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외주 제작자들 임금 줄여 제작비 절감

2005/08/16 15:26
방송, 외주 제작자들 임금 줄여 제작비 절감
무명 연기자는 최저 생계비도 못 벌어
이인표기자 lip@munhwa.com
우리 방송계는 진작부터 소수의 특급스타와 생활고를 겪는 대다수의 연예인, 한국 최고의 직장인으로 대접받는 방송사 정규직 직원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제작스태프라는 이중적 구조로 형성돼있다. 특히 산업규모가 커지고, 외주제작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방송사 비정규직들과 중간급 이하 연예인들에게 지불되는 비용을 낮춰 제작비를 맞추는 기형적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회당 3000만원대에 육박하는 특급스타가 나오는 데 반해,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에 따르면 최저생계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연예인이 절대다수인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이웃 일본만 해도 연기자기금 등이 조성돼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최저생활이 보장되는 데 반해 우리 연기자들은 이런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작분야 역시 마찬가지. 구성작가나 프리랜서 카메라맨 등 전문직조차 특별한 계약기간도 계약조건도 없이 월 100만원 등으로 방송사 PD 등의 재량에 따라 임금을 받는 형식이다. 언론노조의 방송사 비정규직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한주 평균 노동시간은 약 59시간이며, 80%이상이 월 15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방송사비정규직 주봉희 노조위원장은 자작시집 ‘어느 파견 노동자의 편지’에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의거해 근무 2년마다 해고되는 자신들의 신세를 ‘두해살이풀’로 지칭할 만큼 방송계 비정규직의 착취구조는 심각하다. 반면에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들의 정규직 사원들은 고용보장 효과는 물론, 임금과 사회적 지위면에서 우리 사회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양측의 격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방송의 질은 반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실질적인 제작기능이 갈수록 비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방송사들의 드라마제작은 현재 70~80%가 외주제작되고 있다. SBS의 경우 외주제작이 100%에 가깝다.

이 경우 방송사는 최소제작비만을 지원하고, 외주업체들은 이를 인건비 감축, 기업협찬 등으로 해결하고 있다. 광고효과를 노린 기업협찬 등이 시원찮을 경우 당연히 제작스태프의 임금을 줄이는 식이다. 드라마마다 붕어빵같이 닮아가는 구성이나 신인 기용 등에는 이같은 이유가 있다.

한편 저임금 구조의 주체격인 방송사들도 편안한 입장만은 아니다. 제작비 감축을 위해 외주제작을 늘리고, 인력감축에 애쓰고 있지만 갈수록 높아가는 스타들의 출연료로 인해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사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의 경우 연기자와 스타MC 출연료가 제작비의 60~70%를 차지한다. 영화계 강우석 감독의 스타 권력화 비판을 가장 먼저 환영한 이들은 영화 감독들이 아니라 방송사 PD들이었던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또 최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산하에 가수지부, 무술연기자지부 등 그간 조용했던 부문들의 요구가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개별 연기자나 비정규직 제작스태프는 여전히 방송사에 절대열세인 존재며, 노조설립으로 단번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절대권력을 행사해온 방송사를 대상으로 균형적 비용 지불, 적정한 보상체계를 요구하는 각 부문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인표기자 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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