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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4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지구를 가다(7)
    제이리
  2. 2007/01/14
    <예루살렘>갈수록 태산이다(7)
    제이리

<베들레헴> 팔레스타인 지구를 가다

세 번의 삽질 끝에 숙소를 옮긴 뒤 침낭까지 빨고 나니 긴장이 쫙 풀리는 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그나마 예루살렘성 주변의 교회 몇 군데를 둘러보고 나니 딱히 더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일행들을 슬쩍 떠 본다. 이스라엘에서 사해간다며... 차비가 너무 비싸요, 마사다성은 안 갈래? 관심 없어요, 내 일행들도 그저 지치는 모양이다. 더구나 부엌 있는 숙소로 옮긴 뒤부터는 밥만 해 먹어도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간다. 그냥 예루살렘 주변만 보고 떠나지 뭐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생각 하나가 뒤꼭지를 잡는다. 팔레스타인 지구에 가봐야 하는데.. 사실 예루살렘성이야 아랍지구, 유대지구, 기독교지구 등으로 나뉘어 있고 지금 내가 묵고 있는 숙소도 아랍 지구에 있으니 팔레스타인 사람들이야 지겹도록 보는 셈이지만 왠지 그 곳에 한번은 다녀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차피 가자 지구는 현재 외국인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니 들어갈 수 없고 그나마 서안 지구 중에서는 베들레헴이 가장 들어가기가 그나마 쉽다고 하니 그곳에나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들레헴이 워낙 유명한 성지이다 보니 팔레스타인 지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출입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또 뭐가 보고 싶은 거냐고,. 결국 팔레스타인 지구라는 곳을 관광하고 싶은 게 아니냐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그저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눈으로 한번 보고 싶은 것뿐이라고 애써 위안을 한다. 일행들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니 세 명의 기독교인들에게 돌아온 대답은 귀찮아요... 뭐 그 기분도 이해가 된다. 간만에 혼자 설렁설렁 걸어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팔레스타인 지구 앞에 내린다. 눈앞에 긴 담장이 쳐 있고 담장 위로는 군데군데 감시초소까지 설치되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는 전 지역을 저런 담장으로 둘러칠 예정이라더니 얼핏 봐도 수용소가 따로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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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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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있는 포스터들, 이스라엘과의 싸음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포스터라고 한다.

 

국경도 아닌 곳에서 다시 여권 검사를 받고 팔레스타인 지구 안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별다른 제지는 없다. 이곳부터 예수가 탄생했다는 교회까지는 택시를 타야 한다. 입구부터 늘어서 호객 행위를 하고 있긴 한데 부르는 택시비는 만만치 않다. 어차피 교회가 목적은 아니니 슬슬 걸어가 보기로 한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다 현지인 아저씨에게 예수탄생교회 가는 길을 물으니 자기 차에 태워준단다. 탈까 말까 망설이고 있으니 공짜라며 다시 타라고 재촉이다. 에라 모르겠다, 길도 모르는데 지금은 그냥 타고 올 때 걸어오면 되지 싶다. 예루살렘에서 교사 생활을 한다는 이 아저씨의 차를 얻어 타고 예수탄생교회까지 간다. 체크포인트에서 교회까지는 그리 먼거리가 아닌 듯 몇 마디도 나누지 않았는데 차는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한다. 차를 타고 올 때는 한산하기만 하던 거리가 어느새 관광객으로 가득차 있다. 대부분 관광버스를 타고 와 교회만 들러보고 떠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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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탄생교회

 

예수가 탄생한 자리란다

 

예수가 탄생한 마굿간 위에 세웠다는 교회에 들렀다 교회 주변을 걸어 다녀본다. 시장도 집들도 아랍 국가들에서 본 여느 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다만 이스라엘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은 듯한 젊은이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랄까.. 동네를 둘아 보고 오던 길을 되짚어 걸어온다. 교회 부근은 벗어나자 시내는 다시 사람의 흔적도 없이 조용해진다. 그러다 어디쯤에서 길을 잃는다. 그리 먼 곳도 아니었으니 걸어가다 보면 어딘가 나오겠지 하고 그냥 아무데로나 걸어가 본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아까 내린 곳은 아니지만 예루살렘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이 나온다. 하긴 저 장벽을 통해서 다녀야 한다면 이곳 사람들은 차를 몰고는 밖으로 나갈 수 없을테니 어딘가 도로가 연결되어 있어야 할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차를 타고 나가는 길 역시 결국 검문을 피할 수는 없다. 도로에 있는 검문소에서는 차에서 사람을 죄다 내리게 한 뒤 사람 따로 차 따로 다시 검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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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시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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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들레헴 시장2

 

