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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 논란 확산

"한국 입장 배려" vs "사실상 전면 허용"
한미, '전략적 유연성' 합의…논란 확산 불가피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6 : 49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한국과 미국이 한미동맹의 협상사안 중 최대 이슈였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인정하기로 합의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한미간 첫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진 뒤 공동성명을 발표해 이같은 합의내용을 밝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0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는 '일단락'되었다"고 말해 이번 공동성명이 이 문제에 관한 사실상의 최종 합의임을 확인했다.
  
  정부 "법적·조약적 성격보다 정책적·정치적 성격"
  
  전략대화에 참석했던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20일 "앞으로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정신에 입각해 한미 양국이 충분한 대화를 거쳐 상황별로 신속하고 긴밀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주한미군이 북한·대만 등 분쟁예상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김 국장은 "향후 분쟁상황이 국지적이고 세부적일 경우 군사적 상황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비중과 범위가 큰 상황일 경우는 군사적 성격 외에 외교안보적 성격도 포함될 것"이라며 탄력적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북한 등의 반발이 예상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에 합의한 사실을 감안하면 주변국들에게 추가적인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에게도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문제를 조약 형식이 아니라 장관급 전략대화의 공동성명 형식으로 발표한 데 대해 "이 문제는 법적이고 조약적 성격이라기보다 정책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며 "기속력을 갖는 조약 형식을 취할 경우 전략적 유연성의 제도화라는 틀 속에 갇힐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입장 고려해 균형 맞춘 것"
  
  '전략적 유연성'이란 세계 어느 곳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을 포함해 전세계에 주둔 중인 미군이 특정 지역에 얽매이는 '붙박이' 군대가 아니라 기동성과 신속성을 갖춘 기동타격대 성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강력히 추진 중인 군사전략인 이 개념에 대해 한미 양국은 그간 한미안보협의회(SCM) 등의 회의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지속적으로 중요함을 재확인한다"(2005년 10월 21일 제37차 SCM)는 식으로만 언급하며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주한미군이 다른 분쟁지역으로 빠질 경우 대북(對北) 안보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보수적 여론도 있었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이 규정하고 있는 미군의 한반도 주둔 목적에 어긋난다는 점 ▲한국이 미국의 군사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된다는 점 ▲미군의 잠재적인 타깃이 되고 있는 중국·북한 등의 반발로 동북아 안보가 불안정해진다는 점 ▲한미연합전력구조 하에 있는 한국군도 전력 '투사'의 대상이 된다는 점 등에서 우리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공동선언에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주한미군을 동북아 분쟁지역에 파견하려 할 경우 어떤 기준과 판단으로, 어떤 협의 채널을 통해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않아 논란의 소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그러나 "그동안 '전략적 유연성의 중요성 확인' 같은 말만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균형을 맞췄다"며 공동성명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특정 상황', 즉 주한미군을 뺄 수 있는 상황이 무엇이냐는 궁금증이 있을 텐데 개연성이 극히 낮은 특정 상황에 대해 구체화시킬 필요도, 실익도 없다"면서 "설사 그런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말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 나가는 건 기정사실"
  
  그러나 그간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번 공동선언에 담긴 내용이 오히려 과거보다 후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상임대표 홍근수 문규현)'의 유영재 미군문제 팀장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말의 주어는 '한국', 즉 우리가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일에 대해서만 언급한 것으로 주한미군의 활용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주한미군은 언제나 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팀장은 "이번 공동성명은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허용한 것으로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라면 심지어 한국군의 개입도 배제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유 팀장이 언급한 '노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이는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는 지난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제53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의 말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해석 사실상 변경"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정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일종의 논의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양국 외무장관의 공동성명 형태로 합의가 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공동성명은) 법적이고 조약적 성격이라기보다 정책적이고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말에 대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해석을 사실상 변경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주한미군이 어딘가에 투입돼야 할 상황이 되면 사전협의를 하기로 한 건데 과거 미일간에 유사한 합의가 있었어도 한번도 써먹은 적이 없다"며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이 들고,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원칙을 인정한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활용하겠다고 했을 때 통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이번 공동성명만 볼 때 한국군을 분쟁에 활용한다고 추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 팀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한미 양국이 성공적인 공동의 노력을 통해 보여준 것과 같이 전세계에 개방되고 민주적인 제도와 인권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있어서의 협력과 조정'이라는 공동성명의 문구에도 전략적 유연성의 전면 허용에 버금가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지난해 경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가치동맹'으로 바꾸자는 합의에 기원을 두고 있는데, 달리 말하면 이라크 침공 같은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에 계속 협력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미동맹을 침략동맹으로 허용하자는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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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국, 전세계적인 레짐 체인지 가속화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민주화'를 돕겠다고?
외교 중심 亞-阿로 이동…원조도 대외 목표와 연계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0 일 (금) 19 : 42   
 

  '민주주의 전령사'를 자임하는 미국의 전세계적인 '체제 전환(regime change)'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관 배치를 기존의 유럽 중심에서 아시아-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환 외교(Transformational Diplomacy)' 방침을 천명한 데 이어, 19일 미국의 대외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개혁조치를 발표했다.
  
  '전환 외교'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 위한 정책
  
  라이스 장관은 18일 미국의 외교정책이 유럽 중심에서 인도나 레바논과 같이 민주주의 실현을 도와줘야 하는 국가들로 옮겨갈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워싱턴의 조지타운 대학에서 한 연설을 통해 국무부의 외교 정책은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상을 '전환 외교'라고 정의했다.
  
  '전환 외교'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한 정책으로 "국제적 힘의 분배보다는 (각 국가) 체제의 근본적인 성격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라이스 장관은 강조했다.
  
  라이스 장관은 "오늘날 가장 큰 위협은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며 외교관의 임무는 주재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단순히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AP〉는 익명의 국무부 한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전환 외교' 구상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진정한 외교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라이스 장관의 '전환 외교' 구상을 두고 미 국방부의 병력 재배치 계획을 연상시킨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이번 계획은 민주주의의 전령사를 자처해 온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냉전시기 유럽에 집중배치돼 있던 미국의 군사력이 냉전 이후 중동와 중앙아시아 지역 등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역량도 이 지역들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움직임의 배후 논리는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들이 민주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위협은 줄어든다는 것인데, 과연 미국 주도에 의한 민주주의 이식이 가능한지는 지극히 회의적이다. 미국은 당초 대량살상무기를 이유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가 나중에는 민주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이라크는 아직도 반미투쟁과 종파간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또 2차대전 이후 미국은 50년대의 이란, 과테말라, 70년대의 칠레, 니카라과 등에 대한 무력개입 등으로 민주정부를 전복시킨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외국의 민주화를 도운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친미적 정부를 세우기 위한 시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어찌 됐건 이번 계획에 따라 미국 외교관들의 인사이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장관은 전환 외교의 첫 단계로 "올해 유럽과 워싱턴에서 근무하는 외교관 100명을 중국ㆍ인도ㆍ나이지리아ㆍ레바논과 같은 나라들로 이동 배치할 것"이라며 "이 지역에 대한 인원 충원이 각 지역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한 관리는 올해 이동할 100명의 외교관들은 이번 여름 유럽의 수도와 같은 '알짜배기' 지역에 부임할 예정이었다며, 갑작스러운 이번 변화가 많은 문제점들을 낳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리는 이어 이번 계획에 따라 향후 몇 년간 6400여 명의 국무부 직원들 중 1/3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근무지를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 재편은 콜린 파월의 뒤를 이어 국무부를 책임지고 있는 라이스 장관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고 〈AP〉등 외신들이 분석했다.
  
