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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북, 핵포기 대신 체제보장과 경제실익 원해 - 박재규 전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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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포기 대신 체제보장 · 경제 실익 원해"
박재규 전 통일 미국 초청 강연…"북한 엘리트사회 세대교체 조짐"
“북한이 과연 핵무기를 완전히 그리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핵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느냐를 두고 의견이 갈라집니다. 저는 북한이 핵카드를 포기하는 대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매우 진지하게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9월 6자회담 공동성명의 원칙은 북한의 진정한 필요와 욕구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우드로 윌슨 국제 센터 초청강연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보다는 인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경제개혁과 체제안정을 바라고 있다"며 국제개발기금 승인 등 미국 정부와 미국인들의 강력한 지원을 호소했다.

‘2000년 이후의 북한 : 남북한 관계 전망’이란 제목의 이날 강연회에서 그는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한 관계는 질적·양적으로 변모했고, 북한이 불가피하게 변화의 길로 들어서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 총장은 이어 2002년 7월 1일 경제개혁조치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를 소개했다.

그는 북한이 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신의주 특구,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건설 등에 착수했으며, 신의주 특구를 제외하고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한국의 주도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수치를 통해 북한의 사회 변화상을 소개했다.

그는“작년 6월 금강산 관광객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고 금강산지역에 해변 휴양지, 골프코스, 이산가족상봉 센터 등이 건설 중이며, 개성공단 시범단지에는 당초 입주키로 했던 15개 업체 중 13개 업체가 입주해 11개 업체는 이미 북한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한국 주도로 원활

박 총장은 북한이 자본주의적인 경제로 이행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이른바 ‘실용적인 사회주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점차 인기를 끌고 있는 수영, 볼링, 컴퓨터 게임, 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 150개의 바와 350개의 식당과 가라오께 바와 김일성 대학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를 소개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북한 내에는 자본주의적 사고와 외국 문화가 유입됐으며, 집단주의와 이데올로기 우선의 사조가 퇴색하고, 개인주의와 경제적 합리주의가 번져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또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지만 북한 정부, 군, 국영기업의 최고위층에 40대와 50대 계층의 진출이 두르러지고 있는 것을 보아 북한의 엘리트 사이에는 분명히 세대교체의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 외교 전략의 중점과제는 정통성·안보·개발에 있지만 전술적인 차원에서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면서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 시 김정일 위원장이 일본인 납치에 대해 사과했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도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속히 진전되어 조명록의 미국방문, 올브라이트의 북한 방문으로 이어졌고, 북·미 정상회담 일보 직전까지 진전됐지만, 2001년 1월 부시 행정부의 출현으로 반목과 불협화음이 일어나더니 2002년 10월에는 북핵문제가 불거지게 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햇볕정책 확대 발전 남북 교류·협력 물결 이어져

박 총장은 남북한 관계와 관련, “남북한 간의 인적교류는 2005년 11개월간 7만8000명이 넘으며, 정상회담이후 각료급 회담이 17차례나 개최됐고, 최근에는 한달에 평균 두 차례 꼴로 회담이 이뤄지고 있으며 남북한 교역은 지난해 10억 달러를 넘었다”며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을 더욱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한반도에는 교류와 협력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지난해 9월 북경에서의 6자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데에는 이러한 지원과 교류가 큰 기여를 했다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북한은 민족을 내세워 한·미 간의 협력보다 남북한 간의 협력이 우선시하도록 대한민국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전략적인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남북한간의 교류와 협력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해서 한·미동맹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하면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을 대하는 태도를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20대 젊은이들의 절반이 우리 외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국가로 미국을 꼽고 있으며, 북한은  10%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사상적으로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실용적으로 되어가는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우호동맹관계와 관련 박 총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과 부시 행정부의 등장으로 일부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작년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이해와 협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정체 상태에 있는 6자회담과 관련해서는 공동성명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는 북한 측이 현재의 상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편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확산방지구상(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대규모 제제조치나 북한 선박에 대한 저지 등은 중대한 갈등, 심지어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 인권 거론, 주민 고통 경감에 도움 안돼

박 총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악명 높은(flagrant) 인권 침해를 잘 알고 있지만, 공공연하게 북한 당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유엔 결의로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설명했다.

박 총장은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있었던 6자회담을 200만 kW 전력지원이라는 카드로 돌려놓았듯이 대한민국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에 대해 반대하고, 공개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막후에서 이견들을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한국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북한의 경제난을 해소시키는데 중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북·일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일본은 다른 당사국들의 지원을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무엇보다도 한국과 북한이 국제개발기금 승인과 같은 긴요한 지원을 미국정부로부터 얻어내는 것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박 총장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과 기타 원조의 선두주자로서의 역할을 잘만 수행한다면, 다른 당사국들의 협력과 건설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전망도 눈에 띠게 개선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강연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목적에 대해 질문이 모아졌다. 박 총장은 북한으로서는 지난 수년간 중국에 요청한 경제지원을 빠른 시일 내에 이행해주도록 요청할 것이며, 중국으로서는 중단된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도록 북한 측에 요구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그는 몇 년 전 김정일이 상해를 방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신의주를 IT위주의 특구로 만들려고 지시했으나 여의치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번에는 중국 측의 협조를 얻어 이 문제를 잘 풀어 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정일 위원장, 핵 협상 의지 확실히 가지고 있어

또한 북한의 핵협상의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박 총장은 “김 위원장을 몇 차례 만나면서 그가 협상의지를 확실히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며 지난해 6월 김 위원장과의 면담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당시 김 위원장은 김일성의 유훈을 얘기하면서 “북한이 경제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체제 안전 보장도 받아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6자회담의 재개에 관한 질의에 대해 박 총장은 “중국이 모든 준비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큰 차질 없이 금년 봄에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하고, 위폐 문제는 6자회담과는 다른 문제이며,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도 어느 정도 연루되어 있으므로 세 나라 간에 해결되어야할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는 내외신 기자 20여 명과 미국정부인사, 씽크탱크 한국전문가, 학자 등 100여 명이 모여 북한문제에 대한 미국인들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워싱턴=이현표 주미대사관 참사관>
등록일 : 200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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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전략적 유연성은 한미동맹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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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유연성’ 은 미래 한미동맹 발전의 핵심
양국의 포괄·역동·호혜적 관계 위한 또 한번의 진전
지난 19일(미국 현지 시간) 워싱턴에서는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한·미 양국이 제1차 고위급 전략대화를 통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한국 측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키로 했으며 미국 역시 우리의 입장, 즉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존중키로 해 한·미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 해석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은 포괄적·역동적·호혜적인 미래 동맹을 향한 또 한번의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전략적 유연성이 미국의 세계 전략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을 역내의 주요 분쟁에 연루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결코 수용해서는 안 될 개념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이러한 기우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전략적 유연성의 실제적 구현은 매우 광범위한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주한미군의 ‘지역 역할’과 무조건 동일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이미 1990년대부터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을 다양한 의미에서 사용해 왔다.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은 ▲최고 통수권자·고위 지휘관들의 군사력 활용 대안 다각화 융통성 ▲지리적·상황적 조건에 의해 구속받지 않는 군사력 운용의 편의성 ▲작전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 등을 강조하는 데 있어 주로 활용됐었다. 이 개념은 90년대 중·후반에 들어서는 '해외 주둔 미군들 간의 밀접한 상호 연계와 주둔지로부터의 유연한 입출'이라는 의미로 주로 사용돼 왔다. 사실 이러한 개념은 한반도를 제외한 여타 지역에서는 이미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던 것이다.

90년대의 걸프전과 2003년의 이라크 전쟁 당시 주일미군과 유럽 주둔 미군이 이라크 전장에 투입된 것은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입각한 것이며, 그동안 미국이 구사해왔던 다양한 군사 전략, 즉 ‘윈윈'전략이나 ‘1-4-5-1’ 전략 등은 모두 전략적 유연성을 기본 가정으로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물론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이 보다 강조되기 시작한 것은 2001년의 9·11 테러 이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미 본토 방위를 강화하고 해외 각 지역에서 다양한 임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군을 재편할 필요성이 보다 강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 세계적 방어 태세 재검토’(GPR) 계획 역시 이러한 전략적 유연성의 원활한 추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미군전력의 원활한 '유입' 으로 안보공약 확실

2003년 4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①미국은 여전히 해외 기지를 필요로 하고 ②미군의 주둔이 환영받는 곳에만 주둔할 것이며 ③여타 지역에서의 임무 수행 이후 주둔지로의 신속 귀환이 가능한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한다는 ‘해외 주둔 3원칙’을 발표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의 추구와 함께 미국은 각 지역에 산재한 동맹 체제의 상호 보완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데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동맹 관계는 대부분 미국과 해당 동맹국 간의 평면적 양자·다자 관계가 병렬적으로 유지되는 형태를 띠어 왔다. 그러나 GPR을 비롯한 미국의 해외 군사력 재편이 본격화될 경우 미국과 동맹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 간의 관계는 보다 입체적으로 연결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범위를 넘어 미국의 동맹국들 다수가 상호 연계성을 지니는 일종의 거대한 거미줄(web)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도는 미국의 이익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미래 안보 구상과도 충분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우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라는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세계적 연계망의 구축은 유사시 미국의 대한 안보 공약이 보다 신속하고 강력하게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전략적 유연성 개념 하에서는 주한미군의 ‘유출’뿐만 아니라 미군 전력의 원활한 ‘유입’ 능력 역시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상호 간 전략적 구상의 공통분모가 커짐으로써 한·미 간의 ‘호혜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고 이는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진정한 동반자적 동맹 관계의 형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그 추진 과정에서 합의와 협의의 정신을 유지하는 한 미래 동맹에 있어 우리의 국가 이익이나 안보가 침해되는 상황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상호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신뢰’의 확장이야말로 미래 동맹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란 점에서 금번의 합의는 또 한번의 윈윈 게임을 창출해 내었다고 할 수 있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
등록일 : 200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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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새 국제안보환경 적응 토대 마련
[전략적 유연성 성명 해설] 양국 이해와 입장 균형있게 조화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무장관회담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전략적 유연성은 세계 어느나라에서건 분쟁이나 테러 등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주한미군을 급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공동성명은 우리나라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미국은 한국의 의지와 관계 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지 않는다는 우리 입장을 존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교통상부와 NSC 사무처의 설명자료를 게시한다.<편집자>

1. 합의내용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이번 공동성명은 다음과 같은 2개 문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혁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2. 정부 기본입장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있어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기본입장을 가지고 협의에 임했다.

우리 정부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기본적으로 존중한다. 단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에서 비롯된 우리의 우려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3. 의의

이번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미 간의 합의는 2003년부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온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우리로서는 한국의 의사에 반하여 동북아지역에서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포함시킴으로써, 양국의 입장을 균형있게 조화시켰다.

이번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공동성명은 첫째, 한·미 양국이 동맹 정신과 한·미상호방위조약 정신에 입각하여 서로의 필요를 균형있게 고려했다는 의미가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탈냉전 이후 등장한 테러 등 불확실한 안보위협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외주둔 미군을 운용해 가기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개념이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대해 이러한 자국의 군사전략 변화를 수용하도록 요청해 왔으며, 우리는 이에 대해 앞에서 밝힌 기본입장에 따라 2005년 2월 이후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번 합의에서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 존중의사를 재확인하는 한편, 미국도 동북아 지역분쟁 불개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수용함으로써, 양국이 쌍무적인 토대 위에서 서로의 이익을 존중해 주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둘째, 이번 성명에서 양국은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관한 장래의 상황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는 차원에서, 구체적이고 일률적인 절차를 규정하는 대신 기본적인 공통의 이해만을 ‘공동성명’ 형태로 확인했다.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적 ‘필요’와 우리의 자체 의사에 반한 동북아 분쟁 개입방지 ‘필요’ 사이의 조화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이행절차를 미리 마련해두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도 가능할 수 있으나,

그러나 미래의 극히 불확실한 상황을 현재 시점에서 가상하여 그에 따른 절차를 모두 규정해 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서는 양국의 기본입장만을 명시한 후, 구체적인 상황 발생 시에는 한·미 협의 하에 해결책을 마련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미 간에 여러 동맹 현안이 협의되는 가운데, 중요현안 중 하나에 관하여 상호입장을 호혜적으로 수용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03년 이래 한·미동맹 재조정 작업을 추진해 왔으며, 그동안 동맹의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 규모 축소 및 기지 이전에 관한 합의를 도출한 바 있다.

전략적 유연성은 동맹조정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이번 성명은 작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거론된 바 있는 동맹현안의 하나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한 것이며, 앞으로의 동맹조정 작업이 원만하게 추진될 수 있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공동성명 내용은 한미동맹이 21세기의 새로운 국제안보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토록 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외교통상부·NSC 사무처>
등록일 : 2006.01.22

 

노 대통령 “동북아 분쟁 휘말리지 않을것”
“미 전략적 유연성 존중하지만 주한미군 역내 국가 개입 반대”
 
노무현 대통령은 8일 오후 공군사관학교 제53회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 주한미군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우리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미국의 군사재배치 전략을 수용하되 주한미군의 역내 다른 국가 개입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처음 공식화한 것으로 향후 한미간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안보상황 고려를 전제로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기본적으로 존중하지만 우리 국가의 운명과 직결될 수 있는 한반도를 제외한 동북아 지역 분쟁에 대한 개입은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가령 주한미군이 이라크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안보에 치명적 영향이 없다면 우방으로서 오케이나 동북아 역내 분쟁에 들어가면 다르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미군이 우리의 의지에 반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려 할 경우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내용을 문서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문서화 여부에 대해서는 상호간 긴밀한 협의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이동경우를 대비, 한미상호방위조약 개정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침략받을 때 적용되는 것인만큼 굳이 조약을 바꿀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 군은 10년안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며 이런 전시 작전권 환수에 대비해 독자적인 작전기획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자주 국방 역량 강화를 강조 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우리 군은 한반도 뿐 만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동북아 세력균형자로서 이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이고 이를 위해 동북아 안보협력 구조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한미동맹 토대위에서 주변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군은 그간 자주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그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지금까지 추진해 온 국방개혁을 더욱 힘있게 밀고나가 미래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층 정예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100년전 한반도가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었을 때 우리는 아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었지만 이제 독자적인 역량을 갖춤으로써 한반도가 앞으로 그렇게 될 때 주권국가로서 이를 막을 역량을 갖추고 이를 토대로 동북아 평화를 지켜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국방개혁을 가속화시켜 미래안보환경에 능동적 대응이 가능한 정예군이 돼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뜻인 만큼 전보다 분명해지고 본격화될 것”이라며 “국방개혁은 군구조개편을 통한 국방운용의 효율화, 전시작전권 환수를 대비하는 것, 인사ㆍ획득에 대한 공정ㆍ투명성 제고, 국방개혁의 법제화를 이뤄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제53기 공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을 기념촬영을 하며 마친뒤 졸업생도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공사 졸업식 연설문


친애하는 공군사관학교 제53기 졸업생 여러분,

학부모님과 내외귀빈 여러분,

오늘 명예로운 대한민국 공군장교로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 여러분의 임관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처럼 늠름한 정예장교들을 길러낸 학교장 김명립 장군과 교수, 훈육관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울러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부모님들께 각별한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장한 아들딸들을 두셨습니다.

