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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30
    다시, "다함께", "대책위", "예비군" 여러분들께.(11)
    김강

다시, "다함께", "대책위", "예비군" 여러분들께.

1. 다함께 여러분들께. “우리는 모두 시민이고, 운동권입니다.”

안녕하세요. 지난 번에 첫 번째 편지를 다함께 여러분들게 드렸던 김강기명입니다. 다함께 회원이신 한규환님의 반론 글도 잘 보았습니다. 저와 다함께 회원분들의 생각이 당연히 같을 순 없을 것이고, 오히려 이런 토론이야말로 “이럴 때일 수록 단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의 운동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우선 제가 다함께 회원으로서 발언하신 맞불 기자님의 의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드립니다. 저도 노동조합의 총파업 찬성합니다. 다만 그것이 노동계급이 중심이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미 이 자본주의 사회는 조직된 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저항할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위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터넷과 대안 미디어들을 보면 꼭 조직된 노동자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효과적이고 질서있게 저항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만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대중의 “자발성”에 대해서 몇 마디 저와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만약 어제의 집회가 범국민 대책위의 지도를 따라 일사분란하게 걷다가, 앉아서 자유발언 몇 개 듣고 일사분란하게 해산했다면 이 얼마나 재미없는 일이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날 경찰들을 피해 이곳저곳을 누볐고, 또 종로 큰 길을 점거하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습니다. 또 몇 분들은 작은 모임들을 만들어서 여러 곳에서 자유발언과 토론을 하기도 했지요.

 

다함께 회원분들은 권력을 “이긴다”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권력이 요구하는 것과 다른 존재가 되는 게 권력을 이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력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바로 “질서”입니다. 그리고 “권위”입니다. 우리는 저들과 달라야 합니다. 우리는 평등함과 무질서 속에서 우리들만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우발성”이 아닌가요? 도무지 예측불가능한 대중의 움직임, 방패로 위협하고, 연행해도 꿋꿋하게 “나를 잡아가라!”며 스스로 닭장차에 오르는 불가해적인 대중의 위대함이 바로 권력을 떨게 하는 것이지 아무리 많은 숫자의 대중이 일사분란하게 질서있게 행동해도 그것은 권력에겐 별 볼 일 없는 일일 뿐입니다.

 

당장 언론을 보십시오.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거리로 나오게 이끄는 건 바로 “사건”이지 그저 일사분란하기만 한 “질서있는 행진”이 아닙니다. 수많은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그것이 기사화되어 정부와 경찰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또 시민들 스스로가 놀랍게도 자신들을 억제하면서도 창조적으로 나가는 모습을 우리는 보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사건"이고, 권력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우리의 힘입니다. 

 

또한 “지도가 없으면 질서가 없다.”는 것도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생각입니까? 지난 일요일 행진, 또 어제 행진을 보십시오. 누가 앞에서 끌고 가지 않아도 너무나 질서 있게 우리는 행진했습니다. 마치 하나의 생물체처럼 빌딩숲을 우리는 누볐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모습을 “집단 지성” 혹은 “떼 지성”이라는 개념으로 포착합니다. 개미들은 혼자일 땐 사실 멍청한 동물이지만 집단속에서 누구의 지휘가 따로 없어도 질서 있게 위험을 피해가며 먹이를 향해 갑니다. 개미도 이럴진데 사람들은 어떨까요? 누군가의 지도가 없어도 대중들은 핸드폰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박수와 환호성으로 진로를 정하며 잘 행진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앞에서 인도하려고 할 때마다 혼란이 가중되었던 게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간 열심히 운동해 오셨던 다함께 분들에게 대중들 각자 각자는 성에 안 차실지 모릅니다. 의식도 없고, 규율도 없어 보이시겠지요. 하지만 좀 더 대중을 신뢰하시고, 믿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함께도 같은 대중의 무리가 되어 옆에서 “경험 없는” 사람들의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들을 보완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게 다함께를 비롯한 대중운동단체들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모두 시민이며, 또 운동권입니다.

 

그리고 한규환 님께서도 사실을 몇 가지 잘못 알고 계신 게 있어 일단 지적하려고 합니다. 지난 28일의 상황에 대해서입니다. 28일의 상황은 명백하게 다함께 회원분들께서 맨 앞에서 대오를 이끄셨습니다. 그리고 뛰다 걷다를 반복하느라 많은 시민들이 뒤에 처졌습니다. 그런데 동대문까지 와서 뒤의 시민들과의 어떤 “합의”도 없이 앞에 계시던 다함께 분들만의 “결의”로 대오가 해산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뛰는 걸 따라가지 못해 뒤에 남아 있던 시민들 중에서는 경찰의 침탈로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다함께가 시민들을 버리고 도망을 가버렸다.”하는 오해까지 나왔겠습니까?

