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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10/05/16
    필사는 나의 힘(1)
    나랑
  2. 2010/05/13
    서른 넷, 생일(2)
    나랑
  3. 2010/05/09
    재벌 3세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2)
    나랑
  4. 2010/05/09
    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나랑
  5. 2010/05/04
    내 맘은 이게 아닌데(3)
    나랑
  6. 2010/04/29
    우리는 어떻게 만날까(7)
    나랑
  7. 2010/04/29
    여성주의 기술학교 '한다'(3)
    나랑
  8. 2010/04/27
    너.를.잊.는.다.(6)
    나랑
  9. 2010/04/21
    벚꽃이 질 때(4)
    나랑
  10. 2010/04/20
    낙태, 여성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2)
    나랑

필사는 나의 힘

예전에 수배 중일 때

내 마음 속 분노에 내가 데일 것 같았던 때

나를 향해 칼을 휘두르던 때

일기를 안 썼다면 아마 난 살지 못했을 꺼다.

 

일기 말고

그때 나를 지탱해 준 것을 하나 더 꼽으라면

나에겐 '필사'가 있었다.

 

전에 어떤 조직에서

조직원이 반조직적 행동을 했을 때

(이 '반조직적'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왜냥 후덜덜하지?;;)

레닌의 '한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필사하는 것을

자아비판 숙제로 내준다는 얘기를 듣고 웃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필사에는 묵상의 힘이 있다.

 

마음이 정처없이 떠돌아 어쩌지를 못할 때 

공지영이나 홍신자, 신현림의 에세이 중

오래 멈추어 서 있게 하는 문장을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베껴 적다보면 

흙탕물처럼 어지럽던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이다.

 

눈으로 휘리릭 읽을 때보다

컴퓨터 자판으로 투두둑 칠 때보다

펜을 꾹꾹 눌러 한 글자씩 적다보면

참 좋은 한 문장에

나만의 주석이 열 문장씩 달리기도 하니까.

 

산책을 해도, 맛있는 것을 먹어도, 지칠 때까지 울어도

붙들어매지지 않는 마음.

어제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

초판 1쇄를 손에 넣는 행운을 얻었다.

낯선 동네의 카페에 앉아

나희덕이 배달해 준 시들을

어깨와 손가락이 저려 올 정도로 

다이어리에 깨알같이 적어 넣었다.

 

어수선했던 마음이

조금 풀이 죽었는지

오늘은 한결 개운하다.

 

이별의 능력

 

김행숙

 

나는 기체의 형상을 하는 것들.

나는 2분간 담배 연기. 3분간 수증기. 당신의 폐로 흘러가는 산소.

기쁜 마음으로 당신을 태울 거야.

당신 머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알고 있었니?

당신이 혐오하는 비계가 부드럽게 타고 있는데

내장이 연통이 되는데

피가 끓고

세상의 모든 새들이 모든 안개를 거느리고 이민을 떠나는데

 

나는 2시간 이상씩 노래를 부르고

3시간 이상씩 빨래를 하고

2시간 이상씩 낮잠을 자고

3시간 이상씩 명상을 하고, 헛것들을 보지. 매우 아름다워.

2시간 이상씩 당신을 사랑해.

당신 머리에서 폭발한 것들을 사랑해.

새들이 큰 소리로 우는 아이들을 물고 갔어. 하염없이 빨래를 하다가 알게 돼.

내 외투가 기체가 되었어.

호주머니에서 내가 꺼낸 건 구름. 당신의 지팡이.

그렇군.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다가

하염없이 낮잠을 자다가

 

눈을 뜰 때가 있었어.

눈과 귀가 깨끗해지는데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는데

털이 빠지는데. 나는 2분간 담배연기. 3분간 수증기. 2분간 냄새가 사라지는데

나는 옷을 벗지. 저 멀리 흩어지는 옷에 대해

이웃들에 대해

손을 흔들지.