  "단순 개발 원조 넘어서 민주화 정책과 연결시키자"
  
  다음 날인 19일 라이스 장관은 미국의 대외원조 활동을 총괄하게 될 국제개발처(USAID) 처장에 랜든 터바이어스 국무부 에이즈정책 조정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라이스 장관은 이날 대외원조 체제 개편안도 함께 발표했다.
  
  미 국무부는 최근 몇 달 동안 해외 원조를 단순한 개발 원조의 차원을 넘어서 민주화를 비롯한 대외정책 목표와 조화시킬 방법을 모색해왔다.
  
  라이스 장관은 이번 개편에 대해 기존 대외원조 조직들이 국무부와 USAID에 산재돼 있어 일관성을 가지기 힘들었던 점을 지적하며 대외 원조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개편에 따라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국의 해외 원조 정책 전반을 다루는 폭넓은 권한을 가지게 되며, 국무부 부장관도 겸하게 될 예정이다.
  
  USAID는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비군사적인 경제ㆍ인도 지원을 하는 기관으로, 터바이어스 부장관 겸 처장은 140억 달러에 이르는 USAID 예산과 인력은 물론 국무부 관련 예산과 조직까지 총괄하게 됨에 따라 미국의 대외원조 업무의 전권을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터바이어스 처장 지명자는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국무부의 이 같은 대외 원조 체제 개혁에 대해 해외 원조가 정치적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내 165개의 비정부 원조단체들을 대표하는 '인터랙션(InetAction)'의 짐 비숍은 해외 원조는 "외교적ㆍ군사적 이해관계에 휘말리지 않는 장기적 목표 아래 진행되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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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1차 한미전략대화, 대미 백기투항 - 이철기 동국대교수

첫 한미 '전략대화', 결과는 '대미 백기투항'
〈기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대해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3 일 (월) 11 : 50   
 

  지난 20일 새벽 워싱턴으로부터 날아온 뉴스는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한미간 외교안보 분야의 최대현안이었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우리 정부가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작년 11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기로 한 것을 외교적 성과로 자랑하더니, 첫 번째 열린 '전략대화'에서 한 일이 고작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해 준 것이다.
  
  '전략대화'의 첫 작품이 '전략적 유연성' 인정
  
  '전략대화'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의 내용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마치 외교안보 분야의 '대미항복문서'를 보는 듯하다. 미국에 '백기투항'한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인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미국이 한국에 요구해 왔던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합의해주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 침략과 패권추구의 구실로 삼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의 협력 강화를 비롯해, 부시 2기에서 새로운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자유의 확산'에의 협력, 사실상 북한을 겨냥한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적극적인 참여를 약속하고 있다.
  
  그저 허무할 뿐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함축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해 왔던 평화시민단체들과 의식 있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느낌이다. 종속적인 대미관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보다 균형적인 한미관계와 미래지향적인 외교안보정책을 갈망해온 국민들의 여망이 무너진 것이다. '균형외교'와 '자주국방'의 바람은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인다.
  
  한반도 안위와 직결되고 민족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개적 논의와 국민적 여론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밀실에서 결정해서 미국의 요구를 덜컥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8일 공군사관학교 임관식에 참석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는 확고한 원칙"이라고 한 약속을 일년도 못돼 뒤엎은 것이다. 이럴걸 가지고 무엇 때문에 작년에 '동북아 균형자론'을 꺼내 그 난리를 떨었는지 모를 일이다.
  
  협상책임자들 문책해야
  
  왜 이처럼 서둘러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들어주는 백기투항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동성명〉의 내용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고민하거나 공들여 협상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미국측에서 작성해준 문서에 체면상 몇 자 고쳐서 합의해준 것으로 보인다.
  
  협상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미래에 대한 비전 부족과 정세분석에 대한 통찰력 결여, 그리고 맹목적인 미국 추종과 무능,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더구나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보다도 미국에 더 코드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이라크 파병과 용산기지이전협상에서 보여준 협상태도의 재판이다.
  
  외교안보팀의 정세 인식과 협상전략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 이른바 '글로벌 이슈(global issue)'에 대해서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이 현 외교안보팀이 내세워 온 구상이다. 그래서 이라크 파병도 해주고 용산기지이전협상도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북한핵문제나 남북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순진한 발상은 미국에 역으로 이용만 당해 왔다. 이라크 파병을 해주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과 북한핵 문제에 대한 입장이 온건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도 최근 북한의 인권문제와 위폐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강경화되고 있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꿔보려는 기대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에 당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미국이 한국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는 방법은 간단해졌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강경하게만 나가면, 한국정부가 알아서 길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들은 적절한 역할분담을 통해 한국정부를 어르면서 가지고 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원한 봉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번에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주고 비위를 맞춰주면 미국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도 시켜줄 것이라는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착각도 한 몫을 했는지 모른다.
  
  '전략적 유연성'의 직접적 목표는 중국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수용이 당장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정세에 몰고 올 부정적 파장이 걱정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주한미군이 지금처럼 한국에 붙박이처럼 고정배치되어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에만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밖에서의 다양한 군사적 목적에 유연성을 가지고 대처한다는 개념이다. 이제 주한미군의 역할은 대북 전쟁억제력의 역할보다는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 차원에서의 역할로 변함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은 '테러와의 전쟁' 등의 명분 아래 전세계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적 침략에 동원될 것이다. 특히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배경은 중국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일차적 목표가 중국이다. 대만해협에서 중국과 대만간에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는 경우 주한미군의 출동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주한미군의 전력적 유연성'의 적용은 김숙 외교부 북미국장의 주장대로, "미래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처럼 매우 당면하고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개념이다. 미군의 '군사변혁(military transformation)'과 미국의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하기 위한 핵심적인 전략개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세계전략목표가 21세기 미국의 세계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는 데 두어져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미국의 동북아 및 세계전략의 중심이 중국에 대한 봉쇄 내지는 견제전략에 두어짐에 따라, 주한미군을 비롯해 아시아주둔 미군의 주요 역할이 중국견제역할로 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해ㆍ공군력 강화와 한국에서 해ㆍ공군기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기존 입장에서 후퇴하고, 미국 입장은 전면 수용하고
  
  그런데 외교부는 〈공동성명〉에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단서문구를 포함시킨 것이 한국의 입장을 고려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며 외교적 성과인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거나 정세 인식에 대한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첫째, 외교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정부가 기존 입장을 크게 후퇴시킨 것이거나 그동안 국민을 속여 온 것을 시인하는 꼴이다. 정부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인정하되 중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 같이 동북아에 적용하는 것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런데 외교부의 주장대로 이 단서문구를 해석하더라도 한국군이 동북아 지역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주한미군이 동북아지역에서 군사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왜 이처럼 입장을 크게 후퇴시켰는지 해명해야 한다.
  