나는 군 통수권자로서 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시도 마음의 긴장을 늦추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여러분의 당당하고 믿음직한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마음 든든하게 느낍니다.


졸업생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평화를 추구해 왔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평화는 말로써 지켜지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를 깨뜨리는 세력에 맞서서 이를 물리치고 응징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비로소 평화는 지켜지는 것입니다.

100년 전에도 우리는 평화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었던 우리의 평화주의는 그야말로 무의미했습니다. 우리 땅에서 일본과 청나라, 그리고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는 동안에도 우리는 그저 지켜봐야만 했고 마침내 나라마저 강탈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릅니다. 이제 우리를 지킬만한 넉넉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막강 국군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을 보며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는 마음이 더욱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우리 군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세력 균형자로서 이 지역의 평화를 굳건히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동북아시아의 안보협력구조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한미동맹의 토대 위에서 주변국들과의 더욱 긴밀히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과 병행해서 자주국방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스스로 작전권을 가진 자주군대로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최근 일부에서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으로 지켜나갈 것 입니다.


국군장병 여러분,

우리 군은 그동안 자주국방역량을 강화하고 그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국방개혁을 더욱 더 힘 있게 밀고나가야 합니다. 미래 안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층 정예화 해야겠습니다.

군 구조를 개편해서 각 군의 균형발전과 국방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시작전권 환수에 대비해서 독자적인 작전기획능력도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인사를 비롯한 군의 모든 분야에 있어서 공정성과 투명성도 더욱 높여나가야 합니다. 국방획득제도 개선을 위한 최근의 노력은 그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국방개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이를 법제화하는 데 더욱 힘써줄 것을 당부합니다. 하나하나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 군은 강력한 혁신의 의지로서 반드시 해낼 것으로 그렇게 믿습니다.

신임장교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용맹스럽고 사기충천한 보라매가 되어서 우리의 하늘을 수호할 것입니다. 현대전에 있어서 공군력은 전쟁억제의 핵심전력일 뿐만 아니라 전쟁승리의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공중조기경보통제 능력, 정보·정찰 전력 등을 강화해서 자주국방의 선봉이 돼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나는 필승공군의 힘찬 기상과 명예를 더욱 높여갈 여러분을 굳게 믿습니다. 조국을 위해 군인의 길을 선택한 여러분의 앞날에 나와 우리 국민이 함께 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무운과 영광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취재:최강 (ckang@news.go.kr) | 등록일 : 200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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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10대 정책뉴스, 북핵 실타래 푼 9.19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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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정책뉴스' ⑧] 북핵 실타래 푼 '9·19 공동성명'
한국 주도로 핵 없는 '한반도 평화 시대' 열어야
“북핵 6자회담 타결”
지난 9월 19일 베이징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보내고 있던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언론에 집중됐다. 전 세계 언론들도 ‘북한 완전한 핵 포기 결정, 미국 대북 불가침 약속’이라는 내용을 일제히 보도했다.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북핵 위기가 35개월 간의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 것이다. 특히 제4차 6자회담은 북핵문제 해결이란 대전제 못지않게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된 회담이라는 점에서 더 빛을 발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회담 타결 후 “근세 100년 동안 우리 입장이 반영된 역사는 없었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를 우리를 위한 역사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연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북핵문제는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6자회담은 2004년 6월에 개최된 3차 6자회담 이후 전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었고 오히려 조문 위기, 탈북자 대량입국 사태 등으로 남북관계는 꼬여만 갔다. 그런 와중에 올 1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향해 ‘폭정의 전초기지’라며 공격했고 북한은 2월 10일 ‘핵보유’ 선언으로 응수했다. 이어 5월에는 영변 원자로에서 폐연료봉 8000개를 인출했다고 발표했다.

"거봐, 북핵협상이 성공했다네" 6자회담 타결 소식에 기쁨을 나누는 노인들.


북한의 이러한 발언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더 이상 못 참는다.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하라“는 미국내 강경파들에게 힘을 실어줬고 ‘한반도 제2의 전쟁 가능성’이 공공연하게 유포될 만큼 살벌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2004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의 ‘LA발언’에 입각한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스탠스에는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외교적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는 전방위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쳐 나갔다.

북핵문제는 북·미 간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에 살고 있는 국민 전체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 만큼 우리가 주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평화적이고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북 설득과 미 강경파 진정에 외교적 역량 총동원

정부는 북한을 회담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한 설득에 나서는 한편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하겠다는 강경파들의 주장을 누그러뜨리는데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는 “벼랑끝 전술은 다 같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혼자 떨어질 수 도 있다”며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촉구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길을 걷다 지쳤다고 해서 택시로 갈아타선 안된다”며 유엔안보리 회부 등 이른바 ‘다른 정책’을 차단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 간의 긴장 국면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위험한 사람’ ‘폭군’ 으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을 ‘불망나니’ ‘도덕적 미숙아’ 등으로 지칭하며 설전을 펼친 것은 양측의 갈등국면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개국 수석대표.대사 참석 만찬에서 남북한 수석대표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편 제3차 6자회담 개최후 1년이 되는 올 6월이 되자 6자회담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참여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불신의 화살들이 무섭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이를 진화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이 나섰다. 6월 11일 워싱턴을 방문,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마주 앉았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북핵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미스터 김정일’이란 호칭을 사용, 북한을 주권 국가로 인정한다는 점을 나타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시기에 북핵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채널을 가동했다.  6·15 5주년 행사기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북한에 특사로 파견했다. 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전격면담(6.17)에서 전력 200만 Kw 직접송전을 골자로 하는 ‘중대한 제안’을 설명했고 김 위원장으로부터 ‘7월중 복귀용의’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용도폐기의 기로에 놓여있던 6자회담이 다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결국 대북 송전이라는 중대제안과 의장국인 중국과 함께 북·미 양국을 오가며 협상의 간격을 메워온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이 효력을 발휘해 제3차 회담이 열린 이후 13개월 만인 6월 26일 오전 10시 베이징 다오위타이에서 제4차 6자회담이 개막됐다.

제4차 6자회담은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판이 깨질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절박함 속에서 열린 만큼 참가국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남북 대표단은 급진전된 남북 관계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회담 기간 동안 수시 양자접촉을 갖고 의견을 교환했다. 북·미 간에 이견이 있는 6자회담에서의 한국의 역할이 조명을 받는 순간이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안과 북한의 안 가운데 합리적인 부분을 조합한 중재안을 만들어 주변국 설득에 나섰다.

쉼없는 물밑작업으로 미국 양보 이끌어 내 공동성명 탄생

그러나 7월26일 시작된 제4차 6자회담은 결국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과 경수로 문제에 막혀 8월 7일 ‘휴회’에 들어갔다. 송 차관보는 공동문건 내용을 놓고 북·미 간 이견 차로 진통을 겪어야했던 아쉬움을 “우리가 이번에 과일을 담으려고 광주리를 준비해왔는데 과일도 상당히 모았지만 광주리에 담을 수 없는 물까지 담으려고 과욕을 부린 것이 아닌가 ”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정부는 평양 지도부의 결단을 위해 서울, 베이징, 워싱턴, 평양을 찾아 쉼없는 물밑작업을 진행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15 행사 때 서울을 방문한 북측 단장 등 북한 고위대표단에게 정부의 입장을 지속적으로 설명했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중국, 미국을 방문해 북·미간 핵심 쟁점인 북한의 핵 평화적 이용권에 대한 미국측의 양보를 협의했다.

이 결과 9월 13일 2단계 회담이 다시 시작됐다. 2단계 회의는 초반부터 경수로 문제로 북·미가 격돌했고 북한 대변인은 미측에  "경수로를 줄테면 주고 말테면 말라"고 최후 통첩성 성명을 발표하면서 회담이 결렬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이번 회담 결렬은 파국이라는데 북·미가 인식을 같이하면서 결국 6개 참가국들은 북핵 해결의 목표와 원칙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공동성명은 회담의 목표와 지향점을 담은 대원칙 선언문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6자회담은 이미 큰 방향이 명확해졌으며 공동성명은 6자가 끊임없이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대와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9일 베이징에서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제5차 1단계 6자회담이 재개됐지만 북한이 돌연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들고 나와 북·미 간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북·미 간 달러 위조 공방에도 불구하고 차기 6자회담 개최를 위한 관련국 간 물밑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6자회담 개최 전망과 관련, "낙관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 기회는 있으며 우리는 조건 없이 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며 “회담 복귀는 북이 세계에 주는 새해 선물”이 될 것이라며 내년 초 6자회담 개최를 희망했다.

당장은 금융제재라는 암초가 있지만 이는 북·미 간 대화를 통해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인 만큼 북핵문제의 실타래를 풀고 2단계 5차회담 개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정부의 발걸음은 연말연시에도 분주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강 (ckang@news.go.kr) | 등록일 :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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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외신동향, 6자회담 전망 (05.09.23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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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외신동향]6자회담, 경수로 불씨 남긴 채 미완의 합의
중국 적극적 중재...차기회담 낙관
근 3년째 끌어온 북핵 6자회담이 19일 6개항 합의문을 발표하고 마침내 첫 가시적 성과를 거두었다. 이 합의에 따라 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에 모든 핵무기와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사찰을 받기로 약속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과 여타국들은 북한에 경제원조와 안보보장을 제공하는 한편‘적절한 시기에’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한 북한의 주권을 존중하고 재래식 무기나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세계 언론은 이번 합의를‘놀라운 진전’‘새 이정표’라고 찬양하고 이로써 한반도에 불안하지만 일단은 평화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말했다. 6자회담 타결 뉴스는 1주 내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거의 독점함으로써 북핵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과 우려를 반증했다. 그러나 19일 저녁 북한 외무성은 성명을 통해 경수로를 받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 선 핵 폐기를 주장하는 미국과 다시 충돌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 미 언론은 22일 북한의 경수로 주장이 다음 회담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술적 공세라고 분석하면서 베이징 합의가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11월 회담에서 최종 타결이 이루어질 가능성을 매우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합의가 가능했던 것은 이라크, 이란, 카트리나 등으로 궁지에 몰린 부시 대통령이 경수로와 농축 우라늄 두 문제에서 중대한 양보를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1일 북한의 핵시설을 군사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미국이 고육지책으로 합의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1일 부시 대통령이 처음엔 주저하다가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중국의 역할을 주목, 이번에는 약속이 이행될 것으로 판단하고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번 합의가 부시와 후진타오 주석의 뉴욕 회동 1주일 후에 나온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하고 이는 결국 중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읽은 후 합의문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총리의 총선압승도 북한을 움직이는데 일조를 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20일 대북 온건정책으로 전환한 미국의 핵 외교가 결국 성과를 거두었다고 분석했다. 일부 미 언론은 이번 타결을 “리비아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의 아사히, 요미우리, 닛케이 등은 금주 내내 사설과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 폐기를 약속했지만 약속 이행의 길은 멀다며 이제 출발점에 섰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 언론이 이번 합의를 일대 “진전”으로 평가하면서 전도를 낙관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언론은 대체로 험난한 전도에 무게를 두었다.

부시, 마지막 순간까지 결단 망설여

뉴욕타임스는 20일 합의문 서명 직전의 막전막후를 소개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최후의 순간까지 결단을 망설였다고 밝혔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주말 열띤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순간  미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는 베이징 시간으로 월요일(19일) 정오 워싱턴에 마지막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적적할 시기에” 북한에 민간 핵발전소를 공급하는 문제를 토의한다는 대목이 문제가 되었다. 미국은 처음부터 이 문구에 반대했으나 중국이 삽입하고는 미국에 수락을 강요했다. 이즈음 북한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문안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이는 김정일의 결단이 내려진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 부시 행정부 관리들과 회담에 참여한 아시아 관리들의 설명에 의하면 부시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합의문 초안을 넘겨받고 한참 망설였으나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문안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부시의 결단이 나오기 전 부시의 캠프 데이비드 별장과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라이스 장관 특실, 그리고 도쿄, 모스크바, 서울을 연결하는 4개국 협의가 2일간 계속되었다. 백악관에 귀환한 부시는 각료회의에서 “이제 진전이 보인다. 그들은 원칙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 말이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될지 안 될지를 검증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부시의 결단을 초래한 주요 요인은 과거보다 적극적 자세를 보인 중국이 북한의 약속이행을 관철시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고 관리들이 말했다.      

부시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2년간의 힘든 협상의 결과인 이 합의가 아직 행정부의 목표에 미달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완전 해결을 위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릴 두 가지 중대 양보를 북한이 요구했기 때문이다. 우선 합의문에 북한의 비밀 농축 우라늄 계획에 과한 언급이 없고 핵 포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경수로 제공은 라이스 장관이 많은 결함이 있었다고 말한 1994년 기본합의를 닮을 가능성도 있다. 힐 차관보는 인터뷰에서 원칙선언에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대목을 언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를 포함시켰다. 미국은 또한 “적절한 시기”라는 모호한 표현에도 반대했다. 한국, 러시아, 중국은 이 표현을 환영했다. 이것이 북한의 경수로 인수시기를 미결로 남겨놓기 때문이다.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라이스 장관은 토요일 오후 한국과 일본에 타협안을 제시했다. 즉 각국은 합의문 자체에는 들어 있지 않은 특정 내용을 가지고 거래에 대한 각자 나름의 해석을 표현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하자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 안에 동의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중국은 미국에 압력을 가중했다. 서명을 하든지 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든지 하라는 것이었다. “한 순간 중국은 자신들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이 합의를 침몰시켰다고 말하겠다.” 압박했다고 고위 관리는 말했다. 그러나 미국 대표단이 월요일 아침 합의문을 수락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으로써 모든 우여곡절은 막을 내렸다.  

