안 파운드까지 깍인다. 택시로 서너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그것도 국경까지 넘는데 일인당 팔천원 정도의 돈으로 가능하다니 참 시리아 물가가 싸긴 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 일찍 트렁크 가득 짐을 싣고 레바논으로 떠난다. 숙소에서 택시를 타고 국경을 넘어보는 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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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 잠시 쉬었다 가다

하마는 사실 별 볼거리가 있는 곳은 아니다. 볼거리라고는 시내를 관통하는 오른테스강에 돌고 있는 몇백년 된 수차가 전부다. 그렇다고 교통의 요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한시간 남짓 떨어진 홈스라는 곳까지 나가야 외부로 떠나는 차를 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많은 여행자들이 굳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숙소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곳 하마에는 배낭여행자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리아드호텔이 있는데 시설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게다가 이삼년전 시리아의 배낭여행 정보 없음을 한탄한 어떤 여행자가 한국여행자 전용 정보노트까지 만들어 두고 간 탓에 이곳저곳의 먹거리며 볼거리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많지는 않아도 여행자들이 두고 간 한국책도 서너권 눈에 뛴다. 결국 며칠 쉬었다 갈 곳을 발견한 셈이다. 이제 조금 조금 느긋해진다.

 

한글책을 뒤적이거나 이북을 보는 걸로 시간을 보내다가 그도 심심해지면 시내를 산책한다. 시내 산책이라야 강을 끼고 수차가 보이는 곳을 따라 걷거나 한때 성채였다고는 하나 이제는 흔적만 남은 언덕을 오르거나 하는 게 전부지만 시간은 어느새 며칠이 흘러 있다. 처음 체크인할 때 매니저가 한국사람 한명이 묵고 있다는 말을 하긴 했는데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다 저녁 무렵 로비에서 우연히 그 친구를 만난다. 숙소 스탭들과 같이 저녁을 먹자며 어차피 라마단 기간이라 식사는 다 같이 하는 게 이쪽 관습이니 사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바람에 저녁 식사에 슬며시 끼어든다. 이 친구, 이곳 하마에서만 두달 넘게 머무르고 있다는데 그것도 여행 중에 멈춰선 게 아니라 아예 한국에서 시리아로 바로 날아 왔단다. 그 다음날부터 저녁은 자연스럽게 숙소 스텝들과 같이 먹게 된다. 하마가 다른 도시보다 낫긴 해도 매번 먹는 게 고민이었던 탓에 한시름 덜었다 싶다. 라마단 덕을 볼 때도 있다.


오른테스강의 수차


오른테스강변

 

이 친구를 만나자 다시 고민이 생긴다. 이 친구 레바논이 너무 좋다며 여기까지 와서 레바논을 가지 않는 건 너무 아깝다며 꼭 가보라고 한다. 사실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폭격을 퍼부은 셈이긴 하지만  전쟁이 막 끝난 나라에 들어간다는 게 선뜻 내키지는 않는지만 한편으론 가볼까하는 마음이 슬며시 든다. 레바논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상당히 서구화되어 있는데다 도시들도 모두 해안가에 세워져 있어 분위기가 상당히 독특하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시리아에서 넘어가는 방법은 이곳 하마에서 가는 방법과 다마스커스에서 가는 방법이 있는데 하마 국경에서만 한달짜리 프리비자가 나오니 갈거면 꼭 하마에서 넘어가라는 말을 덧붙인다. 어차피 시리아비자는 2주짜리니 비자연장을 해야하는데 팔미라를 다녀와서 하마 국경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다마스커스로 들어오면 굳이 비자를 연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팔미라에서 이틀정도 있다가 다시 하마로 돌아와 레바논으로 넘어갈 결심을 한다.

 

그렇다면 팔미라나 빨리 다녀오자 싶은데 이곳 하마에서 일주일 넘게 뒹굴거리면서도 아직 못 가본 곳이 떠오른다. 크락 데 슈발리에.. 크락 데 슈발리에는 중세십자군의 성이다. 결국 하루 시간을 내 부랴부랴 다녀온다. 하마에서 홈스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 다시 한시간쯤을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이곳은 외관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모델이 된 성이라는 말도 있다. 이 중세 시대의 성은 거의 견고한 요새처럼 보인다. 외부에 성곽을 높이 올려 쌓고 외성과 내성 사이엔 다시 물이 흐르는 해자를 파고 적의 침입에 대비한 흔적이 보인다. 내성의 내부는 많이 손상되긴 했어도 아직 성의 망루는 무너지지 않아 올라가서 보면 멀리 마을이 아득하게 내려다보인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왔으니 시간에 여유가 있다. 마지막 버스만 놓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천천히 성을 돌아보고 나서 성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점심까지 먹고 오후쯤 숙소로 돌아온다.