  둘째, 설사 한국군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중국 군사행동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대중국 군사작전에 투입되거나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기지가 대중국 군사작전에 이용된다면, 이것만으로도 한국이 중국과 군사적 대결상태에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중국봉쇄를 위한 미국의 '전진작전기지'로 활용되고, 주한미군은 '전진배치첨병'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이 동북아에서 미군을 따라 직접적인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내세워 한국의 직간접적인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또 이 경우 한국이 미국의 요구와 압력을 물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셋째, 미국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는 주요한 목표가 중국이고 가장 큰 대상지역이 동북아임을 감안할 때, 동북아지역의 예외를 가정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이는 소도둑에게 소만은 훔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가 주목적인 아시아지역군으로 개편되고 있고, 주한미군기지는 중국 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바뀌고 있다. 미국이 2사단 감축에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반도에 추가 배치하려는 110억 달러의 무기도 실은 대부분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같은 미사일방어(MD)용과 대중국용 정보수집장비들이다. 미국은 오산공군기지내 패트리어트 PAC-3를 증강 배치하는 것은 물론 군산과 광주에도 PAC-3를 배치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종으로 PAC-3를 배치하고 있는 것은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는 동전의 양면
  
  한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단지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지역기동군화'와 '한미동맹의 지역동맹화'가 그것이다. 이는 한미동맹이란 미명 아래 한반도 밖에서 행해지는 미국의 군사작전과 군사적 필요에 우리군이 동원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국이 치르는 침략전쟁마다 따라 다녀야 할 판이다.
  
  이미 〈공동성명〉의 곳곳에서 이 같은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미동맹이 "지역 및 범세계적으로 당면한 도전을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반기문 장관은 '전략대화' 참석에 앞서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이 '전략대화'를 가지게 된 것을 "한미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지역과 세계적 문제에 관해서도 심도 있는 전략 협의를 갖는 단계로 발전한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자랑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은 2003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을 통해, "포괄적이고 역동적인 동맹관계"를 구축해내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미 미국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바 있다.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변화하고 있고, 한미연합군의 작전범위가 동북아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찰스 캠벨 미 8군사령관의 작년 5월 발언 역시 한미동맹을 '지역동맹화'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위반, 국회 동의 거치지 않으면 무효
  
  이러한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조약의 발동사유(casus foederis)'를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에 의하여 위협을 받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으며, 지리적 범위도 조약당사국의 "행정 지배 하에 있는 영토"로 사실상 한정하고 있다. 원래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이 규정한 목적상, 이처럼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수용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 목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동맹이 한반도에 한정된 '방어동맹'에 머물지 않고 적용지역과 역할의 확대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봉쇄를 염두에 둔 '지역동맹'과 미국의 군사적 패권에 기여하는 '패권동맹' 내지 '침략동맹'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야 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효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과 안보환경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충돌에 한국군이 동원되어 중국과 전쟁을 치러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안보환경의 악화를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물 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 유지되는 것 아니다
  
  일각에서는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고, 또 그렇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이 철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미국의 말을 안 들어주면 정말 주한미군이 철수할까. 이 잘못한 신화에 대해 이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105개 주한미군기지들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것인가. 연간 7억 달러의 직접분담금을 별 군말 없이 내주고, 30억 달러에 달하는 직간접분담금을 부담하는 한국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최첨단 기지로 새로 지어주는 단일미군기지로는 세계 최대이며 대중국전진기지 역할을 할 평택미군기지를 포기하고, 또 중국을 겨냥해 미사일방어(MD)용으로 오산과 광주 등 서해안에 배치하고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거둬 가지고 나갈까.
  
  중국포위전략이 구체화될수록 주한미군기지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LA발언대로 "한반도는 전략적 위치상 미국이 속이 쓰려도 쉽사리 포기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또 대규모 군대가 주둔해야만 동맹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미국과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태국과 필리핀에는 대규모 미군이 주둔하고 있지 않다. 뉴질랜드는 미국과 ANZUS조약을 맺고 있지만, 자국의 비핵정책을 내세워 핵을 탑재한 미국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의 기착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렇다고 양국관계가 악화되고, 미국이 뉴질랜드에 대해 경제 보복을 했다는 말은 들어본 바 없다.
  
  사실 미국은 한국에 단 한 명의 미군이 주둔할 수 없게 된다하더라도 한국을 동맹관계에 묶어두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거나 군사적으로 밀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미국이 정말 두려워하는 것은 한국에서 반미감정이 고조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일어 진짜로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엄청난 차질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군사전략틀 탈피가 평화와 통일의 조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지니는 가장 큰 위험성은 미국의 패권전략틀에 공고히 편입된다는 점이다. 미일동맹을 주축으로 하고 한미동맹을 보조축으로 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한다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동북아정책은 동북아에 대립과 편가르기를 강요하고, 신냉전질서를 가져오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다. 동북아에 대립과 갈등의 질서가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요원해지고 남북 분단은 고착화될 것이다.
  
  대미종속적인 안보정책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자기성찰 없이는 미래지향적인 안보정책이 나올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전략 및 정책틀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식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자주국방과 안보환경의 개선은 미국의 군사전략과 정책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독자적인 안보전략과 정책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동맹체제가 우리의 안보를 오히려 위태롭게 하고 안보환경을 악화시킨다면, 그러한 동맹체제가 과연 필요한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동맹정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의 안보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맹체제가 아니라 동북아에 협력적인 다자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동북아 질서가 다자화되고 균형화되고 협력적일 때만이 가능하다. 이는 결국 우리가 동북아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이철기/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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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한국, PSI 참여키로, 8개 중 5개 요구 수용

한국, PSI 참여 공식화…8개 요청사항 중 5개 수용
북한 반발 불가피…'전략적 유연성' 이어 논란 예고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7 : 04   
 

  정부가 남북 관계를 고려해 참여를 미뤄 왔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해 관련국들 간의 회의결과 브리핑을 청취하고 WMD 차단훈련에 참관단을 보내는 등 '부분적인 협력' 방침을 정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어느 정도 민감성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WMD 확산을 반대하는 입장과의 조화를 맞춰나가는 취지에서 사안별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이미 PSI의 목적이나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현재 전면적인 참가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식 참여' 외엔 거의 모든 활동 함께 하기로
  
  미국이 요청한 PSI 8개 협력 방안 중 우리 정부가 협조키로 한 것은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 PSI 활동전반에 대한 브리핑 청취, PSI 차단훈련에 관한 브리핑 청취, 역내 차단훈련 참관, 역외 차단훈련 참관 등 5가지다.
  
