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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탕> 샹청을 지나 리탕까지

 

일반적으로 중덴을 윈난의 마지막 도시라고들 한다. 더 위로 올라가면 신장성 즉 티벳땅인데 현재 외국인이 이곳을 육로로 가는 것은 매우 비싸거나 불법이거나 둘 중 하나이다. 가끔 불법을 무릅쓰고 육로로 라싸에 갔네 하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오긴 하지만 그것도 간뎅이가 부은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고 나처럼 소심하기 그지없는 인간은 그저 돌아가는 길을 택하기로 한다. 티벳땅을 눈앞에 두고도 다시 오른쪽으로 살짝 꺾어 사천성 성도까지 가는 기을 택한 이유는 합법적인 루트 중 성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티벳으로 가는 것이 가장 싸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요, 성도까지 가는 들르는 사천성 서부의 도시들이 이전 티벳 땅이었던 고로 현재 한족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라사보다 훨씬 더 티벳스럽다는 소문이 두 번째 이유되겠다. 중덴을 지나 샹청-리탕-캉딩을 찍어야 성도로 갈 수 있는 이 길 역시 만만치 않은데 3월까지는 시도 때도 없이 눈이 내린다는 고로 무지 춥거니와 눈 때문에 길이 막혀 한없이 발이 묶일 수도 있다는 게 첫 번째 난관이요, 해발이 높아-특히 리탕의 경우 해발이 4,680m에 이른다- 고산병의 위험이 뒤따른다는 것이 두번째 난관이다.


중덴에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새벽에 짐을 꾸려 터미널로 나선다. 그리 따뜻하지도 않은 잠자리를 떨치고 일어나기는 왜 그리 힘든지..  간만에 느끼는 새벽 추위다. 택시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렴풋이 해가 밝아오기 시작한다. 이놈의 나라는 한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간다는 도시에도 도무지 난방이라는 게 없다. 버스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버스 안이나 밖이나 온도는 비슷하다. 버스는 터미널을 떠난 지 100m를 못가고 고장이다. 기사가 내려가서 몇 분을 뚝닥거리더니 이번엔 정비소로 향한다. 한 시간이나 차를 고치고 나서야 다시 출발이다. 그나마 산길에서 고장 안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다. 중덴을 벗어나자 마자 굽이굽이 산길이 이어진다. 아직 햇살이 채 퍼지지도 않은 길은 끝도 없는 산길로 이어진다. 높은 해발 탓이지 채 자라지도 못한 관목숲 사이를 두어시간 달리더니 이젠 까막득한 협곡을 아래에 두고 눈도 채 녹지 않은 산길로 이어진다. 눈앞에 설산이 펼쳐진다. 장관이긴 한데 여기서 덜컥 고장이라도 나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샹청 가는 길1


샹청 가는 길2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자 딱 그만한 거리에 산장이라고 쓰여진 건물이 한 채 보이고 거기서 모두들 밥을 먹는다. 별로 식욕은 없지만 그래도 먹어둬야지 하는 맘에 푸슬거리는 밥위에 기름기 가득한 고기볶음을 덮어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아.. 체하지나 말아야 할 텐데.. 점심을 먹고 좀 더 달리니 슬슬 산 아래로 티벳식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족의 집들은 기와 비슷한 것을 얹어서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비해 티벳식 집은 지붕이 따로 없고 진흙으로 만든 네모반듯한 건물이다. 단순한 구조에 비해 창문 주변을 화려하게 치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다시 산길을 내려서니 벚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티벳식 마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한차례 검문을 거치고 나니 사천성이다. 드디어 한달 만에 운남성을 벗어난 것이다.


12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아직 두어 시간은 더 가야 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멀리 협곡 사이로 제법 큰 마을이 보인다. 이런 데 저렇게 큰 마을이 있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여기가 샹청이라고 내리라고 한다. 길이 그새 무슨 조화를 부렸는지 9시간 만에 샹청에 도착한 것이다. 어차피 리탕까지 하루 만에 갈 수는 없는 길이라 이곳에서 하루를 자야 한다. 터미널에 내리니 게스트하우스 안내판을 든 언니가 반겨 준다. 가리키는 쪽을 보니 전형적인 티벳탄 스타일의 집이다. 터미널에서도 멀지 않아 안성맞춤이다. 어차피 그저 하루 묵고 낼 새벽에는 떠나야 할 곳이 아니던가. 짐을 풀고 잠시 동네를 둘러본다. 다행히 생각보다 날씨가 춥지 않다. 아마 이곳은 해발이 그리 높지 않은 곳인지도 모르겠다. 여튼 산과 산 사이에 이만한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도 보통일을 아니지 싶은데 마을 전체가 공사 중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통 새 건물을 올리느라고 정신이 없다. 전형적인 티벳탄식의 건물들도 마을 뒤쪽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뿐 큰길가는 온통 국적을 알 수 없는 현대식 건물이다.


샹청 메인거리


샹청에서 묵었던 티벳식 숙소


그 숙소의 방.. 알록달록 나름 예쁘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새벽에 다시 리탕행 버스를 탄다. 어제는 산길의 연속이더니 이제는 눈 덮인 고원이 이어진다. 버스를 타는 거야 시시각각 변하는 창 밖 풍경 덕에 그리 힘들지 않은데 리탕의 고도가 슬며시 걱정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고산병이라도 나면 내려가기도 쉽지 않은데 어쩌나 싶다. 일행을 만들어서 왔어야 하나 생각해 봐도 없는 일행을 만들어 낼 재주야 없지 않은가 말이다^^. 어제의 일을 교훈삼아 리탕까지 10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한 7시간쯤이면 도착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더니 이번엔 5시간 30분만에 리탕터미널에 도착한다. 아침 7시에 떠났으니 12시 30분에 터미널에 내린 셈이다. 그래도 가지고 있는 가이드북이 그거 밖에 없으니 다시 론리 숙소편 첫줄에 있는 센허빈관을 찾아간다. 여기도 손님은 나 혼자다. 몇 날을 팔자에 없는 싱글룸 신세다. 여기도 전기장판 하나가 위로가 될 뿐 추워서 방에 앉아 있을 수도 없다.


리탕, 눈이 내린다.


리탕의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


리탕에 이틀쯤 머물 생각이었지만 오후에 두어 시간을 둘러보고 나니 딱히 갈 데도 없다. 다행히 고도가 꽤 높다는 데도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에이.. 괜히 걱정했잖아 싶으면서도 한편으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곳은 전형적인 티벳탄 마을인 듯 전통적인 복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며 주황색 장삼을 입은 라마 승려들이 많이 보인다. 조금 덜 추우면 그저 길에서 사람들만 바라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도무지 추워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난로가 보이는 티벳식 찻집에 앉아 버터티를 홀짝인다. 버터를 더운 물에 녹여 소금 잔뜩 탄 것 같은 이 버터티는 티벳 지역의 대표적 차라는데 입에 맞을려면 꽤 많은 시간이 흘러야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두어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으니 창밖으로 눈이 내린다. 어.. 눈이다. 올해는 눈 못 보는 줄 알았는데.. 하다가 생각해보니 내일 캉딩으로 갈 수나 있을런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숙소에 돌아와 삼인실 도미토리 가득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 TV를 켜놓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본다.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는데 내일 버스가 안 다니면 여기서 뭘 하며 보낼까 한숨만 나온다. 하우아시아가 캉딩가는 버스에서 하루밤을 보냈다고 했던가.. 만일 버스가 다녀도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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