 

*그렇군요. 이별에도 능력이 필요하군요. 이별이라는 식상한 주제도 김행숙의 시에서는 돌연한 이미지들의 결합을 통해 경쾌하게 살아납니다. 하염없이 노래를 부르고, 하염없이 빨래를 하고, 하염없이 낮잠을 자고, 하염없이 명상을 해 보아도,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 얼굴이 있나요? 방에 잘못 들어온 말벌처럼 그에 관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윙윙거리나요? 그러다 어느 날 아무도 생각나지 않고 그립지 않은 순간이 온다면, 그건 이별의 능력이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신호예요. 갑자기 시야가 투명해지고, 담배 연기나 수증기처럼 가벼워진 영혼은 잠시 날아오를 수도 있겠죠. 그토록 당신을 괴롭혔던 기억을 벗어 두고 잘 마른 빨래처럼 비로소 손 흔들 수 있겠죠. 누군가를 잊으려고 사래를 치는 동안 당신의 영혼이 부단히 헹구어졌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닫게 되겠죠. (나희덕)

 

나의 마음도

5월의 햇살에 잘 말려져서

뽀송뽀송 해 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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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생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혼자 맞는 생일이 몇 년만인가 햇수를 세어보았다.

쓸쓸함 때문인지 피로감 때문인지 출근하기 싫어서 밍기적거렸다.

 

미용실, 쇼핑몰 등에서 날아오는 생일축하 문자를 보며

이런 게 나이 먹는 건가? 생각했다.

그래도 여성의 전화에서 보낸 축하 문자는 반가웠다.

 

내가 빵에 있을 때, 여행 중 내가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페루에서 빵으로 엽서를 보냈던 학교 선배가 잊지 않고 문자를 보내주었다. 지금은 서울에 있단다. 

내 생일 5월 12일은 015B 노래 제목이기도 해서 과 사람들이 모두 쉽게 기억했었다.

 

오전 시간은 정신없이 빨리 지나갔다.

잠깐 옥상에 올라갔던가. 5월의 연두빛이 아름다워 탄식이 절로 나왔다.

 

친구와의 가식없는 대화가

그간 복잡했던 머릿 속을 교통정리 해 주었다.

내가  친밀한 관계를 맺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가 솔직함, 가식없음 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런 대화에서 내가 얼마나 위안을 얻는지, 그게 좌절되었을 때 내가 마음 깊이 실망한다는 것도.

 

케익에 꽂힌 7개의 촛불을 한꺼번에 끄지 못해

운동을 해서 폐활량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래 운동을 안했다.

 

민우회 친구들이 적어 준 편지를 보며 키득거렸다.

제주산 조개 껍데기가 달려있는 편지.

그들이 그려준 나의 뇌구조는 몇 가지 주제로 정리된다.

1. 제주올레, 자연

2. 민우회, 정보활동, 야근 X, "여러분~~~"

3. 폴에 대한 두근두근(이건 분명 폴이 적었을꺼다), 옛 애인, L바

4. 독립, 불광동

이게 '보여지는 나랑' 이구나 싶었다.

 

계단까지 내려와 배웅해 준 친구에게

슬쩍 눈물을 비칠 뻔 했다.

 

한강공원에 가는데

한 커플이 다가와 한강공원 서래섬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도 거기에 간다며

그들과 함께 어색하게 걸었다.

여자가 하이힐을 신어서 자꾸 신경이 쓰였다.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생일 선물받은 오지은의 음반을 들으며

강물에 반사된 주름진 햇빛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한강 다리 위에 걸려있던 해가 다리 밑으로 떨어지려고 할 때엔

왜 그랬는지,

정말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남은 인생에

어쩌면 쓸쓸한 생일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얇은 남방 속을 파고드는 강바람이 알려주었다.

 

개늑시, 사람들은 각자의 윤곽을 또렷하게 드러내며

누군가는 조깅을, 누군가는 낚시를, 누군가는 사진 촬영을

또 몇몇 여자들은 혼자 강둑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이제 정말

혼자가 됐다는 걸

온 몸으로 실감했다.

 

렛츠보이, 머슫보이, 롸잇보이 랑나의

쓸쓸했던 서른 넷 생일은 그렇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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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세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간만에 일찍 퇴근해서(그래봤자 9시)

내 방에 누워서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을 읽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나.

문득 잠이 깨서 비몽사몽한 채로 거실로 나가

TV보는 엄마에게 "엄마는 딸이 불 켜놓고 자는데 들어와 보지도 않냐" 투정부리니

귀엽다는 듯 쳐다보는 엄마.

TV 속 문근영의 독기서린 눈빛은 아무 감흥이 없고,

그런 순간엔 행복이란 단어를 마음에 담아도 되겠지.

