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레투]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경영구조 개편과 부품산업 지배

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 ①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경영구조 개편과 부품산업 지배
 
노사정 모두에게 현대자동차는 '공룡'이다. 현대자동차를 보면 자본의 운동, 그리고 노동의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모든 상황이 드러난다. 그 '공룡'을 <비정규노동> 9월호(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발행·월간)가 해부했다. <매일노동뉴스>가 <비정규노동> 9월호 '특집 : 현대자동차를 해부한다'에 실린 세 글을 독자에게 소개한다. 귀중한 원고를 전재하는 것을 허락해주신 필자 여러분과 <비정규노동>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편집자 주>



1. 머리말

1997년 기아자동차의 부도로 시작된 자동차산업의 불황과 위기는 완성차업체의 소유경영구조를 변화시켰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8개였던 자동차회사가 현대의 기아와 아시아자동차 인수,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로 현대와 기아, GM대우, 르노삼성, 쌍용의 5사로 정리되었다. 이와 같은 자동차산업의 재편 속에 현대그룹이 기아와 아시아자동차를 통합적으로 지배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그룹은 자동차, 조선, 건설, 전자 사업을 주력 부문으로 하는 대그룹 1세 경영체제에서 현대와 기아를 포괄하는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등 소그룹으로 분할된 2세 경영체제가 탄생한다.

외환위기 이후 자동차산업에 전문화된 현대자동차그룹의 등장을 배경으로 자동차산업의 생산분업구조와 부품산업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난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부품산업을 주도하던 만도기계는 한라그룹의 부도로 해체되었고 이를 대신하여 현대자동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가 부품업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그런가 하면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수많은 국내 부품업체들이 외국자본에 인수되면서 부품산업의 지형도 크게 달라졌다. 외환위기 이후 2002년까지 70여개에 달하는 부품업체에 대해 해외자본투자가 이루어졌다(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2003).

 이런 변화와 함께 자동차산업의 구조적 문제점중의 하나인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현대그룹의 재편과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으로 탄생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경영구조와 시장구조 변화를 중심으로 완성차업체의 부품산업 지배체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검토하기로 한다.

2.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경영구조 개편

현대가 기아그룹을 인수한 이후 등장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소유와 경영구조 개편에 착수한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를 주력기업으로 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영구조는 정세영 회장이 퇴진한 후 정몽구 1인 경영지배체제로 전환된다. 정몽구 회장의 경영체제는 소유구조 개편을 통해 뒷받침되었는데, 현대모비스를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하여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도입한다(김진방, 2005). 정몽구 회장은 그동안 현대자동차를 경영해온 정세영 회장의 주식지분을 인수하는 한편 자신이 관리하던 현대정공을 현대모비스로 개편하고 이를 통해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소유권을 통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완성차업체 소유구조 개편과 함께 현대와 기아의 계열부품업체의 소유구조 또한 전면 개편되었다. 이전까지 부품산업을 주도해온 방계 한라그룹의 만도기계를 대신하여 현대모비스를 종합부품전문회사로 육성하고, 기아그룹으로부터 인수한 계열사를 바탕으로 부품사업을 전면 재조정하였다. 기아그룹의 계열 부품사였던 기아기공, 기아전자, 창원공업은 현대자동차그룹에 편입되어 각각 위아, 본텍, 위스코로 개편되었다. 그리고 기아중공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의 관계사인 한국프랜지공업에 인수되어 카스코로 회사명이 변경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관계사 위주의 부품조달에서 직계 계열사 위주의 부품조달체제로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전 현대자동차의 부품조달체제는 혈연관계로 맺어진 방계 회사를 통해 핵심부품과 관련부품을 조달하였다. 현대자동차는 한라그룹의 만도기계, 한라공조, 성우그룹의 성우정공과 같은 관계사로부터 핵심 부품을 조달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그룹 체제가 성립된 이후에는 방계회사로부터의 조달이 크게 줄었다.

