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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5/30
    <룸비니> 공짜밥에 늘어지다(8)
    제이리
  2. 2006/05/30
    <포카라> 아무 것도 안했다(4)
    제이리
  3. 2006/05/30
    <안나푸르나 트레킹2>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5)
    제이리
  4. 2006/05/30
    <안나푸르나 트레킹1> 비행기가 안떠도 간다(3)
    제이리
  5. 2006/05/30
    <카트만두> 비자 받느라 아무것도 못했다(4)
    제이리

<룸비니> 공짜밥에 늘어지다

 

룸비니는 네팔과 인도 국경이 근접한 곳에 있는 불교 성지로 부처님이 탄생한 곳이다. 어..부처님은 인도에서 태어나신 거 아닌가 싶은데 여튼 룸비니는 부처님 태어날 당시에야 인도땅이었는지 모르나 현재는 엄연히 네팔 땅이다. 그렇다면 이곳은 베틀레헴이나 메카같은 순례자들로 가득한 땅이 될 법도 한데 불교도들은 덜 극성스러운지 아님 경전에 평생에 한 번은 거길 꼭 가야 한다든지 뭐 그런 말이 없어서인지 그저 한적한 시골 동네같은 분위기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다만 각국에서 그 나라 특색에 맞는 절들을 세워 놓고 부처님 태어나신 성지임을 기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 대성석가사라는 한국절도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룸비니에 들르기로 한 이유는 오직 하나 한국절에서는 공짜로 재워주고 삼시 세때 먹여 준다는 말에 혹해서 이다. 게다가 삼시 세때가 전부 한국 음식이라니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사실 완전히 공짜라기보다는 나갈 때 모두들 적당한 기부금을 내기는 하지만 안낸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니 여행자들에게는 쉼터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룸비니에 가기 위해 네팔과 인도국경이 있는 소나울리행 버스를 탄다. 로컬버스와 여행자버스 두종류가 있다는데 당근 여행자버스가 좀더 비싸다. 결국 마찬가지일 거란 주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여행자 버스를 탄다.-미리 고백한 바와 같이 이젠 가능하면 좀더 편하게 가고 싶은 맘이 더 크다^^- 그러나 로컬버스가 어떤지야 알 수 없지만 여행자 버스도 현지인으로 가득하고 여기저기 내키는 대로 정차해 사람들을 태우고 내린다. 게다가 남부로 내려갈수록 날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급기야 소나울리 조금 못 미친 사거리에서 내려 룸비니로 가는 버스를 갈아탈 즈음이 되어서는 거의 40도에 육박하는 온도가 된다. 이 온도가 인도에서는 평상시 온도려니 생각하니 그냥 인도를 건너뛰고 싶어진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들어선 한국절은 여전히 공사 중임에도 불구하고-삼년전인가 와 본적이 있다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때도 공사 중이었단다- 편안한 잠자리를 내어준다.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게 되어 있는 제법 큰 방인데 천장에 선풍기는 물론이고 모기장까지 달려 있다. 게다가 방마다 욕실이며 화장실까지 붙어 있다.


여전히 공사중인 대성석가사


식당, 원하는 만큼 먹고 설거지는 각자 해야 한다.


포카라에서 만났다가 먼저 떠난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그저 하는 일 없이 쉬다가 밥 먹으라는 종소리가 울리면 밥 먹으로 가는 게 낙이라며 언제 시간이 가 저녁을 먹나 하는 얼굴이다. 공양 시간은 아침 6시, 오전 11시 30분 그리고 저녁 6시라는데 하긴 주위는 그저 다른 나라의 절들을 제외하곤 온통 숲들뿐이니 딱히 할일도 없겠다 싶긴 하다. 씻고 방에서 노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식사 종이 울린다. 식당에 가보니 스님과 보살님 세분, 한국인 칠팔 명 그리고 외국인 서너 명이 오늘의 식사 인원의 전부이다. 서양애들의 경우는 자기 나라의 절이 없으니, 일본애들은 자기 나라 절의 규율이 엄격해서 종종 한국절로 온다는 소문이다. 저녁 메뉴는 국수와 된장국이다. 식당에서 먹는 음식처럼 감칠맛은 없으나 그저 어느 집 밥상에서나 볼 수 있는 소박한 맛이 입맛을 끈다. 국수와 밥을 배터지게 먹고도 모자라 아무나 타먹어도 된다고 쓰여 있는-심지어 가지고 가도 된다고 되어 있어 한봉지 챙겨오기도 했다^^- 미숫가루까지 한사발 마시고 나서야 저녁 식사는 끝이 난다. 결국 절밥에 마음이 동해 다음날 떠나려던 일정을 연기하고 하루 더 머물기로 한다.


