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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16
    <미코노스> 보다 델로스가 좋다(10)
    제이리
  2. 2006/11/16
    <산토리니> 못 갈뻔하다(5)
    제이리
  3. 2006/11/16
    <아테네> 신들의 도시에 가다(4)
    제이리

<미코노스> 보다 델로스가 좋다

미코노스 가는 배를 타러 버스정류장에 나간다. 캐리어 두 개, 커플룩은 아니지만 왠지 커플임이 분명한 남녀 한 쌍.. 아무리 봐도 한국인 신혼부부다. 아.. 말을 시켜.. 말어.. 잠시 고민이 된다. 아무리 아쉬워도 커플들한테 먼저 접근하지 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 아쉬운 건 나다. 버스 떠나는 시간까지 엽서 몇장을 살 생각이었던 나는 결국 배낭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말을 건네고 만다. 한국분들이시죠? 신혼여행 오셨나 봐요? 저 배낭 잠깐만.. 뭐 이렇게 만난 신혼부부 커플은 배시간이 나보다 한시간 더 느릴 뿐 목적지는 똑같은 미코노스섬이다. 게다가 이 커플은 몹시 친절하기까지 하다. 이곳에서 만났다는 한국 남자여행자 하나가 자기들이랑 같은 배니까 오늘 저녁에 넷이서 저녁이나 같이 먹잖다. 드디어 자취여행자 신세를 벗어나나 보다.

 

산토리니에서 미코노스 섬까지는 세시간.. 고로 배는 그리 크지 않다, 대략 동해에서 울릉도가는 쾌속선 비슷한 이 배는 불어대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롤러코스터 흉내를 낸다. 어지럽다. 그래도 아직 배멀미를 할 정도는 아니다. 애써 잠을 청하며 버텨본다. 결국 이배는 어느 섬에선가 두시간 가까이 정박해 있다가 다시 목적지로 향한다. 나중에 나보다 한시간 늦게 출발해 한시간 빨리 도착한 신혼부부 일행에게 물어보았더니 배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배멀미 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는데.. 아마 내가 탄 배가 정박해 있던 시간이 바람이 몹시 불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다섯 시간만에 미코노스 섬에 도착한다. 다행히 미코노스섬의 숙박시설은 항구에서 멀지 않다, 가서 찾아볼까 하다가 그냥 픽업니온 삐기를 따라간다. 산토리니의 방값과 같은 가격인 20유로짜리 방을 찾으니 고개를 갸웃하더니 따라오란다.

 

이번에는 실패다. 멀지는 않은데 골목 어귀의 화장실 같은 문을 열더니 여기가 방이란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더니 그돈으로 이만하면 좋은 방인 줄 알란다. 성수기때는 이방도 30유로였다나 뭐라나 해가면서 말이다. 다시 짐을 들고 거리로 나와 본다. 멀쩡하게 호텔 간판을 붙인 곳은 가격이 만만치 않고 이곳에서 스투디오라고 부르는 민박 비스므리 한 방은 정식 숙박 허가가 난 것이 아닌지 숙소 간판이 아예 없어 찾기가 쉽지 않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삐끼인듯한 한 여자를 따라가는 서양애들이 보인다. 여자에게 방이 있냐고 물으니 따라오란다. 결국 아파트먼트 형식의 집의 방한칸을 빌린다. 작은 거실을 중심으로 방이 세 칸이 있고 욕실에 부엌이 있는 전형적인 아파트 구조다. 아마 집 하나를 세내  방마다 대여를 하는 모양이다. 부엌을 쓸 수 있긴 한데 취사도구가 없으니 그저 차나 끓이고 샌드위치 정도 만들어 먹는 게 고작일 것 같다. 25유로.. 산토리니보다 5유로 비싸긴 하지만 이번에는 다운타운의 중심가다^^.


