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비정규직의 눈물 을 아시나요

2005/12/19 13:34
KBS 비정규직의 '눈물'을 아시나요
실질임금 85만원, 최저생계비에 못 미쳐…임협결렬 준법투쟁 돌입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

 

KBS는 연말 특별 기획으로 '양극화사회-희망의 로드맵'이라는 프로그램을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내보냈다.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 가난이 대물림되는 현실을 다각도로 짚어본 기획물이었다. 특별기획에서 초점을 둔 대상은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생활을 공론화하면서 우리사회의 현실과 과제를 진단한 것이다.

KBS는 우리 사회를 향해 화두를 던졌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실상은 화려함으로 포장된 방송사 내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방송사 직원이라면 고액 연봉에 남부럽지 않은 근무 여건을 떠올리기 쉽지만 모든 이들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업계만큼 비정규직이 넘쳐나는 곳도 별로 없다.

   
▲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언론노조
KBS '희망의 로드맵' 방송…비정규직 넘쳐나는 방송업계

방송 취재와 제작 차량을 운행하는 노동자들 역시 대표적인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나이다. KBS에서 취재와 제작 차량을 운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비정규지부 KBS 분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KBS의 자회사인 'KBS 비즈니스'에서 출자한 회사인 '방송차량서비스(주)' 소속이다. 방송사비정규지부 KBS분회 소속 노동자들은 15일 오전 파업 출정식을 갖고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들의 '외로운 투쟁'을 주목한 언론은 많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진행된 파업출정식에서는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주봉희 위원장과 홍헌표 KBS분회장의 삭발식도 있었다. 전국언론노조 김종규 수석부위원장과, 언론노조 비정규특위 윤희주 위원장, KBS 노조 허종환 부위원장, 비정규연대회의 구권서 의장,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주환 기획국장 등이 참석한 이날 출정식은 비장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현 임금 월 93만2500원…노조 요구사항은 월 138만원

   
▲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홍헌표 KBS 분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삭발식을 갖고 있다. ⓒ언론노조
KBS 분회 노동자들이 삭발 투쟁에 나선 이유는 열악한 임금조건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KBS 분회 노동자들의 현재 임금 조건은 기본급 65만원에 식대 10만원, 상여금 16만2500원에 귀향 보조금 2만원까지 합쳐 93만2500원 수준이다.

KBS 분회는 "평균나이 40세에 10년 경력의 노동자의 임금이 식대·상여금 모두 합쳐도 월 94만원 수준이다. 각종 세금을 떼고 나면 85만원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2006년 최저생계비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17만원 수준이다. KBS 분회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셈이다.

KBS 분회는 내년 임금협상과 관련 기본급을 10만2000원 인상하고 업무수당을 25만원 책정하는 등 월 138만4000원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쪽에서는 기본급을 3만원 올려주고 업무수당을 5만5000원 책정하는 등 110만8000원을 협상안으로 제시했다.

비정규 노동자 차별부터 없애야…미온적 태도 보이면 전면파업

양측의 임금협상은 결렬됐고 KBS 분회는 15일부터 조기출근과 연장근무, 휴일근무 거부 등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15일 오후 KBS 분회 노조사무실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임금인상도 중요하겠지만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취재단의 일원으로 현장을 누비고 있지만 신분증부터 정규직 직원들과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교육비 문제나 대출 문제 등 복지혜택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KBS 분회는 회사 쪽에서 임금협상 타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지부 주봉희 위원장은 "우선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KBS 비정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려 나갈 것"이라며 "언론노조 KBS 본부와 함께 연대투쟁에 나서겠다.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전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건은 KBS 정연주 사장의 판단

KBS 분회 조합원들이 소속돼 있는 'KBS 비즈니스' 박성희 사장은 "우리는 계약업체이기 때문에 원청 업체(KBS)가 계약금을 조정해주지 않으면 (임금인상 등) 어떤 것도 결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관건은 KBS가 비정규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주봉희 위원장도 "결국 마지막 선택은 정연주 KBS 사장에 달렸다"고 말했다. KBS가 연말 특집으로 양극화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며 '희망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는데 내부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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