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사건들

2006/01/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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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소이유서3. 주봉희 위원장

 글쓴이 : 대외협력실
 등록일 : 2004-11-24   10:16:16      
   

릴레이 기소인터뷰 1.
노무현 정권은 김선일이라는 우리 노동자를 죽였다.
방송사 비정규 노조 위원장 주봉희

거리에서 그를 처음 본 건 4년 전이었다.
2000년 근로자 파견법의 시행으로 KBS는 276명의 파견노동자를 해고시켰다. 비정규직 철폐투쟁, 파견, 간접고용, 불안정 노동이라는 단어가 아직 낯설었던 그때, KBS의 부당한 해고에 반대하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노동자 투쟁의 새로운 물꼬를 터 냈다.
그 후 3년이 흘렀고, 노동자들의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파견법 철폐"를 머리에 물들인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삭발한 머리에 "파견철폐"라는 구호를 만들어 붉게 물들인 모습으로, 그리고 홀로 '방송사 비정규직노조' 깃발을 들고 있는 그 모습으로 말이다.



2004년 가을, 정부는 이른바 '비정규직 보호입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파견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라지만, 실상은 파견노동을 완전히 합법화하고 모든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하겠다는 사실상의 노동법 개악이다. 국회앞 차가운 길바닥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이 진행되고 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동자 대회를 앞둔 11월 11일, 또다시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그를 찾아갔다.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터인 남한사회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또 다른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2000년 해고에서부터 2004년 복직에 이르기까지 정말 지난한 싸움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2000년 7월 1일부터 파견법이 시행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대한 법률'이 결국 파견노동자를 보호하기는커녕 맨몸으로 거리에 내모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방송 3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몇 만 명이 해고를 당했고 당시 저도 10년 넘게 KBS에서 일하다가 해고되었으니 어이가 없었죠... 파견법에는 "2년에서 하루가 지나면 정식으로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는 필요악 조항이 있어요. 이를 피해가기 위해서 사측은 2년에서 단 1초가 지나지 않고 바로 파견노동자를 해고해버리지요.. 그래서 노동조합을 만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파견노동자들의 조직이라고 하는 것이 2년을 주기로 조직되었다, 해고되면 한판 싸웠다가, 또 그렇게 없어지면 다시 처음부터 조직해야 하고..그런 거예요

파견노동자의 삶이란..앵벌이나 다름없지요..

이 땅의 파견노동자는 사회의 최하 빈곤층입니다. 텔레마케팅, 사무보조, 카메라 보조 등 특별한 기술도 없는 최하위직 노동입니다. 힘도 없고 돈도 안되는 직업으로 연명해야 하는 사람들이죠, 일용직으로 고용되는 직종은 거의 다 파견업종입니다. 그러니 자본가들이 가장 손쉽게 갖다 쓰고 바로 해고시켜버릴 수 있죠. 지난 6년동안 노동조합이 있었다가 없어지고..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면서 얼마든지 해고시킬 수 있었죠. 저임금으로 사용하고 짤라버려도 누구하나 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 정권과 자본은 이거다 싶은 거죠.

휴일도 없이 일해봤자 100만원 저금은 꿈도 못 꿉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교육비와 먹고사는 기본만 해도 빠듯합니다. 그렇게 2년을 살아서 돈을 모으지도 못하고 2년이 지나면 가차없이 쫓겨나는 것이죠. 게다가 용역회사에서는 40에서 많게는 50%의 이익을 떼어먹죠, 2년 동안 사장 얼굴도 모르고 쫓겨나고요.
파견노동자는 앵벌이나 다름없습니다.

- 2000년 투쟁을 조직하고 싸워왔던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해고되기 3일전에 노동조합을 결성했어요, 노동조합 활동은 딱 하루 했구요, 바로 그 다음날 쫓겨났지요..제가 10여년을 비정규직으로 일했는데 파견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는 조건없이 계속 이어져왔었어요, 근데 파견법이 시행되지 마자 2000년 5월, 6월에 두 번 해고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KBS 257명, MBC 165명 SBS 425명을 해고하였어요.
쫓겨난 그날부터 싸우기 시작했지요.
3개월 정도 같이 싸우다가 내가 동지들을 등 밀어서 보냈어요. 그 사람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거든요. 투쟁하면서 조합비를 걷을 수조차 없었으니까요. 임금의 1%의 조합비를 내는 것이지만 워낙 열악한 임금에 그 돈을 쓸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남아서 혼자 깃발들고 싸웠습니다. 겨울에 세차장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어서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2002년도에 또 한 차례의 해고가 있었습니다. 함께 싸우고 또 흩어지고. 작년 6월 20일, 조합원이 한명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조직화에 들어갔습니다. "2년 뒤에 쫓겨나나 지금 쫓겨나나 마찬가지니 싸우자고.."

-홀로 남아 투쟁을 계속해야겠다는 의지, 어떻게 이를 추동할 수 있었는지요. 과거에 노동운동의 경험같은 것은 있으셨는지.

나를 계속 싸우게 한 것은 "파견법'. 그 자체였습니다.

