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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전경련 경제 교과서 비판(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 사무국장 인터뷰)

전경련 경제 교과서 비판

(신성호 전교조 참교육실 사무국장 인터뷰) 

 

인터뷰 : 투데이 편집부

 

 

Q1.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1. 저는 96년 인천 인제고등학교에서 3반 6개월을 재직하고, 현재는 서울에 있는 중앙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99년부터 전국사회교사모임 연구회원으로 활동해왔으며, 사무국장, 회장 등을 역임하고, 올해는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06년부터는 학교를 휴직하고 전교조 본부 참교육실 사무국장(전임)을 맡고 있습니다.


Q2. 올해 초 전경련과 교육부가 공동 제작 ․ 배포한 경제교과서는 매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전경련에서 기존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까?


A2. 전경련에서 기존의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유는 기존 교과서가 ‘환경오염’, ‘독과점’ 등과 같은 시장 실패 사례를 설명하면서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으며,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는 기업 본연의 목적이 아닌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서술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경제교과서에서는 이윤 추구가 기업의 본연의 목적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등을 삭제하고, 시장 실패 사례에서 부정적인 표현을 일체 삭제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자유시장경제임을 분명히 하고,  수요와 공급에 의한 경쟁원리, 규제 철폐와 정부의 개입 최소화, 시장 개방 등 시장경제 원리를 충실히 강조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Q3.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기업과 시장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전경련의 입장인거 같은데, 그렇다면 실제로 기존 교과서의 내용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A3. 기존 교과서에서 시장 실패 사례를 들면서 ‘환경오염’ ‘독과점’ 등과 같은 표현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긴다고 침소봉대하고 있으며, 시장경제원리를 충실히 담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기존 교과서는 오히려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한 서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기적 인간관과 경쟁관에 입각하여 서술하고 있다.

- 기업의 목적을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적정한 비용을 투입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 내에서 생산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적정한 이윤을 남기는 것’으로 상정하지 않고, ‘최소 비용, 최대 이윤’의 관점으로 보고 있다.

- 기술지상주의와 경제성장 지상주의로 가득차 있다.

- 우리나라 경제성장과정을 미화시키고 있다.

- 남북 통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다.

- 일방적인 세계화 찬성 논리로 가득차 있다.

- 경제는 정치, 사회문화, 법 등 사회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경제교육도 사회체제와 관련지어 종합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내용 구성에 있어서 경제적 측면만을 따로 떼서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사고력을 길러주기가 어렵다.

- 자유방임주의에 가까운 시장 경제 논리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정부 규제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행 경제체제인 혼합 경제체제를 가르치는 것이라, 자유방임적 시장 경제체제를 가르치고 있으면서, 시장경제체제를 계획 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나라의 경제 상황과 비교하여 우월하다는 점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 생산과 소비에 따르는 필연적인 환경 파괴 문제, 사회적 책임으로서 환경보전과 윤리경영, 소비절약 등을 거의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 노동을 생산요소로 보고 있으며 ‘노동자’로 표현하지 않고 ‘근로자’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가만 생산의 주체이고, 노동자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즉 인적 자본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면서 반노동자적인 서술로 가득차 있다.


Q4. 전경련은 기존의 교과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업윤리에 대해 강조하고 있음을 비판하며 기업의 이윤추구활동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요?


A4.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기본적으로 생산활동과, 생산활동의 결과물을 소비함에 따라서 환경 파괴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으로서 환경보전을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국가와 국민의 구성원의 하나로서 반드시 지켜야할 윤리를 지켜야 할 의무(윤리경영), 또한 비윤리적인 경영을 했을 때 사회와 국가에 끼치는 해약 등을 감안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은 모든 국민의 세금으로 사회간접자본을 만들어 기업 활동의 기반을 조성해주고 있으며, 정부는 치안, 국방, 조세, 재정, 환율 정책, 국제 정책, 법규 정비, 노조 정책 등을 통하여 기업활동을 장려, 촉진, 조정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은 개인 혹은 주주의 사적인 소유물이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최소 비용, 최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할 것이, ‘적정한 비용, 적정한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용역을 생산’함으로써 사회로부터 받은 것(혜택)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기업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만큼 의무(사회적 책임)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것을 부정한다면 기업은 이 지구(사회)를 떠나서 금성이나 화성에서 홀로 기업 활동을 해야 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Q5.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를 키우려면 시장중심적인 미국의 주류경제학의 내용을 담은 경제 교과서로 공부해야한다고 전경련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A5. 경제 문제는 대부분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함께 공존하고 관점이 다양하다. 또한 경제는 정치, 사회문화, 법 등 사회체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혼합경제체제에 입각한 복지공화국을 지향하는 헌법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과 소비로부터 발생하는 환경문제가 이 시대 사활적인 경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이윤추구에 따르는 필연적인 환경 파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친환경적인 생산과 환경보전, 윤리경영, 소비자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환경친화적인 소비 등을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현행 교과서뿐만 아니라 이번에 발간된 전경련과 교육부의 경제 교과서는 기업가만 생산의 주체이고, 노동자는 단지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도구, 즉 인적 자본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생산과 소비의 주체는 기업가와 더불어 노동자들입니다. 민주공화국에서는 기업가나 노동자 모두 존엄한 인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사람들입니다. 경제 문제에서 노동의 문제를 떼어놓고 다룬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따라서 노동문제를 비중있게 다루어야 합니다.

요컨대 경제 교과서는 지속가능한 사회 관점에 입각하여, 소비생활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 생산활동(노동 문제, 일터에서의 민주주의), 시장 바로보기, 정부 역할(물가, 고용, 실업, 화폐와 금융, 조세와 예산, 소득과 사회보장), 환경 생태, 세계화 등의 단원으로 현실 경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 경제교과서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살펴보면 우리나라 경제교과서 구성에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법 등 사회체제와 동떨어져서 시장 경제 논리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교과서를 사회체제와 연관지어 구성하고 있으며,  교과서명도 ‘경제사회학’입니다.

내용은 노동 단원을 기업 단원과 대등한 분량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불평등, 계급, 저개발, 연대, 사회규범, 사회정치적 조직, 민주주의, 유럽연합, 세계화 등과 관련지어서 다루고 있습니다. 즉 자유방임과 경쟁 논리만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경제정책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의견,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경제 교육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실업계 학교에서는 노동세계만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기업과 시장 경제만을 주요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노동, 재정, 복지, 환경 등을 균형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Q6. 인터뷰에 응해주신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마지막으로 today 구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6. 교사는 우선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행복한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만 행복한 교육이 될 것입니다.

또한 교사만이 교육의 주체가 아닙니다. 학생, 학부모와 더불어 교육의 3주체인 것이죠. 또한 교육의 주인공은 학생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3주체가 힘을 합하여 이 땅의 교육이 행복한 교육이 되도록 사회 속에서 노력해야 할 의무, 직업인으로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교 현장에서 민주적이고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구조만 탓한다고 해서, 사회 개혁 운동만 한다고 해서, 학교 사회가 곧바로 민주적이고 행복한 사회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학교 현장에서 세심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전문가입니다. 전문성을 신장하기 위해서 모든 교사는 크고 작은 교사연구모임을 만들어 끊임없이 연구하고, 연수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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