만도기계와 한라공조 등 핵심 부품업체를 장악했던 한라그룹의 부도와 해외자본 분할 매각으로 관계사 거래체제가 일시에 와해되었다. 만도기계는 완전분할 매각되었는데, 에어콘 생산공장은 금융자본 UBS캐피탈에 인수되었고(만도공조), starter를 생산하는 경주공장은 프랑스 부품업체인 발레오에 인수되었으며(발레오만도), 에어백 공장은 스웨덴자본에 인수되었다(오토리브만도). 또한 만도기계와 합작업체였던 캄코는 보쉬에 인수되었다. 한편 에어백을 생산하던 성우그룹의 성우는 델파이에 인수되었다.

 이를 배경으로 현대자동차와 만도기계라는 관계사 거래를 대신하여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모비스라는 소유관계에 바탕을 둔 계열사 중심의 부품생산체제가 성립되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위아, 현대파워텍, 다이모스, 위아 등과 같이 부품업체의 주식지분을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교차 소유를 통해 통제력을 강화하는 한편, 최근에는 위스코, 에코플라스틱과 같이 부품업체의 주식지분을 총수가족이 직접 소유하는 통제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3.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산업 지배

기아자동차 인수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은 부품조달체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착수한다. 현대는 기아 인수 이후 플랫폼 통합에 따른 통합발주를 시행하였는데, 플랫폼 통합이란 구동체계, 운전석, 차축체계, 연료체계와 같은 차의 기본구조를 이루는 부분을 하나로 통합하여 개발과 투자비용을 줄이면서 다양한 모델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와 기아의 연구소를 통합하였는데 현대자동차그룹은 연구개발체제를 남양만 연구소를 중심으로 단일화하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현대정공의 연구개발 조직 통합에 따라 통합연구개발본부를 발족하고 연구개발조직을 전면 개편하였다.

 그리고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모든 승용차 플랫폼을 2004년까지 현대자동차 플랫폼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추진하였다. 현대의 기아 인수 이전에는 현대와 기아가 각각 12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41개 차종을 생산해왔으나, 2005년까지 7개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은 800여개에 달하는 현대와 기아의 부품업체수를 절반 이하로 줄일 방침으로 부품공유화를 추진하고 있다(전국금속노동조합, 2003).

 이와 같은 계획이 추진되면서 현대와 기아 부품업체 사이에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장벽이 허물어지고 부품산업은 대형 전문부품업체를 중심으로 개편되었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완성차업체의 재편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등장으로 이전까지 단층성이 강한 전속적 도급관계가 달라지게 된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롭게 개편된 부품계열사를 중심으로 부품산업의 지형을 뒤바꿀 모듈화를 추진하였다. 자동차산업에서 모듈화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유럽의 자동차 기업을 중심으로 생산시스템의 모듈화를 통해 진행되어왔다(조철, 2002). 유럽의 완성차업체들은 일본 완성차업체들의 린생산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모듈 생산을 추진했다.

생산방식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업체들의 중간 조립(sub assembly) 부품에 대한 설계 및 조립능력을 활용하는 모듈 생산을 추진했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이 성과를 거두게 되자 각국의 완성차업체들은 경쟁적으로 모듈 생산을 도입하고 있다. 모듈화가 진전되면 완성차업체들은 생산공정의 대부분을 외주화한 상태에서 자신의 한정된 내부자원을 기획과 관리 기능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방식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조형제, 2005).

 자동차산업은 통합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제품아키텍처 수준의 모듈화보다는 생산시스템 수준의 모듈화가 선행되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모듈(module)이란 원래 제품아키텍처(architecture)중의 하나를 말하는데, 아키텍처란 시스템의 분할과 구성요소간의 연계방법을 뜻하는 것이다. 이 제품아키텍처에는 크게 모듈아키텍처(modular architecture)와 통합아키텍처(integral architecture)로 나누어진다.

