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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그송의 기억이론 정리 (김남시)

베르그송의 기억이론 정리 (김남시)


우리의 의식은 지속과 시간성을 그 특징으로 갖는다. 공간적인 것, 외부적인 물질이 수적이며 양적인 관계하에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시간과 나아가 사물들, 공간의 지속에 대한 관념은 끊임없이 갱신되는 우리 의식의 지속성에 의해 생겨나는 인상들이다.



외부대상의 지속성은 곧 우리의 의식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갱신하면서 – 이는 우리의 의식이 끊임없이 질적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질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동시에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 그 대상에 대한 과거의 지각을 기억을 통해 현재의 지각에 연결시킴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에 대한 지각속에는 늘 곧 과거로 화해버리는 현재에 대한 의식의 집중과 더불어 이 현재를 지금까지의 과거에 대한 축적된, 그리고 끊임없이 현재에 대한 지각속에서 갱신되는 – 이 갱신은 과거 기억들의 수축과 동시에 그 기억들이 현재의 지각에로 확장되어가는 두가지 계기가 동시에 존재한다. – 과거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현재를 지각하면서 끊임없이 순간적인 과거를 Erinnerung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의 지속성에 대한 관념을 우린 갖지 못할 것이다.



과거를 기억 Erinnerung하기 위해선 우릴 우선 그 과거의 영역 속으로 놓아야한다. 그것이 곧 Gedächtnis의 영역이다. 끊임없이 축적되고 수축되며 현재에로 흘러들어가는 과거들은 저 G의 형태로 늘 현재와 맞닿고 있다. 과거를 회상하려는 우리는 일단 저 G의 영역으로 우리 자신을 들여놓아야 하며, 그러고 나서야 구체적으로 과거는 현재의 지각과 의식상태의 갱신에 따라 구체적으로 회상된다.



과거에 대한 회상과 기억은 늘, 그때그때마다 다르다. 동일한 시간과 동일한 한 사건을 회상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늘 스스로를 갱신하며 끊임없이 운동하고 있는 의식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의 과거가 현재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수축되고 축적되며 갱신되기 때문이며, 또한 현재의 의식또한 그렇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의 의식이 현재의 실천적 과제에 직면해 있을때 과거는 현재 우리의 실천적 목표와 유용성에 따라 회상된다. 우리의 현재의 지각에 계속 접점을 갖는 과거는 이런 방식으로 현재에 적응되고, 현재의 요구에 따라 정향되는 것이다.



그러나, 꿈이나 몽상의 상태에서처럼 우리의 의식이 현재의 실천적 유용성에 대한 주의에서 탈피해있을 때 과거는 현재의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스스로 우리의 의식에 회상된다. (베르그송은 이러한 reine Erinnerung을 우리 의식의 물질로부터의 독립성의 중요한 지표로 본다. ) 그러나, 그렇게 회상되는 과거 역시 객관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과거가 중첩되고 수축되어 이루어진, 갱신되어진 과거에 다름아니다.



과거는 늘 현재와의 관계 속에서 수축되거나 확장되고, 그에따라 스스로를 갱신한다. 현재의 의식은 또한 이렇게 보존되고 축적되는, 그리고 끊임없이 갱신되는 과거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과거는 그리하여, 우리의 뇌나 어떤 다른 물질에, 마치 서류를 담아두듯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늘 현재와의 접점 속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베르그송은 과거의 형이상학적 존재론에 대해 말한다. )



훗설 역시 ‚시간’과 사물의 지속성에 대해 베르그송의 이론을 쫓는다. 곧, 세계의 지속성은 우리 의식의 지속성에 의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는 이미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에 그 기원을 갖는 것이다. Attentio, retentio, aprehendio 라는 세 계기를 통해 ‚연속과 지속’이 우리에게 지각된다는 것이다.

다음 카페, <발터 벤야민과 현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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