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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 잔치는 끝났다. 두 번째 이야기. (최고봉/ 교사)

잔치는 끝났다. 두 번째 이야기.


최고봉 | 전교조 예비교사지원국장



○ 잔치는 끝났다.

학급총량제가 언론에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8월이 되면서부터이다. 부산광역시 교육청이 중기학생수용계획을 발표하면서, 또 강원도 교육청이 매년 80명씩 총 240명의 중등교사를 수도권 타 시도로 강제 전출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 알려지면서부터였다.

학급총량제에 따라 학급수가 감소하고, 더불어 신규 임용 교사수가 감소하면서 언론에서는 ‘좋은 시절 끝났나?’라는 물음을 던지는 등 교원임용 대란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애초 교․사대가 함께 추진하려 했던 9월 예비교사한마당은 예비교사 총궐기로 모습이 바뀌기 시작했다. 총궐기의 핵심쟁점, 위기의 한복판에는 학급총량제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2020년까지 중등교원 감축계획을 마련한 부산시 교육청, 당장 내년에 초등 43학급을 감축할 제주도 교육청, 앞으로 교사감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강원도 교육청, 그리고 급격한 신규교사 임용 축소가 예측되는 영남지역까지. 연일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예비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대응방안을 모색하며 8~9월을 보냈다.

학급총량제 도입에 따른 지역의 저항, 비판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학급총량제로 교원감축, 상치교사 증가,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벌어질 일부 도에서는 도교육청과 지역 언론, 교원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지역교육이 희생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잔치는 끝났다’며 오늘의 위기에 대해 합의했다.


○ 임계를 만나다.

잔치는 끝났으되, 여전히 잔치인줄 아는 사람들도 간혹 있는가 보다. 디지털 문명의 진화로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카더라 통신이나 유언비어, 부정확한 정보를 더 신뢰하기도 한다. 필자는 사람들이 임계에 달했으나, 임계를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재의 위기가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기 바라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당연한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교원양성임용의 위기가 임계에 달했음은 지난 몇 년 동안 교육운동 진영에서 분석 주장했던 부분이다. 새판짜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새판짜기가 학급총량제일 수는 없다. 과잉양성, 교대 통폐합도 대안이 아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는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 새판짤 역량도, 새판짜기의 필요성도 못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필자는 이번 사태를 맞으며 새판짜기의 필요성을 예비교사들이 인식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어차피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기존 상황에 대한 기대도 사라질 수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저절로 임계를 인식하지는 않을 터. 페다고지 측에서 좀 더 활발한 노력으로 오늘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 남들은 다 아는데, 예비교사만 모르는 위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교육단체, 언론은 다 아는데 예비교사들만 현재의 위기에 대해 둔감한 것 같다는 점이다. 원래 이런 사안은 당사자들이 급한데, 어찌 된 영문인지 예비교사들은 ‘매년 나오는 집회, 올해도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이다. 그 동안의 관성적이었던 교원양성임용투쟁, 상대적으로 임용이 잘 되었던 것 때문인지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실제로 올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태반인 것 같다.

특히 교대 4학년들의 경우 미발령 교대 특별편입생에 대한 과도한 판단 때문인지 ‘학급총량제’의 위험성을 경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학급총량제’는 작지도, 약하지도, 쉽게 철회되지도 않을 정책이다. 학급총량제는 교육부가 몇 년(어쩌면 몇 십 년)을 내다보고 추진하는 핵심정책이다. 또한 학급총량제는 교육재정, 구조조정, 각종 교원정책이 걸려있는 복잡한 정책이다. 가을에 한반도를 내습하는 태풍 정도의 위력이라고나 할까.


○ 예비교사여, 잔치는 끝났다.

강조하지만 이제 잔치는 끝났다. 이제부터 첩첩산중의 어려움을 뚫고 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각 단체들은 단체별 사안이 너무 많아 이 사안이 깊이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잔치가 끝났음을, 00일보가 주장하듯 ‘좋은 시절’이 갔음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위기 징후를 감지한 소수의 사람들도 있다. 총궐기를 조직할 때까지, 이들은 분명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예상하건대, 이 사태를 풀어나갈 핵심에는 예비교사의 역량이 99% 차지할 것이다. 교원단체도 있고, 각종 연대단체와 대학생단체도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예비교사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일 뿐이다. 교원단체들도 현안으로 인하여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다. 그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그래서 예비교사 운동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판단된다.

듣자하니 교대에서는 동맹휴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과잉양성에 힘들어하던 사대는 아마 이 사안으로 동맹휴업까지 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과 차원에서 교사가 양성되는 유아교육과나 특수교육과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한다고 해도 대규모 저항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도 분명 투쟁의 고리는 존재한다. 그 고리를 찾는 것에서 올 하반기 교원양성임용투쟁의 승패는 판가름날 듯하다.

 

 

2006년 9월호(통권 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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