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사 합의안에 여승무원 빠진까닭

2006/04/04 08:55
철도노사 합의안에 '여승무원' 빠진 까닭
KTX 여승무원 지부 "저급한 수준이라면 빼기로"... "정규직 위주 운동" 지적도
텍스트만보기   김덕련(pedagogy) 기자   
▲ 1일 철도노조의 전면파업으로 KTX와 일반열차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철도공사 노사합의안에서 KTX 여승무원 고용문제는 왜 빠졌을까.

철도공사 노사 양측이 지난 1일 전격적으로 정기 단체협약을 체결,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재파업은 철회됐다. 그러나 노조가 지난달 초 파업에 돌입했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KTX 여승무원 정규직화 문제는 이번 합의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켜지지 못한 노조의 원칙 '일괄타결'

철도공사 노조가 3월 파업 이전부터 내세웠고 현장복귀 후에도 누차 강조한 'KTX 여승무원 고용문제를 포함한 일괄타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노조는 이에 대해 2일 "합의서에 담지는 못했지만 KTX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자 정규직 중심의 철도노조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이를 근거없는 의문으로 일축했다. 조연호 선전국장은 "KTX 문제에 대한 조합의 입장은 예전과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에서는 비정규직으로라도 KTX 여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양보안을 냈지만 공사측이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KTX 여승무원 부분이 합의문에서 빠지는 것도 여승무원들에게 사전에 통보하고 그들의 입장을 들은 뒤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노조 주장대로 공사 측은 노조안에 대해 "정규직 고용을 전제하는 안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완강히 거부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에서 '일괄타결' 원칙을 밝혔던 지난달 초에도 공사측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노조가 '일괄타결' 원칙을 지키지 못한 데는 공사 측 반응뿐 아니라 '하청업체 비정규직'인 KTX 여승무원 문제를 끝까지 안고 가는 것에 대한 일부 정규직 조합원들의 불만과 조합 지도부의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한 간부는 최근 이와 관련, "노조 지도부는 1년여간 집중교육을 통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인식을 높이는데 주력했지만 아직 의식수준이 높지 않은 정규직 조합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KTX 여승무원들 "안타깝지만 이해... 파업 전부터 예상"

▲ 13일 오전 서울역앞에서 파업중이 KTX여승무원과 여성노동조합, 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여성노동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성차별적 고용관행의 대표적 사례, KTX 여승무원 대량 계약해지 철회 촉구 여성노동단제 기자회견'이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KTX 여승무원 지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민세원 서울 KTX 열차승무지부장은 3일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면서도 "철도노조의 현실적인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지도부의 고민과 현실적 선택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원인은 철도노조가 아니라 철도공사라는 것. 민 지부장은 "조합 내부의 이런 사정을 감안, 저급한 수준으로 합의해야 할 상황이라면 차라리 KTX 여승무원 고용문제를 빼고 나머지만 합의문에 쓰기로 3월 파업 전부터 노조 지도부와 논의했다"고 전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정기단협 체결에 대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요구를 일부 뿌리치면서까지 KTX 여승무원 고용문제 해법을 끝까지 공사 측에 관철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KTX 여승무원들은 철도노조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다. 2001년 이후 철도노조가 민주화 됐고,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해결에도 노력해왔기 때문. 민 지부장은 "철도노조의 지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이 정도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위원장이 이끄는 철도노조는 다른 대규모 사업장에 비해 비정규직 문제에 적극 나섰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청업체 비정규직'인 KTX 여승무원들을 정규직과 동등한 조합원으로 받아들였고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전면에 내걸고 총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일괄타결' 원칙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비정규직 스스로 '독자파업'을 택할 수밖에 없던 것은 아직도 철도노조가 정규직 위주의 운동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정규직 중심의 노조운동을 벗어나는 '단초'는 보여줬으나 새로운 '전형'까지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

그 결과 KTX 여승무원들의 일과는 노사합의 뒤에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9일부터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농성 중인 이들은 3일에도 열린우리당 항의방문 등을 통해 이철 사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공사 "여승무원 지도부가 조합원 의사전달 차단"

한편 KTX 여승무원 고용문제와 관련, 철도공사는 합의서 체결 뒤 다각적 채널을 통해 별도로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공사 측은 여전히 이 사장의 면담을 절대 허용할 수 없으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KTX 여승무원 지도부의 폐쇄적 자세를 꼽았다.

박찬성 홍보실장은 3일 통화에서 "KTX 여승무원들이 무조건 버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지도부에 의해 일반 조합원들에게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차단돼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실장은 "이에 대한 해결책이 나와야만 하며 (공사측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조합원 개개인을 만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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