 

한가롭게 책을 읽고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러다 졸고

문득 깨서 겨우 한 문장  더 읽고 다시 잠이 든다면

기다리던 전화가 오지 않아도 행복하리라.

 

내 인생의 성취나 경력과 아무 상관이 없는 순간들,

가령

한강 너머 야경을 바라보는데 봄바람이 다가와 장난스럽게 내 볼을 간지럽힐 때

낯선 도시, 아직 완전히 깜깜해지지는 않은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 하나씩 둘씩 켜지는 가게의 불빛을 바라보며 놀이터 앞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들을 때

목욕탕 온탕에서 흐물흐물 풀어진 몸을 냉탕에 투입한 찰나, 온 몸의 세포가 "나 살아있다!"고 외치며 일제히 직립하는 듯한 순간에

종로의 한 시장바닥, 길과 사람과 공기 모두 기름에 쩔은 시장 한 귀퉁이에서 빈대떡 지지는 소리와 경쟁이라도하듯 점점 높아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귀에 윙윙 거리는데, 그에 질세라 우리들의 목소리도 점점 높아지고 덩달아 마음도 뜨거워질 때

파이팅 너 다 가지라는 문자 한 통 받았을 때

 

마음이 환해지면서,

이 쓸쓸함과 서러움 다 끌어안고

그래도 살아봄직하다고 느끼는, 나란 여자 쉬운 여자.

 

오늘,

오월의 햇살 아래서

인생계획을 약간 수정하다.

 

 

"그렇다면 왜 쓰는가? 사회를 개선시키기 위해? 문학을 쇄신하기 위해? 인류를 사랑하기 위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질문과 부정은 계속됐지만, 그 해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1999년쯤이었다. 그 즈음 나는 내게 돈도 명예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사회나 문학을 쇄신하는 사상이 담기지도 않을 게 분명한 장편소설을 쓰고 있었다. 퇴근한 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써내려갔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썼을 때쯤이었다. 컴퓨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더니 밤하늘이 보였다. 문득, 고독해졌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오직 그 문장에만 해당되는 일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 소설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 소설로 인해 내 삶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런 생각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저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그 문장뿐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살아오면서 받았던 모든 상처는 치유됐다. 파스칼의 회심과 같은 대단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라는 문장에 해당하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단숨에 깨달으면서 파스칼의 지복과 비슷한 감정을 잠시 느꼈다는 말이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때 바라본 밤하늘을, 그때 느꼈던 따뜻한 고독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는 왜 살아가는가? 왜 누군가를 사랑하는가? 그건 우리가 살면서, 또 사랑하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일들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모세를 닮은 재벌 3세가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이름을 새긴 기념비를 남산 꼭대기에 세워 준다고 해도 나는 그 일들과 맞바꾸지 않을 것이다. 때로 너무나 행복하므로, 그 일들을 잊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살아가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나는 때로 너무나 행복하므로 문학을 한다. 그 정도면 인간은 충분히 살아가고 사랑하고 글을 쓸 수 있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P.6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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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짓는 맛있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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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은 이게 아닌데

 

귀여운 노래.

"널 바라보다 그만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네."

 

일도 사랑도

각본처럼 안 되지마는

그래서 더 신나고 재밌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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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만날까

1.

"나랑은 진짜 운동가같아"

친구의 말에 나는 소갈머리없이

"어, 나는 활동하는 게 재밌어"라고 말해버렸다. 참으로 오만하게도.

 

활동의 연차가 높아질수록 조직의 무게감은 커져

안식휴가조차도 맘편히 떠나거나 떠나보낼 수 없을 때,

친구가 그 무게감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살면서 한번쯤은 그 무게도 견뎌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훈계하듯이 말해버렸다.

뭐가 그리 잘났길래.

 

누구보다도 그 무게를 살아내기 싫어하고 있으면서.

이제는 '견디는 것'이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즐길 수 없는 순간, 견뎌야 하는 순간이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날 거면서 말이다.

 

"나는 애정은 없고 열정만 있다"고 말하며

친구들과 웃었지만,

사실 나에게는 소속감과 애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노동운동과 여성운동,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외로움으로

그렇다고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든지, 경계를 잇는 다리 역할도 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를 소외시키며 오늘도 밤늦도록 사무실에 앉아있다.