 

하지만 감사드릴 것은, 여러 비판을 다함께도 겸손히 수용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제(29일) 집회에서 다함께 회원분들은 이전처럼 앞장서려 하지 않으셨고, 뒤와 옆에서 훌륭하게 행진을 진행하셨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지금처럼 열심히 “잘” 해달라는 것입니다. 다함께가 조직이라서 싫다는 게 아니구요, 조직화되지 않은 사람들도 이 집회의 “주인”으로써 참여할 수 있도록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함께 싸우자는 것입니다. 그럼 서로의 오해는 불식되었을 거라 믿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회원들이 위험하다고 하셔서 말씀드립니다. 본래 저는 다함께 분들께 직접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거리에서 제가 의견을 제시하면 다들 들은척 안하고 뒤돌아 가시더라구요. 그리고 홈페이지에라도 가서 의견을 남기려 하니까 자유게시판이 없었습니다. “민주주의”는 안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밖의 의견을 경청할 때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어쩔 수 없이 이 오마이뉴스에 글을 개제한 것입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2. 범국민대책위 여러분들께 “중심은 여러 개일 수 있습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어제 방송차 앞에서 “방송차를 빼달라”고 요구하던 시민들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대책위 분들이 너무나도 열심히 잠도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그 열심을 “앞에서”가 아니라 “뒤에서”, 또 “옆에서” 함께 해 주시는 게 어떨까 합니다.

 

어제 방송차 마이크를 잡고 외치시던 여성 활동가분은 솔직히 지나치셨습니다. “여러분들은 대책위의 안내를 받으셔야 합니다.” 라니요. “상황실의 정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라니요. 우리들은 상황실이 없어도 이미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정보를 다 알고 있었고, 그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오히려 방송차가 앞으로 나갈 때마다. 시민들은 움직이려 하는데 앉자고 할 때마다 혼란이 가중되었습니다. 시민들이 질서였고, 방송차가 혼란이었습니다.

 

만약 범국민대책위가 의도한대로 시위가 진행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소리 빵빵한 방송차 한 대가 광장을 장악해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머지 대중들이 그저 “청중”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탄핵반대 집회 때도 그랬습니다. 1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는데 다 그저 “청중”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다양한 요구들이 마구마구 터져나올 수 있는 시점에서 그저 “탄핵 반대”라는 하나의 구호 속으로 그 요구들이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떤 조직에 소속돼 있지 않습니다만 어제 조끼를 입고 “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렸던 분들을 보고 감동을 받아 그분들과 함께 경찰 감시 활동을 했습니다. 정말 많은 곳에서 경찰이 인도에서 시민들을 불법 감금하고, 환자가 쓰러졌는데도 길을 열지 않고, 또 간간히 폭력으로 미성년자들을 밀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감시하는 게 바로 대책위가 할 일이 아닌가요? 의료지원 나온 사람들과 인권감시하는 사람들을 네트워킹하고, 그래서 피해사례를 수집하여 항의하고.. 이런 일들이야말로 대책위 같이 경험있는 분들이 잘 하시는 일 아닙니까? 왜 자꾸 앞에서 대중을 이끌려고 하십니까? 우리는 “청중”이 아닙니다. 우리가 바로 이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들”이요, “주인”입니다.

 

어제 방송차 앞에서 만났던 대책위 활동가분들은 저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분명히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부터라도 대중들의 “다양한 중심”을 인정해주시고, 대중을 청중으로 전락시키는 큰 소리의 방송차는 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작은 확성기들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주시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입니다.

 

3. 마지막으로 예비군복 활동가들에게. “멋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안됩니다.”

예비군복을 입고 나와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께 짧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우선, 정말 멋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십시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여성들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그분들도 자신들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고, 또 경찰들과 맞서기를 희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과 “일반 시민”들을 분리하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모두 함께 나온 거지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러, 또 누군가의 지도를 받으러 나온게 아닙니다. 예비군복을 입지 않아도 경찰과 맞설 수 있고, 앞에 설 수 있습니다. 그분들을 존중하면서 함께 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군복이 약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맞서고 있는데, 국가랑 닮은 꼴로 맞서면 결국 우리도 똑같은 우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요? 우리에겐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나오시되 예비군복이 아닌, 다양한 복장으로 나오셔서 즐겁게 함께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다함께 여러분, 예비군 여러분, 또 대책위 여러분. 오늘과 내일 저녁에 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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