망루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다음날도 비슷한 하루가 계속된다. 종이 울리면 밥을 먹으러 가고 끼니시간 사이엔 식당에 비치되어 있는 몇 권 안 되는 책 중에 그나마 읽을 만한 걸 골라 책을 읽거나 숙소 옥상에 있는 망루에 올라가 주변 경관을 바라보거나 그도 저도 지치면 낮잠을 자거나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주변에 부처가 태어난 곳이며 부처가 태어나기 직전 그 어머니인 마야 데비가 목욕했다는 연못 등이 있다고는 하나 무더운 날씨 탓에 어느 한 곳도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그저 절에서는 금연이니 담배를 피우기 위해 한 번씩 절 밖으로 나서는 때를 제외하곤 그저 하루종일 뒹굴거린 셈이다. 결국 마지막날 아침까지 꼬박 챙겨먹고-사실 아침 6시 공양이라면 차라리 잠을 잘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한 아침을 굶은 한국인은 하나도 없었다^^- 국경으로 떠난다. 가능하다면 오늘 중으로 아니 늦은 밤중이라도 바라나시에 도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조금 서둘러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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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 아무 것도 안했다

 

트레킹 이후 포카라에선 그 유명한 페와 호수에서 단 한차례 배를 탄 것이 우리가 취한 액션의 전부이다. 그저 밥때가 되면 부지런히 걸어 한국인 식당에 가서 오늘은 뭘 먹나 행복한 고민 끝에 된장찌개며 비빔밥, 제육볶음 등을 시켜먹었으며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하루 한차례씩 어김없이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숙소 베란다에서 맥주를 마셨다. 사진을 단 한 장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포카라를 떠날 때가 되어서야 문득 깨달았다. 블로그 업데이트가 걱정이 되어 혹시 사진 찍어둔 거 있냐고 친구에게 물었더니 자기 홈피에 삼년 전에 찍어 둔 사진이 있으니 퍼다 쓰란다. 이 친구 어째 갈수록 뻔뻔해지는 경향이 있다^^ 여튼 포카라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도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가게 될 룸비니에서도 바라나시에서도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계획인데 이래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뭐 할 수 없지..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없는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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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2>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트레킹 4일(따또빠니-가사)


이날은 대충 7시간 정도 걸으면 되는 여정이긴 하지만 중간에 상당히 가파른 길을 한시간 이상 올라야 하는 난코스가 도사리고 있다. 아니게 아니라 첫날과는 달리 제법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첫날은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그렇지 경사는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이날은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이 계속된다. 그냥 이삼일 기다리더라도 그냥 비행기를 타고 올라갔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뭐 후회해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다 안가겠다는 일행을 꼬셔서 올라온 죄로 싫은 내색도 못하고 그저 묵묵히 걷는다. 중간 마을인 룩세에서 점심을 먹는다. 산을 조금씩 오를수록 음식값이 조금씩 비싸진다. 볶음밥이며 국수 따위의 가장 간단한 음식도 이천원 돈이고 맥주는 한병에 거의 삼천원 돈이다. 물값도 만만치 않아서 한병에 거의 천원정도 하는데 그것도 하루에 두세병 정도 마시면 꽤 부담스런 금액이 된다. 그나마 가사부터는 안나푸르나 보존계획이라는 곳에서 정수한 물을 세이프티 워터라는 이름으로 약 500원 정도에 팔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여튼 비싸도 먹을 건 먹어야 하는 법이니 맥주 한 병을 나눠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난다. 점심 이후로 슬슬 오르막의 난이도가 높아지더니 결국 마의 오르막이 나타난다. 어느 마을부터인가 끝없이 계단이 이어지더니 계곡 옆으로 난 길이 어느덧 사라지고 높디높은 언덕이 버티고 있다. 별 수 없이 그저 꾸준히 걷는다. 땀은 비오듯 쏟아지고 숨소리가 핵핵거리다 못해 쌕쌕거리는 지경이 되어서야 오르막은 끝이 난다. 그래도 한국의 산처럼 끊임없이 올라가야 하는 건 아니라서 생각보다는 조금 수월한 것 같다. 다시 평지를 두어 시간 걸으니 이날 숙소로 점찍어 둔 가사가 나타난다. 전날보다 조금 이른 5시 경에 숙소에 도착한다. 그나마 좀솜-묵디나뜨 구간은 전기도 들어오고 숙소도 제법 번듯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트레킹하기에는 환경이 괜찮은 편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가사 가는 길, 저 멀리 가야할 길이 보인다.


차가 다니지 않는 갈은 사람이 음식물을 지고 나른다.


  

트레킹 5일(가사-투쿠체)