  정부는 이들 5개 분야에 대한 협조 방침을 지난단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한미 군사훈련에 WMD 차단훈련을 포함하는 방안은 이미 시행해 오던 것이며 나머지 4개 항목은 이번에 새롭게 포함됐다. 미국측의 요청 사항 중 제외된 3가지 항목은 PSI 정식참여와 역내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역외 차단훈련시 물적지원 등 실질적인 참여에 관한 것들이다.
  
  정부는 이달 10일 이같은 결정을 미국에 통보했고, 그 첫 활동으로 올 4월 5∼6일 호주에서 개최되는 공중차단 훈련에 정부 참관단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미국 뜻대로…운신폭만 좁아져" 비판 거세질 듯
  

 
정부가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를 공식화했다. 사진은 지난 2002년 12월 스커드 미사일 15개를 싣고 예멘으로 항해 중이던 북한 화물선 서산호를 수색하는 스페인 해군의 모습 ⓒ연합뉴스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는 육상·해상·공중에서 핵·생화학 무기 및 미사일 등 WMD와 관련된 물질과 부품 등을 불법 수송하는 선박·차량·항공기에 대해 검문·검색을 통해 차단하자는 구상으로 2003년 5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의해 발표됐다.
  
  그 뒤 영국, 프링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들 대부분이 이 계획에 참여해 13회에 걸쳐 해상훈련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취지에 동의한다'는 입장만을 표명했을 뿐 참여를 미뤄 왔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미국은 2004년 10월 일본 도쿄만에서의 '팀 사무라이 2004' 훈련과 2005년 8월 싱가포르만 훈련 등을 실시하던 당시 우리 정부에 참여를 요청한 바 있다. 또 지난 2005년 8월 PSI를 총괄하는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차관도 한국을 방문해 NSC 등 정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 동참을 요청하는 등 압박을 계속해 왔다.
  
  정부가 전적으로 미국의 주도 하에 있는 PSI에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19일 제1차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한 것과 더불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이 미국의 세계 전략으로 깊숙이 포섭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서산호 나포 유사 사건 재발로 분쟁 촉발 우려
  
  특히 미국이 2002년 12월 예멘으로 향하던 북한의 '서산호'를 나포했던 사례와 같이 정확히 북한을 겨냥하고 있는 PSI에 우리 정부가 본격 참여할 경우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미간의 갈등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운신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2004년 이미 PSI의 주요 타깃이 북한임을 명시적으로 밝혀 왔다.
  
  이와 관련 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은 24일 〈오마이뉴스〉 기고문에서 '미국이 금융수단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로버트 조지프 차관의 2005년 12월 연설을 근거로 "WMD가 단순히 미사일 등 하드웨어적인 무기만을 지칭했던 것을 넘어, 넓게는 한 나라의 질서, 혹은 공정한 경제 질서를 해치는 것까지도 포함시키기로 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 의원은 "미국은 해상이나 공항 봉쇄를 통해 재래식 대량살상무기 수출의 차단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었다고 판단했다"며 "각종 위조나 밀매, 돈세탁 등은 물론 해외성 범죄의 '젖줄'인 금융을 제재하는 또다른 수단을 통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반 장관은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정부가 PSI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는 최 의원의 주장에 대해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관련 실무 레벨에서 충분히 논의해오고 있었다"고 답했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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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북한 인권문제와 미국의 이중 잣대 - 김재명 월드포커스

북한 인권문제와 미국의 이중 잣대
김재명의 '월드 포커스' 〈16〉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7 : 54   
 

  북한 인권을 둘러싼 논의는 거북스런 주제다. 매우 조심스레 다뤄져야 한다.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제인권 상황을 재는 프리덤 하우스의 평가에 따르면, 지구상에는 '자유국가'로 분류되지 못한 나라들이 절반에 이른다.
  
  민주국가냐, 자유국가냐도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다. 미 국무부는 해마다 인권보고서를 펴내지만, 국제정치학자들로부터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 부시 행정부의 잣대로는 미국에 고분고분한 친미국가는 '자유국가'이고, 그렇지 못한 자주적 성향의 국가는 '독재국가' 낙인이 찍히기 십상이다. 한마디로 이중 잣대다.
  
  문제는 우리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다. 한국에는 두 가지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북한 인권문제를 꺼내는 것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노리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과 냉전수구세력의 손을 들어주는 미련한 짓이라는 시각, 다른 하나는 북한인권문제가 심각한 게 사실인 만큼 짚고 넘어갈 대목은 짚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겠고 둘 다 맞을 수도 있겠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필자는 전자의 입장에 서 있다.
  
  한국도 정부수립 40년만에 '자유국가'
  

 
2만 명의 정치범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회령 제22호 정치범수용소(미국 위성사진). ⓒ프레시안  

  돌이켜 보면, 인권에 관한 한 우리 한국도 투명하지 못한 지난 역사를 지녔다. 1970년대 유신체제 아래서나 1980년대의 5공화국 억압체제 아래에서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었다. 프리덤 하우스가 한국을 자유국가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1988년. 정부수립 40년만의 일이다. 그 뒤 이른바 '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한국의 인권상황은 갈수록 나아졌다는 평가다.
  
  결론부터 대놓고 말한다면,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꺼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체제 특성상 인권보다는 다른 가치(이를테면 국가안보, 체제유지)를 우선하는 북한에게 인권을 말한다는 것은 북핵 폐기를 비롯한 현안을 둘러싼 외교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인권문제에서 자유로운가
  
  지난해 9월 6자회담에서 북핵폐기를 전격 합의하고도 후속회담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여기에는 평양 당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미국의 비(非)외교적 발언이 한몫 해 왔다. "북한이 달러 위폐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비롯, "북한이 범죄정권"이라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의 발언은 북핵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막바지 달려가야 할 6자회담에 재를 뿌린 짓이나 다름없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북핵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인권문제가 남아 있는 한 북미관계 정상화는 어렵다"고 토를 단다. 북한인권문제는 두고두고 뜨거움 감자가 될 듯한 분위기다.
  
  부시 행정부는 다른 나라에서의 인권을 체제변화의 명분으로 즐겨 삼아 왔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이 대표적인 보기다. 그렇다면 미국은 인권 문제에서 자유로운가. 결코 그렇지 않다.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서 저질러졌고 현재도 계속되는 인권침해 기록은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우기 어렵다. 부시 대통령 퇴임 뒤로도 긴 그림자를 끌며 망령처럼 부시의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북한 돕기에 인권 연계 시켜선 곤란"
  
  미국 안에서도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한다. 미 외교정책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민간 싱크탱크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www.fpif.org)의 단골 기고자인 존 페퍼(John Feffer)의 글 '연계시킬거냐, 말거냐(To Link or Not to Link)'는 북한인권을 보는 미국 안의 다른 시각들을 보여준다. 페퍼의 의도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다 인권 문제를 연계시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원문보기: http://www.fpif.org/fpiftxt/2998).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존 페퍼는 북한을 3번, 그리고 남한을 25회쯤 방문한 경력이 말해주듯, 한반도 전문가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2003년 겨울 뉴욕 시립대학원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심포지움에서 페퍼를 만난 적이 있다. 그로부터 '열린 시각에서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의 양심적인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북핵 폐기를 둘러싸고 한반도와 미국 사이에서 벌어진 줄다리기를 다룬 『남한 북한: 위기시대의 미국 정책』(2003년)의 저자다. 이 책에서 페퍼는 이렇게 미국 역대 행정부들을 비판했다.
  
