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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14
    <레바논남부> 사이다-알키암-티레(6)
    제이리
  2. 2007/01/14
    <베이루트> 중동의 파리, 베이루트(3)
    제이리

<레바논남부> 사이다-알키암-티레

원래 레바논 남부는 시돈-현지인들은 사이다라고 부른다-과 티레만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게스트북에서 본 글, 그러니까 레바논 남부에서 내륙 쪽으로 더 들어가면 이스라엘 국경과 면한 알키암이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그곳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있고 팔레스타인 난민촌도 볼 수 있다는 글이었는데 사이다의 경찰서에서 허가증을 얻으면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왕이면 비슷비슷한 도시들보다는 그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에 호텔 매니저에게 가는 길을 물어보았더니 어차피 허가증을 개인적으로 받더라도 그쪽으로 가는 대중교통 수단은 없으니 아예 이곳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가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먼저 사이다를 둘러보고 알키암 지역을 들렀다가 티레를 둘러 돌아와도 하루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한다.

 

아침 일찍 사이다로 떠난다. 비가 약간씩 추적이는 거리를 택시는 잘도 달린다, 레바논의 남부 쪽은 북부 쪽과는 다르게 도로며 다리가 온통 무너져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이라고 기사아저씨가 설명을 한다. 그러고보니 교차로와 교량마다 폭격의 흔적이 역력하다. 폭격으로 무너진 교량은 암시로 이어져 있고 미처 복구가 안 된 도로는 이면 도로로 둘러가게 되어 있다. 기사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사이다의 경찰서에서 허가증을 받는다. 여권을 제출하고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하더니 의외로 쉽게 허가증을 내준다. 알키암으로 가기 전에  잠시 사이다를 둘러본다. 이곳 역시 중세 십자군의 성이 남아 있는데 특이하게도 바다 위에 세워져 있다. 아마 바다를 통해 오는 적을 막기 위해 세워진 듯한데 지금은 몇몇 관광객만 눈에 뛸 뿐 한산하기만 하다.

사이다의 해양성채

 

알키암으로 가는 내륙으로 접어드니 곳곳에 폭격의 흔적이 남아 있다. 베이루트와 그 북부 쪽만 보면서 몇 달 전에 전쟁이 끝난 나라 같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군인들이 봉쇄를 하고 있다는 알키암 지역에 들어서자 폭격의 흔적은 더욱 역력해진다. 이미 무너져 버린 집들이며 허물어진 담벽에 보이는 총알자국이 이곳에서의 교전의 흔적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때 마을 주민들이 거의 피신해서 유령마을로 불리웠다는 이곳에는 몇몇 주민들이 돌아와 다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다. 기사아저씨는 연신 이스라엘 나쁜 놈들이라며 열을 올리고 우리도 이스라엘 안 좋아한다며 맞장구를 쳐보지만 폭격의 흔적이 역력한 마을을 둘러보면 볼수록 뭐 보려고 이 마을까지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상흔마저도 관광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택시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새삼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을 곳곳에 무너진 건물들이 보인다

 

마을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완전히 폐허가 된 건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보이는 건너편 땅이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이곳은 한때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던 포로수용소였다는데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이곳에서 사망한 젊은 군인들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한때 그 자신이 이곳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안내를 해준다. 그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대신 건물 잔해 곳곳을 다니며 몸소 그때의 상황을 재현해 보여 주신다. 그 옆에서 기사 아저씨가 이건 전기고문실이었고 이건 일인 독방이었고 하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와 함께 간 기사도 영어가 긴 편은 아니니 이게 언제쯤 있었던 것이고 언제쯤 탈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폐허 곳곳에 그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캄보디아에서 보았던 한때는 학교였다던 포로수용소가 겹쳐 떠오른다. 인간이 서로에게 저지른 광기의 흔적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저 마음만 착찹하다. 그러나 착찹한 마음은 마음일 뿐 결국 우리의 하루 관광은 돌아오는 길에 티레에 들러 유적지를 하나 더 보고 나서야 끝이 난다.