오늘도 변함없는 9시간의 여정이다-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천천히 가도 6시간에 간다는데 우리에겐 가능한 일이 아니지 싶다- 중간 마을인 레떼까지는 변함없는 오르막길인데다 어느 여름에 무너져 내린 길인지 길은 온통 공사 중이다. 뭐 공사라야 포크레인 이런 게 동원되는 게 아니라 쇠꼬챙이 하나., 새끼줄 단 삽 하나가 고작이라 어느 천년에 공사를 마칠지 알 수 없으나 여튼 남녀를 막론하고 십수명씩 모여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가사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멀리 설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후도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해 어제까지 입던 반팔 대신 긴팔을 입고 걸어도 그다지 덥지 않다. 고도도 2500 정도가 된다. 아직 숨이 찰 정도로 높은 건 아니지만 슬슬 풍광이 달라지니 트레킹에도 새로운 재미가 생기기 시작한다. 레떼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나니 이제 평지만 남았다 싶은 게 한숨이 돌려진다. 중간에 들린 마을에서 결혼식이라도 올리는지 춤과 음악이 한창이다. 한참을 구경하다 공짜로 짜이도 한잔 얻어 마시고 나서 길을 재촉한다. 계곡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수량이 적어져 마을을 향해 나 있는 굽이길보다 강바닥으로 가는 게 시간이 단축되는데 결국 조금 빨리 가려다 한시간 이상을 헤매는 삽질을 한다. 다리를 건너야 하는 상황에서 다리는 저 언덕위에 있고 우리는 강바닥을 걷고 있다가 그냥 강을 넘어보기로 한다. 그리 깊지 않은 강을 신발까지 벗고 건너가 보니 건너편 가에 다시 강이 흐르는 게 보인다. 이번엔 물살이 장난이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봐도 방법이 없다. 결국 다시 신발을 벗고 물길을 건너 제자리로 되돌아와 언덕 위로 올라가 다리를 건넌다. 이 삽질을 하느라 한 시간 헤매느라 다리를 건너고 나니 벌써 4시가 훌쩍 지나 있다. 다리를 건너니 또 풍광이 확 달라진다. 아래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던 계곡은 이제 거의 시내물이 되어 흐르고 메말라 버린 강바닥 옆으로는 나무 하나 없는 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멀리 목적지인 투쿠체 마을이 보이긴 하는데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바람도 만만치 않다. 결국 황량한 강바닥을 걸어 걸어 6시가 다 되어서야 목적지인 투쿠체에 도착한다.  


중간 마을인 레떼, 마을 너머로 설산이 보인다.


저 다리가 문제의 다리다. 


트레킹 6일(투쿠체-좀솜)


투쿠체에서 좀솜까지 대략 4시간.. 하지만 다음 목적지인 묵디나트까지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오후에는 내려가는 비행기편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일찍 도착해 그냥 좀솜에서 쉬기로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를 나선다. 좀솜까지는 거의 평지로 산사이로 난 길을 따라 그냥 걷기만 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현지인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강바닥으로 걷는다. 현지인들이 안 간다면 안가는 게 좋다. 그 경우 거의 100% 건널 수 없는 강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길은 편안한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다행히 뒤에서 앞으로 불기에 망정이지 반대로 불었다면 한 발자국 걷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간단할 거라 생각했던 길에서 사진작가 친구의 발이 말썽을 부린다. 이삼일 전부터 물집이 잡혀 조금씩 절기는 했지만 오늘은 특히 심한지 거의 걸음 걷는 것이 고역인 듯 보인다. 나야 이미 두어 번 물집이 잡히고 터져서 이젠 어지간한 길에서는 견딜 만 한데 이 친구 원래 많이 걸으면 발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좀솜에서 비행장 근처에서 숙소를 잡자는 걸 비행장 근처가 아닌 좀솜 마을이 아주 예뻤다는 소풍의 여행기가 생각나 발 아픈 친구를 끌고 좀솜 마을에서 숙소를 잡자며 끌고 올라간다. 하지만 좀솜 마을의 숙소 상태는 보던 중 최악이어서 다시 비행장 근처로 돌아온다. 거의 절다시피 숙소에 도착하는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맘뿐이다. 그나마 좀솜은 비행장이 있는 동네의 숙소 상태가 훨씬 좋다. 점심을 먹고 사흘 뒤에 내려가는 비행기를 예약하고 난 뒤 푹 쉬어준다. 이번에는 양심상 도저히 같이 올라가자고 꼬실 수가 없어 혼자 묵디나뜨까지 다녀올테니 여기서 기다리던지 아니면 결국 포카라로 먼저 내려가라고 말한다. 근데 이 친구 묵디나뜨까지 같이 가겠단다. 왜 맘이 바뀌었냐고 물어보니 이때까지 경치다운 경치를 하나도 못봐서 억울해서라도 가볼 참이란다. 여튼 묵디나뜨까지 같이 동행하기로는 헀는데 저 발 상태로 제대로 걸을 수나 있는 지 걱정이다.


그래도 마을에는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이제 풍광이 완연히 달라진다.



트레킹 7일(좀솜-묵디나트)


