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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펙과제국주의] 아펙에 대한 제국주의적 전략 (2)


 

1. 아펙에 대한 제국주의적 전략 (2)

 

또한 미국의 아펙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경제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아펙에서 단지 무역과 경제뿐 아니라 소위 안보 쟁점들을 결합해 다루고 있다.

 

이미 미국은 동티모르 문제와 같은 아시아 내의 정치적 분쟁에도 아펙을 활용했다. 당시 아펙에서 호주는 동티모르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정당성을 거머줬다. 1999년 아펙 정상회의 때 동티모르에 파병할 다국적군 구성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정당성을 국제적으로 얻은 공간도 바로 아펙이었다.

 

미국 대외정책에서 결정적 조언자 구실을 하고 아프가니스탄 침공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바 있는 브레진스키는 일찍이 아펙이 미국의 '지혜로운' 패권 전략 추진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중동만큼이나 정치적 역동성과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아시아야말로 미국의 패권을 제대로 보여 줘야 할 공간인데, 그에 비하면 아펙은 너무 느슨하다고 투덜댔다.

 

"아시아는 세계경제의 중심이 돼가는 것과 동시에 정치적 휴화산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유럽에서처럼 전통적인 영토적/인종적/민족적 분쟁을 희석/흡수/봉쇄할 수 있는 다변적 협력 구조가 없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 가지 지역협력기구, 동남아의 아세안, ARF(Asian-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지역포럼, 아세안이 주도하는 정치안보 협상 기구), 그리고 APEC 등은 모두 유럽을 묶어 주는 다변적인 지역 협력 연대망에 춸씬 못 미친다.

 

오늘날의 아시아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대중적 민족주의가 집결된 곳이다. 아시아의 대중적 민족주의는 대중 매체에 대한 갑작스런 접근에 힘입어 가열되고 있고,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부의 격차로 인해 팽창되는 사회적 기대감으로 더욱 높은 휘발성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도시화는 이러한 대중적 민족주의가 정치적 동원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 준다. 증대되는 아시아의 군비 규모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

 

요컨대 동아시아는 펄펄 끓는 역동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까지 이러한 역동성은 이 지역의 급속한 경제 성장 속도로 인해 평화적인 방향으로 분출되었다. 그러나 비록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활화성이 높은 점화점에 불이 당겨지면서 제어력을 상실한 정치적 열정이 그러한 안전 밸브를 압도하게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잠재적인 점화점은 많은 분쟁 지역에 상존하며, 각기 흑색 선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잠재적 폭발성을 지니고 있다."(Z. 브레진스키, <거대한 체스판>, 삼인 202쪽)

 

브레진스키의 말대로 아시아는 가장 많은 주요 강대국들이 집중해 있는 곳이자 가장 군비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국제전략문제여구소는 이 지역이 2005년에 유럽과 중동을 뛰어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수입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바로 이 곳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펙을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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