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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경성 트로이카

이제 '선배운동가'를 되살려 낼 때
 <쉽게 읽는 사회과학> 경성 트로이카

노동과세계  제304호
장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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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과거사 논쟁이 한창이다. 다분히 정쟁의 성격을 띤 여야의 옥신각신 속에서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 있다면 '좌파' 항일운동도 정당히 평가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해방의 그 날까지 항일운동의 횃불을 끝까지 이어간 이들 중 다수가 사회주의자들이었다는 것은 한국사의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역사적 평가에서조차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해왔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일제 시기 사회주의자들은 노동운동·농민운동을 통해 일제에 저항했다. 말하자면 노동자·민중운동의 선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운동은 이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뿌리가 없는' 아니 '뿌리를 잊고 있는' 운동인 셈이다.
역사는 결코 보수 정치꾼들의 싸움판에 내맡겨질 수 없다. 선배들의 자랑스런 투쟁 기억은 역사학자의 펜 끝에만 머물 수 없다. 우리 모두의 기억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우리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로 돌아와야 한다.
이 점에서 안재성의 <경성 트로이카>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다. 안재성은 10년 전 <파업>이라는 노동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작가다. 그가 이번에 낸 책은 소설보다는 기록문학에 가깝다. 역사와 소설적 재구성의 경계 위에서 1930년대 경인지역 노동운동을 주도한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을 생생히 되살리고 있다.
특히 그 중심에 있는 이재유라는 혁명가는 대통령의 좌파 항일운동 재평가 발언이 나오자마자 신문의 좌파 항일운동가 명단에서 수위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지식인 중심의 사회주의 운동을 노동자 중심의 운동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했고, 두 번의 탈옥이 말해주는 끈질긴 투쟁정신으로 일제 당국에게는 공포를, 조선 민중에게는 희망을 안겨주었다.
물론 이재유와 그의 그룹('경성 트로이카'는 바로 이 그룹의 초기 명칭이었다)에 대해서는 김경일 교수의 <이재유 연구>(창작과비평사)라는 결정적 저작이 이미 나와 있다. 그런데도 안재성의 책이 독자적인 의의를 지니는 것은 이 책이 이재유 그룹에서 활동한 한 여성활동가의 증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소설가의 필체까지 더해, 70년 전의 역사가 더욱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이제 이 책을 계기로 남과 북 모두에서 망각되었던 이름들을 다시 불러내 보자. 우리 식의 과거사 복원 운동에 나서자. 정쟁이나 개인적 명예회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꿈과 이상이 지금 우리의 희망과 열정의 연료가 되도록 말이다. 어차피 그들이 꿈꾸었던 나라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이 지상에 없으니. 안재성 지음, 사회평론
장석준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소 준비위원, newer @ 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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