상류로 올라올수록 높아진 고도 탓인지 나무 하나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 이어진다. 등산로는 여전히 계곡을 끼고 나 있지만 건기라 그런지 이제 계곡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현지인들을 따라 강바닥을 그냥 걸어간다. 눈앞에는 나무 하나 없는 거대하나 산들만 첩첩히 버티고 있다. 눈앞에 빤히 보이는 거리를 가는데도 이삼십분은 족히 걸리는 것 같다. 강바닥을 따라 한시간 반을 걷다가 다시 산길을 타고 한시간 쯤을 걸으니 묵디나트 가는 오르막의 시작점인 에클로버티가 나타난다. 묵디나트로 가는 길은 에클로버티에서 바로 가는 길과 그림 같은 마을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커크베니로 돌아가는 길 두가지가 있는데 이 돌아가는 길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소문에 커크베니는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하고 바로 묵디나뜨 가는 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분명히 윗길로 올라왔음에도 가다보니 자꾸 커크베니가 가까워진다. 지나가는 현지인도 하나 없어 지도를 살펴보고, 시계에 있는 나침판도 살펴보던 친구가 한숨을 쉰다. 더 윗길로 올라갔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가던 길 위로 길이 하나 더 나 있으면서 그 길을 따라 전신주가 연결되어 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 윗길을 타기엔 너무 많이 와 버린 우리는 아랫길에서 윗길로 난 벼랑을 그냥 오르기로 한다. 어차피 길도 없으니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경사로를 택해 한발씩 올라간다, 고도가 높은 곳이라 약간의 오르막에도 숨이 거칠어지는데 경사가 거의 70도에 가까우니 100m 정도의 높이를 오르는데도 턱이 숨에까지 찬다. 결국 윗길까지 올라가선 기진맥진 상태가 된다. 그러나 묵디나뜨까지의 오르막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시 계속된 오르막을 두시간 남짓 걸으니 멀리 묵디나뜨 가는 마지막 마을인 자르코트와 묵디나뜨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이긴 눈앞에 보이는데 현지인들에게 물으니 아직 두시간은 더 걸어가야 한단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제부터의 경사지는 그리 높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결국 묵디니뜨에 도착해 숙소를 잡으니 그제서야 주변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설산이 눈앞에 펼쳐지고 산 아래에서 구름이 하얗게 피어오르는 것이 장관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래 올라오길 잘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해가 지는 마을 한 바퀴 돌고 별이 뜰 때까지 숙소 난간에 앉아 멀리 설산을 바라본다. 설산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제 빛을 발하고 있다.


묵디나뜨 가는 길


묵다나뜨의 아침


트레킹 8일(묵디나트-좀솜)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겨두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게다가 좀솜가는 길은 어제 올라온 길이니 길도 알겠다, 대략 내리막이겠다 걱정할 일이 전혀 없는 듯 하다. 새벽 일찍 일어나 묵디나뜨 사원을 둘러보고 일찌감치 길을 나선다. 그리 먼길은 아니지만 빨리 내려가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이 5월이라 그런지 황량한 산들에 비해 근처 마을은 사과나무를 비롯해 각종 밭작물들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바쁠 것도 없으니 등산로를 벗어나 근처 마을로 이어지는 오솔길로 들어가 본다. 눈 쌓인 설산을 배경으로 자라난 푸른 나무들이 한 폭의 그림같다. 사진작가 친구도 연방 셔터를 눌러대며 떠날 줄을 모른다. 한참을 마을에서 놀다가 다시 산을 내려온다. 커크베니에서 점심을 먹는데 창밖으로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다. 어제와 방향이 같다면 이는 분명 맞바람일터 다시 두시간 가까이 강바닥을 걸어야 하는 우리로써는 대략 낭패인 상황이다. 옆에 있는 현지인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커크베니-좀솜 구간은 일년내내 이렇게 발람이 부는데다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는 거의 멈추는 법이 없다고 한다. 그 말대로라면 바람이 잦아지길 기다릴 수도 없어 그냥 길을 나선다. 식당 입구를 나서자마자 만난 바람은 거의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의 강풍이다. 게다가 바람이 일으키는 흙먼지 때문에 숨쉬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냥 걷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한시간 쯤을 걸으니 거의 죽을 것 같다. 바람이 너무 세니 어디 앉아서 쉬기도 마땅찮아 그냥 걷기만 했더니 평지인데도 어깨며 다리가 안 아픈 데가 없다. 결국 만만한 길이란 건 하나도 없구나 깨달을 즈음에야 간신히 좀솜에 도착한다. 그래도 다행히 묵디나뜨 올라갈 때에는 숙소에 노트북이며 옷가지를 빼놓고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중간 어디쯤에선가 나 못가 하고 주저앉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튼 다시 숙소에 돌아와 씻고 나니 드디어 트레킹이 끝났다는 안도감이 든다. 뭐 내일 비행기가 떠야 완전히 끝나는 것이긴 하지만 설마 두 번씩이나 비행기가 안뜨겠어 하는 마음은 들지만 바람은 저역 늦게까지 그 기세가 잦아들 줄을 모른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마을


점심을 먹은 커크베니


트레킹 9일(좀솜-포카라)