미코노스섬 전경


미코노스 섬의 풍차

 

늦게 도착한 탓인지 숙소를 잡고 나니 어느새 약속한 저녁 시간이다. 항구로 나가 일행을 만난다. 신혼부부가 말한 또다른 여행자도 나와 있다. 잠깐 회사를 옮기는 기간을 이용해 나왔다는 이 친구 거의 열흘만에 그리스와 터키를 도는 야무진 일정의 주인공이다. 신혼부부는 이미 한국 여행사에서 정해준 근사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고 또다른 여행자는 삐끼를 따라서 어딘가에 숙소를 정했단다. 차로 끌려가서 숙소가 어딘지도 모른다는 이 친구는 여기서 걸으면 이십분은 걸릴걸요 해가며 너스레다. 섬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저녁을 먹으로 들어간다. 몇가지 해산물을 시키고 보니 와인이 의외로 싸다-뭐 딴 물가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하우스와인이 1리터에 칠팔천원 수준이다. 대략 계산해봐도 맥주보다 더 저렴한 것 같다. 와인맛이야 잘 모르지만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산토리니에서 우아하게 혼자 와인이나 마실걸.. 슬쩍 후회가 된다^^.


미코노스 타운의 골목길1


미코노스 타운의 골목길2

 

담날 차를 렌트해서 섬을 돌아보겠다는 일행과 헤어져 혼자 근처의 델로스섬을 간다. 이번에는 밤배로 이동해 사모스섬에서 배를 갈아타고 터키의 쿠사다시로 들어가는 일정이니 짐은 잠시 일행에게 맡겨둔다. 신혼부부는 오후 비행기로 아테네로 떠나는 일정이고 남자여행자는 어차피 나랑 같은 배다. 저녁 무렵 다시 만나기로 하고 델로스행 배를 탄다. 델로스는 미코노스에서 30분정도 떨어져 있는 섬인데 섬 전체가 그리스 시대의 유적지다. 이곳 역시 지금은 흔적만 남은 돌더미들이 유적의 대부분이긴 하지만 섬전체가 유적지로 이루어져 있어 한적한 맛이 있다. 유적지 사이로 이미 시들어버린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일은 상쾌하다. 이천년도 더 된 한때는 어느 신전의 기둥이었을 돌더미에 앉아 한참이나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온다.


델로스섬의 사자상


델로스 유적

 

약속시간까지 조금 남은 시간에 결심을 깨고 다시 버스를 타고 비치 한군데를 얼쩡대다 온다. 파라다이스비치.. 어차피 이곳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한 터다. 미코노스섬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이곳은 산토리니의 비치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저녁무렵이어서였을까.. 바다가의 레스토랑에서는 이미 커질대로 커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는 젊은 친구들로 가득하다. 으으.. 이것도 적응이 안된다. 비치 한쪽에서 멍하니 바다를 보고 있다가 약속시간이 가까워서야 주차장쪽으로 가본다. 다행히 일행은 늦지 앟게 도착한다. 신혼부부를 배웅하고 차를 반납하고도 배시간까지는 한찬이나 시간이 남았다. 배는 어차피 11시나 되어서야 떠난다. 저녁을 먹고 와인을 홀짝이며 시간을 죽인다. 다행히 일행이 있어 그리 심심하지는 않다.

 

사모스행 배를 기다리는 항구에서 일군의 한국 사람들을 만난다. 공무원 연수단이다.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다니면서 이런 형태의 연수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베트남에서, 인도에서. 이스탄불에서 만나고 이번이 네 번째다. 이번이 가장 시끄럽다^^. 여행 도중 가방을 세 개나 잃어버렸고 아테네에서는 택시 바가지를 몹시도 썼다며 우린 왜 이러냐는데도 즐거워 보인다. 어차피 터키까지는 동행이다. 같이 배를 탄다. 배한구석에 침낭을 깔고 자다보니 어느새 사모스섬이다. 다행히 사모스섬에서 두어시간을 기다리면 터키로 가는 배가 있다. 일행과 사모스섬으로 가는 배표를 끊어가지고 돌아와보니 이분들 배를 얼마에 끊었냐고 물어보는데 우리보다 2유로가 더 비싸다. 어디서? 우리는 왼쪽 여행사에서..그쪽은 오른쪽 여행사에서.. 일행이 일곱명이니 무려 14유로 바가지다. 환불하겠다고 달려간 사람들은 결국 그냥 돌아온다. 어디서나 내 손을 떠난 돈은 다시 돌아오는 법이 없다.