엇갈리는 평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아사히, 요미우리 등 서방 유력 언론과 중국 신문들은 베이징 합의를 “외교의 승리”로 규정하면서 10여 년 만에 한반도에서의 핵 확산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르 몽드와 일부 일본 언론은 이 합의는 어디까지나 합의일 뿐 더 험난한 이행과정이 기다리고 있어 전도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1일 이 합의는 미국의 승리라고 말했다. 미국이 양보는 조금 하고 북한으로부터는 큰 양보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기존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점이 최대의 성과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또한 1994년 기본합의 때와는 달리 북한의 약속 이행 전에는 어떤 대가지불도 약속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등장과 함께 바뀐 미국의 대북 온건정책이 결실을 거두었고 이는 결국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다고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북미 양자회담을 거부하고 다자접근을 고수한 부시외교가 주효했다고 말했다. FT는 또 일각에서 모호한 표현을 문제 삼고 있으나 바로 이런 표현이 오히려 모두를 만족시키는 의외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북경일보는 20일 베이징 성명은 “역사적 이정표”라고 보도했으며 광명일보와 신경보는 중국의 “탁월한 노력”에 한국이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21일 사설에서 한반도에 불확실한 희망이 싹텄다고 말했다. Australian 지는 북핵이 잘 해결될 경우 연쇄반응을 일으켜 이란 등 다른 핵개발국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BBC와 독일의 ARD 방송은 20일 2년간의 6자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LA Times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이 주도적 중재역할을 함으로써 국제적 위상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IHT는 22일 북한의 先 경수로 요구를 놓고 합의 실패를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아직 파국의 단계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미흡한 합의내용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결렬을 방지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한편 대북 송전제의를 대대적으로 선전한 한국이 경수로 문제와의 연계성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르 몽드는 21일 북한의 先 경수로 제공 요구를 들어 베이징 합의는 단순한 원칙합의 차원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신문은 일본의 북한 전문가 마사오 오코노키의 말을 인용, “이번 합의는 각자의 희망을 열거한 목록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21일 사설에서 북한의 진의를 잘 살펴야하며 북일 수교협상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1일 논평에서 베이징 합의는 1994년 “기본합의의 아들”과 같은 것으로 6자 회담의 5개국은 북한의 집요한 작전에 말려들어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했다고 꼬집었다. 미국의 Time 紙는 이번 합의로 향후 더 어려운 협상과정을 남겼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1일 논평에서 이번 합의는 미사일이 빠져나갈 정도의 큰 구멍을 가진 결함투성이의 거래로서 거래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합의의 진짜 위험은 세계에서 가장 비열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한 것이라며 진정한 해결은 김정일 일파를 권좌에서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 紙도 대북합의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무너졌다고 말하고 이는 “합의 아닌 합의”라고 비꼬았다.  

북한의 선 경수로 요구는 ‘기싸움’

북한 외무성이 20일 경수로를 주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천명한데 대해 일부에서 성급한 실망과 비관을 나타내고 있으나 부시 행정부, 중국, 일부 유럽 언론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절하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21일 북한의 성명은 보상내용과 시기를 놓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경수로 요구로 합의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한 외무성 성명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노골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북한의 요구는 불완전한 합의를 핑계로 향후 유리한 교섭재료로 삼으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은 베이징 합의가 북한의 성명으로 흔들릴 수 없다고 못 박았고 크리스토퍼 힐 대표는 북한의 성명은 이미 예상한 것으로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1일 이번 합의의 공로가 미국과 중국에 돌아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그 성명이 나왔다고 말했다. 신문은 또 6자 회담의 주도권을 여전히 북한이 쥐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문제의 성명이 발표되었다고 해석했다.

향후 과제

주요 언론들은 11월 5차 회담에서 따져야 할 사항들을 길게 나열했다. 북한의 진의 확인, 핵 시설들의 정확한 위치,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 국제사찰의 확대, 북한이 다른 핵 야망국들의 모델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문제, 평화적 핵 이용권의 한계 및 제한 등이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2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 중앙정보국(CIA)이 각국의 핵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오판했음을 상기시키면서 IAEA 사찰은 과거처럼 형식적이 아닌 완전하고 철저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은 다른 나라가 북한의 전철을 밟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NPT 탈퇴 혹은 위반에 대해 안보리 결의를 통해 대가를 치르도록 명시해야 한다. 또한 사용, 혹은 미사용 핵연료의 재처리 혹은 농축능력이 없다는 만장일치의 판정이 나올 때까지는 대형 원자로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밖에 평화적 핵 이용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한 정의를 내림으로써 권리의 악용을 방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를 취하더라도 북핵 해체를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는 북한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마이니치는 20일 공동성명에 명기된 것은 원칙에 불과하며 향후 구체적 수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김정일, 부산서 찬 한 잔?

23일 자 파이낸셜타임스 기사 제목이다. 신문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회답변을 인용, 11월 중순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부시 대통령이 이 회담에 업저버로 참석할지 모르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차 한 잔을 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 장관은 김 위원장을 업저버로 초청하는 문제를 APEC 회원국들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서울 답방을 약속했으며 이는 아직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김 위원장을 “미스터 김”으로 호칭하는 등 호의를 보였으나 동시에 국민을 굶기는 “폭군”이라는 말도 해 두 지도자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1월 초에 5차 6자 회담이 열려 진전이 생기고 북미관계가 급진전되면 역사상 초유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마이니치도 23일 APEC 회담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중인 최수헌 북한 외무성부상은 6자 회담 미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의 방북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힐 차관보가 핵문제 해결 의도를 갖고 방북한다면 조건 없이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숀 맥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현재로선 그럴 계획이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세계식량계획, 대북 비상 식량원조 내년부터 중단

유엔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10년간 원조를 받아온 북한이 원조중단을 요청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식량원조를 중단하고 개발 프로젝트로 전환하다고 발표했다. 18일 AP 통신에 의하면 북한은 다른 지원국들이 주는 식량으로 충분하다고 통고해왔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는 중국과 한국을 지칭한다. 한국은 작년에만 50만 톤의 시량을 제공했다. WFP는 이에 따라 1월 말까지 평양사무소를 폐쇄하고 모니터 요원들을 철수할 예정이다. WFP는 1995년부터 15억 달러 상당의 식량 400만 톤을 북한에 제공했으며 이 덕분에 연 평균 650만 명의 북한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1일 북한이 식량지원 중단을 요청한 것은 모니터 요원들과 북한 주민 간 접촉을 통해 정권의 부패 및 인권유린 상황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150만 내지 200만 명의 국민을 아사시킨 북한으로서는 기근으로 인한 아사보다 정보누설로 인한 정권붕괴를 더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말했다. 신문은 또한 한국과 중국이 WFP 창구를 통하지 않고 집적 식량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으로서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은 WFP 원조를 기피하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12월 한일 정상회담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22일 올 12월에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아사히가 23일 보도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반년마다 교환 방문 형식으로 열리며 지난 6월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한 22일 낮 전화로 노 대통령과 10분간 통화하고 6자 회담 공동 성명이 채택된 것과 관련, 앞으로 양국이 북핵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나갈 것을 확인했다고 도쿄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북한문제는 한일 양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 미국의 협력도 고려하면서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전화회담은 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요청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6자회담 진전에 따라 북일 대화의 실마리를 살리고싶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한편 미일정부는 11월 중순 부시 대통령의 일본 방문계획을 협의중이라고 요미우리가 22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전 방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홍래(해외홍보원 전문위원)
등록일 : 200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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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브리핑]신년회견, 미국과 전시작전권 환수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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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전시작전권 환수 매듭 긴밀 협의
[신년회견 초점-외교] 미국내 대북강경론 반대 뜻 분명히 밝혀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할 말은 하는’ 참여정부의 대미 외교 방향으로 인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한·미 간 ‘불협화음설’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오랜 세월 해결하지 못했던 현안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에 대해서는 동맹으로서 최고의 예우를 하고 있으며 할 말은 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더 큰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9일 워싱턴에서 가진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 등을 통해 한·미 동맹의 미래상을 새롭게 정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동맹의 장래에 관한 공동연합군의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매듭지을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해 한·미 간에 관계조정이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작년 10월 37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작전 통제권 협의를 ‘적절하게 가속화’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원론적으로 재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부는 전시작전권 환수와 관련된 문제를 연구·전담할 ‘한미동맹발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다음달에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협상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합의해 놓고 있으며 이점에 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 일부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미국 내 일각에서 힘을 얻고 있는 강경론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시각은 2004년 11월 “북한 핵문제를 무력행사나 봉쇄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군사적 수단이나 경제 제재를 포함에 북한에 대한 압박이나 강압을 담는 어떤 전략적 선택도 반대한다는 것을 확실히 한 ‘LA발언’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과거사 인식을 둘러싼 한·일 외교와 관련해서도  노 대통령은 “일방적인 타협과 양보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신사참배 문제도 “고이즈미 총리 혼자서 해명한다고 그 의미가 그렇게 객관화되는 것이 아니며 그 참배행위가 한국 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고려해야하고, 객관적으로 갖는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 문제를 야기시킨 쪽에서 먼저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노 대통령은 또 “큰 원칙이 전제되고 나서야 양보와 타협이 있지 이를 벗어난 양보와 타협은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해 당장의 어려움을 풀기위해 서둘러 타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한·일 간 정상외교 등 셔틀외교의 재개는 당분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강 (ckang@news.go.kr) | 등록일 : 200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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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 한·미간 이견 없어

-- 한국과 미국은 북에 대해 최근 의견을 달리한다. 미국은 북한을 범죄정권이라 부르고 위폐, 돈세탁 등으로 북한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했다. 북한은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은 북한이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데 동의하나. 이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져야 하나. 미국은 6자회담이 진행되도록 제재를 철회해야 하나.

▲ 북핵문제 해결에 관해서 한·미 간 이견은 없다. 협상을 통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 점에 관해서는 미국과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합의해 놓고 있다. 이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정부는 북한의 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을 가하고 또 때로는 붕괴를 바라는 듯한 미국 내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그와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미 간에 마찰이, 이견이 생길 것이다. 아직은 미국 정부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견이 없다.

북한이 위조지폐와 관련해 어떤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그 점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책임진 실무자 간에 근거라든지, 또는 주변 국가들의 인식이라든지, 그리고 그것이 핵문제 해결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그리고 북한 정권을 압박하고자 하는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면밀하게 따져서 상호 간에 그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들, 사실 확인과 의견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아직 그 문제에 대해 결정적 의견을 밝힐 때는 아니라고 본다. 그 문제를 대통령이 직접 관여해서 결론내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실무자에게 맡길 것은 실무자에게 맡기겠다.

- 현재 한·일 관계는 문화 면에서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지만 야스쿠니 신사참배문제로 정부 간에는 냉각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양국정상회담에 먼저 손 내밀 생각이 있나.

▲ 어떤 문제에 관해 의견이 다를 때는 보편적 원칙을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그것이 원칙이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문제해결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일본 주장대로만 할 수 없고 한국 주장대로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좋은 선례가 있다. 그것이 어떤 보편적 절차 과정으로 이해된다. 세계적으로 승인되는 것이다. 한·일 관계도 그와 같은 원칙으로 풀어야 한다.

한·일관계는 보편적 원칙 따라가는 것이 가장 좋아


신사참배 의미는 고이즈미 총리 혼자서 해명한다고 해서 객관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 참배행위가 한국 국민에게 받아들여지는 의미도 고려해야 하고 객관적으로 갖는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 아직 객관적 의미에 대해 누가 결론이나 판단을 내려준 일은 없지만 우리 모두 짐작해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원칙이 전제돼야 타협과 양보가 있지, 그렇지 않으면 오래 가지 못하고 미봉책이다.

정치·문화는 다소 분리될 수 있다고 본다. 정치외교 범위 내에서도 적절하게 대응하고 적절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이와 같은 외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도록 우리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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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강력한 한·미관계 어느때보다 시급"
 
미국의 대한(對韓)정책과 대북 강경입장이 국제 언론의 비판대상에 올랐다. 부시 행정부는 중동사태에 몰두하는 한편 중국 견제포석으로 일본, 인도 등 중국주변국들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면서 정착 중요한 한국과의 동맹관계는 약화되도록 방치해 왔다는 비판과 미국의 대북 제재 확대는 '심각한 충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외신에 등장했다.

LA타임스는 17일 '한미관계 갈등' 제하의 논평을 통해 부시정부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양면전략의 일환으로 대아시아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기존의 역내 핵심유대인 한미동맹관계가 이완되는 것은 방치해 왔다고 지적하고 지금 강력한 한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국제위기그룹 피터 벡 아시아사무소장의 말을 인용, “한미동맹을 적절히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는 쉽게 와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강대국 중국의 부상, 북한의 핵무기 보유, 과거 원한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국가들 간 분쟁 등 불안요인이 혼재한 동북아정세를 배경으로 19일 워싱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한국대표단과 제1회 한미전략대화를 갖는다고 소개하고 이를 “표류하는 한미관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외교이니셔티브”로 평가했다.

“미국 대북제재 확대 심각한 충돌 일으킬 수 있다”

하루 뒤 프랑스 AFP통신은 “미국의 대북제재 확대 ‘심각한 충돌’ 야기할 수 있어”란 제목의 워싱턴 발 기사에서 핵무장 북한에 대한 미국 제재조치의 지속적 확대는 전쟁가능성을 부를 수 있다는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박 전 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달러위조와 돈세탁 혐의를 들어 대북 금융제재조치를 취하자 이에 격분한 북한은 6자회담 참석을 거부했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대대적 제재조치, 혹은 PSI(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의 일환으로 북한선박을 정선 조치하는 등 강압적 행동에 나설 경우 심각한 충돌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전쟁의 참화를 부를 수도 있다”고 17일 워싱턴연설에서 주장했다고 전했다.

북한을 공공연히 압박하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며 유엔의 대북결의안 채택 역시 북한을 설득,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목표와는 일치하지 않는다고 AFP는 박 전 장관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정희 (해외홍보원 전문위원)
등록일 : 2006.01.18

 

 

북-중 정상회담 핵 협상에 긍정적 신호   



◆6자회담전망   
김정일 위원장은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계속과 9·19합의의 이행 의지를 밝힘으로써 때맞춰 진행된 6자회담 북미수석대표 회동과 더불어 11월 이후 교착된 핵 협상의 재개가능성을 신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18일 김정일이 귀국한 후 그가 후 주석과 “지속적 공동노력을 통해 6자회담을 진전시키기로 합의”했으며 비핵화와 9·19공동성명 이행에 관한 북한의 지지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했다.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은 “6자회담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유익한 제도”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조성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고 통신은 말했다.  