좀솜에서 포카라로 가는 비행기는 바람이 그나마 덜 부는 이른 아침에 뜨는 것이 보통이다. 3분 거리에 비행장이 있건만 그래도 7시에 뜨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5시 30분부터 서두른다. 표 파는 아저씨도 6시 10분까지는 나오라고 했는데 막상 공항이라고 가보니 시골 버스대합실만도 못한 크기다. 그래도 할 건 다 하는 데 일단 짐검사 -일일이 가방을 열어 보여야 한다-를 하고 항공권을 좌석표로 바꾸고, 짐도 무게를 재어 따로 부치고-짐 재는 저울이 옛날 목욕탕에서 보던 눈금 저울인데 아저씨에게 허락을 얻고 슬쩍 몸무게도 재어 본다- 마지막으로 남녀가 구분되어 있는 방으로 들어가 몸수색까지 마치면 모든 절차가 끝이 난다. 비행기는 좌석이 달랑 두 줄로 되어 있고 한 20명 쯤 탑승 가능한 경비행기다. 그래도 스튜어디스까지 있어 사탕이며 솜뭉치 등을 나눠준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오른쩍으로 안나푸르나의 설산들이 펼쳐진다. 경비행기라 고도를 많이 높이지는 않는지 설산이 아래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대략 옆에서 보인다. 아래로는 며칠에 걸쳐서 땀나게 걸은 것이 분명한 길들이 희미한 점선처럼 보인다. 이륙한 지 15분 만에 비행기는 포카라 공항에 도착한다. 고작 15분 걸릴 길을 몇날며칠을 걸어올라 갔나 싶은 게 조금 허무한 생각이 든다. 포카라에는 추척추적 비가 내린다. 더울 줄 알았던 날씨도 비 탓인지 제법 선선하다. 숙소도 잡아야하고, 맡겨 놓은 짐도 찾아야 하고, 렌트했던 장비도 반납해야 하는데 만사를 제치고 한국 식당으로 달려간다. 쇠고기 국밥을 시켜 허겁지겁 먹고 나니 이제야 트레킹이 끝났다는 실감이 든다. 이제 당분간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탱자탱자 놀아야겠다^^

 


우리가 탄 비행기다.


묵디나뜨의 숙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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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1> 비행기가 안떠도 간다

 

그린 라인이라는 외국인 전용버스를 타고-차비도 달러로만 받는 나름 고급버스인데 어찌된 일인지 여행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편한 것만 찾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다섯 시간 만에 포카라에 도착하니 날은 한참 더 더워진다. 이제 제법 아열대 기후로 접어든 것 같은데인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온다는 포카라가 이 정도니 40도가 종종 넘는다는 인도는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슬며시 걱정이 된다. 먼저 간 일행이 묵고 있는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 보니 일행들이 이미 비행기표를 끊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트레킹용품 몇 가지를 빌리고 시장만 보면 내일부터 트레킹이 시작된다. 일행은 티벳 랜드크루저팀 네 명과 먼저 떠난 짠돌이 대학생까지 모두 다섯 명이다. 산에 올라가면 물가가 한참 비싸진다는 말을 들은 짠돌이 대학생의 제안으로 감자 5kg와 계란 두 판을 사서 숙소에다 삶아달라고 부탁한 뒤 우비며 스틱 등 트레킹에 필요한 물품을 사거나 빌리니 어느새 한밤중이다.


자세히 쓴다고 해도 도무지 어디가 어디인지 모를 것이 뻔한 트레킹 루트를 설명하는 일은 대략 난감이다. 지도를 올리면 좀더 쉬울 순 있겠으나 내 경우 여행 준비하면서 지도까지 상세히 나와 있는 하우아시아의 사이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아 이래가지고 트레킹이나 제대로 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지도를 올린다고 크게 나아질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정 궁금하면 하우아시아에 가서 네팔 트레킹편을 참고하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다^^ 여튼 아주 간단히 언급하자면 네팔에서 할 수 있는 트레킹은 대략 3가지 정도의 코스가 있다고 한다. 즉 세 종류의 다른 산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랑탕트레킹, 에베레스트 트레킹 그리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개의 트레킹 코스는 사실 나도 잘 모르겠고 내가 갈 예정인 안나푸르나 트레킹만 간단히 설명하도록 한다.


첫째,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약 15일이 걸린다는 라운eld 코스-뭐 높은 산을 가운데 두고 산주변을 한바퀴 돈다고 보시면 되겠다-, 둘째, 약 10일이 걸린다는 히프 라운딩코스-산을 반만 도는 건데 이 경우 갔던 길을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 또는 올라가는 길 중 한번은 경비행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삼사일 정도 걸린다는 푼힐코스-전망이 아주 훌륭하다는 푼힐에서 일출만 보고 내려오는 코스로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안나푸르나 등반을 위한 베이스캠프가 있는 곳까지 갔다오는 코스인데 거의 북한산을 방불케 하리 만큼 한국 사람들이 많단다-의 네 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뭐 이 네 코스를 이래저래 섞어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모양이다.


일단 내가 가려고 하는 코스는 하프라운딩 코스인데 일단 비행기를 타고 좀솜이라는  지역까지 올라가서 신들의 성지라는 묵디나뜨로 올라갔다가 포카라까지 가는 버스가 다니는 베니까지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로 일단 내려오는 길이라 길이 힘들지 않을 거라는 얄팍한 계산이 이 코스를 결정하는데 큰 작용을 하게 된다. 다른 일행들도 이 코스에 큰 이견이 없어 일단 좀솜까지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하고 배낭을 꾸린다. 좀 지저분한 데로 그냥 살기로 마음먹고 배낭은 따로 빌리지 않고 중국에서 산 보조가방을 그냥 들고 가기로 한다. 일행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트북까지 챙겨 넣고 나니 침낭이 들어가질 않는다. 다른 일행들은 침낭을 두고 간다는데 추우면 만사가 싫어지는 내 성향을 고려해 배낭위에 다시 침낭을 달아맨다. 대략 오륙킬로쯤 되는 것 같다. 뭐 카메라 세 개들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 정도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대략 이런 차림으로 길을 나섰더랬다


