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열사 추모결의대회 열려
민주노총 충북본부 대한통운, 박종태, 화물연대 View Comments
박종태 열사 추모결의대회 열려
“화물노동자 총파업 투쟁 반드시 사수”
천윤미 미디어충청기자
[1신: 오후 2:30]“살려내라 살려내라 박종태를 살려내라”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 결의대회 참가자 5천 명 이상
‘노동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철폐, 노동탄압 중단, 운송료 삭감 중단, 해고자 원직복직, 고 박종태 열사 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2시부터 대한통운 대전지사 앞에서 ‘고 박종태 열사 투쟁 승리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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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결의대회에는 5천명 이상의 노동자, 시민, 학생들이 모여 대한통운 앞 도로를 가득 채웠다. 대책위는 “전국에서 동지들이 달려오느라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히며, 고 박종태 동지가 즐겨 부른 민들레 처럼을 부르자고 제안했다.
참가자들이 어깨를 서로 걸고 민들레 처럼을 부르고 있는 시간, 경찰 병력들은 모의 진압을 진행하고 있었다. 집회 주변은 서울과 경기 등 전국에서 모인 약 8천 이상의 경찰 병력이 곳곳에 대기하고 있고, 이중 대한통운 정문 내에 위치한 병력은 입구를 막은 버스 뒤에서 모의 진압을 연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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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참가자들은 “살려내라, 살려내라. 박종태를 살려내라”며 오늘 투쟁에 대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오후 2시 30분, 민중의례를 시작으로 결의대회가 시작되었다.
한편, 지난 6일 연행된 화물연대 광주, 충남 지역의 두 조합원은 7일 열린 영장실질심사결과 구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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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2신: 오후 5:00]“고인의 유서대로 악착같이 싸워주세요”
화물연대 16일 총파업 결의 총회 지침 발표
“여보,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있어”
고 박종태 지회장 미망인 “고개 숙이지 마세요. 죄인은 대한통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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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종태 지회장의 미망인이 편지를 읽고 있다. 용산 참사 유족들이 미망인의 낭독을 듣다가 눈물을 터뜨렸다. |
집회에 참가한 용산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고 이상림 씨 며느리 정영신 씨는 “저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가족이자 동지가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가 없으면, 서민이 없으면 저 건물은 어떻게 세워지며 이 나라는 어떻게 돌아가냐”고 운을 떼며 “이 정부는 노동자와 서민을 모두 없애야만 직성이 풀리냐”고 반문했다. 이어 “용산 참사가 100일이 넘었건만 아직도 진상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으며, 고인들 역시 눈을 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여기 계신 분들이 이제 더 이상 고인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 박종태 지회장 미망인 하수진 씨가 검은 상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마음이 떨려 써온 글로 인사를 대신한다는 수진 씨가 크게 숨을 들이셨다.
“여보 오랜만에 불러보네. 우리 아이들처럼 나는 아직까지 실감이 안나. 병원에 걸린 사진을 보면 당신이 튀어나올 것 같아...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지금 보게 되어서 늦었지만 당신 좋은 사람이었다는 거...”
“여보, 아직 믿기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지만 걱정하지마. 나 아직 잘 견디고 있고 당신이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당신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세상을 위해 작은 힘이지만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어. 당신이 정말 만족하며 편안한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당신을 좋은 사람이라 간직하고 기억하도록, 당신이 가는 길 더 이상 외롭지 않도록, 당신의 선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갈게.”
수진 씨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다문 입술 위로 수진 씨의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수진 씨는 참가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수진 씨는 “한 가정의 가장을 궁지로 몰아넣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밥줄을 끊어 놓는다는 등 길가에서 비키라는 등 헛소리를 하는 저들이 인간입니까, 사람을 죽여 놓고도 잘못 없다는 대한통운, 금호자본은 누구를 위해 아름다운 기업이냐”고 소리쳤다.
이어 “남편이 사랑했던 대한통운, 화물연대 조합원들 죄인처럼 고개 숙이지 마십시오. 죄인은 저 뒤에 뻔뻔히 버티고 있는 대한통운입니다. 싸워주십쇼. 고인의 유서대로 악착같이 싸워주십쇼. 남아있는 우리 가족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수진 씨의 외침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참가자들은 고개를 들고 “열사의 이어 받아 끝까지 싸우자”고 외쳤다. 무대를 내려간 수진 씨는 한참을 울며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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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눈물을 터뜨리자, 오만근 조합원이 "투쟁 승리 후에 맘껏 울고 지금은 울지 말라"고 외쳤다. |
“종태야, 빨리 와. 그렇게 기다리던 동지들이 지금 이 도로를 꽉 채웠어”
박종태 지회장의 발냄새가 그립다 말하는 화물연대 광주지부 오만근 조합원은 참가자들에게 “나는 그 사람이 가정도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매일 집회 가고, 한밤 중에 깨어나 옆을 보면 웅크리고 자던 박 지회장, 그 사람이 내게 ‘형 나 양말 두 켤레 만 빌려 줘’라고 말해 그거 쥐어준 게 마지막 이었다”며 “우리가 지회장을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 종태, 너는 모르지? 우린 종태 너를 기다렸단 말야”라고 소리쳤다.
