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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국정원 상납금 수사, 마무리까지 걸림돌은 역시 ‘박근혜’

 

강경훈 기자 qa@vop.co.kr
발행 2017-11-19 17:18:23
수정 2017-11-19 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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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출석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출석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민중의소리
 

지난 정권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느덧 종반을 치닫고 있다. 돈을 직접 받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과 공여자로 지목된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잇따라 구속됐고, 이제 이 돈의 최종 종착지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조사만 남은 상황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19일 오후 2시 이전 정권 국정원장들 중 유일하게 구속을 면한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불러 특활비 상납 배경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자백의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앞서 이 전 원장은 지난주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측 요구가 있었다”고 진술하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다가,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요구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원장 시절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흘러들어간 돈은 25~2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세명의 전직 원장 시절 청와대에 전달된 상납금 총 40여억원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그런 만큼 검찰이 이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달 말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조사에서 최초로 상납금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검찰은 이전 정권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 중 두 비서관을 체포한 것을 기점으로 3주도 채 되지 않아 이 사건 연결고리의 ‘정점’인 박 전 대통령을 재조준하는 상황이다.

‘친박’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정치권으로 특활비가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돼 향후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전망이나, 이와 별개로 특활비 상납 사건의 핵심 축인 ‘국정원->청와대->박근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일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수사는 그동안의 전개상 박 전 대통령을 추가 기소함과 동시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공개석상에서 이 사건의 본질을 “대통령이 나랏돈을 사적으로 사용한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사건의 실체는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주고 대통령이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며 “통상 금품수수 사건 기준으로 볼 때 책임자에 대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 사퇴 후 기존 뇌물사건 재판 무기한 중단된 상태
특검 강제구인마저 거부한 박근혜, 검찰 추가조사에도 불응할 가능성 높아

실무적으로 박 전 대통령 조사만 마무리하면 되지만, 여러 여건상 이 조사 자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기존 뇌물 사건 재판 상황이 걸림돌이다.

유영하 변호사 등 기존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결정에 반발해 전원 사퇴했다. 이후 국선 변호인단 선정 절차를 마치긴 했으나, 검찰 수사기록과 그동안 재판에서 진행된 증거조사, 증인신문 등 사건 전반을 처음부터 검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감안한다면 이달 내 재판이 재개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검찰이 추가 조사를 요구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기존 형사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불응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형사재판 외 다른 사안과 관련한 출석을 철저히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수사에 있어 매우 부정적인 요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영선 전 행정관의 비선진료 방조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았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법원으로부터 강제구인 영장까지 발부받아 출석시키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특검 측에서 두 차례나 박 전 대통령 강제구인을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끝내 법정 증언대에 서지 않았다.

따라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조사를 잠정 보류해둔 상태에서 특활비 상납 의혹을 받는 다른 정치인들 수사를 먼저 마무리할 수도 있다.

현재로선 2014년 10월경 특활비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최경환 의원과 특활비를 매달 300~500만원씩 받은 것으로 조사된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특활비 중 일부로 진행한 청와대의 총선 경선 여론조사에 관여한 현기환·김재원 전 정무수석 등에 대한 검찰 조사가 예고돼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는 단계별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아직 특정인 소환에 대한 입장을 내긴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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