트레킹 1일차(포카라-베니)


다음날 일찍 공항으로 나간다. 아침에 비오면 비행기 안 뜰 확률이 90%라는데 다행히 날씨가 화창하다. 하지만 항공사 직원은 오늘은 날이 안 좋아서 비행기가 뜰지 안뜰지 확실치 않단다. 이렇게 화창한 날도 안뜨면 대체 비행기가 언제 뜬다는 거냐 해가며 기다려 보았지만 결국 좀솜 쪽에 바람이 많이 불어 비행기는 캔슬되고 만다. 제일 싼 국영 항공기인 로얄 네팔 표를 샀더니만 이놈의 비행기는 일주일에 세 번만 운행하는 스케줄이라 다음 비행기가 뜨는 토요일까지 무려 사흘이나 하릴없이 기다려야 할 판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짜가 잡혀 있는 작가 아저씨가 먼저 결단을 내린다. 버스타고 베니까지 가서 걸어 올라가겠단다. 짠돌이 대학생과 대구 청년이 동의한다. 원래 트레킹에 큰 뜻이 없었다가 내 꼬임에 넘어가 길을 나선 사진작가 친구는 전 안갈래요, 다녀오세요, 저는 포카라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하며 천하태평이고 정작 나는 걸어서 올라가는 건 영 자신이 없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가 이왕 짐도 싸서 나왔지, 장비도 빌렸지, 심지어 2000루피나 주고 퍼밋도 받아놨는데 예서 말수는 없다는 생각에 간단히 푼힐이나 다녀오자고 맘을 바꿔먹는다. 포카라에서 쉬겠다는 사진작가 친구를 다시 꼬셔-내내 툴툴거리기는 하지만 일단 꼬시면 잘 넘어오긴 한다^^- 푼힐이나 다녀오기로 한다. 단 푼힐가는 길을 조금 에둘러 일행과 같이 베니까지 간 뒤 온천이 잇는 마을인 따또빠니까지 갔다가 일행들은 계속 올라가고 우리는 푼힐을 들러 내려오는 코스이다.


비행기표를 환불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본다. 비행기표를 환불한 여행사에서는 이미 버스는 끊겼으니 택시나 지프를 대절해 베니까지 가라고 꼬셨지만 시간이 이fms 편이라 그냥 터미널로 나가 본다. 다행히 베니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푼힐 등산로 입구인 나야풀을 지나 두시간 남짓 비포장도로를 달리고서야 우리를 베니에 내려 준다. 우리가 베니에 sols 시각은 다섯시가 가까워 오는 시간이다. 그러나 내려오는 비행기도 안뜰지 모르니 걸어서 내려오겠다는 세명이 마음이 바쁜지 일단 다음 마을까지 그냥 걸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우리야 어차피 온천이 있는 따또빠니 까지만 가면 그만이니 굳이 서둘러 움직일 생각이 없다. 결국 일행들과 헤어지고 베니에 숙소를 잡는다. 다섯명이 함께 가기로 한 트레킹은 결국 3대 2로 찢어진다. 같이 가면 재미있을 것 같기는 한데 또 한편 여러 명이 같이 다니니 의견 조율하기도 쉽지 않아 차라리 잘 됐다 싶은 생각도 든다. 여튼 일행과 헤어지고 첫날을 베니에서 묵는다. 


트레킹 루트의 초입이자 마지막 마을이기도 한 베니는 상당히 큰 마을이다. 베니까지는 멀쩡하게 차가 다님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트레킹 지역에 준하는 요금 체계로 되어 있다. 즉 방값은 비교적 저렴한데 비해 저녁은 그 숙소에서 먹어야 하는 시스템으로 음식값은 물론 상당한 가격이다. 물론 상당한 가격이라는 일반적인 네팔 물가에 비해서인데 대략 방값이 우리 돈으로 2000원 정도인데 비해 음식은 간단히 먹어도 일인당 2000원은 줘야 하니 대략 하루 비용으로 만원은 잡아야 하며 맥주라도 한잔 먹으려면 그 이상을 생각해야 하는 셈이다. 베니에서는 숙소에서 간단하게 저녁만 먹고 아침으로는 수도 없이 남았으나 안 먹으면 상할 게 분명한 계란양과 감자군을 꾸역꾸역 우겨 넣고 길을 떠난다.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1, 큰놈이 먼저 자세를 잡으니 작은 놈이 어느새 따라서 자세를 잡는다.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2, 찍은 사진을 보고 좋아라 하더니 그뒤에도 한참을 뭐라고 재잘거리며 쫓아온다.  


