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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리우르파> 국경을 넘다

산리우르파로 향하는 길에 가이드 겸 기사아저씨가 산리우르파 다음에 어디로 갈거냐며 은근한 표정으로 물어온다. 하란 거쳐서 하란 근처에 있는 국경을 넘어 시리아로 갈 예정이라고 대답하니 아저씨 얼굴이 환해진다. 이 차는 산리우르파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하란을 들렀다가 다시 산리우르파로 돌아와 시내를 돌아보고 다음날 가지안텝을 거쳐 카파도키아로 돌아간다며 하란 국경을 넘을 게 아니라 가지안텝 근처에 있는 킬리스 국경을 넘어가면 알레포에서 더 가까우니 내일까지 이 차로 같이 다니자고 한다. 그러면서 차비는 버스비만 받고 먹는 거나 자는 건 특별한 가격에 해 주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오신다. 그러면서 하란 국경에서 알레포까지는 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국경을 넘고 나면 고생이라는 엄포도 잊지 않으신다.

 

솔깃한 제안이긴 한데 워낙 투어로 끌려다니는 게 익숙하지 않은데다 산리우르파에서 하루이틀 지낼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내일 당장 터키를 떠나야 한다는 것도 조금 망설여진다. 어쩔까 싶어 일행을 쳐다보니 자기는 그렇게 하는 게 좋겠단다. 이 친구 어차피 한달 남짓 남은 기간에 시리아와 요르단, 이스라엘까지 갈 예정이니 마음이 조급한 모양이다. 어차피 하루 이틀인데 나만 산리우르파에서 내리겠다고 할 수도 없어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한다. 그날 오후로 하란과 산리우르파까지 일사천리로 일정이 진행된다. 문 앞에 내려 설명 듣고 오분 내지 십분 돌아보고 다시 차로 이동하고... 밥 주면 밥 먹고...뭐 편하긴 하지만 도대체 이사람들, 이걸 어떻게 견디나 싶다. 결국 일행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다음날 가지안텝에서 일행들과 헤어진다. 가지안텝에서 시리아 국경이 있는 킬리스까지는 한시간 가량 돌무쉬를 타고 가야 한다


하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고깔모자 형태로 만들어진 집들로 유명한 곳이다


더불어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의 선조로 추정되는 아브라함이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집은 아브라함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킬리스 터미널에 내리니 막막하다. 이 국경은 가이드북에 나와 있지도 않은데다 애초에 넘을려고 했던 곳도 아니니 이곳에서 국경까지 이동 방법도 막막하다. 게다가 이곳에 계신 분들 중 영어가 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결국 시리아, 시리아를 외쳤더니 우리를 태우고 왔던 기사가 돈을 조금 더 주면 국경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의사표시를 한다. 도대체 국경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모르니 부르는 가격이 얼마나 바가지인지도 알 수가 없다. 일단 적당히 깍아서 타긴 했는데 이 아저씨 터미널을 벗어나자마자 택시정류장에서 내리란다. 그러면서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단다. 다행히 택시기사가 영어가 된다. 여기서 알레포까지 40불이란다. 됐거든.. 그랬더니 국경만 넘으면 20불이란다. 것도 됐거든.. 그냥 국경까지 이동해 걸어서 국경을 넘은 다음 버스를 타면 될 일인데 싶은데 버스기사도 택시기사도 무조건 택시를 티야 한단다. 버스 기사에게 국경으로 가지 않으면 돈을 안 주겠다고 했더니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타란다. 결국 국경에 도착한다.


산리우르파, 괼바쉬공원


산리우르파, 괼바쉬공원에서 만난 아이들

 

.. 근데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이 국경은 걸어서는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택시를 타고 넘어야 한다는데 대체 이 말이 진짠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입구에 있는 군인들에게 물어봐도 택시 타란 소리뿐이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으며 터미널 뒤편에 있던 택시를 섭외해 오는 편이 더 싸게 먹히는 게 아니었나 생각해보지만 정보가 없으면 몸이 고생하던가 돈이 나가던가 둘 중에 하나는 감수해야 한다. 결국 두 사람이 10불에 시리아 국경 마을까지 가기로 하고 택시를 탄다. 국경만 오가는 이 독과점 택시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상태가 말이 아니다. 파키스탄 즈음에서 마지막으로 본 상태 안좋은 택시를 다시 타고 보니 아.. 시리아로 가는 구나하는 실감이 난다. 터키 출국시에 잠시 문제가 생긴다. 내가 터키에서 그리스를 다녀왔기 때문에 터키 입국이 두 번 기재되어 있는 반면에 출국이 한번 누락되어 있단다. 뭔 소리래.. 입출국 스템프 다 받았다면서 여권을 보여주자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서 보여 준다. 그리스 가느라고 터키를 출국했던 사항이 누락되어 있다. 황당하다. 그러면 재입국할 때는 왜 문제가 없었던거지?. 출국 심사관은 나만 쳐다보고 있다.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입력했냐고.. 여튼 나는 스템프를 받았으니 내 잘못은 아니라고 했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걸더니 결국 출국스템프를 찍어 준다. 참 문제도 가지가지 생긴다. 대신 시리아 입국 비자는 요즈음엔 받기 어렵지 않다는 말대로 20여 분만에 발급이 된다.

 

시리아 비자를 받아드니 택시 기사 아저씨.. 다른 택시로 짐을 주섬주섬 옮겨 싣는다. 이 차는 국경을 빠져 나갈 수 없는 차라며 다른 차를 타라고 한다. 그러면서 택시비를 달란다. 국경 마을까지 계약했으니 거기에 도착한 후에 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 돈 달라고 땡깡이다. 이 경우 돈을 주면 100% 국경 마을까지 가는 다른 차도 돈을 요구한다. 절대 미리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더니 그제서야 옮겨탄 차 기사에게 돈을 주라며 물러선다. 여튼 국경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관광객을 봉으로 여기는 것 같다. 대부분의 육로 국경이 외진 곳에 있어 일단은 택시를 타야 움직이는 게 가능한데다 그 나라 물가도 익숙지 않으니 그 어리버리한 틈을 타 각종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일단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알레포가는 미니봉고가 기다리고 있다. 알레포까지는 한 시간 걸린단다. 국경에서 환전한 돈을 어리버리 살펴보며 차비를 낼 준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대신 차비를 내준다. 드디어 거의 모든 여행자가 말하던,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잊을 수 없다는 나라, 시리아에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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