쿠사다시로 향하는 배안에서 왼쪽이 미코노스에서 만난 친구다.

 

결국 쿠사다시행 배를 타고 두시간을 더 가서야 터키에 도착한다. 다시 터키로 온 것이다. 바로 에페스로 떠나는 연수단 일행과 헤어지고 일정이 빠듯해 셀축으로 가지 못하고 파묵칼레를 거쳐 그날 밤차로 카파도키아까지 이동하겠다는 일행과 같이 터미널까지 간다. 나야 셀축까지는 돌무쉬를 타면 되는 가까운 거리니 파묵칼레 가는 버스가 오기까지 잠시 기다려준다. 이 친구 빠듯한 일정이 몹시 아쉬운 모양이다. 나야 있는 건 시간뿐이니 이런 친구들이 좋겠다지만 속으로 생각한다. 너는 가면 월급 나오잖아? 하긴 나도 짧은 휴가를 나올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긴 여행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지금 결국 자기가 갖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쉬운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왠일인지 이제 조금씩 돌아갈 걱정이 된다. 터키 남부를 거쳐 서서히 내려가면 이집트까지 가는데 한달, 이집트에서 한달, 두달이면 예정했던 루트는 끝이 난다. 그다음엔 어디로 가지.. 유럽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 타고 돌아가고 싶은데 날씨가 너무 춥고.. 아프리카로 내려가자니 썩 내키지가 않고, 남미로 튀자니 나중에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천천히 생각해보지 뭐.. 지금 답 안나오는 건 결국 답이 안 나온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은 생각을 미뤄둔다. 어쨌든 두달 뒤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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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니> 못 갈뻔하다

눈을 떠보니 6시가 훌쩍 지나 있다. 7시 밴데 아무래도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정신없이 짐을 싸서 민박집을 빠져 나온다, 택시를 탈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막힐 것 같다. 전절역으로 달린다. 아.. 이 배낭을 메고 달리다니.. 바쁘니까 별 게 다 가능해진다^^. 다행히 전철은 금방 와 준다. 남아있는 역수는 7개쯤 된다. 2를 곱해본다. 10분 정도 남는다. 하지만 지하철 역 사이가 2분이라는 건 서울 지하철 얘기지 아테네 지하철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지하철 공사에 매뉴얼이라는 게 있는지 이곳 지하철도 대략 2분 정도마다 역이 있다. 그러면 난관은 하나가 남는다. 역에서 항구 사이의 거리... 우리 나라를 생각해 보면 남아 있는 10분은 배를 타기엔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시간이다. 아.. 늦어서 못 타도 환불이 될라나.. 고민하며 지하철역을 빠져 나간다. 다행히 길하나 건너편에 내가 타야 할 배가 보인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군,., 무단 횡단까지 감행해 배에 올라타니 배가 떠난다.

 

어차피 가장 싼 배표는 좌석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갑판 아무데서나 앉아서 가야 하니 그나마 바다가 잘 보이면서 바람을 막아주는 곧이 가장 좋은 자리인 셈이다. 배의 갑판은 이미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그나마 혼자라서 좋은 점은 이런 경우 슬며시 끼어 앉기 좋다는 건데 다행히 구석에 끼어들만한 공간이 보인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비로소 주변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주변은 온통 검푸른 바다다. 이곳이 지중해란 말이지.. 배는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를 항구를 벗어나고 있다. 지금 가고 있는 산토리니까지는 대략 6시간이 걸린단다. 산토리니까지는 밤배를 많이 이용한다는데-사실 밤배를 타면 시간도 절약되는데다 하루밤 숙박비도 아낄 수 있다- 이제 밤에 이동하면 어차피 한나절은 쉬어야 하니 그냥 바다나 보고 가자하는 생각이다. 배는 근처에 섬들을 하나씩 들러가며 천천히 산토리니를 향해 나간다.