저널은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차관보와 북한외무성 김계관 부상이 18일 김정일 귀국 직후 베이징에서 양자회담을 열어 핵 회담 재개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핵 협상 재개의 걸림돌로 등장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이슈의 해법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19일)도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을 것이라며 핵 협상 재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보도했다. 닛케이신문은 19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금융제재에 압박을 느끼는 북한이 중국의 협력을 시급히 구하고 있는 만큼 불법경제행위 처리, 합법적 외화벌이를 위한 개혁, 개방정책 시행, 금융제재 해제 등이 양국정상회담 의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한국, 북미 금융제재쟁점 절충안 마련”



트리뷴은 하루 전 핵 회담 재개 장애물로 등장한 금융제재 쟁점을 풀 긍정적 절충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이 북한은 정부와 국가가 개입되지 않은 ‘개인범죄’로써의 화폐위조 증거가 확실히 드러날 경우 이를 인정, 적법조치를 취하는 반면 미국은 금융제재를 푸는 절충안을 휴대하고 미국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짜 아사히신문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연말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에게 비슷한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6자회담 한국수석대표 송민순 외교부차관보는 베이징을 방문, 우다웨이에게 한국제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미묘한 움직임 속에서 평양정부가 최근 북한의 빈곤과 기아 완화를 돕기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 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고 엘스워스 컬버에게 훈장을 추서한 사실은 미국에 보내는 모종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15일 AP를 인용,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 한성렬이 국제구호단체 ‘자선군단’(Mercy Corps)을 이끌었던 컬버의 미망인에게 메달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제이 레프코위츠 미 북한인권특사의 탈북자 수용계획 발언, 미 국가정보국의 북한 및 이란 담당 ‘특임관리관’ 신설 및 조셉 디트라니의 북한담당관 임명 등 북한을 자극할 소지가 있는 변수도 있어 6자회담 전도에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정일 중국식 개혁 위한 “현지학습”



◆김정일 방중
김 위원장은 지난주부터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코스를 밟아 중국 경제개혁의 발상지 광둥성 경제특구 일대를 순방했다. 김정일의 8일간 중국방문은 그의 외유기록으로는 최장기란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이를 계기로 전통우방인 중국과 북한은 “정경 혼합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을 과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중국은 한반도통일을 촉진하게 될 북한붕괴를 원치 않으므로 북한의 경제력강화를 지원하려 하고 있다. 길림대학교 슈웬지 교수는 김정일의 이번 방문이 중국 경제개혁에 대한 북한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중요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일이 2004년 중국을 방문했고 작년 10월엔 후 주석이 평양을 답방, 양자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어 불과 3개월 만에 그가 방중 길에 오른 사실은 후 주석으로부터 개혁개방 확대를 권유받고 있는 데다 북한의 대미, 대일 관계가 꼬이고 있는 시점에 개혁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북-중 연대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외신들 김정일 찾기 007작전, 추측보도 난무



세계 각지 신문통신방송들은 통상 외국을 방문할 때 귀국 후까지는 일체의 일정을 극비에 붙이는 김정일의 행방을 추적하느라 애를 먹었다. 외국기자들은 그가 광둥성에서 유람선을 탔다, 상하이에서 쇼핑을 했다, 베이징에서 융숭한 연회에 참석했다, 아니 아예 평양을 떠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등등 온갖 추측기사를 쏟아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한 TV는 김정일로 보이는 인물이 광저우 주장(珠江)에서 유람선에 앉아있는 모습과 특급호텔 바이톈어의 로비를 거니는 광경을 포착했고 홍콩의 한 신문은 그가 광저우의 한 대학도서관과 선전경제특구를 방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7일자 마이니치신문은 김정일이 중국개방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광둥성 일대를 시찰했다며 “미일과의 관계개선이 잘 풀리지 않아 서방세계에서 대규모 원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국내경제 재건에 필요한 개혁개방 확대를 단행하려는 것이 아닌가” 라고 분석했다. 하루 전 영국 인디펜던트는 “비밀 많은 김정일, 중국경제특구 깜짝 방문”제하 기사에서 그가 중국의 가장 부유한 도시이며 자유경제로 유명한 홍콩과 인접한 선전특구를 지난 주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광저우에서 첨단기술공장을 시찰하기도 한 그의 이번 중국방문은 북한이 중국성공모델에 기초한 경제개선을 재개할지 모른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16일자 아사히신문은 1983년 선전을 처음 방문했던 김 위원장의 이번 재방문을 중국식 개혁을 단행하기 전의 “현지학습”으로 표현했다. 당 비서자격으로 83년 선전을 방문했던 그는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한 중국을 비판, 87년 KAL 폭파사건과 더불어 북-중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신문은 상기시켰다.   

   

강력한 한미유대 시급한 과제, 워싱턴서 양국전략대화



◆한미관계미국 대북정책의 강경기조와는 대조적으로 남북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할 입장에 있는 한국은 북한을 코너로 몰지 않는 범위 안에서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핵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어 한미간에 미묘한 갈등기류가 떠돌고 있다. LA타임스는 17일 “한미관계 갈등”이란 제목으로 양국관계를 심층 분석하는 가운데 부시정부는 중동사태에 몰두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에서 일본, 인도, 베트남, 몽골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막상 전통맹방 “한국과의 반세기 동맹관계가 이완되는 것은 방치”해 왔다고 비판하고 “강력한 한미유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부시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한미관계에 새로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외교이니셔티브로 금주 워싱턴에서 한미전략대화를 가동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분쟁예방을 위한 민간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 아시아사무소장이며 한국국방부 고문역을 맡고 있는 피터 벡 연구원은 LA타임스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적절히 유지하지 못할 경우 이 체제는 쉽게 와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에서의 미국이미지 퇴조는 미국의 한국전 희생에 감사하는 노령세대의 퇴장과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고 대미 일변도 의존에 회의적인 신세대의 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국의 많은 새 지도자들은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미래의 한국위상으로 믿고 있으며 남북통일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그 꿈을 실현하는 데 미국은 때로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미외교 공동성명 북한 6자회담 즉각 복귀 촉구  



반기문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9일 첫 한미전략대화 후 공동성명에서 북한은 “6자회담에 즉각 복귀해야 하며 차기 베이징 핵 회담의 의제는 9·19공동성명의 이행조치에 집중돼야 한다”고 말해 북한이 회담재개조건으로 내건 금융제재 해제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0일 한미전략대화를 “양국 간 반세기 안보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평가하고 이번 반-라이스 회담은 베이징협상 재개를 성사시키려는 최근 일련의 노력 중 최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회의는 한국전부터 시작된 양국안보동맹을 현대화 및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11월 양국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장관급 전략대화의 창립회의다. 공동성명은 또 한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고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국국민의 의사에 반해 지역분쟁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한국입장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중국 북경청년보도 19일 관련기사에서 최근 수년 동안 양국 사이에 일부 이견이 존재해 왔다고 지적하고 한미전략대화에서는 양국관계의 향방과 북핵문제, 주한미군의 이전과 전략적 융통성, 한국의 전시작전지휘권 환수문제 등이 쟁점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년보는 미국이 현재 일본, 사우디, 호주와만 외무장관급 정례대화를 진행하고 있어 이번 출범한 한미대화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강경입장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AFP통신은 박재규 전 통일부장관의 워싱턴 연설내용을 인용,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 확대는 심각한 충돌을 부를 수 있다고 전했다. 박 전 장관은 17일 “대대적인 대북 제재조치나 PSI 일환으로 북한선박을 나포하는 등의 강압적 조치가 취해질 경우 심각한 충돌로 이어지거나 심지어 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현재 경남대총장인 그는 공공연한 대북압박이나 유엔의 북한규탄결의안 채택은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평화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이란 핵문제 새해 미·중관계 최대 난제


미-중 관계를 시험하는 2006년 최대이슈는 북한과 이란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도 대북 압력보다는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 북미 양국이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모호한 원칙들에 서명하도록 설득하는 중재역할이 고작이다. 미국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석유공급 중단 등 어떤 고통을 주는 대북 위협은 원치 않기” 때문에 북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중국은 또 러시아와 함께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유엔안보리제재에도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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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파탄 난 미국경제가 여전히 굴러가는 이유는?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1] 미국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7 일 (화) 09 : 50   
 

  "전세계 중앙은행과 민간기업들이 앞다퉈 달러화와 미국 국채 등 달러화 표시 자산을 팔아치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 조폐창의 풀가동을 결정하고 24시간 달러화를 찍어낸다. 그럼에도 달러화 가치는 초 단위로 떨어지고 미국 내 금리는 계속 치솟기만 한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미국인들의 소비도 줄어든다. 미국의 경제위기와 더불어 세계적인 대공황이 시작된다."
  
  이런 영화 시나리오 같은 이야기가 요즘 전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심심찮게 오가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의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이것이 머지않은 장래에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동반 붕괴를 불러온다 해도 놀라울 게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는 미국이 그만큼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다. 적자만 계속 내는 기업이나 가계는 결국 빚을 누적시키다가 언젠가는 파산할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세계경제에서 미국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미국의 파산은 곧 세계경제의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 그리고 이 문제가 초래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imbalance)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며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알아보는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이 시리즈에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그 속에서 한국경제는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하는지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빚이 너무 많아 오히려 큰소리 치는 미국
  
  질문을 하나 던져본다. "중국산 싸구려 물건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드니 위안화 가치 좀 올리라'고 중국에 압력을 넣는 나라, 가난한 나라들에게 자유무역협정을 강요해 자기네 물건 값을 낮게 조정해 많이 팔아먹고 싶어하는 나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의 이름을 빌려 세계 각국의 경제구조를 자기네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는 나라, 북한의 인권 문제와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민주화 문제까지 떠맡아 고민하느라 바쁜 나라, 그런데 알고 보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빚꾸러기 나라…. 이 나라의 이름은?"
  
  정답은 '미국'이다. 쌍둥이 적자, 즉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시 적자를 통해 전세계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빚을 지고 있는 미국이 오히려 자국에 돈을 빌려준 나라들에 대고 큰소리친다. 빚이 너무 커지면 되레 큰소리친다는 빚꾸러기는 딱 미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레이건 정부 시절에 태어났지만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조용했던 적자 쌍둥이가 2001년 조지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의 집권 1기때 쌓인 빚만 해도 미국 국민들이 2004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국내총생산(GDP)의 8.1%에 달하는 9540억 달러나 된다.
  
  빚을 갚아도, 안 갚아도 문제
  
  일단 미국이 빚을 갚는다고 상상해보자. 세간의 상식대로라면 빚꾸러기가 정신을 차리고 빚을 갚으려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허리띠 졸라매기'다. 미국이 빚을 조금이라도 갚으려면 해외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경상적자의 축소), 나라 살림을 옹색하게 운영(재정적자의 축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미국에 수출해 번 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많은 나라들은 당장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우리나라만 해도 2004년의 전체 수출 중 대미수출의 비중이 16.9%에 달한다. 중국도 미국으로의 수출길이 막히면 그동안 연간 10% 가까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온 경제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미국경제가 붕괴되고 그 여파로 세계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경제까지 주춤하게 되면? 그 결과는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다.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미국인데도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함께 숨을 헐떡거려야 하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이 빚을 안 갚고 버티면? 미국은 현재의 경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빚을 져야 할 것이고, 미국 외의 나머지 다른 국가들은 미국에 꿔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세계경제가 굴러가면, 결국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구조화돼 미국의 빚 부담을 전세계가 대신 떠안는 꼴이 된다.
  
  따라서 미국이 돈을 갚을 능력이 있든 없든, 미국이 빚을 갚을 의향이 있든 없든 미국의 쌍둥이 빚은 미국 하나를 망하게 하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 국민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다. 이것이 바로 현재 세계경제의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 꼽히는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다.
  
  미국의 빚 〉 한국의 GDP + 스웨덴의 GDP
  
  2004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5.7%인 6659억 달러, 이 중 99% 이상이 무역수지 적자다. 우리나라의 2004년 GDP가 6765억 달러이니, 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 전체가 한 해 내내 번 만큼의 돈을 해외에서 빌려 수입품을 사들인 셈이다.
  
  한편 같은 해 미국의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4%인 3972억 달러다. 스웨덴의 2004년 GDP가 3460억 달러이니, 미국 정부는 스웨덴 국민 전체가 한 해 내내 벌어들인 소득보다 더 많은 금액의 적자를 낸 것이다.
  
  이렇게 미국의 정부와 국민들이 빌린 빚이 누적된 미국의 대외순채무 잔액은 2004년 말 기준으로 3조285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민은 과소비의 왕…정부 살림은 엉망진창
  
  이렇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면, 그 빚으로 조달한 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였을까?
  
  경상수지 부문에서 빚이 늘어난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미국인들이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들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각각 자국의 화폐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덤핑 가격의 수출상품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한다고 불평하지만, 사실 해외의 값싼 물건을 무분별하게 사들이기를 좋아하는 것이 미국인들의 오랜 습관이다.
  
  한편 재정수지 부문에서의 적자는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부시 정부가 가장 돈을 많이 쓴 곳은 놀랍게도 '사회안전망의 구축' 분야다. 2004년만 해도 부시 정부는 사회보장, 소득보장, 의료보장에 각각 4955억 달러, 3346억 달러, 2693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사회복지 선진국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미국에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불법이민자들이 넘쳐나고, 이들은 미국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미국 정부의 지출은 결코 과잉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의 원인을 파악하는 열쇠는 정부의 지출이 아니라 정부의 수입에서 찾아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집권 이래 공화당의 전통적인 경제정책인 감세정책을 고수해 왔다. 공화당이 신봉하는 공급주의 경제학에 따르면,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투자를 열심히 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결국은 깎아준 세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낼 것이라고 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레이건 정부 때도 이와 같은 감세정책을 폈지만 정부 살림이 펴지기는커녕 오히려 후대에 빚만 떠넘겼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감세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부시 대통령도 이런 역사적 오류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같은 명분 없는 전쟁을 그만두면 그나마 정부 살림이 나아질 텐데, 이라크전이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해진 시점에 이란이나 북한을 침공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워싱턴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004년 한 해 국방비에만 4555억 달러를 쓴 부시 정부는 최근 국방예산을 감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피력했으나, 이런 발언이 현실화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안 망하는 비결은 '달러 재활용'
  
  빚으로 얻은 돈으로 떵떵거리며 행세하는 미국이 안 망하는 비결은 바로 외국이 미국으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다시 미국에 꿔주고, 그 돈을 미국이 받아 사용하는 이른바 '달러 재활용(dollar recycling)'에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물건을 만들어 싼값에 미국에 수출하면 미국인들은 빚을 내서라도 이를 사들인다(미국 경상적자의 발생). 미국에 수출을 해 달러가 생긴 동아시아 국가들은 그 돈으로 그래도 안전해 보이는 미국의 국채를 산다. 그러면 미국은 국채를 발행해서 꾼 돈으로 정부가 진 빚을 갚는다(미국 재정적자의 보전). 한편 정부는 감세와 사회복지, 전쟁 등으로 인해 예산이 부족하니 또 돈을 빌린다(미국 재정적자의 재발). 그렇지만 정부가 예산을 팍팍 쓰니 경기가 부양돼 미국 국민들은 계속 과소비를 한다(미국 경상적자의 재발).
  