모듈아키텍처란 기능과 부품간의 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것으로서 각 구성부품이 기능이 독립적이고 자기완결적이어서 부품상호간의 의존성이 매우 낮다. 이 유형의 대표적인 예로는 PC를 들 수 있다. 통합아키텍처란 기능과 부품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서 구성부품들 사이의 상호의존관계가 매우 높은 특성을 보인다(김갑수 외, 2002).
 
생산시스템의 모듈화란 조립부품을 모듈단위로 조립하여 납품하는 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부품의 공용화, 대형화, 외주화가 추진될 수 있다. 현대는 1999년부터 모듈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는데,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신차종 개발에 맞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모듈화가 추진되면 현재의 1차 부품업체중 탈락한 부품업체는 대형부품업체의 외주를 받는 2차 이하의 부품업체로 재편되기 때문에 부품공급구조는 급속히 중층화된다. 모듈화는 부품산업의 구조 자체를 전면 개편할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와 기아의 모듈화는 초보적인 단계인데, 완성차업체가 개발하고 설계한 부품을 부품업체가 조립하여 납품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조형제, 2005).

그동안 완성차업체는 독자적인 모델개발자로서 완성차를 조립할 뿐 아니라, 하위의 부품시스템을 직접 통합해왔다. 이로 인해 부품업체들도 시스템 통합기능을 분담하지 못하고 단품 위주로 생산하게 됨에 따라 부품업체의 대형화가 지체되었다. 그런데 1998년 이후 현대자동차가 모듈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하위 시스템 통합기능이 모듈업체에 이양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듈업체가 완성차업체가 담당하던 시스템 통합기능의 일부를 분담하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한편 전문 부품업체들은 지금까지 요소기술, 가공기술, 전문서비스 등 다양한 종류의 부품 생산을 담당해왔다. 이들 부품업체들은 전문공급업체보다는 전속적 공급업체의 성격이 강하며 아직까지 미분화된 상태이다. 그런데 향후 모듈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들 부품업체들은 대형 모듈업체, 특정분야의 전문기술을 보유한 전문공급업체(specialized supplier), 2차 이하의 일반 가공부품업체로 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하여 쟁점은 자동차산업의 분업구조를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이 모듈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하는 데에 있다. 현재까지의 추세로 본다면 모듈화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인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만도, 덕양산업 등 전문부품업체와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4. 단기 수익성 위주 경영과 수요독점적 시장구조

앞서 보았듯이 외환위기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경영구조가 달라지고 계열사 위주의 부품조달구조가 구축되었다. 이와 함께 주주자본주의를 지향하는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기업의 재무구조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확대보다는 단기적인 효율과 수익성이 중시되고 있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단기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현금흐름 구조가 달라졌다. <그림 2>는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 대비 설비투자액과 현금순유출액 비중 추이를 나타낸다. 이를 보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설비투자활동이 활발하였고 따라서 이에 소요되는 자본이 내부이익만으로는 부족하여 외부로부터 자금이 유입되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에는 현금흐름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한 반면 설비투자율이 감소한 결과 기업 내부에서 발생한 자금이 채무상환과 이익배당을 위해 기업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이와 같은 단기적 이익추구를 중시하는 경영방식의 도입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비용절감 요구도 그만큼 강화되었다.

다음으로 외환위기 이후 부품시장이 수요독점적 구조로 전환되었다. 한국 자동차산업에서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직면하는 시장의 특성이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오랫동안 자동차 3사의 과점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림 3>에서 보듯이 이러한 시장구조가 외환위기를 경과하면서 GM대우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한 반면 기아를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시장지배력은 현저하게 강화되었다. 

GM대우의 점유율이 2003년 이후 다소 회복되었지만 현대와 기아를 합한 현대자동차그룹의 점유율은 2004년 여전히 80%에 육박하고 있다. 3사 과점구조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의한 독점적 구조로의 전환, 이것이 외환위기 이후 달라진 자동차산업의 시장구조이다. 생산물시장의 공급독점은 부품시장에서는 수요독점으로 나타난다. 2004년 현재 913개 1차 부품업체의 납품총액 29조 2,361억원중 현대와 기아에 납품한 금액이 22조 7,930억원으로 전체 납품액의 78.0%에 이른다(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2005).