트레킹 2일차(베니-따또빠니)


이날 여정은 대략 9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정인데 맘먹고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만에 이 길이 버스-트럭을 개조한 썽태우 비스름한 것이긴 하지만-가 다니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당근 트레킹에는 전혀 뜻이 없는 사진작가 친구가 버스를 타고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물론 나도 버스 타면 편한 거야 알지만 그래도 트레킹인데.. 조금 망설여진다. 좀 걷다가 나중에 힘들면 타자고 다시 꼬드긴다. 물론 넘어온다^^ 하긴 타자고 합의를 했어도 버스가 만원이라 다음 버스까지 한참은 기다려야 했을 것 같긴 하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보지만 버스가 다니는 길이라는 데서 짐작이 가듯 그만그만한 풍경이 이어진다. 점심도 남아있는 감자군과 계란양으로 때운다. 비닐봉지가 모자라 둘을 동침시킨 탓인지 감자에서도 온통 계란 냄새다. 이제 당분간 삶은 계란은 쳐다보기도 싫을 것 같다. 갈섶에 앉아 점삼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결국 여섯 시간 쯤 걸어 목적지 이전에 있는 마지막 마을에 도착한다. 슬슬 비도 내리기 시작하니 걷는 것이 조금씩 고역이 된다. 이제 버스를 타기로 하고 버스 시간을 물어보니 허걱 이제부터는 버스가 못 다니는 길이란다. 버스 타자고 할때 탔어야 한다는 친구의 지청구를 들으며 다시 빗 속을 걷는다. 마지막 한시간 정도는 거의 폭우기 쏟아진다. 우비를 입으면 사우나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더운데 중국에서 산 보조가방은 방수가 전혀 안되는 배낭이니 별수 없이 계속 우비를 입고 걸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세시간을 더 걸어 어둑어둑해진 뒤에야 목적지인 따또빠니에 도착한다.


따또빠니 가는 길, 아직은 풍경이 그만그만하다.


갈길도 바쁜데 양떼가 길을 막는다


트레킹 3일(따또빠니에서 온천)


올라오기 전부터 아니 티벳에서부터 온천, 온천 노래를 부르던 사진작가 친구 덕분에 꼭두새벽부터 계곡 어귀에 있는 노천 온천을 찾아 간다. 옆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유황 온천에는 이른 시간에도 현지인들이 제법 모여 있다. 아마 날씨가 더운 탓에 아침저녁에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입장료 20루피(약 300원)을 내고 들어가 보니 입고 들어갈 옷이 마땅치 않다. 트레킹이라 생각하고 반바지 하나 챙기지 않은 탓인데 결국 어찌어찌 반바지를 하나 빌린다. 물 온도는 적당히 따뜻하다. 물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시간여를 보내다가 탕옆에 앉아 때도 말고 빨래도 하며 여유있는 시간을 보낸다. 에구 이걸 트레킹 마치고 하면 얼마나 맘이 개운할까 싶은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담날 푼힐로 갈까 생각해보니 푼힐 가는 길도 어차피 이틀은 더 자야 하는 길이니 그냥 좀솜으로 갔다 비행기 타고 내려가는 게 어떨가 의사를 타진해 본다. 오는 길에 푼힐로 갈라지는 갈림길에서 엄청난 오르막을 목격한 친구도 슬며시 맘을 바꾼다. 일단 좀솜까지 올라가기로 한다. 묵디나트는 나 혼자 다녀오겠다고 한다. 여튼 맘을 바꿔준 친구가 고마워 저녁엔 소원대로 다시 한 번 온천에 다녀 온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도 괜찮은 기분이다.     


온천이 있는 따또빠니 마을  


따또빠니 온천, 이런 탕이 두 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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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비자 받느라 아무것도 못했다

 

카트만두의 유명한 여행자 거리인 타멜 거리는 카오산까지는 아니어도 거의 없는 게 없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한동안 추운 곳을 다녀서 그런지 적당히 덥고 적당히 여행자들로 붐비는 이곳에 오니 고향에라도 온 듯 편안한 기분이 든다. 여행자 거리의 분위기는 태국이나 별다를 바가 없는데 현지인들의 생김새나 복장-남자들도 그렇지만 여자들은 거의 전통의상인 사리나 펀잡을 입는다- 등에서 아.. 내가 다른 문화권으로 넘어 왔구나를 실감하게 된다. 또 하나 강렬하게 다른 문화권임을 증명해 주는 건 거리 곳곳에 보이는 낡은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배기가스와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쓰레기인데 뭐 지저분하기가 중국 저리 가라다. 사람들에 말에 의하면 이 정도는 인도에 비해 아주 양호한 정도라니 이미 수차례 들어오긴 했어도 새삼 인도가기가 두려워진다.


주로 아침을 해결한 여행자 거리에 있는 빵집, 이 정도만 되면 좋으련만..


일단 카트만두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비자 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다. 다음 나라인 인도 비자는 물론 인도에서 받기 어렵다는 파키스탄 비자까지 두 종류의 비자를 모두 이곳에서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일단 여권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인도 대사관부터 가본다. 인도 대사관은 타멜 거리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인도 비자는 먼저 접수만 해 두고 사흘 뒤 오전에 찾아가 여권을 맡기면 오후에 찾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데 미리 여권을 맡기지 않아도 되는 관계로 그 사이 파키스탄 비자를 받을 수 있으니 아주 감동적인 시스템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인도비자를 접수해 둔 뒤 바로 파키스탄 대사관으로 가려는데 먼저 와 있던 한국 사람이 파키스탄 비자 신청을 하려면 힌국 대사관에 가서 레터를 먼저 받아야 한단다. 결국 택시를 타고 한국 대사관에 가서 레터를 받고 나니 비자 발급시간이 지나 있다-대부분의 비자업무는 오전에만 본다-