크락 데 슈발리에


크락 데 슈발리에서 바라본 마을

 

숙소에 돌아오니 한국 여행자들 몇몇이 눈에 뛴다. 터키에서 본 적이 있는 남자친구 하나와 여자친구 넷이 함께 알레포에서 왔다고 한다. 그 중 일본인 일행이 있는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하마에서 이틀을 지낸 뒤 팔미라를 거쳐 다마스커스를 본 후 레바논을 다녀 올 예정이라고 한다. 어차피 다음날 당장 팔미라로 떠날 예정은 아니었으니 그 다음날 팔미라에 같이 가기로 한다. 이틀 뒤 네 명의 여자친구들과 함께 팔미라로 떠난다. 어차피 이틀 뒤면 돌아올 예정이니 배낭은 아예 숙소에 맡겨 둔다. 간만에 가뿐한 짐을 지고 길을 나서니 잠시 트레킹이라도 다녀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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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키아> 더 우울하다

알레포에서 라타키아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시리아에서 기차를 탈만한 구간은 여기뿐인데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아침 일찍 기차역으로 나가본다. 라타키아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는 편이라 쉽게 표가 끊어진다. 표를 끊을때 퍼스트 클래스를 원하냐고 물어보길래 가격을 물어 보앗더니 일반석과 별 차이가 많이 나질 않는다그냥 그걸로 끊는다. 이럴 때 일등석 한번 타보자 싶다. 기차에 올라타니.. 흐흐 시설은 그만그만한데 좌석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보통의 객차 크기에 우리나라 우등 고속버스에서 있음직한 큼지막한 의자가 두개, 한개의 배열로 한줄에 세개씩 놓여 있다. 옛날 러시아에서 들여 온 열차라는데 열차 좌석이 이렇게 넓은 건 처음이다. 게다가 한좌석짜리 의자는 여행하고는 처음 앉아 본다. 싸가지고 온 빵을 먹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 탓에 그 아름답다는 경치는 하나도 못 봤는데 어느새 열차는 라타키아로 들어서고 있다.

 

라타키아는 지중해변에 있는 도시이긴 하지만 도시 전체가 항구로 둘러싸여 있어 푸른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바닷가에 있는 숙소를 잡아도 그저 컨테이너 박스만 보일 것 같아 그냥 시내에 있는 숙소에 머물기로 한다. 한국게스트북에 나오는 숙소답게 한글 간판까지 있건만 이 숙소에 한국인은 나 혼자인 것 같다. 아니 한국인 여행자는커녕 숙소 손님 중에 외국인은 나 하나 뿐인 것 같다. 게다가 이 놈의 라마단은 소도시로 갈수록 더 철저하게 지켜지는지 이곳엔 아예 문 연 가게도 보이지 않는다. 도착한 날 점심이나 먹으려고 거리에 나가본다. 거리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고 문 연 식당은 한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삼십분남짓을 걸어 호텔 식당을 하나 찾아내긴 했는데 되는 음식이라곤 음료와 샌드위치가 고작이다. 한 며칠 조용히 쉬어볼까 생각하고 왔지만 아무래도 굶어죽지 않으려면 다른 도시로 가는 수밖에 없지 싶다^^. 결국 라타키아에서 처박히려던 계획도 도시에 도착하는 날 바로 포기가 된다. 그냥 주변의 유적이나 둘러보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라딘성1


살라딘성2

 

다음날 도시 근처에 있다는 살라딘성과 우가리트 유적을 다녀온다. 살라딘성은 중세시대 유럽에 빼앗긴 예루살렘을 되찾은 아랍의 왕인 살라딘-정확한 이름은 살라흐 앗 딘인데 그저 영어식으로 살라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이 세운 성으로 시리아에서 십자군의 성인 크락 데 슈발리에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택시로 10분가량 들어가야 하는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멀리서 보면 만화에나 나옴직한 곳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시간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택시를 타고 들어간 탓이지 막상 성에서는 괜히 마음이 바쁘다. 게다가 입장료건으로 또 한차례 실랑이를 벌인 탓에 남아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맘 같아선 성꼭대기에서 주변이나 바라보며 설렁설렁 놀다갔으면 싶은데 결국 한시간만에 택시를 타고 나와 다시 라타키아로 돌아온다.


우가리트 유적


우가리트 유적, 심심해서 셀카나 찍었다는..

 

오후에는 다시 버스를 타고 우가리트 유적에 다녀온다. 우가리트는 알파벳의 원형이 발견되었다는 고대 유적지인데 지금은 거의 그 흔적만 남아 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탓이지 프랑스인 단체관광객 한팀을 제외하고 유적지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나 역시 남아 있는 돌덩이들만 가지고 그 시대를 상상하기엔 지식도 상상력도 너무 빈약하다. 그냥 마을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 다시 라타키아로 돌아온다. 저녁은 다시 통닭이다. 한국에서도 파는 유리상자안에서 꼬치에 꿰인 채 몇줄씩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통닭 말이다. 대충 그 통닭 반마리에 사람들이 흔히 걸레빵이라고 부르는 희고 넓적한 빵한조각 그리고 오이와 토마토가 전부인 샐러드가 따라 나오는데 그 닭, 사실 먹을만하다. 단 매 끼니를 그걸로 때워야 할 경우는 예외지만^^. 통닭을 뜯으며 이번에는 하마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근데 내가 뭘 찾아다니는 거지.. 그새 심심해진건가.. 아마 그런 것 같다. 그냥 맘이 편한 곳에서 며칠 책이나 읽으며 푹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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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포> 우울하다