노동운동 경험은 거의 전무했습니다. 홀로 남아 투쟁하고 이를 계속해야 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은 파견법 때문이었습니다. 1998년도에 양대노총이 합의해버린 파견법. 그러나 이제는 결국 양대노총의 운동이 오히려 이것으로 인해 공격받게 되어버린 파견법..저는 도대체 이 법안에 합의했는지 정말 원망스러워요. 이 법은 두 얼굴을 쓰고 있어요. 파견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자를 죽이는.. 그런 생각을 했지요. 내가 없어지면 이 파견법의 실체에 대해 알려낼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주목을 받기 위해 모든 집회에 쫓아다니고 별의 별짓을 다했지요. 머리에 글씨까지 써가면서 말이죠.

-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보호입법안, 파견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고 3개월간 휴지기간을 두어 어느 정도 파견노동자 해고를 제어할 수 도 있다는데.

기업 사장들이 짱구랍니까? 3개월 계약직 임시직 쓰면 되지.. 누가 그걸 지킵니까?

지금 정부의 파견법 개악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똑똑히 알아야 해요..특히 민주노총역시두요. 노동현안으로 불거지는 모든 불법파견문제의 원조는 파견법에서 불거집니다.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 등 모든 것들이요 파견을 쓰자니 2년 이따가 해고시켜야 하고 공장은 가동시켜야 하고 그래서 불법고용이 이루어지고 결국엔 파견법 개악의 요구로 모아지고... 지금 정부가 내놓은 안은 파견기간을 3년으로 늘리겠다는 것인데 어차피 해고되는 건 똑같습니다. 3개월 동안의 휴지기간을 둔다는 건 3년 동안 고용하면 3개월 동안은 그 자리에 고용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규정이고 그래서 기업들이 해고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데, 어느 기업 사장이 짱구랍니까? 3개월 계약직 임시직을 쓰면 되는 거지. 3개월 지나면 다시 파견노동자 쓰면 되는 건데.. 더구나 지금의 노사정위 안은 정부안보다 더 후퇴한 안이예요. 3년 후가 문제라면 3년 안에 기간제 폐지를 하겠다는 거죠.

전쟁에 대한 이야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쟁이다. 인간답게 노동하며 살아갈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이 땅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문제와 오늘 하루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이라크 민중들의 삶의 문제는 동일한 입장에 서있다.


"내가 복직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동지들이 한달에도 몇 차례씩 해고되고 있고 SBS, MBC에는 아직도 파견문제가 심각합니다. 파견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이 지속되는 한 계속 싸워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1979년도에 쿠웨이트에서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본 적이 있어요. 사우디, 이라크도 수시로 다녔었죠. 그 곳, 참 평화로운 곳이었어요. 당시 후세인 정권 하였는데,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어요. 정이 많고 양순한 사람들..전쟁이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역사가 깊고 그에 대한 자존심이 무척 강한 곳이예요.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면서 침공했지만 그것은 석유를 위한 시나리오에 불과한 것이죠. 노무현 정권이 파병을 한 것은 그 더러운 침략에 말려든 것이고 이건 마치 우리나라가 남의 나라에 내정간섭을 하는 것이예요.

노무현 정권은 김선일이라는 우리 노동자를 죽였다.

"이라크는 한국의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진출해있는 곳이고 그 사람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죠, 우리가 왜 미국과 공범이 되어야 합니까? 이라크는 엄연히 주권이 있는 국가예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 동포를 죽이면 우리가 가만있지 않을 것처럼 그들도 역시 저항할 권리가 있는 거예요. 결국 노무현 정권은 김선일 이라는 우리 노동자를 죽였어요, 파병결정만 하지 않았으면 김선일은 죽지 않았어요. 정부는 파병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이라크 재건에서 건설업체 등을 따낼 수 있다는데 오히려 지금 파병 때문에 외국의 건설업체들이 다 철수하고 있지 않느냐구요.. 미국은 자기나라에 경제상황이 안 좋으면 꼭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예요. 파라과이, 아프가니스탄이 그랬다. 쿠웨이트의 경우, 이라크가 침공했다지만, 자신의 나라 실업률의 증가했고 그 만큼 무기를 생산해서 이윤을 남기려 했던 것이죠. 다른 나라들 다 파병철회를 했는데 우리는 대체 뭘 바라면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라크 인들을 치료하고 도로 닦고 집지어주는 역할을 한다지만 월남전 때 우리가 처음 비둘기 부대를 보냈지만 결국 미국의 요구에 의해 베트남 민중을 학살하는 전투병이 투입된 거잖아요. 이라크도 마찬가지예요. 한국은 결국 전투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파병을 반대했습니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라크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까? 철군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고립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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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이유서


평화를 사랑한다더니 국민이 죽어가는 것을 방치한 죄
억압받고 소외되고 그늘진 국민들을 보호한다더니
이라크와 안면식두 없는 우리들의 아들딸들을 죽음의 사지로 내몰아 버린 능력불능대통령령을 행사한 죄
국민과 합의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음에도
이라크파병은 국민합의없이 거부권이 있음에도
강행방침발표에 불상한 노동자를 처참하게 살해당하도록 방치하고 방조한 죄
하여~~노동자의 진정한 양심으로 그대들을 전범으로 고발하노라~~~~~퉤~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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