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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키아> 더 우울하다

알레포에서 라타키아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한다. 시리아에서 기차를 탈만한 구간은 여기뿐인데다 무엇보다 가는 길이 아름답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아침 일찍 기차역으로 나가본다. 라타키아로 가는 기차는 자주 있는 편이라 쉽게 표가 끊어진다. 표를 끊을때 퍼스트 클래스를 원하냐고 물어보길래 가격을 물어 보앗더니 일반석과 별 차이가 많이 나질 않는다그냥 그걸로 끊는다. 이럴 때 일등석 한번 타보자 싶다. 기차에 올라타니.. 흐흐 시설은 그만그만한데 좌석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보통의 객차 크기에 우리나라 우등 고속버스에서 있음직한 큼지막한 의자가 두개, 한개의 배열로 한줄에 세개씩 놓여 있다. 옛날 러시아에서 들여 온 열차라는데 열차 좌석이 이렇게 넓은 건 처음이다. 게다가 한좌석짜리 의자는 여행하고는 처음 앉아 본다. 싸가지고 온 빵을 먹고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 탓에 그 아름답다는 경치는 하나도 못 봤는데 어느새 열차는 라타키아로 들어서고 있다.

 

라타키아는 지중해변에 있는 도시이긴 하지만 도시 전체가 항구로 둘러싸여 있어 푸른 바다를 보기가 쉽지 않다. 바닷가에 있는 숙소를 잡아도 그저 컨테이너 박스만 보일 것 같아 그냥 시내에 있는 숙소에 머물기로 한다. 한국게스트북에 나오는 숙소답게 한글 간판까지 있건만 이 숙소에 한국인은 나 혼자인 것 같다. 아니 한국인 여행자는커녕 숙소 손님 중에 외국인은 나 하나 뿐인 것 같다. 게다가 이 놈의 라마단은 소도시로 갈수록 더 철저하게 지켜지는지 이곳엔 아예 문 연 가게도 보이지 않는다. 도착한 날 점심이나 먹으려고 거리에 나가본다. 거리는 한산하기 이를 데 없고 문 연 식당은 한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삼십분남짓을 걸어 호텔 식당을 하나 찾아내긴 했는데 되는 음식이라곤 음료와 샌드위치가 고작이다. 한 며칠 조용히 쉬어볼까 생각하고 왔지만 아무래도 굶어죽지 않으려면 다른 도시로 가는 수밖에 없지 싶다^^. 결국 라타키아에서 처박히려던 계획도 도시에 도착하는 날 바로 포기가 된다. 그냥 주변의 유적이나 둘러보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살라딘성1


살라딘성2

 

다음날 도시 근처에 있다는 살라딘성과 우가리트 유적을 다녀온다. 살라딘성은 중세시대 유럽에 빼앗긴 예루살렘을 되찾은 아랍의 왕인 살라딘-정확한 이름은 살라흐 앗 딘인데 그저 영어식으로 살라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이 세운 성으로 시리아에서 십자군의 성인 크락 데 슈발리에와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손꼽힌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택시로 10분가량 들어가야 하는 이곳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멀리서 보면 만화에나 나옴직한 곳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한시간 기다려주는 조건으로 택시를 타고 들어간 탓이지 막상 성에서는 괜히 마음이 바쁘다. 게다가 입장료건으로 또 한차례 실랑이를 벌인 탓에 남아 있는 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맘 같아선 성꼭대기에서 주변이나 바라보며 설렁설렁 놀다갔으면 싶은데 결국 한시간만에 택시를 타고 나와 다시 라타키아로 돌아온다.


우가리트 유적


우가리트 유적, 심심해서 셀카나 찍었다는..

 

오후에는 다시 버스를 타고 우가리트 유적에 다녀온다. 우가리트는 알파벳의 원형이 발견되었다는 고대 유적지인데 지금은 거의 그 흔적만 남아 있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탓이지 프랑스인 단체관광객 한팀을 제외하고 유적지는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나 역시 남아 있는 돌덩이들만 가지고 그 시대를 상상하기엔 지식도 상상력도 너무 빈약하다. 그냥 마을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보다 다시 라타키아로 돌아온다. 저녁은 다시 통닭이다. 한국에서도 파는 유리상자안에서 꼬치에 꿰인 채 몇줄씩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통닭 말이다. 대충 그 통닭 반마리에 사람들이 흔히 걸레빵이라고 부르는 희고 넓적한 빵한조각 그리고 오이와 토마토가 전부인 샐러드가 따라 나오는데 그 닭, 사실 먹을만하다. 단 매 끼니를 그걸로 때워야 할 경우는 예외지만^^. 통닭을 뜯으며 이번에는 하마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근데 내가 뭘 찾아다니는 거지.. 그새 심심해진건가.. 아마 그런 것 같다. 그냥 맘이 편한 곳에서 며칠 책이나 읽으며 푹 쉬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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