결국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예루살렘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스라엘 내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팔레스타인 지구를 눈으로 한번 스쳐 지나왔을 뿐인데 무슨 숙제라도 한 것처럼 이제 떠나도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뭔지.. 대체 내가 뭘 보러 다니는 거지.. 답도 없는 물음에 며칠을 씁쓸한 맘으로 보내다 다시 요르단으로 돌아온다. 6시간 만에 들어온 예루살렘을 나가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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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갈수록 태산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이스라엘 국경으로 가는 택시를 탄다. 택시는 암만에서 두시간 가량을 달려 요르단과 이스라엘의 국경이 있는 킹후세인 다리에 도착한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스라엘과 여타의 중동 국가들은 사이가 엄청 좋지 않다. 고로 여권에 이스라엘 출입국스템프가 있는 경우 입국이 불가능한 중동 국가들이 꽤 된다. 나야 입국이 불가능한 나라들인 파키스탄이나 이란, 시리아 등은 이미 거쳐 왔고 앞으로 가게 될 이집트나 갈지도 모르는 모로코 등은 비록 중동 국가라도 입국이 가능하니 스템프를 받아도 큰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 만에 하나 가게 될지도 모르는 수단을 대비해 별지에 스템프를 받을 생각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단지 이스라엘의 출입국 스템프만 별지에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요르단의 출입국까지 별지에 받아야 흔적이 남지 않는다. 다행히 요르단 출국 스템프는 별말없이 별지에 찍어준다. 삼엄하기 이를데없는 국경을 넘어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스라엘 출입국 업무는 거의 여군들이 처리한다. 비록 군복은 입었지만 이제 갓 스무살을 넘긴 듯한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은 일하는 여자들을 거의 볼 수 없는 중동 국가를 다닌 뒤라 그런지 꽤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여권을 출입국 심사대에 밀어 넣고 심호흡을 해본다. 다른 중동국가를 다녀 온 흔적이 있으면 꽤 까다롭게 군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온 터다. 아닌게 아니라 계속 질문이 이어진다. 처음엔 이름이 뭐냐, 여행 목적이 뭐냐는 그저 그런 질문이 점차 파키스탄은 언제 갔냐, 이란은 왜 갔냐 하는 쪽으로 바뀐다. 남이야 가든 말든 웬 참견이냐고 되묻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라 고분고분 대답을 한다. 한참 질문 공세가 계속되더니 대기 장소에서 기다리란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조심스레 스템프를 별지에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봤더니 한마디로 거절이다. 여권에 스템프를 받던지 아님 그냥 이 자리에서 그냥 돌아가라며 여권까지 다시 내민다. 태도가 사뭇 고압적이다, 잠시 갈등이 생긴다. 그냥 확 돌아가 버릴까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일행도 있는데다 아무래도 수단까지는 갈 것 같지도 않으니 그냥 스템프를 받아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냥 스템프를 받기로 한다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기도 뭣해 그냥 스템프를 받기로 한 것도 약이 오르는데 사무실로 들어간 여권은 나올 줄을 모른다. 두시간이 넘게 흐르는데도 그저 기다리라는 소리뿐이다. 나보다 훨씬 늦게 와서도 먼저 여권을 받아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이 많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불러다 뭘 물어보는 것도 아니니 뭔가 조사할 일이 있어서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엿먹어라 이외에 다른 의미를 찾아내기가 힘들다. 세 시간쯤 지나자 일행들의 여권이 나오는데 여전히 내 것만 나오질 않는다. 일행들은 시리아가 다녀온 중동 국가의 전부지만 나야 이란에다 파키스탄까지 다녀 와 괘씸죄가 더 적용되는 모양이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창구가 하나둘 닫히더니 대기실에 우리 일행 밖에 남지 않았을 때야 내 이름이 불리고 여권에 스템프가 찍힌다. 결국 국경에 도착한지 6시간 만에 제일 마지막으로 여권을 받아 쥔다. 입에서 욕이 절로 나오지만 어쩌랴.. 어차피 아쉬운 쪽은 나다.

 

출입국 사무소를 빠져나가니 이번엔 예루살렘까지 가는 버스가 없다. 지들 말로는 원래 없다는데 그런 건지 아님 끊긴 건지 어쨌든 국경엔 우리 일행뿐이다. 날은 조금씩 어두워오고 결국 엄청나게 부르는 택시 요금을 깍고 깍아 예루살렘으로 향한다. 예루살렘 성앞에 있는 한국인 선교사가 묵고 있다는 허름한 호텔에 짐을 푼다. 굳이 선교사가 있는 곳을 찾아간 이유는 뭐 하나님의 말씀이 그리워서는 아니고  그 선교사가 호텔에서 제공하신다는 공짜밥에 대한 소문 때문이다. 소문인즉 한국인 선교사 한분이 그 호텔에 묵으면서 호텔에 온 배낭여행객에게 공짜로 밥을 해주신다는 것이다. 단 얼마 뒤에는 한국에 가실 예정이니 지금은 계실지 안 계실지 확률은 반반이라는 거다. 공짜밥도 그렇지만 그게 한국 음식이라면 50%의 확률도 그리 쉽게 무시할 소문은 아니니 계시면 좋고 안계셔도 그만이다 하는 맘으로 호텔을 찾아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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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성에 있는 여러 개의 성문 중에서 가장 유명한 다마스커스 게이트, 처음 숙소는 이 성문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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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밖에서 바라본 예루살렘 성, 멀리 보이는 것이 황금색 지붕이 바위돔이다