 산토리니 가는 페리


페리에서 본 산토리니

 

멀리서 산토리니가 보이기 시작한다. 산토리니는 화산섬이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보면 -뭐,가까이서 봐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불모의 섬이다. 그나마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건물들만 눈이 내린 것 같이 하얀 경계를 긋고 있다. 배가 섬에 닿자 배에서 내린 관광객들과 숙소에서 나온 삐끼들로 한바탕 북새통이 일어난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깍아지른 듯한 절벽도로를 타고 10분 이상을 올라가야 하니 대략 이곳에서 픽업 나온 숙소 주인과 합의를 봐야 한다. 사진으로 보는 방이라는 게 으레 그렇듯 뭐 방은 그럭저럭 좋아 보이는데다 가격도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생각보다는 잘 깍이는데 실제 모습이나 위치를 알 수 없으니 그저 운에 맡기고 차에 올라탄다. 도착한 숙소의 시설은 생각보다 훌륭하다. 방안에 취사시설까지 갖춰져 있는데다 베란다에선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방값을 치르고 나서 생각해본다. 아무래도 다운타운에서는 좀 떨어져 있는 거 같은데.. 음 여기가 어디지?

 

산토리니의 중심 마을은 피라 마을이다. 그 달력에서 본 하얀 골목길들이 바닷가를 향해 쭈욱 나 있는 바로 거기 말이다. 알고보니 숙소는 그 마을에서 2킬로 남짓 떨어져 있다. 대략 이삼십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싸고 좋더라니.. 그래도 밤늦게만 안다니면 그냥 걸어다닐 만한 거리니 하루이틀 머물기에 그리 나쁠 건 없다 싶다. 가지고 온 쌀로 밥을 해 먹고 피라 마을쪽으로 슬슬 걸어가 본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이다. 산토리니의 일몰포인트는 섬북쪽에 있는 이아마을이지만 오늘은 그냥 피라에서 일몰을 본다. 해는 주변의 있는 흰 건물들을 붉게 물들이며 바다 너머로 사라진다. 바다를 따라 난 하얀 집들에 온통 불이 켜진다. 사실 이 집들은 거의 호텔이거나 음식점 아니면 가게들이다. 이집들을 사이로 둥글고 파란 지붕의 그리스 교회들이 보인다. 이거였나.. 내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게.. 뭐 아무려면 어떠랴.. 어쨌든 여기는 산토리니인 것이다.


피라마을의 전경


피라마을의 골목길

 

이곳 산토리니에도 유적이 있단다. 가이드북에는 가는 방법이 나와 있다. 가볼까 망설이다 그만 둔다. 내가 무슨 고고학자도 아니고 여기까지 와서 유적은 뭔 유적.. 그냥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먼저 가본 곳은 일명 블랙비치라 불리는 까마리 해변이다. 이 비치는 모래가 아니라 검은 화산재로 이루어져 붙은 이름이란다. 해변 가득 온통 비치파라솔이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그저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바다라는 게 물놀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더구나 일행이 없는 경우엔 더더욱 할 일이 없는 곳이다. 바다에 잠시 앉아 잇다 백사장 아니 흑사장을 끝에서 끝까지 걷고 나니 아.. 또 할일이 없다. 다시 버스를 타고 레드비치로 옮긴다. 이곳은 무슨 연유인지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비치다. 여기서도 똑같은 짓을 해본다. 바다에 앉았다가 끝에서 끝까지 걸어주고.. 그나마 이곳은 뒤가 절벽으로 이루어져 그늘 한 점이 없다. 에구.. 돌아가자. 내 다시는 일행없이 바닷가에 오나봐라 하는 쓸데없는 다짐을 또 해 본다.


