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 이겼답니다!"  

  "불법파견 시 직접고용해야" 법원 판결을 기쁘게 맞으며

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차장 여성오
  
  
   참세상뉴스  



  *인사이트 판결 승리 소식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방송사 비정규직 주봉희 위원장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인사이트코리아노조 지무영 위원장님이 "3월14일 고법판결이 나올 것 같다"며 집회를 제안했다. 화학섬유연맹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서 3월12일과 13일 집회를 갖고,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당일인 14일에 집회를 주관하기로 했다. 내심, "에고, 판결 전에야 힘차게 촉구투쟁하면 되지만, 당일날 만약 판결이 안좋게 나온다면 힘 빠져서 집회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랴! 안좋은 분위기에서 다른 동지에게 부탁하지 말고 차라리 사회는 어찌되었건 간접고용 쪽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열 두 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면서 화이트데이랍시고 임신 7개월의 배나온 각시에게 줄 사탕을 샀다. 자다깨서, 늦게 들어온 걸 탓하지는 않고, 사탕 몇 알에 감동하여 입이 벌어진 각시는 "꿈에 팬더곰이 나와서 같이 놀았다"며 싱글벙글이다. 그래, 팬더곰이라, 뭔가 좋은 일이 있으려나? 아침에 출근해서 방송사비정규노조 주봉희 위원장님과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으러 갔다. 팬더곰 얘기는 혹시나 하여 하지않고, 어제 집회에 사람들 많이 왔냐고 여쭸더니 열 몇 명이 왔더라고 얘기해 주신다. 힘들구나.

이름과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년의 파견기간이 종료되는 2000년 6월 30일은 전국적인 파견노동자 대학살의 날이었다. 파견법 제정 이전에도 수년에서 수 십년에 걸쳐 소위 불법적으로 근무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견법의 보호를 받기는 커명, 주봉희 위원장님처럼 해고당해야 했던 것이다.

뒤를 이어, SK의 지휘 감독하에 SK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극심한 차별대우를 받아온 노동자들이 인사이트 코리아노조를 결성하고 노동부에 불법파견 진정을 제기하여 시정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SK측은 사직서 제출과 계약직 전환을 강요하였고, 이를 거부하고 정규직을 요구하는 4명의 조합원들을 2000년 11월 1일자로 해고해, 현재까지 조합원들은 햇수로 4년째 정규직화 및 복직 투쟁을 진행해왔다.

한라중공업사내하청 투쟁과 재능교육교사노조 결성, 호텔롯데와 이랜드노조의 투쟁으로 불붙은 비정규직 철폐투쟁은 한국통신계약직노조의 517일 간에 걸친 투쟁과 전국건설운송노조의 여의도 투쟁에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자본은 법원과 검찰, 경찰 및 총자본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개별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탄압 뿐만 아니라 각종 법제도의 개악을 시도했고, 이는 지난 1월 전국건설운송노조에 대한 노동자성 부인 대법원 판결에 이르도록 계속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몰아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정규직 독자노조들은 뜻한 바대로 정규직화를 쟁취하지 못한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더러는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을 저버리며 보수정치권에 이름을 걸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금전적으로 합의하고 마는 역부족을 절감하기도 했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한혁 조직부장님이 분식점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며 외친다. "인사이트코리아 이겼답니다!" 주봉희 위원장과 나는 벌떡 일어섰고,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그래,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어야지, 주봉희 위원장님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허허, 집회는 마치 예전 이랜드투쟁이나 비정규 집회 때를 연상케 하며, 올드멤버들이 서로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힘든 투쟁 과정에서도 함께 해주신 방지거병원 동지들, 재능교육교사노조, 전국학습지노조웅진지부, 이랜드노조, 방송사비정규노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회진보연대, 노동자뉴스제작단, 참세상방송국과 워킹보이스 동지들 모두 간만의 웃음띤 집회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에서 기동적으로 성명서가 나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러한 불법파견이 근절되고, 불법파견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사용업체에 직접 고용되어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동안 함께 투쟁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 한계는 분명하다. 2년 이상된 불법파견노동자뿐만 아니라 불법파견업체의 노동자의 경우 바로 사용업체에 직접고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나아가 불안정한 고용을 낳고,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현대판 노예제도 파견법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주체들이 있는 한,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
  

  2003년03월14일 18:25:02  
  참세상뉴스(chamnews@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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