 

호텔에 선교사님이 계시긴 했다. 하지만 며칠 뒤에 한국에 갈 예정이라 오늘 저녁부터 밥하는 걸 그만두셨다고 한다. 우리 팔자가 그렇지 뭐 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물어보시던 선교사님.. 그래도 한국 친구들이 왔는데 하시며 우리의 말리는 제스쳐도 뿌리치고 기어이 밥을 하신다. 결국 저녁으로 된장국에 고추장까지 비벼먹은 우리들을 앞에 두고 선교사님의 기나긴 인생 역정이 이어진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셋은 교인이 아니던가.. 길 잃은 어린 양을 향한 관심이 부담스러워질 무렵에야 선교사님에게서 놓여난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담날은 선교사님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오르셨다는 비아 돌로로사, 일명 탄식의 길을 안내해 주신다. 선교사님과 골고다 언덕에 있는 성묘교회까지 둘러본 뒤 선교사님은 호텔로 돌아가시고 우리는 이어서 유대인들의 성지인 통곡의 벽과 이슬람의 성지인 일명 황금돔이라는 불리는 바위돔까지 내처 둘러본다. 모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제각기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성지들이다. 에구.. 땅도 넓은데 어쩌자구 이놈의 성지들은 이리도 다닥다닥 붙어있는지 아무리 봐도 대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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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 못 박혀 죽었다는 골고다 언덕에 세워진 성묘교회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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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이 그들의 성지인 통곡의 벽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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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4대 사원 중의 하나인 바위돔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가족, 바위돔 내부는 무슬림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저녁에 다시 선교님의 설교를 들으며 저녁을 먹고 있는데 팔 부근에 온통 붉은 반점이 보인다. 어쩐지 가렵더라니 싶어 다른 곳도 살펴보니 다리와 목 부분도 여기저기 물린 자국이 보인다. 아무래도 모기는 아닌 것 같은데 얼핏 머리 속으로 빈대다 싶은 생각과 함께 이제 죽었다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든다. 사실 이 글에서 쓰지는 않았지만 파키스탄에서 거의 오백방 가량 물려서 거의 한달을 죽을 고생을 터라 반대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짜증부터 확 밀려온다. 빈대라는 게 모기와 달라서 제대로 박멸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에 물린 흔적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다 그 가려움증이며 남는 흉터 등은 차마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같은 방에서 잔 일행들은 별 증세가 없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방으로 가본다. 사실 방이 너무 지저분해서 아침에 숙소에 굴러다니는 빈대약을 슬쩍 뿌리고 나간 게 생각이 나서다. 설마하고 침대를 들춰보니 빈대 열댓 마리가 까맣게 죽어 있다.

 

매니저를 불러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더니 새 시트를 하나 가져다준다. 황당하다. 그러면서 니들이 방문을 잠그고 가서 청소를 못해서 그렇다는 둥 딴소리다. 아니 빈대가 청소 하루   안한다고 생긴단 말인가. 게다가 언제부터 지들이 매일 청소를 했다고 그 따위 소리를 하는 지 열이 뻗친다. 그저 미안하다고 하고 방이나 바꿔주면 그냥 참으려고 했는데 하는 짓이 가관이다. 그나마 화나는 걸 가라앉히고 방을 바꿔달라고 했더니 딴방을 보여주긴 하는데 이번엔 침대가 두 개뿐이다. 일행이 넷인데 침대가 두개뿐이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느물느물 웃으며 물린 건 너 하나 아니냐는데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결국 짐을 싸서 나온다. 나가면서 방값을 못주겠다고 했더니 느물느물하던 태도는 오간데 없고 방값을 안내면 절대 못나간단다. 이렇게 되면 결국 싸움이 된다. 방값 받으려면 병원비부터 달라, 당장 병원 가자.. 고성이 오가고 나서야 결국 주인이 두 손을 든다.

 

결국 조금 더 비싼 호텔로 옮겨 빈대 후속 조치에 들어간다. 사실 빈대는 물린 데가 심하게 가렵고 흉터도 오래 가서 물린 것만으로도 상당히 괴롭지만 후속 조치도 만만치 않다. 어디에 옮겼는지 모르니 옷이란 옷은 죄다 삶아야 하고-그게 힘들면 햇볕에 살균이라도 해야 한다- 그러고도 한동안 추이를 살펴야 한다. 넷이서 옷이란 옷을 죄다 빨고 그도 모자라 살균제까지 사서 가방이랑 신발에 뿌리고 시트까지 소독을 하고 나서야 빈대 소동은 끝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숙소를 한 번 더 옯기고 만다. 두번째 숙소는 깔끔하긴 한데 부엌이 없어 밥값 비싼 이스라엘에서는 오래 묵기가 상당히 곤란하다. 결국 사흘 만에 숙소를 세 번이나 옮기는 삽질을 한다. 예루살렘에서의 첫 사흘은 그렇게 삽질과 함께 지나간다. 삽질 끝에 남은 거라곤 피로와 가려움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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