이와 같은 경영구조와 시장구조의 변화 속에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익성은 두드러지게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외환위기 이후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부품산업에 대한 통제력 강화를 배경으로 한다. <그림 4>는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매출액 대비 제조원가 구성비 추이를 나타내는데, 이를 보면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이익 증대에 재료비 삭감이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총매출액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의 64% 수준에서 1999년에 66%로 일시 증가하였다가 2003년에는 60%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통합적 관리와 내부 합리화로 경비와 노무비 비중은 하향 안정되었고, 외환위기 이후 완성차업체는 작업량 증가에 대해 정규직 고용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응한 결과 1인당 부가가치생산액이 증가하였다(이병훈, 2003).

 여기에 재료비 삭감분이 더해져 큰 폭의 매출이익 증대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처럼 현대와 기아의 통합적 관리로 인한 제조경비 절감과 부품업체로부터 공급받는 재료비 삭감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익성 증대에 기여하였다고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익성 위주의 경영은 <표 1> 매출액 경상이익율 추이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외환위기 이전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경상이익율은 부품업체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단기적 수익을 중시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속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의 이익률은 현저히 개선되었다. 그로 인해 2000년 이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업체와 계열 부품업체가 일반 부품업체보다도 더 높은 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완성차업체, 계열부품업체와 일반부품업체의 매출액 경상이익율 추이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이익율 완성차업체(A) 1.1 1.1 -1.9 -38.1 3.2 4.2 5.4 7.3 8.4 7.3
계열부품업체(B) 1.5 1.8 -3.2 -22.4 1.8 2.3 3.0 7.6 7.5 6.2
일반부품업체(C) 2.9 2.7 0.6 -3.3 3.6 3.8 3.8 5.2 5.2 4.9
격차 완성-일반(A-C) -1.8 -1.6 -2.4 -34.7 -0.4 0.4 1.6 2.1 3.2 2.4
계열-일반(B-C) -1.4 -0.9 -3.8 -19.0 -1.7 -1.5 -0.8 2.4 2.2 1.3
※ (단위:%) ※ 자료: 한국신용평가정보(주), KIS-Value
주: 1) 완성차업체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2) 계열부품업체는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계열사 7사
3) 일반부품업체는 현대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213사

이상에서 보았듯이 외환위기를 전후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소유와 경영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거시경제의 운영 방식이 바뀌는 것과 함께 현대자동차그룹도 안전성과 수익성에 경영의 기본을 두고 사업구조를 재편하였다. 그리고 현대그룹 소속 완성차업체와 계열 부품사는 재무구조와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어 국제수준을 능가하게 되었고, 성장률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게 되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야에 따른 투자 확대보다는 기존 설비와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기적인 효율과 수익을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기적인 이익의 극대화가 경영의 목표가 되면서 각종 비용절감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었다. 높은 자본장비율과 고도화된 사업구조로 완성차업체와 계열 부품사는 부가가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여 고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지불능력을 보유하였던 데 비해, 수요독점적 시장구조가 강화되는 속에서 완성차업체로부터 비용 절감의 압력을 강하게 받았던 부품업체들은 연구개발 투자위축 뿐 아니라 더욱 강화된 인건비 상승 억제로 나아가게 된다.