  선순환인지 악순환인지 분간하기 힘든 이런 연쇄관계를 '달러 재활용'이라고 한다. 달러 재활용 구조 속에서는 경상수지 적자의 발생이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주는 덕분에 미국은 여태껏 안 망하고 잘 살고 사는 것이다.
  
  미국은 2004년에만 595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했다. 부시 집권기에 들어 연준(FRB)이 금리인하 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중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국채를 많이 찍어냈어도 정부가 지불해야 할 이자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4년부터는 정책금리를 잇달아 올리는 바람에 순이자가 약간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국채 발행을 통해 전세계의 잉여저축을 빨아들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달러를 찍어내는 한 미국은 망하지 않는다고?
  
  미국이 망하기라도 하면 빌려준 돈을 되받기 힘들 텐데도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국채를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바로 달러가 지닌 힘 때문이다. 전세계의 결제수단이 달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달러 보유액을 넉넉하게 유지하고 싶어한다. 특히 호된 외환위기를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이런 욕구가 강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이다. 10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찍어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미국 연준은 이 지폐를 다른 국가에 빌려주고 5%의 이자만 받아도 5달러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화폐주조 차익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 한다. 미국이 이런 시뇨리지를 누리는 한 결코 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지금까지 전세계 국가들의 공통된 믿음이었다.
  
  실제로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는 망하기는커녕 오히려 순항을 거듭했다. 최근 잇단 정책금리 인상이 있긴 했지만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급상승했으며, 주식시장도 안정적이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데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현상은 경제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일어났을 때 부동산과 주가가 폭락하고 금리가 30%를 넘지 않았는가?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최근 미국 경기가 순항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내비친 적이 있다.
  
  지금 미국경제가 망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가 미국의 과소비를 떠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역할은 미국에 수출을 해서 번 돈을 다시 미국에 꿔주는 나라들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경제의 위태로운 행진을 부지불식간에 부축하며 도와주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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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빚폭탄 도화선에 불 붙었나?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2] 정작 미국인들은 무사태평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8 일 (수) 09 : 15   
 

  지난 2년 간 세계경제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은 평균 4.7% 상승해 1970년대 이후 2년 연속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세계경제의 호황은 그 기초가 불안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소비자이자 채무자가 되고,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인들에게 계속 돈을 대주면서(달러 리사이클링) 소비를 계속하도록 상품을 대주는(대미 수출) 구조가 과도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빚더미 미국경제가 국제금융 붕괴시킬 가능성은 75%"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경제부장 로빈 뷰는 최근 발표한 '2006년 통화위기'란 글에서 "경제학자들은 이미 몇 년간 세계경제가 거대하고 지속될 수 없는 불균형을 안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며 "미국의 소비자들과 정부가 미친 듯이 소비만 하고 거의 아무 것도 저축하지 않아 미국은 사업장비나 생산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를 상당 부분 외국에 의존해야 했다. 그 결과는 경상수지 적자의 증가와 세계 다른 국가들에 대한 채무의 급증"이라고 지적했다.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은 빚더미에 올라 앉은 미국경제와 이를 떠받치고 있는 위태로운 세계경제를 묘사하기에 딱 적합한 표현이다. 모래 위에 세워진 현재의 호황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세계시장연구소(GMI)의 소장인 프레드 버그스텐은 지난해 9월 GMI가 브루킹스 연구소와 '세계경제의 10대 위험'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미국 달러화와 미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국제금융체제를 붕괴시킬 가능성은 75%"라고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다.
  
  이들을 포함해 적지 않은 수의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소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담당 편집자인 팸 우달은 최근 '불안한 기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06년에는 미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내수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해야 할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며 "그것은 바로 저금리, 고유가, 부동산거품, 사상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저축률, 사상최대의 경상수지 적자, 엄청난 재정적자 등"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달러 가치 하락, 불길한 조짐
  
  아닌 게 아니라 올해 들어 연초부터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행진을 마감할 가능성과 세계적인 부동산거품의 붕괴 조짐, 전세계적인 고유가 압력의 지속,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재정긴축이 종료될 조짐 등이 한꺼번에 미국경제에 압박을 가하게 되면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EIU의 로빈 뷰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당장 갚아야 할 돈만 9000억 달러에 이른다. 따라서 미국이 파산하지 않게 하려면 올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빚을 갚을 달러를 대주기 위해 달러나 달러 표시 자산을 그만큼 많이, 아주 많이 사줘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달러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불안불안한 미국경제를 보면서 계속해서 달러를 무한정 사줄 나라는 없다. 이미 지난 2002년부터 달러는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그들의 달러 또는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구매욕도 수그러들고 있다. 달러 가치의 하락은 외국인들로 하여금 달러로 표시된 자산을 팔아치울 유인이 되고, 그러면 달러 가치가 추가적으로 더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로빈 뷰는 "2006년에는 달러 가치의 하락이 더 빨라질 위험이 있는데, 그러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자산의 가치가 떨어진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2006년은 달러화가 폭락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사태평한 미국인들, 무슨 배짱일까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자랑하기까지 하고, 일반 미국인들의 태도도 무사태평이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GDP 대비 6%에 육박(2004년 기준)한다는 것은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실제 경제력보다 6% 만큼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의미이고, 미국의 저축률이 제로 내지 마이너스 수준에서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은 미국인들이 빌린 돈을 갚을 마음이 별로 없다는 의사표현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빚꾸러기가 소비를 줄이지도 않고 저축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결국은 파산에 이르는 것이다.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윌리엄 클라인은 지난해 9월에 발간한 저서 〈채무국 미국〉에서 "미국이 현재의 재정정책 등을 수정하지 않으면 2010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1조2000억 달러로 GDP의 7.5~8%, 대외순채무는 8조 달러로 GDP의 50%에 이를 것"이라며 "나아가 2024년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14%, 대외순채무는 GDP의 135%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경제전문가들, 특히 미국 내의 보수적인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고 난리법석이냐고 반문하거나, 설사 미국의 쌍둥이 적자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미국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적자는 좋은 것(Deficits are good)'이나 '영원한 공짜 점심(Perpetual free lunch)'의 관점은 앞의 경우에,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관점은 뒤의 경우에 해당한다.
  
  ◇"적자는 좋은 것"…?
  
  '적자는 좋은 것'이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가 쌓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미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잘 살기 때문이라고 본다. 미국이 무역상대국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최근 유럽이나 일본이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것은 그 나라들의 소비가 둔화되고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학 국제경제학 교수는 "현재 미국은 세계 '잉여저축'의 10%를 끌어당기는 자석"이라며 "미국은 투자하기에 최적의 장소를 제공해주고 있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들은 오히려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시장친화적인 개혁, 즉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면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두 가지 오류가 들어 있다. 먼저 미국이 고수익을 보장해주는 매력적인 투자장소라는 주장은 미국경제가 소비가 아니라 투자에 의해 견인될 경우에나 맞는 소리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 유입되는 자금은 주로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공적자금을 들여 미국 국채를 구입하는 데서 나오고 있다.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민간의 투자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오류는 미국이 바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국가 간 경상수지 불균형을 균형으로 되돌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다는 역사적인 증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원한 공짜 점심"…?
  
  그런가 하면 달러 가치만 저하시키면 GDP의 5% 정도의 경상수지 적자는 손쉽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이들은 미국의 해외자산 대부분이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로 표시된 것이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자동적으로 해외자산 수익이 늘어나 미국의 빚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다음의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될 때만 성립한다. 첫째, 사람들이 달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미리 예상하지 못 해야 한다. 사람들이 달러 가치의 하락을 예상하게 되면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자산수익 증가라는 기대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둘째, 해외 투자자들이 현재의 금리에서 미국 자산을 보유하는 것에 계속 만족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종료되고 EU, 일본 등에서 금리인상의 신호가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언제까지나 계속 유지될 수는 없는 게 당연하다.
  
  미국 뉴욕 시에 있는 국제경제 연구소인 '루비니 국제경제모니터(RGE Monitor)'의 누레일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브래드 세처 옥스퍼드대학 연구원은 2005년 '미국 대외불균형의 지속가능성'이란 논문에서 "GDP 대비 무역적자가 GDP의 5% 수준에서 유지되면 10년 후인 2015년에는 GDP 대비 해외순채무가 GDP의 90% 정도로 늘어날 것이고, GDP 대미 무역적자가 약 8.5% 수준에서 누적된다면 2015년 부채비율이 GDP의 100%에 이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통상 해외순채무가 GDP의 50%를 넘으면 대외부문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는 경제학의 상식을 감안한다면 아무리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 해도, 그런 빚꾸러기 국가에 영원히 자기 재산을 묶어둘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
  
  한편 '메이드 인 차이나'의 관점은 쉽게 말해 미국 대외불균형의 원인이 미국이 아닌 중국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올해 2월에 정식 취임하게 될 벤 버난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지명자가 바로 이 논리의 신봉자다.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큰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가 나고 있으므로 이에 따른 잉여자금을 흡수해줄 곳으로 매력적인 투자대상 자산을 가진 미국이 선택되었다고 설명한다. 이는 곧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서 초과저축이 발생하는 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관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로 미국의 정치인들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논리대로라면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없는 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진원지가 중국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국이 재정정책을 잘 해봐야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미국민들에게 설명해 납득시키기만 하면 적어도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태도를 취한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도 최근 "재정적자를 1달러 감소시켜도 경상적자는 20센트밖에 감소하지 않는다"는 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며 재정정책의 무력함을 호소한 바 있다. 또 미국의 정치인들 중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시한 거시경제 모델을 인용해 "재정적자를 1달러 줄여도 경상적자는 40센트 밖에 줄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수출을 통해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바람에 미국이 어쩔 수 없이 돈을 많이 쓰게 됐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올바로 말한다면, 미국이 자국의 엄청난 빚을 메우기 위해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잉여저축을 다 빨아들였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메이드 인 차이나'의 관점이 지닌 또 다른 오류는 최근 미국에 흘러든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외국의 중앙은행들이 미국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공급된 것인데 이것을 초과저축, 즉 '민간'의 저축이 미국으로 흘러든 것으로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관점에서 가장 비논리적인 것은 중국이 애써 번 돈을 계속해서 미국에 쏟아부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미국이 돈을 빌려다 투자는 하지 않고 소비에만 써버리는 걸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데 언젠가 이런 돈의 흐름이 역전될 것이라는 생각은 왜 못하는지, 혹시 알긴 아는 것이라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모르는 체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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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이대로 가다간 '하드랜딩' 하고 만다"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3]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9 일 (목) 11 : 45   
 

  미국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가 미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경고는 이미 몇 해 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미국이 곧 망할 것처럼 몇 년 전부터 호들갑을 떨었지만 현재 미국경제와 부시 행정부는 저토록 건재하지 않느냐고,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이 그렇게 쉽게 망하겠냐고….
  
  맞는 말이다. 미국은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와 명분 없는 전쟁을 계속하면서 이를 다른 나라들로부터 빌린 달러로 충당하는 비정상적인 경제구조를 놀라울 정도로 오랫동안 '잘' 유지해 왔다.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였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수출품인 '달러'를 찍어내서 얻는 이익, 즉 미국의 시뇨리지가 해외의 잉여달러를 빨아들여 죽어가는 미국경제에 산소를 공급해준 덕분이다. 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달러재활용(dollar recycling)'이라는 놀라운 재활용 정신을 발휘하며 미국경제의 산소호흡기 역할을 떠맡아 왔다.
  
  그러나 미국경제가 재생불능 상태가 되지 않기 위한 조정(adjustment)은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를 합쳐 국내총생산(GDP)의 10%(2004년 기준)가 넘는 경제는 결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한 기초 위에 형성된 달러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하락할 것이고, 달러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상실이 이를 가속할 것이며, 그 결과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져드는 반전이 일어나는 시기가 분명히 올 것이다.
  
  그래서 현재 세계 경제전문가들의 관심은 미국경제가 쓰러지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미국경제의 조정(adjustment)이 과연 언제 어떻게 일어나느냐에 쏠려 있다.
  
  "미 경상적자가 GDP 8% 넘으면 전세계 저축으로도 감당 못 한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최근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되는 경험을 한 25개의 국가들을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5% 수준에 이른 시점에서 통화의 절하와 경기의 침체를 동반한 조정을 경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6%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세계 기축통화 발권국가로서의 시뇨리지 이익에 힘입어 경상적자가 더욱 확대되는 상태를 지속시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가 누적돼 달러화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될 수 없는 정도에 다다르면 이런 시뇨리지 효과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2004년 기준)보다 많아질 경우 이는 전세계의 초과저축을 모두 흡수해야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미국이 전세계의 저축을 100% 흡수하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에 도달하면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외불균형 미국경제의 향후 행보…2006년~2010년에 탈 나나?
  
  지난해 12월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발표한 '미국의 대외불균형 조정 시나리오와 시사점' 보고서에는 앞으로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가 언제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에 대한 3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어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시나리오별 조정 과정'>
시나리오 1
시나리오 2
시나리오 3
급격한 조정
시작 시점
2009년
2006~7년 사이
원만한 조정
재정수지
연평균 -3.5%대 지속
연평균 -3.5%대 지속
2012년 이후
흑자 반전
무역수지
· 2006~8년 : -5%
· 2009년 이후 : 점차 개선
· 2006~7년 : -6.5%
· 2008년 이후(2007년 이후) 점차 개선
-1%
(2012년)
환율
· 2006~8년 : 5% 절하
· 2009년 이후 : 35~40% 급락 후 소폭 상승
· 2006~7년 : 변동없음
· 2008년 이후 : 20~30% 급락
25%까지
점진적 절하
경제성장률
· 2006~8년 : 3%
· 2009년 이후 : 경기 침체 후 2% 미만의 성장정체가 5년 이상 지속(마이너스 성장도 가능)
· 2006~7년 : 3.5%
· 2008년이후 : 경기침체가 발생하여 1%미만의 성장정체가 2년간 지속된 후 반등
2~3%대
지속
자료 : 삼성경제연구소(SERI)

  최악의 시나리오: 당장 미국경제 위기 닥친다
  
  먼저 미국 정부의 재정정책에 아무런 변화가 없고 달러화 가치의 조정도 일어나지 않을 경우, 미 쌍둥이 적자의 반전 시점은 2006년이나 2007년으로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시나리오 2)
  
  부시 정부가 감세 및 사회보장비 지출의 확대를 특징으로 하는 공화당 전통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면 미국의 재정 부문은 향후 10년 간 연평균 GDP 대비 3~3.5%의 적자를 지속할 것이다.
  