누구 말마따나

하나가 튀어올라 그걸 잡으면 또 다른 하나가 튀어나오는 두더지 게임같은 활동,

오늘도 두더지를 잡다보면 하루 해가 저무는데 우리는 언제 앞날을 도모할 것인가.

 

"역할이 아닌 '삶'을 살라"고 김어준이 말했다.

이미 활동가의 습성과 페르소나가 몸에 배어버린 나는 어디까지가 역할이고 어디까지가 나 자신인가. 진짜 운동가 같다는 말은 그 페르소나가 너무 자연스럽다는 말일까.

 

활동가라면.... 하는 역할에 친구들은 오늘 하루도 열두번도 넘게 시달린다.

활동가라면 이래야지, 이게 기본이지, 자기 견해가 있어야지...

활동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는 규율, 그 문화에서 느낀 소외감, 박탈감은 바로 1년전 나의 이슈 아니었던가.

빠르게 판을 읽고 전술을 수립하고 논쟁하고

결정적 순간, 판을 읽고 예측할 수 없어 명쾌한 입장을 내지 못해 침묵하면

기회주의자가 되는 문화 속에서 얼마나 자학을 거듭했던가.

그러면 운동은, 조직은

말하지 않는 사람들이 알아서 떠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는가 하는 고민도 내 오랜 고민이었던 바.

 

그럼에도 나는 오늘 말하지 않으면 묻힐 것 같아

잘 못하는 말이지만 말해서 작은 파문이라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말하고 또 말한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은 말을 했기 때문이라고

친구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조직문화를 성찰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모든 것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논파해야 하는

그 말과 글이 지긋지긋해

친구여, 오늘도 마음 속으로 수없이 짐을 쌌다 풀었다 하시는가.

나는 너와 만나고 싶은데

너와 나는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2.

이건 이번 제주여행 포토제닉. 훗~

 

 

3.

누군가 꽃을 피울 수 있는 무딘 땅이 되어주기엔

나는 그보다는 나의 꽃을 우선 피우고 싶어하는 욕심많은 인간.

 

누군가의 무심한 배경이 되어주기엔

나는 내가 먼저 따뜻한 배경에 폭 감싸이기를 바라는,

다정하고 성실한 돌봄을 한없이 받고 싶어하는 애정결핍 인간.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

그대 눈 속에서 흔들리기엔,

김선우의 시를 들려주며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고 또박 말하기엔,

차라리 나는,

그건 노래일 뿐이고, 그건 시일 뿐이니 다 집어치우고

나는 괜찮지 않다고 징징거리고 싶은 현실적인 인간. 

 

나는 그리 큰 그릇의 사람은 아니니, 그대여, 어찌할까요?

 

사랑의 빗물 환하여 나 괜찮습니다

 

김선우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풀여치 있어 풀여치와 놀았습니다

분홍빛 몽돌 어여뻐 몽돌과 놀았습니다

보랏빛 자디잔 꽃마리 어여뻐

사랑한다 말했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흰 사슴 마시고 숨결 흘려놓은 샘물 마셨습니다

샘물 달고 달아 낮별 뜨며 놀았습니다

새 뿔 올린 사향노루 너무 예뻐서

슬퍼진 내가 비파를 탔습니다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잡아주고 싶은 새들의 가녀린 발목 종종거리며 뛰고

하늬바람 채집하는 나비 떼 외로워서

멍석을 펴고 함께 놀았습니다 껍질 벗는 자작나무

진물 환한 상처가 뜨거워서

가락을 함께 놀았습니다 회화나무 명자나무와 놀고

해당화 패랭이꽃 도라지 작약과 놀고

꽃아그배 아래 낮달과 놀았습니다

달과 꽃의 숨구멍에서 흘러나온 빛들 어여뻐

아주 잊듯 한참을 놀았습니다 그대 잃은 지 오래인

그대 만나러 가는 길

내가 만나 논 것들 모두 그대였습니다

 

내 고단함을 염려하는 그대 목소리 듣습니다

나, 괜찮습니다

그대여, 나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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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기술학교 '한다'

 여성주의 학교 '간다'에 이은 기술학교 '한다'

 

여성주의 기술학교, "한/다"!

-자동차, 자전거 정비, 그까이꺼!