블랙비치


레드비치

 

저녁에는 이아마을로 향한다. 산토리니 최고의 일몰 지점이란다. 이아마을로 향하는 버스는 이미 발디딜틈도 없다. 매일 지는 해보려고 이게 뭐 하는 짓이람. 쯧쯧.. 해봐야 나도 똑같은 인간이다. 마을 끝 지점에 풍차있는 곳 까지 가랬지? 뭐 여기에 풍차가 있다고? 가보니 그 풍차란 건 어느 호텔의 인테리어용이다. 이아마을도 피라마을과 비슷하다. 온통 하얀 건물들 사이로 숙소와 음식점, 가게들이 잔뜩 모여 있다. 사람들 사이에 앉아 해지기를 기다린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다. 수평너머 부근엔 이미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결국 해는 조금 붉어지는가 싶더니 구름 뒤로 사라져 버린다. 해가 지자마자 사람들이 하나들 일어서기 시작한다. 다시 만원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일몰을 기다리는 사람들


이아마을의 일몰

 

숙소에서 늦은 저녁을 해 먹는다. 이곳 산토리니에선 밥을 사먹은 기억이 없다. 아침저녁으론 밥을 해먹었고 나갈 땐 샌드위치를 도시락 삼아 들고 나갔으니 사먹을 기회가 없었던 것인데.. 여기까지 와서 웬 궁상인가 싶다가도 음식점 기격표를 보면 잘했다 싶은 생각도 든다. 어차피 미코노스에서는 밥해먹기가 쉽지 않다니 어디 한국인 일행이나 만나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우아라도 떨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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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신들의 도시에 가다

버스는 새벽 무렵 아테네의 어느 터미널에 도착한다. 이렇게 새벽이나 늦은 시간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건 어지간하면 피하고 싶은데 별 도리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시간엔 대부분 대중교통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가급적 택시로 숙소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가이드북에는 아테네의 택시는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으니 어지간하면 타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 그냥 지하철이 다닐 시간까지 터미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이럴 때면 한 번씩 내가 뭐 하러 이런 짓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뭐하러 사서 고생이냐 말이냐. 젊은 나이도 아닌데^^ 그러다 다시 주섬주섬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날이 얼핏 밝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지하철을 타고 여행자 거리가 있다는 신따그마 광장을 찾아간다.

 

이곳에서는 어떤 여행자가 추천해준 한국인 민박에 묵을 생각이었다. 가격이 하루 20유로로 싸진 않지만 부엌 사용도 가능하고 인터넷도 무료인데다 무엇보다 편안한 분위기가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 친구 왈, 한국인 민박이 으레 그렇듯 건물의 한층 정도를 세내어 운영하는 곳이라 간판도 없고 위치를 설명하기 어려우니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물어 보라며 식당의 이름과 위치를 가르쳐 주었던 것이다. 동서남북의 가늠도 안되는 새벽 거리를 이리저리 헤매 식당을 찾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어라.. 식당문이 닫혀 있다. 이른 시간인가 싶어 자세히 살펴보니 오늘은 일요일, 식당이 쉬는 날인 것이다. 앞에 전화번호가 하나 적혀 있긴 한데 아테네의 전화기는 죄다 카드식이라 카드 하나 구입하는데도 사오천원이 든다. 전화 한 통 하자고 이 돈을 쓰고 싶지는 않다. 간판은 없더라도 조그만 표시는 있겠지 싶어 근처를 두어바퀴 둘러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한시간 가량을 헤매다 포기하고 그냥 유스호스텔로 방향을 바꾼다. 그런데 유스호스텔 가격이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오히려 민박집 값이 더 싸다. 유스호스텔은 체크인 시간까지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다시 짐을 맡겨 놓고 다시 한 바퀴를 둘러보다 우연히 한국인 여행자를 만난다. 다행히 그 친구들이 그 숙소에 묵고 있단다. 아직 내 운이 다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차에서 내린지 네시간 만에 한국인 민박집에 짐을 푼다. 한숨자고 일어나 시내를 어슬렁거린다. 역시 물가가 만만치 않다. 빅맥세트가 5.9유료, 거의 8천원 돈이다. 그래도 서유럽 돌고 온 친구들은 이곳이 싸다고 생각한다니 날씨도 날씨지만 유럽 올라가는 건 재고해봐야 봐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든다.

