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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벼랑-유예된 삶, 청소년 ㅜㅜ

 
벼랑
카테고리 청소년
지은이 이금이 (푸른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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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성장소설, 청소년 문학에 관심 갖게 한  작가가 이금이다. 쉽기 때문이기도 하고 재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교사인 내게 화두를 던지기 때문이다. 작가 후기를 읽으며 아이를 키워오면서 겪은 갈등들이 고스란히 책 속에 담겼다는 고백을 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이해해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금이의 소설들은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 것이었다, 솔직한 이야기이니까.

 

아이를 등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고민들이 꽤 생겼었다. 그러다 바쁘다 보니 잠시 잊기도 하고, 아직은 시간이 있다며 고민들을 유예하기도 하여 왔다. 그러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다 말하기 어려운 어슴프레한 고민의 윤곽들이 다시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공교육 체제의 한 교사로서 나는 과연 공교육을 얼마나 신뢰하는가도 문제이지만, 공교육이 교육이 전부가 아닐 수 있어야 한다는, 또는 아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문제도 고려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가당착에 이른다. 이 자가당착이 여전히 문제이겠지만, 벼랑을 읽으면서 '유예하지 않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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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현직교사입니다. 해임을 앞둔 마지막 글...

처음 일제고사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고민할 때부터,

아고라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통해 많은 격려를 받아왔는데...

당당히 싸워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되었음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픕니다...

 

내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조퇴를 쓰고,
한 시에 있을 기자회견을 위해
서울시 교육청으로 가야해요.

징계 통보를 받을 방학 전까지는 아마,
학교에 나갈 수 있겠지만...
방학을 하고 난 2월, 그리고 아이들 졸업식에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잠도 오지 않는 이 밤에 마지막 편지를 썼어요.

쓰면서, 울면서,
그렇게 편지를 다 쓰고,
멍하니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아이가 뉴스를 보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어어엉 하며 전화기를 붙들고 큰 소리로 울어버리더라구요...
'그래, 난 당당해.'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하고 억지로 참았던 울음이,
그 아이 울음소리에 그만 터져나오고 말았어요.

"선생님 우리 그럼 헤어져야 하는 거잖아요.
졸업해도 나는 선생님 찾아갈려고 했는데...
그래서 중학교 가서 교복 입은 모습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아,
어찌해야 하나요...
내일 학교에 가서 아이들 얼굴을 어찌 봐야 할까요...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머님들께 드리기 위해 쓴 마지막 편지 올려봅니다...



어머님들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처음 아이들을 만나던 날이 생각납니다.
혹시나 첫날 만났는데 교실이 어지러울까
전날 아이들 만날 교실에서 정성껏 청소를 하고
꿈에 부풀어, 가슴 설레이며, 아이들 책상 위에 꽃을 올려두었지요.
음악을 틀고, 추운 몸을 덥혀주려고 정성껏 물을 끓여두었습니다.
하나, 둘, 자리를 채운 반짝이는 눈동자들을 앞에 두고
저는 ‘인연’에 대해 이야기 들려주었어요.
너무나 소중한 인연이라고, 억 겁의 인연이라고...

그렇게, 처음 만났고,
이 좁은 교실에서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먹고, 뒹굴고, 한 몸 같이 지내던 시간.
그 시간들을 뒤로 하고
이제 눈물로 헤어져야만 하게 되었음을 전하는 지금 제 마음을
차마 이 몇 글자 속에 담아낼 수가 없네요...

어제 오후, 저는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해임’ 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교직에 처음 발 디딘 지 이제 3년.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만약 신이 계시다면, 내게 이 직업을 주셨음에
하루하루 감사하던 나날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서 이제 서울시 교육청이,
제 아이들을 빼앗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해임의 이유는,
성실의무 위반, 명령 불복종이랍니다...
제가 너무 이 시대를 우습게 보았나 봅니다.
적어도 상식은 살아있는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싶었는데...
옳지 못한 것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그렇게 이를 앙 다물고 버텼는데...
시대에 배신당한 이 마음이 너무나 사무치게 저려옵니다.

‘그러게 조용히 살지...’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요?
이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고 싶었어요.
학원에 찌들어 나보다 더 바쁜 아이들에게,
시험 점수 잘못 나올까 늘 작아지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 서로 짓밟고 경쟁하지 말자고
우리에게도 당당히 자기 의견 말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후회하느냐구요...?
아니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양심있는 사람들이 살기엔 너무나도
잔인하고 폭력적이었음을 새삼 깨달으며,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명령에 복종하며 바닥을 기기보다는
교육자로서 당당하게, 양심의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그럼에도 다시 후회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이 폭력의 시대를 알아보지 못하고
조용히, 입 다물고 살지 못하고
이렇게 무력하게 아이들을 빼앗기는 이 모습이
가슴이 터지도록 후회스럽습니다.

울고, 웃고, 화내고, 떠들고, 뒹굴며
늘 함께했던
아이들만이 유일한 삶의 희망이었던 저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저 먹먹한 가슴 부여잡고 눈물을 삼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이들 서른 둘 얼굴이 하나하나 눈 앞을 스쳐 지나가
눈물이 쏟아져 화면이 뿌옇습니다...
이렇게 아끼는 내 자식들을 두고
내가 이곳을 어떻게 떠나야 할까...
졸업식 앞두고 이 아이들 앞에서
하얀 장갑을 끼고 졸업장을 주는 것은
저였으면 했는데...
문집 만들자고, 마무리 잔치 하자고,
하루종일 뛰어 놀자고,
그렇게 아이들과 약속했는데...

죄송합니다.
이렇게 떠나야만 하는 마음,
꼭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더러운 시대 앞에
굴하지 않은 가슴 뜨거운 한 사람이 있었다고,
그렇게 여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008년 12월 11일 목요일 한울미르반 담임 최혜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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