 민우회의 독자적인 교육 아이템 "여성주의학교"가 돌아왔습니다. 실용성을 높이고 푸른 하늘도 담았습니다. 갑작스런 자동차의 이상한 엔진소리에 당황했다면, 여자라고 연장도 못잡아봤을 거란 빈정거림에 분노했다면, 바퀴 달린 기계는 무조건 무서웠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그까짓 바퀴 펑크, 내가 나서리라.

내손으로 두드려보고 내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

 

1) 자동차 정비교육 : 5/11(화) 7시반~9시반, 장소 : 성산동 "차병원"(자세한 약도는 클릭!!!)

2) 자전거 정비교육 : 5/15(토) 1시~3시, 장소 :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정비 끝나면 한강에 바람 날리며 자전거도 한 판 탑시다!

 

사전신청 하셔야 수강 가능합니다.

강좌당 수강료는 5천원입니다.

회원, 비회원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기타 교육이나 장소 문의사항은 교육팀 하이디 or 꼬깜을 찾아주십시요.

02-737-5763

minedu@womenlink.or.kr

 

와 여러분 어서 신청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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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잊.는.다.

가파도 청보리 군중의 함성 소리도

 

감히 대결을 꿈꿀 수 없게 만드는 송악산의 웅장함도

 

고근산 정상에서 손에 잡힐 듯한 유토피아, 김영갑의 저 두모악도

 

내가 빛인지 빛이 나인지, 정신을 잃게 아득한 어느 오후의 숲길도

 

마지막 날,

힘들고 어수선했던 마음이 말갛게 갤 때까지

그대들과 한없이 바라보았던 말간 협재 바다와 비양도도

 

다 잊고

이 콱 깨물고 업무에 정진 또 정진.

 

제주여, 내 너를 남김없이 잊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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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질 때

 

 

어젯밤이

아무리 그지 같았어도

 

또 다시 아침은 온다.

 

아침이 있어서 살아갈 수 있다.

 

지난 밤에

내가 입은 상처를

아침 공기가 보드랍게 감싸준다.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잠을 거의 못 자고 출근하는데

집 앞 공원에

벚꽃이 떨어진다.

아, 가득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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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여성의 경험을 듣고 싶습니다!

 

 

 

*국가인권위 진정이란?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또는 구금·보호시설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헌법]제10조 내지 제22조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행위를 당한 경우 인권위에 조사를 촉구하고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따라 어떤 조치를 희망하는 일.(국가인권위법 제4장 1호 참고)

 

최근 보건복지부는 낙태신고센터 운영계획을 발표하였고, 4월 6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시술 병원으로 고발당한 경기 안양시 ㄱ산부인과 사무장을 구속했습니다. 국가는 낙태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지원책 하나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발과 처벌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만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사이 낙태 시술 비용은 10배 이상 치솟았고, 낙태할 병원이 없어서 여성들은 지방으로, 중국으로 가야 하냐며 상담 전화도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낙태를 하는 것도 두려운데 시술 비용 문제, 시술 장소 문제까지 수많은 고통이 겹겹이 쌓입니다. 1980년대 낙태가 불법화된 루마니아에서 50만여 명의 여성이 음성적인 시술을 받다가 사망했습니다. 낙태 처벌이 강화될수록 낙태는 줄어들기는커녕 필사적으로 낙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인 여성의 안전권, 건강권은 침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1960년 국가는 인구조절정책의 일환으로 낙태를 권장했고,

2010년 국가는 저출산정책의 일환으로 낙태 처벌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여성이 애 낳으라면 낳고, 낳지 말라면 안 낳는 도구인가?

몇 십 년이 지났지만 국가가 바라보는 여성에 대한 시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도대체, 어쩌라고!!!!!!!!!!"

 

민우회는 작금의 현실에 분노하고 수많은 여성이 겪을 피 말리는 시간들을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그 시작으로 낙태를 하게 되는 다양한 이유를 무시한 채 모든 비난의 화살을 여성에게 밀어붙이는 국가의 무자비하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들의 사례를 받고자 합니다. 이 사례를 토대로 낙태 고발조치에 따른 여성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진행합니다.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사례를 수집하오니 많은 참여 바랍니다.

 

기타 문의사항은 여성건강팀을 찾아주세요.

(02-737-5763)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칼린이 말했다.

낙태 불법화의 발로는 친생명이 아니라 반여성이다."

 

인권위 진정은

사례를 들려주신 여성들 뿐 아니라

낙태고발조치로 인권을 침해 당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 같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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