다음날은 다시 파키스탄 대사관을 찾아간다. 내리는 위치도 정확히 모르면서 사람들의 말대로 일단 5번 버스를 탄다. 얼마쯤 가니 안내군이 파키스탄 대사관이라며 내리라는데 같이 탄 일본 친구 하나가 여기가 아니니 내리지 말란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비자 찾으러 간다는 일본 친구를 따라 간다. 가보니 파키스탄 대사관이 맞다. 에구 안내군 믿었다간 그날도 비자 신청 못 할 뻔 했다. 파키스탄 비자는 별문제 없는 한 1박 2일 만에 나온다. 이때까지 내가 받아본 비자 중에 국경 비자를 제외하곤 가장 빨리 나오는 비자가 아닌가 싶다. 다음날 파키스탄 비자를 찾고 나니 어느새 카트만두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나 있다. 그래도 그나마 인도비자는 여권을 안 맡겨도 되고, 파키스탄 비자는 1박 2일 만에 나오니 망정이지 보통의 경우였으면 거의 두주 가까이를 비자 기다리느라 카트만두에 묶여 있을 수도 있을 뻔 했다.


파키스탄 비자를 찾은 날은 금요일, 인도비자는 사흘 만에 나오긴 하지만 토, 일요일은 기간에서 제외되어 월요일에 다시 찾아가면 되니 그래도 어영부영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그 사이 티벳에서 같이 넘어온 일행은 비자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작가아저씨는 네팔에서 한국으로 귀국이고, 대구 청년은 한국에서 인도 비자를 받아왔다- 트레킹 준비나 하고 있겠다면서 먼저 포카라로 떠난다. 이들과는 이미 같이 트레킹을 하기로 약속을 해 둔 터다. 월요일 인도 비자를 받으면 다음날 바로 포카라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카트만두를 둘러 볼 시간은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이 고작이다. 나랑 비자 받으러 같이 다니던 사진작가 친구는 카트만두는 이미 세 번째라 더 이상 가보고 싶은 곳이 없다며 그냥 숙소에서 잠이나 자겠다는데 뭐 같이 다니자 할 수도 없어 한국 식당에서 공짜로 받은 지도 한 장 들고 거리로 나서본다.


일명 몽키템플 가는 길, 계단의 압박이 상당하다.


몽키템플 안의 탑, 저 눈이 네팔의 상징인 듯 여러 가지 관광상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사진작가 친구도, 포카라로 먼저 떠난 일행도 아무도 네팔 가이드북이 없다. 카트만두에 도착하자마자 복사판 론리 <이스탄불 투 카트만두>를 하나 사긴 했는데 그간 비자내느라 바빠서(?) 채 들춰보지도 못했고 사람들에게 어디가 좋아요? 물어봐도 카트만두에는 볼 거 없어요라는 대답만 돌아온다. 할 수없이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뒤져 토요일 오전 중에는 옛 왕궁터이자 네팔의 여신인 쿠마리가 살고 있다는 쿠마리 바할이 있는 두바르 광장과 일명 몽키템플이라는 슈와얌부나뜨, 오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스투파가 있다는 부다나뜨와 한두사원이자 화장터로 유명한 파수파흐나뜨, 그리고 일요일엔 카트만두 근교에 있는 고도 박다푸르 이렇게 다녀오면 되겠다. 계획은 야무지게 세워 놨는데.. 오전에 두바르 광장과 몽키 템플을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게다가 혼자서 심심해진 사진작가 친구는 다른데 가봐도 볼 거 없으니 맥주나 마시자고 살살 꼬드긴다. 이번에는 내가 넘어가 준다.


두바르 광장, 광장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에게는 입장료를 받는데 그냥 빙 돌아 아무 골목으로나 들어가면 대충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광장으로 연결된다.


두바르 광장의 여인네들, 노래도 부르고 음식도 먹으며 앉아있는데 그냥 소풍이라도 나온 건지 아님 뭘 기다리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뭐 나도 이제 굳이 가이드북에 나오는데 다 찾아가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상태도 아니니 그저 타멜 거리나 둘러보며 한국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음식이나 먹고 맥주나 마시며 주말과 일요일을 보낸다. 월요일은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인도대사관에 들르는 것으로 하루가 간다. 화요일에 포카라로 떠나면 수요일에 바로 트레킹을 하기로 약속을 한 터라 안나푸르나 퍼밋도 카트만두에서 미리 받아둔다. 결국 두 개의 비자를 받아 들자마자 포카라로 향하는 셈이다. 혼자였다면 조금 더 늘어졌을 텐데 역시 일행이 생기니 일정이 조금씩 타이트해진다. 이때까지 많이 늘어졌으니 이도 나쁘지는 않다 싶지만 그 사이 늘어지는 습관이 몸에 밴 탓인지 이렇게 빨리 카트만두를 떠나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놓치고 있는 것 같기도 해 조금은 아쉬운 맘이 들지만 글쎄 더 남아 있는다고 뾰족한 수가 있을 같지도 않아 조금은 어정쩡한 마음으로 카트만두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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