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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5년 새 28곳 땅밀림 현상…무인감시 시스템 전국에 2곳뿐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입력 : 2017.12.05 06:00:04 수정 : 2017.12.05 10:43:20

 

ㆍ전화·방문으로 ‘늑장’ 통보 …경보체계 등 매뉴얼 정비 시급
ㆍ‘포항 땅밀림’ 발생 6시간 지나 주민 대피령…대응 체계 ‘구멍’

[단독]25년 새 28곳 땅밀림 현상…무인감시 시스템 전국에 2곳뿐
 

지난달 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났다. 7분 전 규모 2.2와 2.6의 전진이 있었고, 본진 이후 오후 3시23분까지 11차례 여진이 계속됐다. 국내 관측 사상 두 번째로 컸던 이번 지진은 지축을 흔들었고, 포항시 용흥동 야산에 설치된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에도 이상이 감지됐다. 두 차례 전진과 본진, 11차례 여진이 지나고 난 뒤 땅이 본래 위치보다 66.65㎜ 밀린 현상이 측정됐다. 

그나마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이 있는 용흥동 야산은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전국의 땅밀림 취약지역에는 무인감시 시스템조차 없어서 언제 산사태 같은 사고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1993년 이후 25년 새 국내에서 땅밀림이 발생한 곳은 포항 용흥동 야산을 포함해 모두 28곳으로 확인됐다.

이런 ‘땅밀림 취약지역’은 경기·충남·충북·경남·경북·강원·부산·전남·전북 등 9개 시·도에 산재해 있다. 이 중 무인감시 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곳은 포항 용흥동 야산과 경남 하동 야산 등 2곳뿐이다. 나머지 26곳은 지진 등으로 다시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 바로 실태를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황 의원은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을 전국의 모든 땅밀림 취약지역에 설치해 상시 감시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땅밀림은 산비탈 등의 토층이 어느 정도 원형을 유지한 상태로 서서히 낮은 곳을 향해 미끄러져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진에 따른 땅밀림이 생기면 뒤이어 산사태 등 2차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토(熊本) 지진 당시 구마모토현 아소(阿蘇)지방에서 땅밀림에 의한 대규모 산사태가 났다.

땅밀림이 발생하면 즉시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산사태에 따른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 지진 때는 땅밀림이 처음 측정된 시점(오후 2시37분)부터 6시간 이상 지난 오후 9시쯤에야 주민들에게 대피명령이 내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황 의원 자료를 보면 땅밀림 무인감시 시스템을 관리하는 산림청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 땅밀림 발생 사실을 보고한 시점은 오후 6시25분이었다. 또 포항시 담당자들이 땅밀림이 발생한 용흥동 야산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린 시점은 오후 9시쯤으로 확인됐다. 당시 포항시 직원은 땅밀림 위험지역 거주 주민 7명의 집에 전화를 걸거나 방문해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처럼 늑장 대응이 빚어진 이유는 땅밀림 발생 시 경보체계가 정부나 지자체 안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용흥동 야산에서는 지난 21일 여진으로 28㎝ 규모의 땅밀림이 추가로 발생했으며 주민들은 피난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땅밀림 발생 경보 발령 기준 등 세부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경우 땅밀림 발생에 따른 대응 경보를 주의, 경계, 피난, 출입금지 등 4단계로 나눈다. 하루에 1㎜ 이상의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주의’, 하루 10㎜ 이상이면 ‘경계’, 시간당 2㎜의 땅밀림이 두 차례 발생하거나 시간당 4㎜ 땅밀림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피난’ 경보를 내린다. 시간당 10㎜ 이상인 경우에는 해당 지역에 출입금지 조치까지 취하도록 한다.


황 의원은 “이번 포항 지진 당시 땅밀림은 일본 기준을 적용하면 피난은 물론 출입금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면서 “땅밀림 정보를 주민들에게 바로 알리는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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