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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FTA 도미노, 한-EU FTA가 몰려온다.(투데이 편집부)

FTA 도미노, 한-EU FTA가 몰려온다.

 

투데이 편집부

 

4월 2일 마감 시한을 연장하면서 가까스로 협상이 타결된 이후 50 여일이 지났다. 지속적인 협정문 공개 요구에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핑계를 대던 정부는 5월 25일 협정문을 공개했고 한미 FTA 투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대대적인 분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성과라고 선전하던 것들의 허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으며 우려되던 지점들은 더 충격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이 확인되어 새로운 쟁점들이 부상하고 있다.

몇 가지 예로 지적 재산권 관련 조항에서 온라인 불법 복제를 방지하기 위해 무단 저작물의 유통이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겠다는 내용을 들 수 있다. 기존에는 무단으로 저작물이 유통되었을 때 해당 저작물을 내리거나 사이트 운영자가 삭제하고 저작권 침해가 일어나는 행위를 방지하는 조치들을 취해 왔다. 그러나 협정문에는 국제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렇게 적용될 시 한국의 대부분의 인터넷 싸이트가 폐쇄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정부가 FTA의 중요한 성과물로 내세우던 세이프가드 조항 역시도 예외규정과 까다로운 발동 요r="0">하는 조치들을 취해 왔다. 그러나 협정문에는 국제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렇게 적용될 시 한국의 대부분의 인터넷 싸이트가 폐쇄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또한 정부

한편 가뜩이나 험난한(?) 길을 가고 있는 FTA 협상은 미국의 재협상 요구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맞닥뜨리게 되었다. 미국이 노동권과 환경문제를 이유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하게 재협상이 없음을 천명하던 정부는 민망했는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협상이라 주장하며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서게 되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속셈은 다가오는 미국대선을 의식한 재스쳐이자 이것을 빌미삼아 못다 한 요구들을 관철 시키려는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환경파괴를 야기할 것이 자명한 FTA협상을 진행하면서 노동과 환경을 명분삼아 협상을 다시하자는 미국의 뻔뻔함에 혀를 내두룰 정도이다.

이제 한미 FTA는 앞으로 양국의 대통령의 협상 체결과 국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된다. 협상 과정에 있어서 철저하게 여론을 통제하고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여 민중들의 목숨을 건 투쟁과 거센 저항에 부딪쳤음에도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미국과의 협상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의 FTA를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 도미노로 밀어닥치는 FTA의 붐 속에서 그리고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현재를 분석하고 투쟁을 예비할 수 있을지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규모 군중시위 없어 EU FTA 협상 대표는 섭섭하다?! 

 

이런 와중에 한편으로 섭섭해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한EU FTA 협상 대표다. 그는 심지어 협상이 시작되는 날 시위대가 6명밖에 모이지 않았다며 한-미 FTA협상 시 대규모 군중시위와 비교하며 그만큼의 관심(?)을 부러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이런 불만은 비단 이사람 뿐만이 아니다. FTA찬성론자들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반미감정에 휩쓸려 제대로 판단하고 있지 못하다는 주장을 하며 그 근거로 반대 진영이 다른 나라들과의 FTA체결에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다는 점을 지목한다.

물론 한미 FTA 저지 투쟁진영에서는 다른 나라들과의 협상에도 반대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 반대하는 것은 정세적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FTA 투쟁이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과의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퍼주기’ 협상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주되게 강조된 논리였다. 한마디로 미국의 강압에 의해 ‘국익’ 보다는 손해가 더 큰 협상을 정부가 주도해서 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며 이러한 맥락에 따라 얼마나 피해를 입는지를 부각시키는 방식의 선전을 진행한 것이다. 그래서 반대 여론의 대부분도 조금 더 준비해서 실력을 갖춘 뒤에,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랑 먼저 예행연습한 후에 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을 넘지 못했다. 결국 FTA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익’을 둘러싼 공방이 진행되면서 한미 FTA협상을 저지하는 투쟁뿐만 아니라 줄줄이 준비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의 FTA협상에 대응하는 것이 무기력해지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문제는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목적으로 하는