  "북한의 핵 개발 움직임을 외교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을 경제적, 군사적으로 고립시키는 냉전정책을 유지했다. 또한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대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를 평양의 정권 교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디딤돌로 삼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외교적인 허식을 벗어던지고, 평양 정부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관점에 서서, 북한의 정권 교체를 미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았다."
  
  인권을 무기화한다?
  
  '포린 폴리시 인 포커스'에 실린 글에서 페퍼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가 있고 기본적 자유가 제한되고 있지만, 미 행정부에서조차 정책결정자에 따라 인권문제를 핵위기와 인도주의적 지원에 연계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둘러싼 시각이 다르다"고 전한다.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 9월 "인권을 무기로 삼는 것에는 관심 없다(We have no interest in weaponizing human rights)"고 말했다. 이에 비해 제이 레프코위츠 인권대사는 "인도적 지원은 인권 문제와 연계돼야 한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레프코위츠는 부시 행정부 내 보수강경파의 우두머리인 딕 체니에 선을 대고 있는 인물이다. 비교적 합리적 성향의 미 외교관들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과정에서 인권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북핵폐기 관련 합의를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한다.
  
  그럼에도 부시 행정부의 강경파들은 필요에 따라 전가의 보도처럼 북한 인권문제를 끄집어낼 태세다. 중국과 통상마찰을 빚을 때마다 천안문사태를 들먹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감옥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미국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례들은 어디까지나 '비미국적인(UnAmerican)'인 1회적 사건이란 강변을 늘어놓으면서….

김재명/프레시안 기획위원,국제분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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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 대사관, 한국에 금융제재 조치 요청?

"미 금융범죄단속반 '업무소개'만 했다"더니…
미 대사관 "한국에 '금융제재와 비슷한 조치' 요청"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4 일 (화) 18 : 55   
 

  북한의 위조 화폐와 돈세탁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21일 방한한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이 북한의 불법활동을 포함한 세계적인 '금융 위협'에 대해 한국도 비슷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24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대니얼 글래이서 미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는 방한 기간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대응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이 WMD 확산 주범과 그들을 돕는 지원망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더욱 힘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우리 외교통상부와 미 재부부 단속반 간의 23일 협의에 대해 "전반적으로 (단속반의) 브리핑과 우리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문제에 대한 협의라고 볼 수 없는 순수한 브리핑이었다"는 정부 당국자의 설명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로 미국측의 비교적 강한 요청이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불법 금융 활동에 '북한 정부 주도' 강조
  
  미 대사관은 자금세탁, 위폐제조, WMD 확산과 관련한 자금 흐름은 국제안보에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하며 글레이서 부차관보가 "실질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에 의해 북한의 돈세탁 창구로 지목된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같은 금융기관들이 북한의 불법활동과 기타 범죄행위에 용이한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 대사관은 또 글래이서 부차관보가 "북한 정부 주도의 불법 금융활동과 더불어 돈세탁, 테러단체 자금 조달, 기타 금융범죄의 단속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집중 논의했다"며 '북한 정부 주도'를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최근 위폐 유통의 주체를 '북한의 개별 기업'이라고 언급하면서 입장을 다소 누그러뜨리고 타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과 어긋나는 것으로 위폐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여전히 강경함을 내비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글래서 부차관보는 또 한국이 불법활동으로부터 자국의 금융부문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강력한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차단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에 미 재무부가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하기도 했다.
  
  반 외교 "현단계서 추가 조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우리 정부는 이미 돈세탁, 불법금융 문제 같은 초국가적 범죄에 대한 국제협약에 가입돼 있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원칙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채 "재무부 단속반과의 회의는 실무적·기술적 사안에 대한 미측의 브리핑 형식으로 진행됐다"며 기존의 설명을 되풀이했다.
  
  반 장관은 또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BDA 사건을 포함한 위폐문제에 북한 당국이 개입한 것으로 보느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 "정부는 위폐와 같은 불법활동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필요한 공조를 취한다는 입장"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한국에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는 미 대사관의 언급에 대해 "현단계에서 추가적인 조치는 없다"고 답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23일 미 재무부 단속반과의 회동에서 테러자금 조달을 억제하기 위한 가칭 '테러자금 조달억제법'에 대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는 비공식 브리핑에서 "이미 우리나라는 테러자금 조달의 억제를 위한 국제협약을 2004년 2월에 서명, 비준했으며 그에 따라 법률을 제정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러한 차원에서 관련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법에는 테러자금 조달의 사전 방지, 조달 관여자에 대한 사후제재, 그리고 이를 목적으로 한 여러가지 테러자금 조달행위로 인한 수익을 금지하고 혐의 거래가 있을 경우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황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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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 베트남전 이래 특수군 최대 증강 -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

"美, 비전통적 위협에 군사자원 더 투입"
새 국방전략 통해 베트남전 이래 특수군 최대 증강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5 일 (수) 10 : 07   
 

  미국은 앞으로 세계 군사전략에서 전통적인 군사위협보다는 테러 공격, 반군 제압, 전자전 등의 비전통적인 군사위협에 더많은 군사자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특수군의 규모와 능력 배양에 최우선 순위를 둘 방침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내달 발표할 새 4개년 국방전략보고(QDR)에서 미국이 대처해야 할 도전을 '전통적' 군사위협을 포함해 '비정규적' '재난적' '파열적(disruptive)' 위협 등 4가지로 분류하고, 이들 비전통적 위협들에 대한 대비에 더 중점을 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비정규적 위협은 반군 등의 위협을, 재난적 위협은 미 본토에 대한 테러단체 등의 대량살상무기 공격을, 파열적 위협은 전자파 에너지를 이용한 무기체제와 통신망 등의 무력화 등 전자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난해초 미 국방전략보고서(NDS)에서 도입된 개념들이다.
  
  신문은 라이언 헨리 미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의 지난주 강연 내용을 인용, '파열적' 위협의 가상 사례로, "미 정보체계에 대한 중국의 공격"을 들었다.
  
  미 국방부는 새 QDR에서 4대 군사목표로 테러리스트 극단주의 분쇄, 본토 방위, "전략적 기로"에 있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선택폭을 결정할 영향력 행사, 적대적인 국가나 행위자들의 핵과 생화학무기 입수 저지를 정했다고 헨리 부차관은 설명했다.
  
