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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유령의 도시, 암만

결국 바이람의 축제 기분 한번 제대로 느껴보지 못하고 암만으로 이동한다. 내가 굶은 것도 아니면서 라마단이 끝났다고 축제 운운 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중동 국가에서 온전히 라마단을 보냈으니 그 축제라는 것도 좀 보고 싶었는데 막상 도착한 암만은 유령도시가 따로 없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지 축제는커녕 택시기사 몇몇을 제외하고는 통 사람들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길거리의 상점도 거의 문이 닫혀 있다. 이들이 축제라는 건 우리나라의 추석이나 설명절 같아서 죄다 고향으로 떠나고 아무도 없는 건지.. 당최 점심 한끼를 먹을래도 문 연 가게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라마단 잘 지내고 바이람때 굶어 죽는거나 아닌지 모르겠다며 숙소부터 찾아보기로 한다.

 

우리가 처음으로 찾아간 숙소는 암만에서 배낭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하다는 곳이다. 뭐 시설이 좋아서 유명한 건 아니고 그 호텔?매니저가 친절하기로 유명한 곳인데 막상 찾아가보니 숙소는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방이라고 보여주는데 이건 창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다. 매니저가 아무리 친절해도 저런 방에서는 못 자겠다며 일행들이 도리질을 친다. 뭐 나도 마찬가지다. 덜 친절해도 좋으니 그 시간에 청소나 좀 하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두 번째로 찾아간 숙소는 그전 숙소보다는 시설이 조금 나아 보인다. 하지만 방이라고 보여주는 곳은 거기가 거기다. 으이구.. 도대체 이 나라는 물가도 비싼 나라가 왜 이런 거야 싶지만 배낭여행자들 사이에 가장 유명하다는 숙소가 둘다 이 모양이니 다른데 가 봐도 마찬가지일 듯 하다. 일단 짐을 풀고 욕실을 들여다보니 이건 더 가관이다. 도대체 청소를 언제 했는지 도무지 들어가고 싶은 맘이 생기질 않는다.

 

닫혀 있는 가게들을 뒤져 사온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나니 우리가 처한 현실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다. 도무지 눕고 싶지 않은 침대와 샤워는 꿈도 꾸기 싫은 욕실 그리고 텅빈 도시.. 이제 축제에 대한 기대는 둘째치고 뭐 먹을 거라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맘은 시내를 한바퀴 돌고 와도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어차피 암만 시내는 별로 볼 것도 없지만 그나마 죄다 문이 닫혀 있다. 언덕 위에 있는 성채나 올라갈까 하다가 그도 저도 귀찮아진다. 암만 근처에 제라쉬라는 유적이 있다는데.. 이제 유적도 지겹구요, 아님 사해라도? 사해는 이스라엘에서도 갈 수 있다는데.. 다들 암만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 하다. 결국 하루밤만 자고 그냥 이스라엘로 떠나기로 한다. 아무래도 암만은 내가 기억하는 최악의 도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나마 암만에서 이 사진 한 장 찍었다. 문 닫힌 로마시대 원형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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