 

포로수용소 전경 

곳곳에 희생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마스커스 국경을 넘기 전에 발벡 신전을 들러서 가기로 한다. 이제 신전들이 조금 지겨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레바논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이라니 그냥 지나치기는 좀 아쉽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발벡을 들르는 조건으로 택시를 대절한다. -아무리 일행이 넷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레바논에서 택시 무지하게 타고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발벡에 도착해보니 신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도 인상적이지도 않다. 그나마 우라가 가진 정보라곤 고대 페니카아인들이 섬겼던 태양신 발백을 모신 신전이라는 게 전부다. 에그.. 그저 무식이 죄지,, 그래도 왔으니 두 시간 가량 신전을 둘러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다마스커스로 떠난다. 아주 패키지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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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중동의 파리, 베이루트

택시를 타고 세시간 정도를 달리니 어느새 레바논 국경에 도착한다. 국경은 여느 나라들과 큰 차이가 없다. 적당히 외지고 그러면서도 적당히 붐비는 모습인데 느낌이 그래서일까 다른 국경들보다는 군인들이 더 많은 듯도 하다. 입국 스템프를 받고 다시 베이루트를 향해 달린다. 하마 국경에서 베이루트까지는 레바논의 북부 도시들을 거쳐 가게 되는데 거의 모든 도시들이 해안가에 자리 잡고 있어 말 그대로 해안도로를 달리는 셈이다. 레바논의 도시들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해안가를 따라 들어선 현대적인 건물들이며 시내를 달리는 차들을 보고 있으면 유럽의 어느 도시에라도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얼마 전에 전쟁이 끝난 나라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리는 활기차고 번화하다.

 

베이루트 터미널에 도착하니 택시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우리가 가려고 했던 호텔 이름을 대니 5달러를 부른다. 레바논의 물가는 주변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라고 듣긴 했지만 택시비는 시리아에 비해 거의 10배다. 잘 깍이지도 않는 택시비를 그래도 네 명이니 일인당 1달러 해가며 4달러에 깍아 택시를 탄다. 어차피 지도도 없고 호텔의 위치도 모르니 방법이 없다. 막상 택시는 터미널에서 채 300미터도 인되는 곳에 우리를 내려 준다. , 호텔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을 줄이야.. 택시 기사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별 수 없이 정해진 차비를 건네준다. 늘 나라가 바뀌면 한번씩 바가지를 쓴다. 좀 아깝지만 어쩌랴.. 정보가 없으면 돈이 나가는 법이다^^.

 

우리가 짐을 푼 곳은 이 호텔의 4인실 도미토리다. 일행이 4명이니 말이 도미토리지 그냥 일반실을 쓰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게다가 이 호텔은 주방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숙소에서 15분가량 걸어가면 거의 우리나라의 이마트에 버금가는 슈퍼마켓이 있어 대부분의 끼니를 숙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짐을 풀자마자 슈퍼를 찾아 나선다. 숙소에 있는 게스트북에는 친절하게 슈퍼의 지도까지 그려져 있어 슈퍼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과연 중동 최대의 슈퍼마켓이라는 명성답게 없는 물건이 없다. 중동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정육 코너에서는 돼지고기까지 팔고 있다. 일행 중 하나가 중국산 김을 발견하곤 희희낙락이다. 김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자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가 누군가 가격을 확인한다. 10장 묶음의 김이 거의 9,000원 돈이다. .. 김밥은 바로 포기다. 해물 스파게티. 야채 볶음밥, 부대찌개, 수제비라면.. 그래도 해먹을 수 있는 품목이 줄줄이 이어진다.