이들은 이처럼 비용절감의 압박을 한편으로는 자체 흡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절감의 부담을 도급관계를 통해 외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단기 수익 중시의 경제·경영 구조의 변화는 도급관계의 계층화된 구조를 더욱 강화하게 되며, 이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근로조건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5. 맺음말

오늘날 글로벌화와 모듈화 등 경쟁환경이 급속하게 변모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를 포함한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능력을 향상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단기적 수익을 중시하는 경영구조와 양극화된 산업구조로는 그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기 어렵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협력의 동반자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부담을 흡수하는 외부자로만 활용할 때 산업의 혁신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재와 같은 고용 분화와 차별화가 계속된다면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나아가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기반을 침식시킴으로써 산업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따라서 단기적 성과 위주의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현재와 같은 수직적 거래구조를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협력체제로 전환함으로써 거래 관계를 혁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완성차업체의 부품시장에 대한 과도한 지배력 행사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사이에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동반자적인 협력관계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계층적 분업구조의 정점에 있는 완성차업체의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1960년대 일본 자동차산업에서는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 공동이익을 추구한다는 완성차업체의 인식전환에 따라 성과공유제도와 같은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외환위기 이후 단기수익 위주의 경영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지원보다는 납품단가 인하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같은 단기적 이익추구는 부품산업 기반과 노동시장 왜곡을 심화시켜 산업경쟁력 자체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성장잠재력이 있는 부품업체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부여하고 적정한 이윤 보장과 기술개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전략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우선 중소기업이 교섭력을 가지고 대기업과 수평적 협력관계를 형성하도록 배타적 전속거래를 규제하고 개방적 거래관계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강조해 둘 사항은 불공정 하도급거래에 대한 강력한 규제조치의 필요성이다. 일본 자동차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강한 신뢰관계와 동반자적 협력관계가 성립되는데 불공정거래를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일반화되어 있는 계약상에 명기되지 않은 일방적인 단가인하와 부당 감액은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이다. 또 경쟁입찰에서 업체가 선정된 이후 재협상하여 가격을 인하하는 행위 또한 기업간 신뢰관계를 손상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를 대폭 강화함으로써 단기적 이익 추구행위를 억제하고 장기적 협력이익을 도모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기업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갑수 외, 2002,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의 창조성과 협동성 발전 연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양희 외, 1999,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술능력 발전」, 삼성경제연구소
김진방 2005, 「재벌의 소유구조」, 나남출판
복득규, 2002, “한국자동차산업의 부품거래구조 변화: 외환위기 전후를 중심으로”, 「자동차경제」, 307호
이병훈, 2003, “비정규노동의 작업장내 사회적 관계에 관한 사례 연구”, 「경제와 사회」, 제57호
이항구·조철, 2001, 「세계자동차산업체의 경쟁전략 분석과 한국자동차산업의 진로??, 산업연구원
전국금속노동조합, 2003, 「모듈화와 자동차구조재편」
전국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03,「금속산업 사내하청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실태연구: 자동차·조선·철강·기계업종 실태조사를 중심으로」.
조성재·이병훈·홍장표·임상훈·김용현, 2004, 「자동차산업의 도급구조와 고용관계의 계층성」, 한국노동연구원
조철, 2002, 「네트워크체제의 진전과 부품조달체제의 변화: 자동차부품조달체제를 중심으로」, 산업연구원
조형제, 2005, 「한국적 생산방식은 가능한가?」, 한울아카데미
주무현, 2003, “경제위기 이후 기업별 내부노동시장의 구조변화: 현대자동차의 사례”, 「산업노동연구」, 8 (1)
중소기업청?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중소기업 실태조사보고」, 각년도
한국노동연구원. 2004, 「원하도급업체간 임금격차 실태분석 및 개선방안??
홍장표·조성재·김영두·박영삼, 1997, 「자동차산업의 원하청관계와 노동자간 격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藤本降宏·金完杓, 1995, “日韓自動車産業のサプライヤ-システム比較”, Discussion Paper Series, 東京大學經濟學部.
Helper, S. 1991, “How Much Has Really Changed Between U. S. Automakers and Their Suppliers?” Sloan Management Review, Summer.
Sako M. & S. Helper, 1995, “Supplier Relations and Performance in the Auto Industry: European-Japanese-US Comparisons of the Voice/Exit Choice”, IMVP Woking Paper
 
 
홍장표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jphong@pknu.ac.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