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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독자편지(김상훈/ 대구대 국어교육과 2학년)

대구대 국어교육과 2학년 김상훈 

 

 

바람에 불려 대기가 젖는다.

내가 봄비라고 이름 짓는다.

봄비,

그러나 감자밭을 적시기엔 아직 적다.

                                 - ‘오래된 정원’


 황석영님의 원작 소설로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어떤 느낌일까?’라고 상상했었고, 결국 임상수라는 문제적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영화를 보고 가장 강하게 남은 건 저 한 구절의 시였습니다. 늦깎이로 시작한 예비교사의 길. 나름 어떻게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 참 ‘스승’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이었어요, Today라는 잡지를 접한 것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저 위의 시에서처럼 잔인한 봄 가뭄을 겪던 고민을 잠시 씻어준 고마운 단비가 되어주었답니다. 그저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교원양성정책의 개편에 대한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움직임을 ‘뚜렷한 실체를 가진 어떤 것’으로 새겨준 좋은 계기였다고 할까요. 그다지 두껍지 않은 이 활자의 모둠이, 세상을 조금은 더 살만한 것으로 바꾸는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문운동이라는 개념이 활성화 된 것은 그다지 오랜 일이 아니지요. 물론 그런 움직임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당하게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예비교사 운동모임’을 선언하는 페다고지의 모습에서 어쩌면 적당히 타협하고, 돌아가던 저 스스로의 모습을 많은 부분 반성하게 됩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역시 ‘연대의 틀’이 문제점인 듯 싶습니다. 교원수급의 문제와 학급총량제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저항하는 가운데서, 결국의 ‘내 현장의 문제’로만 귀결시켜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인상도 남습니다. 물론 그러한 투쟁은 당면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일반인들의 눈에 그저 ‘밥그릇 투쟁’으로만 비춰지는 것에는 주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TO에 따른 문제만큼이나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던, 교육행동위 제안서의 마지막 부분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문화주권을 외치며 스크린쿼터 사수를 외치던 영화인들에게 주어진, 꽤나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비판적 시선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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