  한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통화가치 상승 등이 일어나지 않고 달러화 가치가 현재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소폭의 상승세를 보인다면 이르면 올해 안에 미국의 무역적자는 GDP의 6.5%, 경상적자는 GDP의 8%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미국경제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급격한 조정이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경기침체를 동반한 급격한 조정이 단기적으로 이뤄진 후에는 향후 2년간 1% 미만의 성장정체가 있을 예정이다.
  
  달러화 가치 떨어지면 위기는 4~5년 미뤄질 것
  
  한편 미국 정부가 현재의 경제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주요 통화들에 비해 5% 이하로 조정되는 경우 쌍둥이 적자로 인한 위기는 2009년 이후로 몇 년 정도나마 미뤄질 수 있을 것이다. (시나리오 1)
  
  달러화가 주요 통화 대비 5% 절하되면 무역수지 적자는 GDP의 5% 수준에서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지만,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부채 누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악화될 것이다. 그 결과 2009년 대외순채무는 GDP의 55%에 달하게 될 것이고 바로 이때 달러화의 급락과 금리의 급상승을 동반한 급격한 조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많은 경제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차이를 보이지만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2010년 내에는 이런 급격한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캐서린 맨 존스홉킨스대학 국제학 교수는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 대비 13%(2004년 기준)에 이르는 2010년이 되기 전에 미국경제가 급격한 조정을 겪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국제개발센터(CGD)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도 미국의 경상적자가 GDP의 8%(2004년 기준), 대외순채무가 GDP의 55%(2004년 기준)에 이르는 2010년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았다.
  
  국제공조에 힘입은 연착륙 시나리오
  
  물론 이런 급격한 조정 시나리오와 다르게 미국의 쌍둥이 부채가 완만한 속도로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연착륙(soft landing)이 가능하려면 미국은 현재의 재정적자를 2% 미만으로 줄여야 하고 달러화의 가치도 주요 통화에 비해 25% 정도 절하돼야 한다. 이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2~3% 대에서 유지되면서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도 완만하게 해소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3)
  
  이는 물론 부시 정부가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재정수지의 개선에 힘씀과 동시에 국제적 공조를 통해 달러화 가치를 조정해나갈 것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진 시나리오다.
  
  이대로는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
  
  지난 몇 년 동안 국제통화기금(IMF), 선진7개국(G7), 전세계의 경제학자들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imbalance) 문제를 지적하며 미국경제의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도록 국제적 차원에서 노력하자고 촉구해 왔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 개연성이 더 높은 시나리오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국제경제의 불균형이 지속되다가 이런 불균형 상태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아 급격한 조정, 즉 경착륙(hard landing)이 일어나는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국의 경상적자는 GDP의 3%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적자가 이 수준에서나마 유지되면 현재 GDP의 28%에 달하는 미국의 해외순채무를 줄이지는 못할지언정 더 늘어나는 것만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GDP 3% 수준의 경상적자는 미국의 평균 경제성장률과 실질이자 수준을 감안한 '외채 증가 저지선'인 셈이다.
  
  미국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에드윈 트루먼 박사에 따르면 미국의 경상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3%로 줄이려면 미국 국민들이 각각 1인당 2350달러의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의 경기둔화로 줄어들게 되는 1인당 GDP 1350달러에 달러화 가치의 상승으로 인한 무역손실액 1000달러를 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의 정치인들이 대부분 쌍둥이 적자의 심각성을 못 본 체하고 필요한 조정을 임기 중에 하지 않고 뒤로 미루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다.
  
  미국 국민들에게 각각 2350달러의 비용을 부담하라고 주장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위태롭게 할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경제정책에 관한 한 미국 정계에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스칼렛 오하라'식 처방이 유행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달러화 가치 하락도 미국인 과소비 못 막는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달러화 가치를 감소시켜도 수출이 늘어나고 수입이 줄어들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환율의 변화가 수출품과 수입품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환율의 전이효과(exchange rate pass-through)'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린다 골드버그 박사와 스페인 나바라 대학의 호세 마누엘 캄파 교수가 공동 연구한 바에 따르면 달러 가치에 10%의 변화가 생기면 미국 내 수입품의 가격 변화는 3개월 안에 고작 2.5%, 몇 년이 지나도 4%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한다. 연준의 자체 연구결과에 의하면 환율의 전이효과는 아예 제로에 가깝다.
  
  따라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한다 해도 미국인들의 구매력은 별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이는 달러화 가치에 조정이 일어나도 미국인들이 과소비를 계속해 경상적자가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면 불균형 문제는 악화된다
  
  한편 미국이 아닌 나머지 국가들, 특히 아시아의 정치인들은 미국의 대외적자가 확대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득으로 자국에서의 정치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국 화폐 가치의 인상 등을 포함하는 국제적 조정(global adjustment)에 나서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자국 정부가 언젠가는 이 엄청난 미국의 대외불균형 문제에 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현재의 불균형 상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리라는 비합리적인 가정 하에 이들이 움직이면 세계경제의 불균형은 더욱 더 심각해진다.
  
  현재 세계경제 구조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전체 경제가 연간 1%만큼 성장하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0.7%만큼 늘어나는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가 1%로 성장할 때 미국의 수출은 1%만큼만 늘어나지만 수입은 이보다 훨씬 높은 1.7%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만의 고유한 현상이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세계경제가 성장하면 덩달아 수출도 늘고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며 국내 경기도 호전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세계경제의 호황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미국의 쌍둥이 적자 문제는 심각해질 것이고 그 결과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더욱 더 심화될 것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까
  
  이처럼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도, 다른 국가의 정부들도 당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유인(incentive)들만 많은 상황에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는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앞으로만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모두 세계경제를 균형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현재의 불균형 상태를 뒷짐 지고 구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경제와 세계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게임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고양이(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의 위협은 알지만, 누구도 섣불리 나서서 그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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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가 떠안는 미국發 스트레스들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4] 'FTA 압력'에서 '전쟁터 찾기'까지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4 : 21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와 다른 나라들의 엄청난 경상수지 흑자는 동전의 양면이다. 빚꾸러기 미국이 세계경제에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왜 이렇게 고단할 수밖에 없는지가 쉽게 이해된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국제 정치경제의 다이내믹스에 가장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 넘어 '제2의 플라자합의' 주장까지
  
  미국 정부가 자국의 엄청난 빚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온전히 바깥세상을 겨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중국을 향해 "세계의 식량자원, 석유자원을 불가사리처럼 빨아들이는 나라", "값싼 수출품과 덤핑으로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나라" 등으로 비난하면서 전세계에 '중국 위협론'을 퍼뜨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직접투자(FDI), 위안화 절상을 노린 단기성 투기자금 유입 등으로 급증하자 미국의 부시 정부는 "풍부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중국이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견뎌낼 수 있다는 증거"라며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압력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11월 의회에 제출한 '국제경제 및 환율정책에 관한 하반기 연례보고서'에서 "2005년 7월 중국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환율 페그제를 폐지하고 미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명목환율을 2.1% 절상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의 절상률은 0.35%에 그쳤고 환율의 유연성도 향상되지 않았다"며 추가적인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다.
  
  미국 민주당의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필 그램 상원의원이 발의한 '슈머-그램 대중국 공정무역 법안'도 2006년 상반기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중국이 환율조작을 그만두지 않을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품 전 품목에 대해 27.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게다가 부시 정부는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까지 동원해 중국에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라고 끈질기게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의 외환당국자들은 "중국경제에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위안화의 '자율화'는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거듭 밝히고 있어, 당장 국제 외환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수준의 급격한 위안화 절상 조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일각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세계의 다른 주요 통화들의 절상 문제를 국제 협상 테이블에 올리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른바 '제2의 플라자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플라자합의는 지난 1985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의 재무장관들이 당시 GDP 대비 3.4%에 달했던 미국의 경상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가치의 인하 및 파운드, 프랑, 엔 가치의 인상 조정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이 합의의 결과로 엔/달러 환율은 1년 남짓한 기간에 243엔에서 157엔까지 대폭 하락했고, 미국은 급한 대외불균형의 불을 끌 수 있었다.
  
  국제경제연구소(IIE)의 윌리엄 클라인 박사는 최근 '신(新) 플라자합의(The Case for a New Plaza Agreement)'라는 글에서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인 GDP 대비 3%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해외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25% 상승할 필요가 있다"며 선진 20개 국(G20) 주도 하에 '제2의 플라자합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라인 박사는 신 플라자합의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 20개 국으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주요국 등 선진국들 외에 한국,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도 거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각국 통화의 '적절한 절상 폭'은 싱가포르 92.1%, 일본 62.4%, 중국 43.3%, 한국 19.2% 등이다.
  
  한국에 대한 자유무역협정(FTA) 압력도 같은 맥락
  
  한편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최근 세계 각국과의 쌍무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미국 FTA 추진 동향과 전략'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양자간의 FTA보다 다자간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선호했으나, 최근 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지역무역협정(RTA)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자 양자간 FTA 체결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까지 이스라엘 등 16개 국과 FTA를 체결한 미국은 지난 2002년 발효된 '무역촉진권한(TPA)'의 만료시한이 2007년 6월로 다가옴에 따라 올 한 해 FTA 체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TPA란 대외교역 협상의 최종권한을 갖고 있는 의회가 포괄적인 협상권한을 행정부에 한시적으로 이양한 것으로, 이런 권한이양 조처에 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 교역대상국들에게 미국의 자유무역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통상 FTA 하나를 체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최소한 1년이라는 점을 감안해 미국은 올해엔 FTA를 체결하면 가장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하나의 국가'에 올인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우선 25개 대상국 후보를 선정한 뒤 그 중에서 한국을 최종적으로 뽑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한미 FTA 체결의 최대 걸림돌 중 하나로 여겨졌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 문제가 매듭지어짐에 따라 최근 한미간 FTA 협상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FTA 추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전세계의 잉여자본을 흡수해야 빚더미 위에 건설된 자국의 경제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미국은 그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구(IMF) 등을 동원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얼마나 이로운지를 끈질기게 설파해왔다.
  
  그 결과 전세계의 자본자유화는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OECD의 '자본자유화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제외한 OECD 29개 회원국들의 평균 자본자유화 수준은 89.3%에 이른다. 미국이 95%로 선두이고,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85%이다. 터키, 멕시코, 체코, 헝가리 등 신흥시장국가들의 자본자유화 수준도 평균 84.2%에 달한다.
  
  한국 정부도 최근의 달러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2010년에 완료 예정이었던 자본자유화 조치들을 올해 안에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본자유화 수치도 곧 85%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대부분 초국적화된 결과 미국 자본은 미국 정부의 통제권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런 자본들은 쌍둥이 적자 문제가 재부각돼 달러화의 가치가 의심되는 상황이 오면 다른 어떤 자본들보다 먼저 미국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다. 그때 가서, 국적을 따지지 않는 자본에 대고 '브루투스, 너마저!'라고 탄식해봐야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5년 하반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미국으로 다시 몰려든 자금은 대부분 외국인 소유의 자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미국을 빠져나간 미국 자본은 다시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데는 전쟁뿐?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국이 흔들리고 있는 달러의 위상을 지키고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노력으로 국내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신보수주의적 패권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재정적자가 날로 악화돼 가는데도 부시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군비를 확장하며 다음 전쟁터를 고르고 있다. 지난 7일 영국 신문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와 미국 예산전문가인 린다 빔스 하버드대 교수는 "부시 정부가 공식으로 발표한 이라크전의 비용 외에 전쟁의 '숨겨진 비용'만 1조~2조 달러에 달한다는 계산을 내놓았다.
  
  이렇듯 미국은 군비를 확장하고 그 위세를 과시하는 패권주의 전략을 통해 전세계에 미국의 말을 듣지 않는 나라나 지역에 대해 침공하겠다는 위협의 신호를 보내는 한편 위태로운 미국경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석유 등을 포함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 미국의 석유 확보를 위한 침략전쟁이었다는 것은 이제 세간의 상식이 되었다.
  
  이에 대해 지난해 말 영국의 국제구호단체인 '워온원트(War on Want)' 등을 포함한 영미의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공동보고서를 발표해 "미국 고위층의 압력을 받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석유개발권을 놓고 셸 그룹 등 미국계 석유회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미국의 계획대로 이라크 석유개발권이 다국적기업들에 넘어가면 이라크는 국부(國富)를 최대 2000억 달러까지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미국이 통제불가능한 수준의 경기침체에라도 빠져들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은 이러한 패권주의적 전략을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나 미국이 이런 패권주의적 전략을 강화하면 할수록 역으로 '세계경찰'로서의 미국의 권위는 약화될 것이다. 이미 이란과 같은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과 베네수엘라 등의 남미 좌파 국가들이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악의 축'으로 부상했다.
  


  "이대로 놔둘 순 없다"…대안의 모색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대외불균형이 작동하는 국제사회에서 '당장' 살아남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세계경제의 작동 원리를 재구성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로 각국의 경제가 세계경제 속으로 편입된 상황에서 세계경제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자 세계 각국의 좌파 성향 지식인들과 정치인들, 진보적 비정부기구(NGO)들은 다양한 대안들을 내놓고 이에 대한 논의와 실험을 구체화하고 있다.
  
