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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가는 길

5월 1일 노동절 당일 울산에는 아무런 일정이 없었다.

아니, 노조를 중심으로 한 일정이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뜻깊은 작은 행사를 진행한 곳들이 있었들테니...

 

토, 일, 월 연휴가 되어버린 이번주에 서울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

 

공휴일이라 생각해 여유를 부리며 고속버스정류장을 갔다.

그러나 법정공휴일이 아니어서 막차가 12시에 있었고

당연히 모든 표는 매진이었다.

 

당황하고 있는 나와 한 아저씨 옆에 어떤 아저씨가 나타났다.

'울산가실 분~~~~'

쫒아가보니 고속버스보다 5000원 더 받고

초라한 '그레이스'승합차로 울산까지 태워주는 것이었다.

 

이것을 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고민...

승합차를 타고 가기에는 너무 피곤한 여정인데다,

혹시, 딴 길로 빠져서 새우잡이 배같은데다 팔어먹거나

퍽치기 당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

 

끈질기게 호객행위를 하던 아저씨는

고속버스값과 같은 30000원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정말 땡기지 않는다.

 

일단 막차 승차장에 가서 남는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출발하기 1분전 한자리 빈 것이 나에게 왔다.

 

휴~~~~~

 

울산으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타며

급한 상황임에도 끈질기게 왜 승합차에 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난데없이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불편하니까, 불안하니까

두가지 였다.

 

그런데 그 호객행위하던 아저씨의 표정과 행색은

참으로 초라했다. 차마저도...

그래서 믿음이 안갔던 것일까?

 

찬찬히 생각해보면

그 아저씨의 표정과 행색은 나쁜짓을 할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막차대행업을 부업처럼 하고 있는 사람같았다.

 

급한 상황에서도 승합차에 올라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제도화되지 않은 교통편을 이용한다는 꺼름직함이었던 것같다.

 

'제도화'...

 

어쩌면 끝가지 승합차에 올라타지 못한 나의 모습은

'불법/법외 투쟁. 비제도적 정치'에 올라타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과

같은 것은 아닌가는 생각으로 나가버렸다.

 

제도에 갇힌 것으로는 세상을 쉽게 바꿀 수 없다 말하지만,

명확하지도 못하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그 길에

사람들이 쉽게 올라탈 수 없다.

 

무슨 주문처럼 제도권을 벗어나는 것이 중요함을 강변한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

 

신뢰를 만드는 것

그 길이 무엇인지 함께 모색하는 것

어두워보이지만 투명하게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래야 제도권에 벗어나는 길에 조금씩 발을 띨 수 있지 않을까.

 

혹시 제도를 벗어난 투쟁을 강변하기만 하는 나의 모습은

울산가던 그 승합차처럼 의혹과 불편함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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