 

담날은 베이루트 근교를 다녀온다, 중동 최대의 석회 동굴이라는 제이타 동굴과 베이유니에에 있는 하라사 성모상을 보고 비블로스의 유적까지 다녀오는 일정이다. 레바논은 나라 전체의 크기가 우리나라의 경기도 보다 조금 큰 정도라고 하니 말이 도시간의 이동이지 이동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먼저 버스를 타고 제이타 동굴 입구까지 간 뒤 동굴까지는 택시를 타고 간다. 제이타 동굴은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윗동굴과 배를 타고 돌아봐야 하는 아랫동굴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동 최대라는 찬사에 걸맞게 그 규모가 상당하다. 특히 아랫동굴은 석회동굴 사이로 흐르는 물을 따라 배를 타고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어 상당히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중국에서 본 여러 석회 동굴들이 거의 조명발이었던 데 비하면 이 동굴은 아직 자연의 순수함이 남아 있는 듯싶다.

 

제이타 동굴을 둘러본 뒤 다시 택시를 타고 하라사 성모상이 있는 베이유니에로 향한다. 사실 이곳은 성모상을 보러가는 것이 아니라 해변에서 성모상이 있는 언덕까지 연결된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것이다. 뭐 남산에서도 안타던 케이블카를 타러 간다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뭐 이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델레프릭이라고 불리는 이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위에 오르면 멀리 베이루트까지 해변을 면해 자리잡고 있는 레바논의 도시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언덕에서는 멀리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성모상의 발치에서 싸가지고 온 점심을 먹고 한참을 쉬다가 비블로스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비블로스의 바닷가에는 한때 십자군의 성이었다는 유적이 남아 있다. 성은 몇백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바다가 보이는 성곽에 앉아 있으니 그저 한가롭기만 하다. 해가 질 무렵 다시 베이루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다.

케이블카에서 바라 본 베이유니에

십자군성에서 바라 본 비블로스

 

그 다음날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거린다. 원래 이날은 레바논 남부 쪽을 돌아볼까 했는데 막상 비를 보자 이 빗속을 헤치고 다니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오전엔 그저 숙소에서 놀다가 비가 그친 오후에 베이루트 시내를 둘러본다. 베이루트를 중동의 파리라고 했던가.. 중심가로 나가보니 유럽풍의 건물들이 이어져 있고 그 앞으론 노천카페가 즐비하다. 거리를 걸어걸어 서쪽 해안가까지 가본다.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니 제법 사람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난다. 가족 단위의 나들이객이며 데이트 나온 커플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뛴다. 바닷가에 왔으니 해물이라고 먹어보자며 주변을 돌아다녀도 보이는 건 온통 패스트푸드점 뿐인데 그 와중에 새우전문 패스트푸드점이 눈에 띈다. 그릴 새우, 새우튀김, 새우버거.. 새우로 만들 수 간편식은 모두 모여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 와서 결국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 느끼한 걸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아무리 패스트푸드지만 그래도 새우 아닌가 말이다^^

베이루트 시내

베이루트 서쪽 해안의 비둘기 바위

 

이박삼일만 있다 가려고 했던 일행들이 일정을 이삼일 늘리고 일주일쯤 있다 가려 했던 나는 일정을 이삼일 줄인다. 어차피 이집트까지는 같은 루트이다. 아무래도 이스라엘, 요르단은 일행이 있는 편이 여러모로 편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해서 대학 동기라는 여자친구 셋과는 결국 다합까지 동행을 하게 된다- 이곳 베이루트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레바논 북부의 최대 도시인 트리폴리와 그 유명한 레바논 삼나무의 산지이자 레바논이 낳은 세계적 작가인 칼릴 지브란의 고향이 있다는 부카레가 나온다는데 그곳은 그냥 포기한다. 그저 남부의 도시인 시돈과 티레 그리고 그 유명한 발벡신전을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사실 삼나무 숲이야 꽤 끌리긴 하지만 뭐 다른 도시들은 그저 비슷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늘 그렇듯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버려야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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