  리처드 런컨은 그의 저서 '달러의 몰락, 세계경제의 몰락'에서 현재 세계경제가 공급 과잉으로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기 때문에 세계의 정부들이 공급축소의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세계정부' 수립의 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편 미국의 쌍둥이 적자 등으로 국제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날로 커져가면서 단기성 투기자본을 규제하자는 논의도 조금씩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1990년대 칠레가 실행했던 가변의무예치금제도(VDR)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박사가 주장한 토빈세(Tobin's tax) 등 그간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던 제도들이 영국의 워온원트(War on Want)나 프랑스의 아탁(ATTAC) 등 반(反)세계화 성향의 국제 NGO들 주도 하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변의무예치금제도는 유입된 해외자본의 일정 부분을 일정 기간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하는 제도이고, 토빈세는 투기성 단기자본인 핫머니가 국경을 넘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달러화에 치중한 현재의 결제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한 방편으로 국제 공용화폐인 특별인출권(SDR)을 보다 더 광범위하게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SDR이란 금과 달러 외에 국제통화기금(IMF)의 운영축을 보완하기 위한 제3의 세계화폐다. 그러나 SDR을 더 많이 사용하자는 주장은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신인도를 떨어뜨려 미국경제를 급속도로 침체시킬 위험이 있어 오히려 위험하다는 반박을 받고 있다.
  
  이르면 올해 3월경 국제외환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인 아시아의 단일통화 '아쿠(ACU: Asian Currency Unit)'도 달러화 위주로 돌아가는 세계경제에 대한 대안적 실험의 하나다. 그러나 아쿠도 EU의 유로화가 그랬던 것처럼 당장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아시아 경제권에서 달러의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미국은 국제통화기금 등을 통해 아쿠에 대한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여러 차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 등 아시아 국가들의 독자적인 움직임을 여러 차례 무력화시킨 바 있다.
  
  국제사회의 공식 해결노력 시동할까?
  
  미국의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면서 주요 선진국 정부들의 속내는 편치 않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붕괴되거나 급격한 조정 국면을 맞을 경우 자국의 정치·경제에 미칠 타격을 내심 염려하고 있다.
  
  미국을 대체할 유일한 슈퍼파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은 미국경제에 탈이 나 전세계에 저성장 기조가 형성되면 가장 많은 위협을 받을 나라다.
  
  그동안 엄청난 속도의 경제성장에 가려져 있었던 빈부격차, 민족갈등, 종교갈등, 환경오염 등의 정치사회적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유지돼 온 중국 정권의 존망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공안당국에 따르면 2004년 한 해에만 7만4000여 건에 이르는 시위가 발발하는 등 중국의 정치사회적 불만들은 이미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경기침체에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일본과 상이한 정치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들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계속 중인 EU도 중국과 비슷한 이유로 미국경제의 몰락을 두려워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선진7개국(G7) 회담 등을 통해 미국 쌍둥이 적자 문제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상기시키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창출하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2005년 유로/달러 환율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지난해 G7 정상회담 성명서에도 "미국친구들(American friends)도 (급격한 환율 변동이 지닌 위험성을) 명심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된 바 있다.
  
  세계 자금흐름에 부는 역풍
  
  한편 그동안 미국에 호의적이던 전세계의 자금흐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해 고유가로 물기가 오르자 국내의 경기 과열을 우려한 미국 연준이 잇달아 정책금리를 올리면서 세계의 잉여자본은 미국으로 집중했고 그 여파로 전세계 주식시장은 타격을 입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위세를 잃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최근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외국의 민간 자금이 아니라 외국의 중앙은행들이라는 것이다. 2005년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 주식 등을 순매수한 규모는 6980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중 1394억 달러가 외국 중앙은행들이 사들인 미국의 국채, 국가보증 채권에 해당한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국내의 무역수지 흑자로 쌓여가는 달러를 처분해야 국내 물가가 안정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에서 배운 '학습효과'로 달러 표시의 외환보유고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외 정부의 공적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산의 가격을 올리고 그 결과 기대 수익률을 저하시켜 민간 부문의 투자를 둔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보다 긴급한 문제는 미국의 급증하는 해외자금 수요와 해외 각국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따른 자본손실 리스크가 증가해 미국과 해외 중앙은행들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외환보유액의 70%가량이 달러화 자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0일 중국 외환관리국의 후샤오렌 국장이 "외환의 자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환투자 영역을 넓히겠다"며 외환보유액의 다변화 가능성을 내비치자 국제금융시장이 한바탕 혼란에 휩싸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중국 본토의 8189억 달러(2005년 말 기준)와 홍콩의 1243억 달러를 합치면 그동안 전세계 외환보유액 1위를 지켜 왔던 일본의 8469억 달러를 넘어선다는 점, 그런 중국 외환보유액의 70% 이상이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이런 발언이 얼마나 의미심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이렇게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앞으로 원유 등의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여 국제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달러 자산을 매각할 경우 미 달러화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해 2월에는 한국은행이 "외환보유 통화 구성을 다변화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하자마자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고 미국 주식시장이 쇼크를 겪은 적도 있다. 2006년 2월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146억6000만 달러로 이는 세계 4위 수준이다. 올해 들어 한은도 자본거래의 전면 자유화로 해외 투자 활성화가 본격화되면 외환 보유액의 다양한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외환보유액 다양화의 움직임에 대해 국제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이 실제로 외환보유액의 다변화를 하지 않더라도 투기세력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국제금융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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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격랑 견뎌낼 기초체력 있나?
[빚꾸러기 미국, 위태로운 세계경제 5(끝)] 경제 다이어트와 양극화 해소를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6 일 (목) 09 : 27   
 

  최근 국내외에서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세계 대공황 발발 가능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책들이 속속 발간되고 있다. 언론에도 미국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 불균형이 불러올 급격한 환율조정과 경기침체의 위협을 경고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경고성 시나리오들은 연초부터 폭락한 원/달러 환율, 최근 주가가 급락하며 발동된 서킷브레이커(시장 일시중단 조치) 등 한국경제가 보여주는 위태위태한 모습과 맞물려 '미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위태로운 균형 잡기'가 이제 한계점에 도달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내 금융당국과 기업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미국경제의 붕괴'라는 시나리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대책을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 것일까. 〈프레시안〉이 만나본 대부분의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기업의 외환 담당자들은 대부분 이런 시나리오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주류의 시각은 아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은 세계경제가 처한 불안한 현실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것이 세계대공황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의 최희남 과장은 "달러화 가치의 폭락과 미국 경제의 붕괴 가능성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의도적인 메시지를 밝히면 시장에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은행 정책총괄팀의 한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와 미국 경기 동향에 대해서는 당연히 예의 주시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정책 결정의 중요 변수"라며 "그러나 달러화의 붕괴나 세계 대공황의 시나리오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경제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주류의 시각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 인상행진을 종료한 후 미국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시나리오는 작성하고 있지만 달러화가 폭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별 기업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삼성 등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도 경영실무 차원에서 기본적인 환리스크 관리는 하고 있으나 '달러화의 폭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나리오를 짜고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삼성경제연구소(SERI) 등에서 외환시장 및 미국경제·세계경제의 동향을 분석하면 이를 반영해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중장기적인 환리스크 관리를 한다"면서 "개별기업 수준에서 리스크 관리로 결제일을 조정하고 달러 일변도의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며, 수출통화와 수입통화를 동일화하는 통화매칭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는 외환딜러 등을 고용해 따로 달러 헤지(hedge: 통화가치 등 가격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투자) 등을 하고 있지는 않다"며 "개별 기업이 세계시장의 움직임에 일일이 단기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기업활동을 해 원가와 물류비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달러화 폭락 가능성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고민은 개별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재경부, 한은 등 금융당국이 해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에 대한 인식은커녕 기본적인 환리스크 관리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국내 중소기업 148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47%의 중소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따른 환위험에 대응하는 업무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환위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업체의 55%가 대응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경제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세계경제의 대외불균형에 직면해 한국이 취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한국 혼자 살아보겠다고 당장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고 달러화로 표시된 미국 국채와 자산을 팔아치운다고 생각해보자.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11위(2005년 기준) 수준의 한국이 이런 조치를 취하면 미국경제에 악재가 되고 미국과의 통상외교에 마찰을 일으키게 돼 결국은 한국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미국이 자국의 대외불균형과 빚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떠넘기는 원화 환율 절상, 시장개방 압력 등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고, 언젠가 닥칠 수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에 속수무책으로 영향받게 될 것이다.
  
  이런 딜레마의 상황 때문인지 국내에서 이 문제에 대해 뾰족한 해법을 내놓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철저한 준비만이 살 길'이라는 추상적인 원칙에는 동의하고 있다.
  
  "제2의 플라자합의에 대비해야"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에서 부쩍 강화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드라이브 등 시장개방 압력과 통상마찰, 원화 절상 압력 등 국가간 갈등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여론을 수렴하고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25일 발표한 보고서 '거듭되는 환율불안, 원인과 전망'에서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외환정책과 함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통상압력을 강화할 전망"이라며 "미국의 반덤핑 관세 및 보복관세의 부과, 수입규제 등에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또 "제2의 플라자합의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에 대비해 미리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실제로 그런 합의가 타결되면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분석을 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경보 시스템 마련하라"
  
  한편 미국이 콧방귀라도 한번 뀌면 태풍이라도 몰아친 듯 요동치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SERI)는 "1999년 이후 최근까지 국내 주가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해외시장의 변동에 과잉반응해왔다"며 "1999년 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월별 자료를 이용해 단순회귀분석을 한 결과 미국 다우지수가 1% 변하면 국내 종합주가지수는 1.26% 변동하고, 엔/달러 환율이 1% 변하면 원/달러 환율은 6.69%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세계시장에의 노출 정도가 급속도로 높아진 국내 외환·금융시장이 외부 악재로부터 받을 충격을 미리 감지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기경보 시스템을 확충하고 이 시스템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06년 국내외 경제전망'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며 "경기회복에 따라 시중금리의 상승은 불가피하겠지만 국채 발행시기 분산을 통해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LG경제연구원은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는 일도 필요하다"며 "달러가 약세로 추세전환할 경우 단기적으로 불안정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에 환율조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의 재정정책 운영과 외환관리 정책의 시야를 5년 이상으로 장기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치경제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을 보다 긴 안목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대통령 단임제를 연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토종자본 육성해야"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경제가 불균형의 급격한 조정에 따른 충격을 받을 경우 그것이 한국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일각에서는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국내 기업들의 내국인 지분비율을 높이고 비즈니스의 국내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이른바 '토종자본 육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외국인 상장기업 주식보유 제한을 대폭 완화한 우리나라의 경제는 현재 외국인의 유가시장 상장주식 보유금액이 전체 시가총액의 40.47%인 252조 원(2005년 말 기준)을 차지하는 등 이미 외국자본, 특히 미국계 초국적 자본의 통제권 안에 들어가 있다.
  
  이들 외국자본은 영미식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해 건전한 투자보다는 단기적 경영성과만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그들에게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능한 한 국내 기업들의 지분에서 토종자본의 비율이 높아지도록 국가정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올 한해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우건설, LG카드, 외환은행 등 우량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고, 퇴직연금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여서 국내 자본시장에 외국자본이 물밀듯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사모투자펀드(PEF)와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들을 연계시키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토종자본을 육성하고 국부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과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자본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금융기관은 공격적인 해외투자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미흡해 큰 손실을 입은 바 있다"며 "자본자유화와 원화강세에 힘입어 늘어나고 있는 외화대출과 해외투자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근본대책은 경제양극화 해소하는 것"
  
  세계시장에서의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양극화를 해소해 내수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것도 많은 경제학자들이 단골로 내놓는 대책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수출경쟁력 제고방안은 생산요소 중심의 양적 투자가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인적자본개발(HRD) 등 질적 투자를 통해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를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로 보완해야 한다"며 "고품질·고기술 제품을 확보하고 있으면 원화 강세를 수출가격으로 전가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경제성장 동력을 수출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수출지향 경제를 수출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경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즉 경제양극화를 심화시켜 내수기반을 무너뜨리는, 지금과 같은 '수출 위주의 성장 제일주의'를 지양하고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창출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에 대해 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합의 하에 빈부격차의 해소, 국내 고용 증대, 사회복지망의 구축 등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1995년~2003년 사이 우리나라 하위 10%의 소득은 평균 소득의 41% 수준에서 34%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상위 10%의 소득은 평균의 199%에서 225%까지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무려 70%에 달하는 한국경제 GDP의 수출의존도로 인해 대규모 수출을 하는 소수의 대기업들은 성장을 지속한 반면 대다수의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또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면서 일자리는 크게 줄었고 비정규직은 급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006년 상반기 아시아경제 모니터' 보고서에서 2006년 동아시아 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로 '국제수지의 불균형'을 들며 "이런 위험요소 하에서도 동아시아 각국이 경제성장을 유지하려면 현재 진행 중인 민간소비 유지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지속함으로써 경제성장의 기반을 수출에 한정하기보다는 국내수요 쪽으로 이동시키고 이를 통해 외부환경에 대한 탄력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다 함께 건강한 '경제 다이어트'를
  
  한국과 미국을 막론하고 지금 세계경제에 지금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세계의 자연자원을 미친 듯이 소비해 온 그간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허리띠를 갑자기 졸라매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험한 다이어트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운동과 식이요법을 해야 하고(각 국가 경제별 기초체력 강화),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해줘야 한다(국제공조).
  
  삼성경제연구소는 "급격한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달러화의 급격한 약세는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하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경제에도 불리하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인식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경제연구소는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합의를 통해 위안화의 점진적인 평가절상을 유도하는 것도 세계의 환율갈등과 원화 환율의 급락을 진정시키는 방법"이라며 "장기적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 등 아시아 통화협력체제를 구축해 동아시아 지역의 환율안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이어트는 힘들다. 그러나 그 성과는 달다. 우리 경제는 끝을 모르는 미국식 폭식경제의 동반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올바른 경제 다이어트를 통해 건강체질로 거듭날 것인가. 선택의 시간이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일극의 지배 하에 세계화로 질주하는 현재의 국제사회에서 경제 다이어트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만한 국제정치의 리더십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려운 것도 또한 현실이다.

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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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란-이라크-사우디 에너지동맹, 중과 러 가세? - 촘스키

"이란ㆍ이라크ㆍ사우디간 시아파 에너지동맹 형성중"
〈해외시각〉 촘스키 "중·러 가세하면 美 에너지전략 중대 차질"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0 일 (화) 17 : 16   
 

  이라크전쟁으로 이전의 집권세력인 수니파가 몰락하고 시아파가 이라크 정국을 장악한 가운데 같은 시아파 정권인 이란과 이라크는 물론 사우디 최대의 석유매장지역인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간에 '느슨한 동맹'이 형성돼 미국의 세계에너지 통제 전략에 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시대의 지성' 노엄 촘스키 미 MIT대 교수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최대의 영자신문인 〈칼리지 타임스(Khaleej Times)〉6일자 기고문을 통해 이란, 이라크의 시아파들이 이미 경제적·군사적 관계를 형성해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촘스키 교수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사우디 남부의 시아파들도 그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며 이란 주도로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인 에너지 안보동맹이 형성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동맹이 구체화한다면 중동을 장악해 세계의 에너지를 통제하겠다는 미국의 근본 구상이 위협받게 돼 국제사회가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 본격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이라크 전쟁은 결국 수니파보다 더 반미적인 시아파들의 성장을 가져와 미국의 에너지 전략 전체를 흔들어놓고 있는 것이다.
  