 

첫날은 그저 시내만 어슬렁거리다 박물관만 잠시 다녀온다. 어치피 아테네의 유적들을 보는 데는 한나절이 채 걸리지 않는다니 그냥 내일 하루 몰아서 다녀볼 생각이다. 하지만 박물관은 규머나 크기가 만만치 안다. 아쉬운 게 있다면 거의 모든 유물이 부조거나 조각이라는 점이긴 하지만 돌아보는데 지루하지는 않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 여행사에서 산토리니와 미코노스로 가는 배편을 미리 예약해 둔다. 다행히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배표는 쉽게 구해진다. 숙소에서 몇몇 한국 친구들을 만난다. 이때까지 보던 여행자들과 다른 점이라면 여행 가방이 배낭이 아니라 캐리어라는 점일텐데 이곳을 여행하는 친구들은 주로 유럽에서 내려 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녁에 한 친구의 생일을 핑계로 술자리가 시작된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럿이 어울려 술을 마셔본 것도 한참이나 전의 일인 것 같다.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조각 아프로디테를 유혹하는 헤파이토스라나 뭐라나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날 아크로폴리스를 찾아간다. 아크로폴리스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언덕 위에 있다. 그리스 시대 시민-이라야 귀족 남자들만 지칭하는 말이긴 하지만-들의 광장이었다는 이곳은 지금은 여전히 보수 공사가 한창인데다 떼거지로 몰려드는 단체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그나마 신전의 형태라도 갖춘 건 원형극장과 파르테논 신전 정도다. 잠시 둘러보다 고대 아고라터로 내려 온다. 아크로폴리스 아래에 자리한 이곳은 예전의 시장터로 교역과 사교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뭐 소크라테스도 이곳에서 강연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돌더미로 된 잔해들만 남아 있다. 이런 돌더미들로 그때는 상상하기엔 내 상상력은 너무 부족하고 괜히 그래픽으로 유적지가 눈앞에서 복원되던 역사스페셜만 아쉬워진다. 


아크로폴리스의 디오니소스극장, 원형극장이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


고대아고라 터, 멀리 아크로폴리스가 보인다.

 

오후에는 수니온 곶을 찾아간다. 포세이돈 신전이 있었던 바닷가라는데 신전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단 수니온 곶 근처 바다가 볼만하다고 해서 나선 참이다. 포세이돈신전 역시 남아있는 기둥 몇 개가 전부다. 게다가 바닷가 언덕에 세워진 이 신전엔 바람이 심하게 분다. 일몰도 볼만하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일몰시간까지 기다리기에 바람은 너무 심하고 시간은 너무 많이 남아 있다. 두어시간 가량 머물다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돌아오는 버스 창밖으로 빨갛게 해가 지는 것이 보인다. 숙소로 돌아오니 어제의 한국 친구들이 백숙을 해 먹었다며 에이.. 좀만 빨리 오시지.. 한다. 밥을 해서 먹으려고 하니 백숙 국물이 좀 남았다며 같이 먹으란다. 제법 건더기도 있다^^ . 그리스 섬들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기에 저녁을 먹고 슈퍼에 들러 쌀이랑 몇가지 물건들을 산다. 또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긴 하지만 다시 무거워진 가방을 대충 싸두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포세이돈 신전


포세이돈 신전에서 바라본 수니온 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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