또 “종태 지회장 네가 그렇게 힘들었으면 ‘형 나 고민있어’라고 말하지, 우리에게 말하지, 왜 그 무거운 짐 너 혼자 지고 갔니. 나는 아직도 네가 저 아카시아 숲 속에서 우리 투쟁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서 자꾸만 그 곳을 바라보게 돼”라며 박종태 지회장이 혼자 짊어진 것들에 대해서 말했다. 이어 “기다렸다. 우리 외롭게 싸웠다. 박종태 지회장 빨리 와. 지회장이 그렇게 기다리던 동지들이 지금 이 도로를 꽉 채웠어. 보이지? 빨리 오란 말이야”라며 아카시아 숲을 향해 소리쳤다. 또 손짓했다.
참가자들이 눈물을 터뜨리자, 오 조합원은 “지금은 울 때 아니다. 추모할 때가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승리하지 못하면 추모할 수 없다. 승리하지 않으면 눈물을 보여선 안된다. 승리한 뒤에 그 때 지회장 얼굴 바라보며 맘껏 울고 추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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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태야, 빨리 와. 그렇게 기다리던 동지들이 지금 이 도로를 꽉 채웠어”, 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화물연대 본부장, 16일 총파업 결의 긴급총회 소집 투쟁지침 발표
화물연대 김달식 본부장은 “울지 안으려고 수백 번도 어금니를 더 깨물어 본다. 2003년 4월30일, 저는 화물연대 포항지부장으로 사랑하던 고 박성준 동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해 5월 우리 노동자들의 처절함을 알려내고자 한 총파업에서 고귀한 목숨을 또 잃었다”고 침통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이어 “정말 알량한 유로 보조금을 도저히 생활고가 어려워 세금을 납부 못한 화물노동자다. 최소한 우리가 먹고 사는 것에, 최소한 내 자식이 학교생활에서 최소의 조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은 지켜내야 하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날 집회에서 김 본부장은 화물연대 노동자들에게 처음으로 투쟁지침을 발표했다. 김 본부장이 “지침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조합원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오는 16일 긴급총회를 이 자리에서 소집하겠다. 안건은 총파업 결의 건”이라 밝히자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김 본부장은 “조합원들이 결의해 준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전술을 통해 대한민국을 멈추어 버리겠다. 죽기를 각오하고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이후 참가자들은 고 박종태 지회장이 숨진 아카시아 숲 속에서 상징 의식을 마친 뒤,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대전 중앙병원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3신: 오후 6:30]“화물노동자 총파업 투쟁 반드시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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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하는 참가자들과 이를 막고 있는 경찰/ 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결의대회 이후 박종태 열사 대책위와 화물연대 광주지부 조합원들은 고인이 발견된 아카시아 숲으로 올라갔다. 그 곳엔 무장한 경찰 병력이 앉아서 쉬고 있었다. 이를 본 대책위는 “나가! 당신들이 사람이면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어! 나가라고”라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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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경찰 병력이 뒤로 빠진 뒤, 대책위들은 고 박종태 지회장이 목을 맨 나뭇가지에 투쟁 소원지를 묶었다. 소원지를 묶던 조합원 한 명이 나무를 붙잡고 흐느꼈다. “종태야, 종태야, 종태야.”
이들이 소원지를 묶는 상징의식을 진행하는 동안에 도로에 있던 참가자들은 행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고 박종태 지회장의 사진을 선두로 만장을 세우며 행진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순간, 집회 대오 뒤쪽에서 경찰 병력과 참가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두 명이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부상을 입었다. 광주지부 목포지회로 확인된 2명의 조합원 중 한 명은 눈 주변에 부상을 입었고, 다른 한 명은 머리를 다쳤다. 이들은 긴급히 대전 중앙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치료를 받았다. 머리를 다친 조합원은 머리 부위를 세 바늘 꿰매고 나왔으나, 눈 가를 다친 조합원은 부상이 심해 충남대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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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는 노동자, 그 옆에서 돌을 던지지 말라고 만류하는 노동자 / 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이날 참가자들은 순조롭게 고 박종태 지회장이 머물고 있는 대전 중앙병원까지 행진을 마쳤다.
68개 중대로 꾸려진 경찰 병력은 집회 참가자들과 무리한 싸움을 하지 않았으나, 대한통운 주변과 중앙병원 앞 도로를 포위하고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았다. 7천여명의 참가자들은 “경찰은 부끄러움도 모르냐, 사람이라면 비키라”고 외쳤으나, 병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무대 근처에 머물던 몇몇 조합원들이 만장으로 경찰 버스를 내리치며 항의 했다.
참가자들은 “16일 화물연대 총회를 다 같이 지켜보고, 만약 이날 화물 노동자들에게 탄압이 진행된다면 우리가 막겠다”고 다짐했다. 또 “고 박종태 동지의 한을 풀고 편안히 눈 감을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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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 앞에 붙여진 선전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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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고 박종태 지회장이 남긴 유서를 읽고 있다/ 사진 김용직 현장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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