  신문은 국방전문지 〈펜스뉴스〉가 최근 미 의회 보좌진에게 브리핑된 QDR 사본을 입수해 보도한 대로, 미국은 이러한 비전통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테러리스트 및 저항세력과의 전투기술을 습득하고 동맹 또는 연합군 등 외국군과 합동작전 능력을 갖춘 육해공 각군의 특수군 증강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전했다.
  
  델타 포스, 레인저, 실(SEAL), 그린 베레 등을 합해 총 수천 명을 증강하게 되면 특수부대 병력이 베트남전 이래 최고 수준이 된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 가운데 외국어와 외국문화 훈련을 받아 현지군과 합동작전이 가능한 육군의 그린베레가 가장 크게 늘어나 현 15개 대대에서 20개 대대로 30% 증강된다.
  
  미 국방부는 이를 통해 12명으로 구성되는 단위부대를 약 90개 더 늘려 테러리스트나 극단주의 세력이 강한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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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외교부 vs 미 대사관 북 위폐문제로 충돌

외교부 "미 대사관, 침소봉대하지 마라"
"23일 협의서 '대북금융제재 동참' 요구받은 적 없다"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5 일 (수) 17 : 43   
 

  외교통상부와 미 대사관이 지난 23일 있었던 위폐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 간의 협의를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충돌'하고 있다.
  
  외교부 "정확하지 않은 보도자료…적절치 않다" 강한 비판
  
  대니얼 글래이서 미 재무부 테러자금 및 금융범죄 담당 부차관보가 방한 기간 중 외교부와 가진 북한 위폐 문제 관련 협의에서 한국정부에 북한 금융제재 조치에 동참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한 미대사관의 24일 보도자료에 대해 내용이 과장됐다며 외교부가 정식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
  
  외교부는 25일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1월 23일 개최한 미 재무부 팀과 우리측과의 회의결과에 대해 주한 미 대사관측이 배포한 보도자료는 한미 양측간 논의된 내용을 일부 과장하는 등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정식으로 비판했다.
  
  외교부는 이어 "미 재무부팀은 중국, 홍콩, 마카오 방문결과를 우리측에 설명하면서 불법금융 및 테러자금 거래 방지 등을 위한 일반적 협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으나 우리 정부에 대해 구체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요청한(urge)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미 재무부팀이 우리측과 협의결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보도자료를 발표했다"며 "이는 한미간 사전 양해에 비춰 볼 때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앞서 지난 23일 미 재무부팀과 외교부의 회의 직후 외교부 당국자는 "순수한 브리핑"이었다며 여러 문제에 대한 협의라고 볼 수 없는 회의였음을 시사했었다.
  
  그러나 미 대사관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통해 글레이서 부차관보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대응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이 WMD 확산 주범과 그들을 돕는 지원망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더욱 힘을 써달라"고 요청했으며 북한의 불법활동을 막기 위해 한국정부에도 비슷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관련기사 보기 : "미 금융범죄단속반 '업무소개'만 했다"더니…
  
  이를 두고 외교부가 다시 논평을 내 "적절치 않다"는 외교상 이례적 표현을 사용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미 대사관, 여전히 "24일 발표내용 지지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논평을 낸 데 이어 "미 대사관의 보도자료가 회동의 내용을 침소봉대했다"고 또 한번 강조하고 양국간 협의 내용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미 대사관측의 주장처럼 미 재무부팀이 한국측에 특별한 조치를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23일 협의에서는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조사와 관련된 부분을 주로 논의했다"며 "중국으로부터도 이 사안과 관련해 협의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의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대사관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촉구(urge)했다고 하는데, '촉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미 대사관측에 충분히 설명했다"며 "미국도 그에 대해 우리가 기대했던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주한 미대사관 로버트 오그번 대변인이 "미국 대사관은 24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지지한다(stand by)"며 "미 대사관은 그 외에 추가할 말이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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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미국, 한국 대북지원 수정 요청

"미, 한국 대북지원 정책도 수정 요청"-산케이 보도
12월초, 니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 盧대통령에 직접 요청
등록일자 : 2006년 01 월 26 일 (목) 11 : 12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한국의 협력과 현 정권 들어 급증한 한국의 대북지원 정책을 각각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26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의 달러위조와 자금세탁 문제로 한국 정부가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으며 한국은 북한에 대한 배려를 우선한 나머지 대북 공세를 취하는 미국과 갈등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 등에 따르면 존 니그로폰테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지난해 12월초 한국과 일본 등을 방문했을 때 양국 정상에게 북한의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처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니그로폰테 국장은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 및 국가정보원장 등과 만나 북한의 위폐제조와 마약밀매에 관한 증거를 보여주었고 대북 금융제재에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현 정권 들어 급증한 한국의 대북지원 정책을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이해했다는 태도를 보이는 데 그쳤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미 국무부도 지난해 12월 중순 한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각국의 주미공관에 북한의 달러위조 등 실태를 설명하는 한편 지난 21일부터는 담당자가 한국을 방문, 최신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그러나 한국 정부가 달러위조를 북한의 '국가범죄'로 확언하는 것을 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협력 요청에도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미국이 초조해 하고 있으며 양국간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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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투]탈북자 새터민 이야기

   
우리 옆의 약자 <19> 탈북 ‘새터민’ 이야기

“탈북자 7천여명 수용도 어려운데 통일되면 어케…”
7천여 새터민, 남한 정착 어려움 호소…북에서 온 이들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냉전시기, 남북의 치열한 체제경쟁 속에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귀순용사’라 불렀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북한의 식량난으로 이탈주민이 급증한 뒤에는 그들은 이제 ‘탈북자’로 불린다. 북한이탈주민을 일컫는 ‘탈북자’. 그 부정적이고, 거부감을 주는 용어를 정부는 지난해부터 ‘새터민’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새터민은 ‘새로운 터전에서 삶의 희망을 갖고 사는 사람’이란 뜻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남북사회문화교류 인도사업 분야 2005 1년, 6·15 5년간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현재 입국자는 1,217명으로, 2002년 이후 지속적으로 1천여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표 참조>

새터민(북한이탈주민) 입국현황 (05.11월말, 출처 : 통일부)
구분 ’89까지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00 ’01 ’02 ’03 ’04 ’05 합계 사망
이민등
국내
거주
인원 607 9 9 8 8 52 41 56 86 71 148 312 583 1,139 1,281 1,894 1,217 7,521 295 7,226

총 국내거주 인원은 7천2백여명. 이들 새터민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서울지역은 3천여명. 이 가운데 노원구에 800~900여명이 살고 있으며 강서, 양천지역은 1,100~1,200여명으로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이 지역에 영구임대아파트가 많기 때문이다. 새터민들은 입국한 뒤 하나원을 거쳐 영구임대아파트를 배정받아 살게 된다.

