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게이 남성과 게이 남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히들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주 진부하다. 요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지만 나름 많이 있지 않을까 싶다. 보수적인 대한민국에서라면 젊은 사람들도 충분이 그렇게 생각하고도 남을 사람이 여럿 될 듯 싶다. 그 이유?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이야기 때문일까? 남성과 여성 사이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일단 결론은 이성애자 남성과 여성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각에 대한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성적인 대상으로, 결혼의 대상으로, 아이를 낳아서 대를 이어줄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그런 시선 때문에 남성과 여성은 격이 다르기에 친구가 될 수 없었다고 생각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올 만한 이야기인 것 같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성적인 긴장감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에도 일리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긴장감이 어쩌면 친밀감을 만들어 가면서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내 문제가 시작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결벽증 때문인지 아니면 남성들에 대한 혐오감 때문인지 이렇다할 친분을 가지고 자주 만나는 남성은 별로 없다. 주변의 인간관계가 주로 여성들과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는 여성 동성애자들이나 양성애자와 같은 성소수자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 변명해 보자면 성적인 긴장감이 없기 때문에 편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정신과 의사가 말한 대로 기복이 심한 심리 때문인 것일까?

 

일단은 솔직하게 고백을 하자면 대부분의 남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좀 더 멋진 남자를 만나고 싶은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냥 넘겨 버리는 것이다. 만날 수 있는 때와 장소가 부족해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인터넷의 동호회나 채팅을 통한 만남 같은 것들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은둔게이라서 더욱더 그런 경향이 심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번 만나면 거기서 결판을 봐야하고 뽕을 뽑아야 한다는 생각일까? 그래서 게이친구들을 만들기 힘든 것일까?

 

좁아 터진 게이 사회에서 안좋은 소문이 돌아 게이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나 역시 또래 모임에서 그런 경우가 있어서 그 또래 집단에서 등을 돌리고 은둔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게이 친구를 만드는 것이 힘든 것일까?

 

게이들 중에서도 무리를 이루며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 같이 쇼핑을 한다던지 영화를 본다던지 저녁을 같이 먹는 그리고 섹스까지 함께 하는 친구를 두는 게이들도 분명 있다. 생각해 보면 나에게도 그런 게이 친구가 없지는 않지만 레즈 친구를 열 번 만난다면 그런 게이 친구는 한 두번 만날까 말까한 것이 사실이다. 그 만큼 친밀한 관계는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성애자 여성들이나 남성들도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을 친구로 두기를 원하고 이미 그렇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사람들은 동성이 대부분이다. 이성애자들의 동성의 유대감 같은 것들이 더욱더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와 다르게 동성애자들은 욕망의 대상은 물론 동성이다. 생리적인 부분에 있어서 서로 잘 알고 있는 동성끼리 성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성적인 관계를 배제한 만남도 충분히 가질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질문을 달리 해보자. 동성애자들에게 있어서 이성 친구는 과연 이성애자들의 동성 친구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혹은 동성애자들의 동성 친구는 이성애자들의 동성 친구와 같을 수 있을까? 혹은 동성애자들의 동성 친구는 이성애자들의 이성 친구와 같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을 나열해 놓고 머리 속에서 답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원점으로 계속 돌아가고 질문만 머리 속에서 둥둥 떠다닌다. 답을 찾는 것이 어쩌면 우스운 일인 것 같다.

 

이성애자들의 이성 관계나 동성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정말 많이 있다. 그렇다고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는 건 아니지만 이성애가 주류였고 지금도 주류인 시대에서 동성애자들의 동성 관계나 이성 관계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동성'애'라는 이유 때문인지 연인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다뤄지고 있다.) 그렇기에 관계에 있어서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성애자들에게는 결혼 같은 것에 대한 이미지로 여우같은 부인과 토끼같은 자식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어도 동성애자들에게 있어서 결혼을 떠올리면 어떤 것이 생각날까? 최근에서야 조금 씩 들려오는 동성 결혼에 대한 이야기와 입양 정도가 고작이다. 그것도 일부 결혼이 허용되고 있는 나라에만 적용되는 것이고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암담하다.

 

친구들과의 관계, 연인과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사회에서의 관계 등 동성애자들은 각자가 자신들의 미래와 관계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야 한다. 이제까지의 이성애자들이 역사적으로 관습적으로 이어왔던 틀에서 벗어난다. '왜, 벗어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벗어 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이성애자들이 성적 욕망의 대상인 이성에게서 성적인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까? 

 

푸코가 그랬던가? 그렇기에 동성애자들이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진보적인 것이라고.. 새로운 인간 관계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복잡 미묘하기 때문에 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기에 도망 다니 듯 은둔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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