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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남부> 사이다-알키암-티레

원래 레바논 남부는 시돈-현지인들은 사이다라고 부른다-과 티레만 돌아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게스트북에서 본 글, 그러니까 레바논 남부에서 내륙 쪽으로 더 들어가면 이스라엘 국경과 면한 알키암이라는 지역이 나오는데 그곳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 있고 팔레스타인 난민촌도 볼 수 있다는 글이었는데 사이다의 경찰서에서 허가증을 얻으면 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왕이면 비슷비슷한 도시들보다는 그쪽으로 가볼까 하는 마음에 호텔 매니저에게 가는 길을 물어보았더니 어차피 허가증을 개인적으로 받더라도 그쪽으로 가는 대중교통 수단은 없으니 아예 이곳에서 택시를 대절해서 가는 게 더 나을 거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먼저 사이다를 둘러보고 알키암 지역을 들렀다가 티레를 둘러 돌아와도 하루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하기로 한다.

 

아침 일찍 사이다로 떠난다. 비가 약간씩 추적이는 거리를 택시는 잘도 달린다, 레바논의 남부 쪽은 북부 쪽과는 다르게 도로며 다리가 온통 무너져 있다.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이라고 기사아저씨가 설명을 한다. 그러고보니 교차로와 교량마다 폭격의 흔적이 역력하다. 폭격으로 무너진 교량은 암시로 이어져 있고 미처 복구가 안 된 도로는 이면 도로로 둘러가게 되어 있다. 기사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사이다의 경찰서에서 허가증을 받는다. 여권을 제출하고 간단한 질문 몇 가지를 하더니 의외로 쉽게 허가증을 내준다. 알키암으로 가기 전에  잠시 사이다를 둘러본다. 이곳 역시 중세 십자군의 성이 남아 있는데 특이하게도 바다 위에 세워져 있다. 아마 바다를 통해 오는 적을 막기 위해 세워진 듯한데 지금은 몇몇 관광객만 눈에 뛸 뿐 한산하기만 하다.

사이다의 해양성채

 

알키암으로 가는 내륙으로 접어드니 곳곳에 폭격의 흔적이 남아 있다. 베이루트와 그 북부 쪽만 보면서 몇 달 전에 전쟁이 끝난 나라 같지 않다고 여겼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군인들이 봉쇄를 하고 있다는 알키암 지역에 들어서자 폭격의 흔적은 더욱 역력해진다. 이미 무너져 버린 집들이며 허물어진 담벽에 보이는 총알자국이 이곳에서의 교전의 흔적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한때 마을 주민들이 거의 피신해서 유령마을로 불리웠다는 이곳에는 몇몇 주민들이 돌아와 다시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다. 기사아저씨는 연신 이스라엘 나쁜 놈들이라며 열을 올리고 우리도 이스라엘 안 좋아한다며 맞장구를 쳐보지만 폭격의 흔적이 역력한 마을을 둘러보면 볼수록 뭐 보려고 이 마을까지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상흔마저도 관광하고 싶었던 건 아닌지 택시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내 모습에 새삼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을 곳곳에 무너진 건물들이 보인다

 

마을을 가로질러 올라가니 완전히 폐허가 된 건물터가 보인다. 이곳에서 보이는 건너편 땅이 이스라엘이라고 한다. 이곳은 한때 이스라엘군이 운영하던 포로수용소였다는데 무너진 건물 잔해들 사이로 이곳에서 사망한 젊은 군인들의 사진이 곳곳에 걸려 있다. 한때 그 자신이 이곳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었다는 중년의 아저씨 한 분이 안내를 해준다. 그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대신 건물 잔해 곳곳을 다니며 몸소 그때의 상황을 재현해 보여 주신다. 그 옆에서 기사 아저씨가 이건 전기고문실이었고 이건 일인 독방이었고 하면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다. 우리와 함께 간 기사도 영어가 긴 편은 아니니 이게 언제쯤 있었던 것이고 언제쯤 탈환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폐허 곳곳에 그 흔적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캄보디아에서 보았던 한때는 학교였다던 포로수용소가 겹쳐 떠오른다. 인간이 서로에게 저지른 광기의 흔적들을 보고 있으려니 그저 마음만 착찹하다. 그러나 착찹한 마음은 마음일 뿐 결국 우리의 하루 관광은 돌아오는 길에 티레에 들러 유적지를 하나 더 보고 나서야 끝이 난다.

 

포로수용소 전경 

곳곳에 희생자의 사진이 붙어 있다

 

다시 시리아로 돌아가는 날이다. 다마스커스 국경을 넘기 전에 발벡 신전을 들러서 가기로 한다. 이제 신전들이 조금 지겨워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레바논에서 가장 오래된 신전이라니 그냥 지나치기는 좀 아쉽다. 다마스커스로 가는 길에 발벡을 들르는 조건으로 택시를 대절한다. -아무리 일행이 넷이라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도 레바논에서 택시 무지하게 타고 다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막상 발벡에 도착해보니 신전은 규모가 그리 크지도 인상적이지도 않다. 그나마 우라가 가진 정보라곤 고대 페니카아인들이 섬겼던 태양신 발백을 모신 신전이라는 게 전부다. 에그.. 그저 무식이 죄지,, 그래도 왔으니 두 시간 가량 신전을 둘러보고 다시 택시를 타고 다마스커스로 떠난다. 아주 패키지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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