1월20일 저녁, 새터민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서구 가양동 한 임대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이 단지에만 약 400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동행한 열린사회시민연합 소속 강서양천시민회의 변광영 사무국장은 신변보장을 위해 사진을 찍지 말 것을 요청했다. 한 아파트 단지의 벨을 눌렀다. 간간이 들리는 이북사투리만이 그들이 ‘새터민’임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 염창동과 가양7~9단지를 알리는 교통표지판. 염창동은 한나라당사가 자리잡고 있고, 가양동 임대아파트 단지에는 약 400여명의 새터민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조국통일 한다면서 차별의식이 꽉 차 있단 말입네다”


40대 후반의 장정일(가명)씨는 1997년경 북에서 가족과 함께 탈출했다. 한국대사관에 전화를 하니 ‘직접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측의 냉담한 반응에 그는 첫 좌절을 맛봐야 했다. 그는 2004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중국 서부지역에서 자영업 등을 하며 7년여를 살았다. “한번은 (한국) 영사관 문을 밀어 제치고 들어갔는데 바로 쫓겨났습니다.” 중국 감옥에 갇혀 북송될 위기였다. 다행히 교회, 인권단체 등 지인의 도움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아내의 정신분열증이 재발하지 않았으면 차라리 중국에 머물렀을 것입니다.” 한국은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을 뿐이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년여 전 한국으로 오게 된 장씨. 그는 최근 병원의 세탁물 옮기는 일을 시작했다. 보험설계사 일이 한달 30~40만원 벌이밖에 안 되어 밤낮없이 일할 요량이었다. 그래야 고3 수험생과 초등학교 4학년 자식들 공부시키고, 병중인 아내의 치료비도 댈 수 있기에. 하지만 장씨는 며칠 안 돼 일을 그만두었다. “힘은 부치지만 일 없단 말입니다.” ‘일 없다’는 말은 ‘괜찮았다’는 이북식 표현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20만 킬로미터를 달린 거의 폐차 수준의 차량. 시속 80킬로미터 속도를 겨우내는 차량으로는 십수어 곳의 병원을 돌기에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지입권리세’를 포함해 1,700만원에 그 차량을 인수하라는 소개소(대행업체)의 횡포까지 장씨를 괴롭혔다. “그 많은 돈도 없을 뿐 더러 수리비가 엄두가 안나 못사겠다고 하고 관뒀지요.”

장씨는 대한민국에서 원래 살고 있는 이들도 힘든데, 탈북자라고 하면 사장들이 안 쓰려고 한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안정된 일자리, 그건 뭐. 찾기도 어렵고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북에서 대학을 나왔거나 의사를 했어도 인정해주지 않는 남쪽의 현실. “목숨을 내던지고 사지를 넘어 오는데 자격증을 개지고 나오나요?” 이웃에 살고 있다는 60대 대학교수 출신의 탈북자는 경비일이라도 하길 원하지만 일거리가 없다고 했다.

여자들은 식당에서 일을 할 수가 있어 조금 낫다지만 말이 통하지 않아 그만둬야 하는 상황도 종종 생긴다는 것. “말로는 탈북자가 통일의 주인이라고 말하면서, 조국통일 한다면서도 차별의식이 꽉 차 있단 말입니다.” 그는 심지어 그런 차별의식을 쉽게 깨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 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의 개별학습과 사회적응 등을 도울 ‘멘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 열린사회강서양천시민회의 현수막. 

정부 새터민정책 ‘보호’에서 ‘자립·자활’로

통일부는 지난해 1월부터 새터민 정책을 ‘보호’중심에서 ‘자립·자활’ 중심의 정착지원으로 바꾸었다. 자립의지를 갖춘 새터민에게 장기직업훈련, 자격증 취득, 장기취업 등 각종 자립장려금을 지급한다는 것. 1인당 최고 1,54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전 3,600만원에서 대폭 줄어든 액수였다. 지난해 통일부는 전년도에 견줘 고용지원금 수혜비율이 6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탈북한 이들은 입국직후에는 사회적응교육기관인 ‘하나원’에서 다양한 취업정보와 현장체험 등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2~3개월 동안 받게 된다. 정부는 또 의사, 교사 등 전문직 경력이 있는 새터민이 소정의 보수교육 또는 재교육을 통해, ‘자격인정제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새터민 청소년의 교육여건을 고려한 특성화학교인 ‘한겨레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새터민 전용 기초직업훈련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이들 교육문제도 중국 체류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이들은 교육에서 방치된다. 남쪽의 교과목을 따라가는 것이 힘에 부치는 게 당연할 일이다.

“평상시에 밤샘 공부를 해도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변 사무국장은 100명 가운데 10명이 대학에 들어가고, 10명 중 1명 정도가 대학을 졸업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그런데도 언론에서는 새터민이 대학에 들어간 얘기만 있을 뿐 중도에 포기하고 나왔다는 얘기는 온데간데 없다.

새터민들은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집만 한 채 달랑 받았을 뿐 먹고 살기 위한 경제활동이 쉽지 않아 보였다. 장씨의 보험설계사 일도 그랬다. 친인척은커녕 생면부지의 사람들 속에서 알음알음 보험 일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북에서 재정금융, 은행과를 다녔는데 남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적응하면서 어려운 것을 묻자 대뜸 “사회주의 경제학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본주의는 개인소유라 보니, 층하(부익부빈익빈)와 개인비리가 많이 생기는 겁니다.” 두 체제를 경험해본 장씨는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듯 했다. “탈북자 7천여명 수용도 어려운데 통일되면 어케 함께할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차마 말을 못해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로 돕는 틀이 없이 ‘너는 너, 나는 나’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상황. “인간의 본능은 주체성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그는 그것이 없으면 사람들의 견해가 바뀌어 간다고 말했다.

군부독재와 싸우며 적을 닮아갔고, 국민교육헌장의 뿌리깊은 ‘국민’ 이데올로기를 체화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북의 정권을 혐오하면서도 ‘주체사상’의 틀은 온전히 벗어나고 있지 못한 듯 보였다.

장씨는 인터뷰 내내 휴대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쉴 새 없이 받았다. 절친하게 지내는 이웃이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피해자인 새터민이 가해자가 되어버린 어이없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그 집을 같이 방문했다.

“왜 이리 강짜로 엄포를 놓습니까?”

인근의 한 임대아파트. 두 딸과 아내는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가장이 가해자로 몰릴 처지여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넋을 놓고 있었다.

가족이 한국으로 온 지 몇해. 40대 후반의 경인준(가명)씨는 먹고 살기 위해 식당, 이삿짐, 막노동 등 닥치는 데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어느날 저녁, 경씨는 새터민 친구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가고 있던 중이었다. 강서사거리에서 버스에 부닥친 경씨는 갈비뼈와 쇄골이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친구는 즉사했다.