  촘스키 교수는 또 미군의 이라크 주둔을 반대하는 이라크인들의 여론을 따라 미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이라크 노동운동이 미국이 이식하는 민주주의와는 다른 의미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음은 촘스키 교수의 기고문 전문이다.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6/0106-34.htm에 실려 있다. 편집자

  
  '투표를 넘어(Beyond the Ballot)'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이라크에서 있었던 총선을 두고 "민주주의를 향한 행진의 중대한 이정표"라고 말했다. 총선이 이정표였던 것은 맞는데, 부시 행정부가 환영하는 그런 종류는 아니었다. 정치 지도자들의 판에 박힌 말은 일단 무시하고 역사를 보자. 부시와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가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반복적으로 내놨던 구실은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폐기할 것인가?'하는 "단 한가지의 물음"이었다.
  
  이 "한가지 물음"에 '아니오'라는 답변이 나온 것은 전쟁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러자 부시는 침공의 진짜 이유는 이라크와 중동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겠다는 "메시아적 사명" 때문이었다며 너무나 재빨리 입장을 바꿨다. 그러나 시점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이 그처럼 '민주화'라는 명분으로 바꾼 것은 이라크 점령 이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라크의 선거를 방해했다는 사실과 상충되는 것이다.
  
  지난 해 1월 있었던 제헌의회 선거가 가능했던 것은 대중들의 비폭력 저항 때문이었다. 비폭력 저항의 상징이 된 것은 시아파 최고 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툴라 알 시스타니였다. (폭력적인 저항공격은 전적으로 이 대중적인 운동에서 파생된 또하나의 저항 방식이다) "제헌의회 선거를 치른 것은 알 시스타니의 주장 때문이었는데, 그는 미국 주도의 점령 당국이 선거를 보류하거나 의미 없게 하기 위해 내놓은 세가지 계략에 반대했다"는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난해 3월 칼럼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선거란 것은 대중들의 의사에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점령군들이 던진 핵심 질문은 "당신들,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원해?"였다.
  
  그 답변이 무언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은 적지 않다. 지난해 가을 영국 국방부의 의뢰로 이라크 대학 조사원들에 의해 실시되고 영국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그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인의 82%는 다국적군의 존재에 "강하게 반대"했고 동맹군에 의해 안보가 향상됐다고 믿는 이들은 1%도 안 됐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1월 이라크인 80%가 "미군의 조기 철군"에 지지했다. 다른 여론조사도 대략 일치한다. 따라서 다국적군은 철수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다국적군이 통제하는 군대를 보유한 종속적인 정권(client regime)이 들어서는 것을 열망하고 있지 않고 철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시와 블레어는 여전히 철군 시간표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고 그들의 목표가 달성됨에 따라 상징적인 수준의 철군만을 얘기하고 있다.
  
  미국이 민주적인 이라크 정권은 물론 자주적 정권조차 허용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이 문제는 (미국에 의해) 잘 확립된 독트린과 충돌하기 때문에 거의 제기될 수 없다. 이라크가 인도양의 섬나라이고 주요 수출물이 석유가 아니라 피클이더라도 우리는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를 침공했을 것이라고 믿도록 되어 있다.
  
  이라크 노동운동의 성장도 주목돼
  
  이라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제 에너지 자원이라는 세계 지배의 핵심 요소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는 사실은 편향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명백한 사실이다. 이라크가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가 됐다고 가정해 보라. 그런 이라크가 추구할 정책이 무엇인지를 상상해보라. 이라크 석유의 대부분이 매장된 남부의 시아파들은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그들은 시아파가 지배하는 이란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선호할 것이다.
  
  양국 시아파들의 관계는 이미 가깝다. 주로 남부 지역을 장악한 민병대인 바드르 여단은 이란에서 훈련을 받았다. 막강한 영향력의 성직자들도 이란과 오랜 관계를 맺어 왔고 그 중 하나인 알 시스타니는 이란에서 자랐다. 시아파 중심의 이라크 과도정부는 이미 이란과 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군사적 관계 역시 가능한 선에서 맺어왔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을 넘자마자 엄청난 수의 열혈 시아파들이 살고 있다. 이라크에서의 독립을 향한 움직임은 상당 수준의 자치권과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고양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의 석유 대부분이 매장된 그 지역에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결과 이란과 이라크 그리고 사우디의 핵심 유전지대에 살고 있는 시아파들의 느슨한 동맹이 형성될 수 있다.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난 그 동맹은 세계의 석유 비축고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다. 이 블록은 중국·인도와 연계된 에너지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데 있어 이란의 지도를 따를 것이다.
  
  이란은 서유럽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행동할 생각이 없다면 서유럽을 포기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인데 그것이 바로 미국이 중국을 그토록 무서워하는 이유다.
  
  중국은 이미 이란·사우디와도 군사·경제적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시아에는 중국·러시아를 중심으로 하고 인도와 한국 등을 끌어들이려 하는 에너지 안보 협력이 구성돼 있다. 이란이 그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주권을 갖게 된 이라크와 사우디의 주요 유전 지대가 관련되어 벌어지는 그같은 상황 전개는 미국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될 수 있다. 또 이라크의 노동운동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만들었던 가혹한 반(反)노동적 법률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이라크 노동운동은 조직화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운동가들은 살해되고 있다. 누구에 의한 것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저항세력과 과거 바트당원들, 그리고 또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노동운동가들은 이라크 역사에 뿌리를 깊게 박은, 머잖아 부활을 예고하고 있는 거대한 민주화의 힘을 형성하고 있고 점령군들에게도 엄청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서방 세계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주권을 방해하고 있는 점령군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이라크 민중들의 편에 서 있을 것인가?
  
  (번역 황준호)

노엄 촘스키/美 MIT大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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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중국과 볼리비아 동맹

"중국은 볼리비아의 정치적ㆍ이상적ㆍ실용적 동맹국"
중국 방문한 모랄레스, 천연가스 개발 지원 요청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0 일 (화) 19 : 12   
 

  중국을 방문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을 '이상적 동맹국'으로 선언하고 볼리비아의 천연가스 개발에 대해 중국의 도움을 요청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 기업의 볼리비아 투자 및 경제건설 참여에 합의했다고 〈신화통신〉등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중국은 볼리비아의 이상적 동맹국"
  
  볼리비아의 최초의 인디오 출신 대통령 당선자인 모랄레스의 중국 방문은 남미 국가들과의 개발 연계를 희망하는 중국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중국은 연료와 원자재를 공급받고 발전기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관계 강화를 꾀하고 있으며, 반미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는 모랄레스의 방중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중국을 방문해 중국정부가 공산 혁명 이후 달성한 성과들에 경의를 표한다며 "중국은 볼리비아 국민들의 정치적ㆍ이상적ㆍ실용적 동맹국"이라며 중국을 치켜세웠다.
  
  오는 22일 취임할 모랄레스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뒤 사진취재를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나는 (대통령 당선자로서) 새로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는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며, 나는 중국 정부와 중국 공산당을 도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풍부한 천연가스 가진 볼리비아…세계 각국에서 환영받아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을 방문해 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연합뉴스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모랄레스 당선자는 회담을 갖고 양국의 경제협력과 투자ㆍ무역 등의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강력하고 훌륭한" 중국 기업이 볼리비아에 투자하고 경제건설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후 주석은 양국이 기술과 의료, 교육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고 대답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앞서 8일 탕자쉬안 국무위원을 만난 자리에서 볼리비아 새 정부가 천연가스 국유화 계획을 실현시킨 이후에 중국이 천연가스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했다. 모랄레스 당선자의 가스산업 국유화 계획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긴장시켜 왔다.
  
  모랄레스의 경제 담당 고문인 카를로스 빌레가스는 모랄레스 당선자가 천연가스를 지금과 같이 헐값에 수출하기보다는 부가가치 높은 자원으로 변화시켜 가스 산업을 볼리비아 국민들의 것으로 만들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도 같은 요청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모랄레스 당선자는 유럽과 남아프리카를 포함하는 세계 순방 일정의 일환으로 중국을 방문했으며 중국 방문에 앞서 쿠바, 베네수엘라, 스페인, 프랑스를 순방했고 9일 중국을 떠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이다.
  
  에너지 확보를 둘러싸고 세계 열강들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보유하고 있는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자는 각국에서 환영을 받았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볼리비아의 채무 대부분을 면제해주기로 했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볼리비아에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상하이 일간지 〈동방조보〉는 서방 언론들이 볼리비아가 쿠바 및 베네수엘라와 반미 통일진영을 구축하고 있고 스페인 및 프랑스와는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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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김정일 방중, 경제협력 우호과시 목적

방중 김정일, '천지개벽' 상하이 먼저 찾나
러시아 방문설도…'경제협력'·'우호과시' 목적인 듯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1 일 (수) 10 : 48   
 

  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번째 도착지가 지난 2001년 '천지개벽' 발언을 했던 경제도시 상하이인 것으로 알려져 경제협력을 위한 양국간의 협조 체제 구축이 이번 방문의 첫번째 목적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오늘(11일) 러시아를 향해 출발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중국의 지도자들과는 만나지 않았다"고 보도해 그의 행방에 대한 궁금증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김원기 국회의장의 상하이 일정 취소설도
  
  상하이 방문설을 제기한 상하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10일 밤 전용열차편으로 상하이로 이동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현지 시각 10일 오전 7시 신의주 건너편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역에 도착한 뒤 선양(瀋陽)을 거쳐 베이징(北京) 인근 지역으로 간 것 같다"면서 "그러나 김 위원장 일행의 1차 목적지는 베이징이 아닌 상하이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전용열차의 이동경로를 생각할 때 김 위원장은 11일 오전중 상하이에 도착한 뒤 비공식 일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상하이 체류일정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에서는 현재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김원기 국회의장이 베이징을 거쳐 11일 상하이를 찾을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위원장이 상하이에 먼저 방문함에 따라 의전상의 문제로 김 의장이 일정을 변경해 광저우를 먼저 가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국회의장비서실 관계자는 11일 "김 의장이 11일 상하이에 갈 예정이었으나 출발하기 하루 전인 7일 일정이 바뀌었다"며 "11일에는 일단 광저우에 갔다가 다음날 상하이로 간 뒤 또다시 광저우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러시아 방문을 위한 '경유 코스'로 중국을 지난다는 것은 여행 경로상 적절치 않고, 김 의장의 방문지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변한 것들을 볼 때 러시아 직행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도 러시아 정부가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천지개벽' 상하이 다시 찾는 속내는?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을 통해 우선 북한 경제를 급속도로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금융제재를 풀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재개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같은 단기적이고 1차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것 외에도 보다 큰 틀에서 북중 우호 관계의 진전을 과시하고 경제협력을 한층 진전시킨다는 것이 이번 방문의 진짜 목적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정철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 수석연구원은 "북한은 중국과의 우호를 과시하면서 큰 틀에서의 경제협력이라는 실리를 챙길 수 있고 큰 문제가 있을 때 중국을 우선 방문하면서 중국의 체면을 살려주고 경제 개혁도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번 방문의 의미를 설명했다.
  
  중국의 입장에 대해 이 박사는 "9.19공동성명 후 중국은 미국의 대북정책과 무관하게 북중 관계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의 정책이 어떻든지 북한을 품고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첫번째 방문지가 상하이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번 방문의 목적이 경제 개혁의 모델을 구상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1년에도 전용열차편으로 상하이를 방문해 도시의 발전상을 본 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 이듬해 경제개혁 조치인 '7.1 경제개선관리조치'를 추진했다.
  
  후진타오 주석 2개월만에 다시 만나나
  
  이에 따라 5년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게 되는 김 위원장의 행보가 북한이 향후 경제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극비리에 이뤄진 것이어서 중국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하이를 방문한 뒤 베이징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2개월 전 평양에서 가진 후 주석과의 정상회담 때 합의한 경제협력 및 지원 확대의 구체적인 내용들이 깊이있게 협의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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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6자회담 물밑 흐름 활발

6자회담 재개 물밑 움직임 활발
송민순 차관보 "다음 회담 시기 등 1월중 윤곽이 나올 수 있어"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11 일 (수) 17 : 47   
 

  새해를 맞아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조용한 움직임'들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송민순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다"
  
  6자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지난 9~10일 양일간 중국을 비밀리에 다녀온 데 이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중·일 3국을 방한하는 등 관련국의 핵심 담당자들이 활동을 개시했다.
  
  송민순 차관보는 11일 시민단체인 '평화네트워크' 주최 토론회에서 방중 사실을 공개하고 "다음 회담의 시기 등에 관해 1월 중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 차관보는 "조용한 외교가 중요하다"며 "관련국 사이에 많은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송 차관보의 중국 방문은 차관보의 3국 방문과 연계돼 금융 제재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힐 차관보는 11일 일본을 거쳐 오후 10시 20분 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방한한다.
  
  힐 차관보는 12일 오전 송 차관보와 만나 비공개 회의를 갖고 6자회담 재개방안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의견을 나눈 후, 오전 10시 40분 경 중국 방문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다.
  
  실무 책임자들의 접촉 외에도 중국을 방문중인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수뇌부들과 6자회담과 관련한 모종의 협의를 할 것이 확실시 된다. 또 19일에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도 6자회담 속개와 실질적 진전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성명은 약해 보이지만 강한 합의"
  
  한편 송 차관보는 이날 평화네트워크 토론회 '6회담의 미래와 한국의 북핵외교'에서 미국이 대북한 금융제재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거듭 확인하면서도 그로 인한 공동성명의 폐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송 차관보는 공동성명 발표 직후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문제제기와 북한의 선(先)경수로 제공 주장이라는 두 개의 '풍랑'을 만났지만 9.19공동성명은 목표와 원칙에 대해 합의한 것이기에 "끝의 시작이 아닌 시작의 끝"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이행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성명은 이웃집 사이의 약속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공회당에서 약속한 것"이라며 "어떤 누구도 먼저 배에서 뛰어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어느 누구도 쉽게 먼저 약속을 파기하지 못할 약속이기 때문에 "9.19공동성명은 그런 면에서 강해 보이지만 약한 합의가 아니라 약해 보이지만 강한 합의"라고 강조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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