알레포 시내 어디에선가 버스는 우리를 내려준다. 이곳이 종점이라는데 터미널도 아닌 것이 여기가 어딘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무래도 목적지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닌 것 같은데 영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결국 지나가는 택시를 잡는다. 우리가 찾는 숙소 근처에 있는 큰 호텔의 이름을 대며 얼마냐고 물었더니 1달러란다. 택시 기사가 외국인에게 처음 부르는 가격은 거의 바가지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갑자기 낮아진 물가에 멍해진 우리는 흥정하는 것고 잊고 그냥 택시에 오른다. -나중에 알고 보니 4배나 더 주고 탄 게 밝혀지긴 했지만^^- 짐작했던 대로 택시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우리를 내려 준다. 지도를 보고 대층 방향을 잡아 숙소가 있다는 신시가지 시계탑으로 향한다. 거리는 말이 신시가지지 낡은 건물들과 사람들, 차들로 혼잡하기 그지없다.

 

숙소 찾기에서 첫 번째 난관에 부딪힌다. 처음 찾아간 숙소는 시설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 두 번째 찾아간 숙소는 가격은 그럭저럭인데 시설이 으악이다. 시리아는 숙소가 그리 많지 않은 곳이라 이 두 군데로 이름을 들어 본 숙소는 동이 난다. 결국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겠다 싶어 근처 숙소를 이잡듯 뒤져 본다. 그러나 들어가 본 숙소마다 비싸거나 으악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결국 두어 시간을 헤매다가 그만그만한 숙소 하나를 찾아낸다. 방이 5층에 있다는 것만 빼면-시리아의 건물은 한층이 무지 높다-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이다.

 

두 번째 난관은 먹는 문제다. 사실 시리아에서 먹을 거라고 통닭밖에 없다는 소문을 들어오긴 했지만 정말 통닭밖에 먹을 게 없을 줄이야.. 더구나 라마단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날라리 무슬림 국가인 터키와는 달리 이곳은 낮에 거의 식당도 열지를 않는다. 도착한 날은 저녁이라 통닭으로 저녁을 때웠지만 다음날부터는 대략 난감해진다. 전날 저녁에 빵을 좀 사두었다가 먹거나 유적지 근처에 문을 여는 몇몇 식당으로 가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그나마 알레포에서는 생과일 쥬스가 싸고 맛있는 걸로 유명한데 이 집조차 저녁에만 문을 연다ㅠㅠ.    

 

세 번째 난관은 입장료다. 시리아는 학생증이, 그것도 ISIC 학생증이 거의 괴력을 발휘하는데 이게 있으면 입장료가 1/15로 낮아진다. 거의 모든 유적지의 외국인 입장료가 150파운드(3천원)인 것에 비해 학생증이 있으면 시리아인들의 입장료인 10파운드(200)로 낮아진다. 아쉽게도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 내 가짜 학생증은 ISEC. 박물관에서 문제가 생긴다. 내 학생증을 보여주니 오로지 그린원-ISEC 학생증은 초록색이다- 만 된다며 ISIC의 복사본까지 보여준다. 벽에는 학생증의 조건이 써 있다. 인터내셔날, 프린트 그리고 30세 이하가 그 조건이다.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우겨본다. 내 학생증도 인터내셔날이고 프린트되어 있으며 나는 30세 이하라고-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 학생증의 생년월일도 가짜다^^- 결국 아저씨가 포기했는지 그냥 들어가란다. 다행히 알래포성에서는 별 문제없이 통과가 돤다. 하지만 모든 유적지가 다 알레포성 같지는 않을테니 어디가서 가짜 ISIC를 하나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알레포성


알레포성에서 본 도시, 온통 회색빛이다

 

일행이 먼저 알레포를 떠난다. 나도 오래 있을 생각을 아니지만 그래도 도착한 다음날 짐을 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행을 보내고 결국 다음날 나도 짐을 싼다. 이 도시는 별로 정이 가질 않는다. 온통 회색빛 건물들이며 낮에는 전부 문을 닫는 가게들, 무엇보다 쉴만한 곳이 없다. 물가가 싸져서 좋기는 한데 터키에서는 잠시 잠잠했던 아랍민족 특유의 유별난 관심들이 다시 시작되니 슬쩍 피곤해지기까지 한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 라타키아로 가기로 맘을 먹는다. 지중해에 면해있는 항구도시라니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고 며칠 처박히면 좋을 듯싶다. 여행자의 좋은 점은 이런 게 아닐까.. 좋으면 머무르고 아니면 떠나면 그만이다. 알레포에 온지 고작 이틀 만에 결국 알레포를 떠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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