불행의 시작이었다. 한달 뒤 경찰은 입원한 경씨의 병원에 찾아와 사건경위 등 조서를 꾸몄다. 경씨는 정신이 없는 상태였고, 경찰은 그 내용을 환자나 가족에게 자세히 알리지도 않은 채 지장을 강제로 찍게 했다.

“왜 이리 강짜로 엄포를 놓습니까?” 아내 김씨는 항의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서류에 지장을 찍게 했다. “감옥에 가든지 아니면 북한에 다시 가든지.” 경찰이 내지른 말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남편은 파란불 신호를 보고 출발했다는데, 다친 것도 억울한데 가해자가 되어버린 상황.

아내 김씨는 사고 당시 목격자 등 증인을 찾아야 되는데 남한사회를 모르는 그 자신이 원망스러운 듯했다. 사거리의 교통 감시카메라 녹화분이나 버스안의 감시카메라 등 ‘증거물보전신청’ 등 법적인 처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대한변협에 변호사 요청도 해봤지만 선임료 500만원을 마련할 형편도 아니었다. “억울할 수 있는데 국선을 하세요.” 변협의 말대로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도 믿지를 못하겠고…. 다니던 교회 목사도 바뀌어 실질적인 도움 받기도 어려운 처지. 김씨와 두 딸은 발을 동동 구르며,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탈북자들 우습게 여긴다는 게지.” 인근에 살고 있는 한 탈북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친절, 봉사를 내세우는 경찰이 말도 거만하고, 병원 밖에서 어찌 환자 가족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모욕을 하고 그래요?”

재산이라고는 정부에서 지원받은 1천만원짜리 임대아파트가 전부. 교통사고 가해자가 된다면 보상은 물론 2천만원 정도의 치료비도 물어야 되고, 거리로 나앉을 판이었다. ‘행복하게 살자!’ 집안 가운데 탁자에 소중히 놓여 있는 가훈이 가슴을 내리친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남행을 결심한 새터민 가족에게 시련은 또 한번 그렇게 찾아왔다.

▲ 새터민 아동청소년들의 개별학습과 사회적응 등을 도울 ‘멘토’ 자원봉사자 교육 장면.  
ⓒ 매일노동뉴스

새터민의 현실과 ‘부정적 선입관’들


지난해 6월 열린사회강서양천시민회가 <시사저널>과 공동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서지역 새터민들은 북에서 고등학교를 졸업(73.7%)하고, 노동자 생활(54.2%)을 하다가 탈북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나이는 30대가 42.4%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27.1%, 20대가 17.8%로 그 다음 순이었다.

새터민들 10명 가운데 7명(70.3%)은 무직이었으며, 월평균 수입은 75만원이었다. 이는 희망 수입인 155만원에 견줘 절반 수준이었다. 그마저 이 수입에는 정부가 새터민에게 지원하는 최저생계비 32만원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2004년까지는 남한의 영세민보다 1단계 우대해 20만원 가량을 더 주었지만 지난해부터 정부정책의 변화로 대폭 삭감되었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74만원(3인 가족 기준), 직업훈련을 받으면 월 33만원이 지급된다. 1년 기한이다. 새터민들과 지원단체들은 물설고, 낯선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정착기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새터민들은 남한 사람들을 대할 때 어려운 점으로 ‘새터민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58.5%)이 가장 높았다. 그 뒤로는 남북한의 가치관 차이(46.6%), 남한 사람들의 이기적 행동(20.3%), 남한 사람들의 부정직한 태도(16.1%) 순이었다. 그들은 ‘거지 나라에서 온 사람’ 이주노동자보다 새터민을 더 엎신여기는 듯한 따가운 시선을 곳곳에서 느끼고 있었다.

인근의 새터민들끼리 교류도 거의 없었다. “탈북자들 서로 잘 안 가요. 형제, 친척들이 꼭대기(북)에 있어 서로 노출을 하지 않으려는 입장입니다.” 장씨는 오히려 한국의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탈북자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지만 점점 제 먹고 살기도 힘든데 관심 두갔어요?” 그는 오히려 탈북자들이 노래방이나 여자들 술 마시는 등 북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에 호기심이 더 크다고 말했다.

남한사회에 적응하며 제2의 인생을 살려고 하는 새터민들. 이들에 대한 냉대와 멸시가 얼마나 심하게 느껴졌는지 그들은 “이주노동자보다 못한 차별에 시달린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이북5도청이니 그런 행사에 이제 다시는 안 갈라고요.” 이용만 당할 뿐 남한사회 정착에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 한번 주지 않는 매정한 손길에 새터민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보수진영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거나 악용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진보진영은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떠안아야 할 ‘사회적 약자’로서 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열린사회강서양천시민회의 변광영 사무국장은 새터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당부했다.

새터민 정착의 어려움과 의문점?
부산YMCA 새터민지원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에 정착한 새터민 10명 가운데 6명이 일상생활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원인은 외래어와 이질적인 표현 등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다. 심지어 새터민 14%는 남한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또 낯선 환경에서 오는 ‘고독감과 우울감’(15.1%), ‘정보부족’(11.9%) 등도 정착의 어려움으로 나타났다. ‘남한사회의 편견과 차별’(11.1%), ‘비싼 물가’(7.9%), ‘무료함’(5.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새터민들이 남한 사회적응에 가장 필요한 것은 ‘취업과 관련한 정보’(32.3%)였다. 자신의 적성을 파악해 실질적으로 적응하는 것(23.8%)과 보다 많은 지원금(14.6%), 남한 사회에 대한 기본정보(10.8%) 등 새터민들이 정착을 위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의 해결이었다.


최소 1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이른다는 중국 내 탈북자들. 그들의 유형은 한국에 오려는 사람들보다 중국에 남거나, 돈을 벌어 북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강서양천시민회의 지난해 실태조사에서 새터민의 중국체류기간은 2003년 이전 평균 2.89년인데 반해 2004년 이후 입국자는 3.32년으로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 탈북브로커들이 판을 치면서 중국 내 탈북자들이 더욱 곤경에 빠지는 등 한국행이 여의치 않았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새터민들이 처음부터 한국에 오려고 북한을 탈출한 게 아닐 것이란 짐작이 가능한 지점이다.


“내 인생을 망가뜨린 놈을 받아주는 한국에는 안 가겠다.”
“중국에서 잘사는 것이 한국에서 못사는 것보다 낫다.”
“돈벌어 조선에 돌아가겠다.”


10여년 중국 내 탈북자들을 심층 추적하고 있는 조천현 월간 <말> 전문기자는 새터민들을 마냥 좋게만 바라 볼 수 없음을 지적했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순수한 접근이었지만 변해버렸어요. 남한사회 새터민들 정착의 어려움을 써주기를 원하는 곳은 오히려 기획탈북단체나 반북단체들일 겁니다.”


이유는 또 있었다. 새터민, 그들의 탈북 동기도 기아 등 북의 체제 문제를 거론하지만 일부에서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가 숨겨져 있는 이들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이수현 기자  shlee@labortoday.co.kr
2006-01-24 오후 5:25:01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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