FTA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FTA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며 우리는 어떤 투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우선 협상 결과가 다른 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한미 FTA를 살펴보면서 물음에 답해보도록 하자. 한미 FTA협상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는 정부와 재계는 일부 산업의 피해는 불가피하며 한국의 요구를 전부 관철 시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체결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재계는 정부에게 해외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우리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제도를 선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과 행보에서 드러나듯이 사실 자유무역 협정이 관세를 낮추거나 무엇을 더 얻어내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협상을 통해서 한국 사회 전반을 ‘개조’하는데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피해 산업에 대해 기만적 보상을 약속하는 식으로 여론을 무마하려하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재편 전망이 모두에게 장미 빛 미래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선전한다. 그러나 장미 빛 전망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탈출해 금융세계화에 편입 하려는 재벌 기업들과 지배계급들만의 것일 뿐 민중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신자유주의적 제도 개선은 대부분 노동자로 일하는 민중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며 사회 공공성을 파괴하고 초국적 자본의 투기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 위기를 전혀 해결해주지도 못할뿐더러 비정규직 확산과 빈곤의 심화 등을 가속화 시킬 것이며, 신자유주의 세계화로의 편입의 과정이 주가상승을 위한 산업부문별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 때문에 실물부문으로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한 지배계급은, 초민족화 된 재벌들의 자유로운 이윤추구를 통해서 축적된 부를 나눠 갖지만, 대다수 민중들은 남한 경제의 불안정성을 지탱해주는 역할로 이러한 구도 속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 한미 FTA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본질은 비단 한국과 미국의 협상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가 다각도로 추진 중인 유럽과 캐나다 미국 중국 일본 멕시코 등의 15개 국가들과의 FTA협상에도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어떤 나라와의 협상에서 무엇을 얻었고 잃었느냐 또는 피해 산업이 어느 부분이고 어떤 보상이 가능하냐는 식의 논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EU FTA는 공공부문을 주요 협상의제로, 한-일 FTA는 철강과 자동차 등 제조업, 한-중 FTA는 농업분야, 한-ASEAN FTA는 동아시아 시장과 개성공단 원산지 확산이라는 전략적 선택 속에서 이루어 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진해서 아쉬워했던 부분의 구조조정은 이후 밀어 닥쳐오는 각국별 협상에서 추진되고 진행될 것이다.

하기에 FTA 협상도미노 대해서, 미국이 아니니까 손해도 덜 보고 어느 정도 성과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발상이다. 또한 피해 산업을 열거하면서 반대하는 방법도 협상을 저지하는데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문제는 누구와 협상을 체결하느냐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FTA에 반대하라!

FTA투쟁을 반신자유주의 투쟁으로!

이제는 새로운 투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지배계급이 한국사회의 유일한 발전 전망으로 내세우며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 그리고 그것의 완성판인 자유무역 협상이 민중의 이익과 하등 상관없음을 폭로하고 이에 맞서는 투쟁으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한미FTA 뿐만 아니라 모든 FTA협상이 민중들의 고혈을 착취하며 연명할 수밖에 없기에 모든 협상을 저지하는 투쟁으로, 전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재편에 맞서는 투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올해는 87년 민주화 항쟁이 20주년 되는 해이다. 군사독재도 물러갔고 이제는 민주화된 세상이라고 떠들어 대며 저마다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가운데 노무현 정권도 자신이 진정한 계승자인 듯 한 착각에 빠져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6월 민주주의를 염원하던 민중들의 정신을, 군부독재와 한 치도 다르지 않게 경찰의방패로 사람을 때려죽인 신자유주의 정권이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향해 투쟁하던 6월의 정신을,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농민은 길바닥으로 여성은 빈곤으로 내모는 신자유주의로 민중을 기만한 노무현 정권이 가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돌아오는 6월 허세욱 열사의 절규를 가슴에 새기며 모든 FTA에 맞서고 비정규 개악안 시행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진정한 6월 정신을 계승하는 투쟁을 시작하자. 협상문이 작성되었으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휴지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투쟁을 예비교사들의 선도적인 투쟁으로 만들어 가자.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국면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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